식객 27 - 팔도 냉면 여행기
허영만 글.그림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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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어 본 냉면 중에 가장 맛있고 추억이 담긴 냉면은 고등학교 시절에 친구들과 함께 광화문의 골목길에 자리잡은 허름한 학생 전용 냉면집에서 먹곤 하던 비빔냉면이다.
여름날 방과후에 몇몇 친구들과 함께 안국동을 지나, 광화문을 거쳐서 세종문화회관(당시:시민회관) 근처의 골목길에 들어서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냉면집이었다.
그 맛이 얼마나 매운지 입안이 얼얼할 정도였다. 그래서 냉면을 먹고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어주는 센스가 있어야 했다.
아마도 그 집에서는 비빔냉면만을 팔았었던 것인지 내 기억에는 그 입안이 얼얼한 느낌만이 생각난다.
그리고는 엄마가 직접 해주시던 물냉면.
그런데, 사실은 비빔냉면이니, 물냉면이니 하는 냉면의 종류는 없다고 한다.
함흥냉면, 평양냉면이지....


이런 추억 속의 냉면을 생각하면서 읽게 된 책은 '식객27' 냉면편이다.
'식객'은 영화, 드라마까지 나왔으니 모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만화책이지만, 만화라고 가볍게 생각하기에는 허영만 화백의 열정이 너무도 많이 담겨 있는 책이다.
그는 식객에 나오는 음식을 책상위에서 그린 것이 아니라, 작품 속의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서 전국 방방곡곡을 헤매면서 보고, 느끼고, 체험한 것들을 그대로 책에 옮겨 놓았기에 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식객27'은 '식객'의 마지막 편인 것이다.
허영만 화백이 2002년에 '어머니의 쌀'편으로 식객을 시작하여 2010년 '밀면' 편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그런데, 더 아쉬운 것은 '식객'이 연재되던 신문에서 연재가 중단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31화 - 진주냉면
132화 - 승소냉면
133화 - 평양냉면
134화 - 함흥냉면
135화 - 밀면
작가가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남아 있는데, 중단된다는 것이 정말 아쉽다.
아마도 많은 독자들은 '식객27'편을 가장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평양냉면, 함흥냉면 하는데, 이 책에서 소개되는 진주냉면, 승소냉면을 생소하다.
진주냉면은 육수가 참 다양하게 들어간다. 소머리, 사태살, 대멸치, 디포리, 건새우, 황태, 바지락, 홍합, 특히 해물육수의 감칠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그리고 육수를 끊일 때에 쇠막대를 집어넣어서 육수의 비린맛과 잡내를 없애는 방법도 특이하다.


진주냉면은 조선시대 권번가에서 야식으로 즐겨먹었다고 하니, 고급음식에 속한다. 그래서 냉면 위에 올리는 고명도 다채롭다.

진주 냉면은 시작은 무겁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맛을 음미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네 (p79)

다음으로 승소냉면은 더 생소하다.

고기 육수라 아니라서 걱정했는데, 뭐랄까. 화장기 없는 천진난만한 시골 처녀의 얼굴같다고 할까?
가볍지만 기품있는 맛이야. 특히 다시마 효소는 동치미 국물 맛을 한층 띄워주고 있어. (p121)


그렇다. 승소냉면은 사찰에서 스님들이 별미로 드시는 냉면이기에 동물성 재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고 깔끔한 그런 맛의 냉면이다.
그리고, 우리가 많이 접해 본 평양냉면과 함흥냉면.

 
이것들 역시 그 지방에 맞는 식재료로 그 지방의 특색이 살아 있는 냉면이다.
마지막으로 밀면은 육수의 기본인 사골, 돼지고기, 닭고기, 그리고 한약재가 들어간다.
이런 음식들이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그 맛을 간직한 음식점에서 대를 이어서 맛을 전수시켜 주어야 하는데, 그런 이야기들이 허영만 화백의 담백한 만화로 그려진다.

  
 
오랜 세월에 거쳐서 화백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인 '식객'.
그의 마지막 식객을 읽으면서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허영만 화백은 4년동안 구상하고 준비중인 사극으로 찾아 뵙는다고 한다.
또다른 허영만 화백의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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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 -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
김난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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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鼓動(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巨船(거선)의 汽罐(기관)과 같이 힘있다 .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은 얼음이 있을 뿐이다…」 (민태원의 수필 <청춘예찬>중에서

아주~~ 아주~~ 오래전에,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배운 수필 <청춘예찬>의 한 문장이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이는 말이다."
이 문장은 지금까지도 내 머리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 시절은 나에게 너무도 까마득한 시절이지만 그래도 머리에 남아 있는 것은 이 첫 문장이 너무도 강하게 느껴졌기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땐 청춘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주옥같은 문장들의 <청춘예찬>까지도 입시를 위해서 글의 종류, 문단나누기, 수사법 등으로 난도질당해야 하는 그런 수필에 불과했다. 그래서 아직까지 <청춘예찬>의 많은 부분들이 기억되는 것은 그만큼 힘있는 수필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에 입학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그당시에는 청춘들에게 어떤 길잡이가 되는 자기계발서, 에세이 등은 전무한 시대였고, 그때의 청춘들에게는 최인호, 김홍신, 한수산, 박범신 등의 작가의 소설에서 청춘들의 이야기를 읽어야만했다.
그런 시절에 비하여 요즘은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책들 중에서 "청춘"들을 위한 책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스무살을 위한~~", "서른 살을 위한~~" . "청춘들을 위한~~" 자기계발서를 비롯한 많은 지침서들이 나오고 있다.


며칠전에 대학생 조카가 나에게 물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었냐고.
 인터넷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몇 주째 올라 있는 책이니 당연히 읽었으리라는 생각에서 물었지만, 난 아직이었다.
그런 물음에 살짝 궁금증과 함께 호기심이 생겼다.
요즘의 청춘들에게 그토록 많이 읽히는 책인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역시, 이 책의 진가는 저자인 '김난도'의 열정과 체험이 어우러진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마음을 읽은 청춘들의 반응인 것이다.
여기에서 '열정'은 청춘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마음과 그들에게 뭔가 도움을 주려는 그런 열정이다. 청춘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시간들이지만 그만큼 불안하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하고, 흔들리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두근거리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여서 때론 방황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청춘들을 가장 곁에서 많이 만나는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 김난도이기도 하고, 그들을 그저 스쳐가는 학생들로 보지 않고, 그들에게 멘토가 되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이를 실천하기에 청춘들이 그의 글에 열광을 하는 것이라고 본다.

 
 
저자는 서울대 교수인데, 가장 수강신청이 빨리 끝나는 교수이다. 그는 그동안 많은 청춘들을 직접 만났고, 미니홈피, 트위터, 블로그 등을 통해서 1,000 명에 이르는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여 좀 더 객관적으로 청춘들의 문제를 보여 주려고 노력을 했고, 그 자료들을 토대로 이 책을 쓰게 된 것이다.
그리고, 또한 그의 글들이 설득력이 있고, 힘있게 느껴지는 것은 저자 역시 청춘이었을 때에 방황을 했던 경험과 자신이 원하는 길을 접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력고사시절, 성적표에 나온 점수에 의해서 부모님과 선생님의 권유로 무난하게 들어간 서울대 법과대학. 그러나 법조인은 자신의 길이 아니기에 대학원은 행정대학원을.
그리고 법보다는 행정관료가 되기를 희망하여 행정고시를 3번 보게 되는데, 낙방의 고배를 마시게 되고...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학자의 길을 선택한다.
미국 유학후에 서울대 교수를 희망하지만, 행정학교수가 아닌 소비학과 교수가 된다.


저자의 지나온 세월들이 막힘없는 것같으면서도 여러 차례의 시련이 있었고, 그것을 슬기롭게 지나왔기에 지금의 그가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저자에게는 대학생이 되는 아들과 중학생 아들이 있기에 청소년들의 생활에도 관심이 있는 것이고, 그것들이 청춘들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멘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중에 가장 눈에 띄는 이야기는 나에겐 첫 번째 이야기인 "인생 시계:그대의 인생은 몇 시인가? " 이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을 80세로 잡았을 때에 이것을 인생 시계로 환산하면 1년 18분이다. 24살이면 고작 아침 7시 12분이니, 겨우 아침잠에 깨어서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시간인 것이다. 은퇴를 하고 노년을 준비하는 60세는 저녁 6시인 것이다.

 

인생에 너무 늦었거나, 혹은 너무 이른 나이는 없다. (p22)

너무 성급하게 미래를 향해서 달려가는 청춘들에게는 좀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확고한 목표의식과 적절한 방법론을 갖추지 못하면 어떤 노력도 시간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진정한 성취란 확고한 목표, 적절한 방법론, 성실한 실천의 세 가지가 어우러졌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p72)
아마도 청춘들이 가장 무서워하고 불안해하는 것이 살아가면서 그 누구나 겪게 되는 시련에 관한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이 시련과 실패마저도 좋은 경험으로, 교훈으로 삼는다면 청춘에게는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을 것이다.

추락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지마라. 바닥은 생각보다 깊지 않다. 더구나 그대는 젊지 않는가?
어떤 추락의 상처도 추스르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너무 무서워하지 마라.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고 한다.
자신있게 줄을 놓아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의 날개를 펼치고. (p102)


또한, 우리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아주 짧은 시간인 15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러나 저자는 이 "15분은 길다."라고 말한다.
조금씩, 조금씩 부서지는 시간을 속절없이 흘러보내면서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다"라는 핑계를 대지 말하고 이야기한다.
이 자투리 시간 15분은 "자신을 만나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교정을 나서는 그대에게"라는 꼭지도 마련되어 있다.
졸업을 하고 사회 초년생이 되는 청춘들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말씀이 될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할 당시에 그의 첫 아들은 대학 수시 모집에 원서를 넣던 때였던 것 같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글은 아버지의 모습과 함께...
청춘의 길목에 들어서는 그대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겸하는 느낌이 든다.

"누군가 내게 과거의 나와 통화할 수 있는 전화기를 주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내가 만약 스무 살의 나에게 딱 한 번만 전화를 걸 수 있게 된다면,
나는 청춘의 나에게 이 한 마디를 해주고 싶어.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그러므로 너무 흔들리지 말라고. 담담히 그 성장통을 받아들이라고.
그 아픔을 훗날의 더 나은 나를 위한 연료로 사용하라고." (p318)
그렇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그런데, 청춘들은 그 시절엔 그것을 알지 못한다.
여기에 청춘들의 좋은 선배이자, 멘토가 있으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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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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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어이없는 에피소드로 독자들의 이목을 더 끌게 됨에 따라서 알게 된 경제학자가 '장하준'이다.
경제학 전문서적이 아닌 일반인들을 위한 경제학 서적들이 책 제목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정도로 거창하지만, 지나치게 독자들의 흥미나 관심만을 의식해서 쓰여졌기에 읽고나서도 별로 남는 것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장하준 교수의 '사다리 걷어차기' '쾌도난마 한국경제'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출간되기가 무섭게 꾸준히 베스트셀러의 위치를 차지할 정도로 독자층이 두텁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아마도 일반인들을 위한 경제 서적이면서, 교양 경제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때문일 것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신자유주의가 나쁜 사마리아인들인 강대국들에 의해서 후진국에서 행해지고 있지만, 그것은 결코 좋은 정책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 좀 어렵고, 읽기에 부담스러운 경제 지식들이 동원되기도 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해를 돕기 위해서 소설이나 영화 속의 이야기를 빗대어서 사례로 들어주니 나처럼 경제에 문외한인 독자들도 부담감이 줄어 들게 되는 것이다.
장하준, 그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책을 펼쳐본다.


장하준 교수에 대해서는 많은 독자들이 알 만큼 알고 있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1990 년 이래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경제학 관련 상인 뮈르달 상(2003), 레온티예프 상 (2005)을 최연소로 수상한 세계적인 경제학자이다.
아니, 앞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으신다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도 해본다.  
저자가 말하는 이 책의 성격은

이 책의 목적은 자본주의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고 어떻게 하면 더 잘 돌아가게 할 수 있는지를 독자들이 이해하도록 돕는 데에 있다.
이 책은 그러나 '초보자를 위한 경제학 입문서'는 아니다. 그보다 더 좁으면서도 동시에 그보다 더 넓은 책이다. (P17)
이 책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발표한 후에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던 경제에 관한 내용들에 대한 답변과도 같은 성격을 띠고 있는 책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동안 정치적으로 숨기고, 속이던 많은 현안들에 대해서는 그것들을 캐 보기도 하고, 분석해 보기도 하는 많은 저서 등을 통해서 정치적인 내용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그리고, 경제적인 현안들도 그들이 말하는 것의 뒤에는 석연치 않은 것들이 숨겨져 있다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그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얻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궁금증이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통해서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대로 믿어도 안되는 것임을, 그리고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그 의미를 분석해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23가지 중에는
Thing 4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Thing 10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아니다.
Thing 11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 아니다.
Thing 14  미국 경영자들은 보수를 너무 많이 받는다.
Thing 17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 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Thing 20  기회의 균등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Thing 23  좋은 경제 정책을 세우는데 좋은 경제학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위와 같은 내용들은 그동안 한 번쯤 생각해 보기도 했고, 그렇게 생각하거나, 반대로 생각했던 내용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내용들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지 궁금증도 가중된다.
그런데, 장하준 교수는 나의 이런 마음을 알았는지, 이 책에 수록된 23가지를 차례대로 읽을 필요가 없음을 일깨워준다. 나처럼 23가지의 내용을 훓어 본 후에 먼저 읽고 싶은 부분을 골라 읽는 것이 이 책을 효과적으로 읽는 방법이라고 추천해 주고 있다.
지금까지 잘못 알고 있었던 자본주의에 대한 상식들. 그것이 정석이 아님을 깨닫게 해준다. '진짜 자본주의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그리고, 저자 특유의 집필 방법이 독자들이 읽기에 수월한 점이기도 하다.
그것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의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과 주변의사례들, 그리고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내용과도 연계시켜서 짚어주고 있다.
저자는 '경제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서 의사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올바른 길을 선택하도록 요구하는 데에는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도 덧붙이다.
그들이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을 통해서 만이라도 우리들이 그것을 알고 있음을, 그리고 왜 그들이 말하지 않고 있는가를 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굳게 다문 입을 열 수도 있는 것이고, 우리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알리는 행위는 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에서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고 본다.
입을 굳게 다문 사람들, 그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올바른 결정과 말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들이 경제적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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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3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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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많은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1Q84 1'과  '1Q84 2'를 읽었던 독자들은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추리력에 푹 빠져버렸다. 그리곤 2권의 책에서도 풀리지 않았던 이야기들~~~ 열 살 소년 소녀가 맞잡았던 그 손의 촉감만으로 20 년을 지내오다가 어느날 비로소 서로의 만남을 애타게 기다리는 아오마메와 덴고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그보다 더 독자들을 궁금하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리더를 잃은 '선구'의 아오마메에 대한 복수.  덴고를 구하기 위해서 아오마메가 자신의 삶을 희생할 것인가.... 그리고 '리틀 피플'과 '공기번데기'의 존재. 덴고의 출생과 그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그러나, 그보다 더 관심이 가는 것은 하늘에 뜬 두 개의 달. 크고 노란색 달과 그 옆에 함께 뜬 작고 초록색으로 빛나는 달의 실체.
1984년과 1Q84 년은 서로 함께 존재하면서도 대립되는 세계일까? 하는 많은 궁금증이 남겨져 있었다. 이처럼 다른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이야기들이 '1Q84'를 '최단기간 밀리언 셀러, 19주 연속 베스트 셀러 1위의 자리를 지키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하루키' 문학과의 만남은 CF장면이 너무도 마음에 들어서 읽었던 '상실의 시대'에서 시작하여 '해변의 카프카' 그리고 또 다른 소설들. 그리고 하루키의 삶의 모습을 엿 볼 수 있었던 '달리기를 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였다.
그러나, 아마도 '무라카미 하루키'의가 자신의 글을 확실하게 사람들에게 인식시켜 준 책은 '1Q84' 시리즈가 아닐까 한다. 그것은 바로 '1Q84'라는 묘한 세상이에 대한 궁금증 때문일 것이다. 
현실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그 이상한 세상에 아오마메와 덴고는 함께 갇혀 있는지도 모른다. 그 어떤 이유때문에... 그들은 외톨이였기에 더 강하게 서로를 끌어 당기지는 않았을까?
2권의 마지막 장면에서 얼핏 스쳐갔던 장면, 공원의 미끄럼틀에서 두 개의 달을 쳐다보는 덴고와 그를 얼핏 알아 보았던 아오마메의 그리움, 그 애타는 사랑은 3권의 모든 이야기를 지배하고 있다. 2권의 구성이 '덴고'와 '아오마메'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며 전개되었다면, 3권에서는 '덴고'와 '아오마메' 그리고, 그들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서 뒤를 밟는 ''우시카와'의 이야기가 함께 펼쳐진다. 그러니, 3개의 축이 엉킨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권과 2권을 읽지 않은 독자들이라고 하더라도 3권만으로도 이야기의 전개가 모두 이해될 수 있을 정도로 작가는 친절하게도 그 이야기들을 3 사람을 통해서  풀어나간다. 때론 겹치는 장면들과 상황들이 많아서. 그리고 앞의 책들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이 겹쳐서 읽는 재미가 반감된다.  그래서 3권은 긴장감도... 상상력도.... 추리력도.... 별로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너무 쉽게 이야기가 풀려나간다.
'리더'의 살해를 둘러싼 '복수'의 이야기도.... '후카에리의 이야기도.... 그 비중이 너무도 미미한 것이다. 거창하게 시작한 '선구'라는 집단의 실체에 대한 이야기도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그것들은 모두 '덴고'와 '아오마메'의 첫사랑의 만남를 위한 작은 장치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야기는 두 사람의 첫 사랑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그리고 있다.
이야기의 축이 이루는  세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외톨이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그 존재 가치가 희미한 사람들인 것이다.
아오마메는 종교로 인하여 초등학교때부터 친구들로부터 따돌림보다도 더 심한 무관심속에서 생활했고, 그런 생활이 그녀 자신을 유령같은 존재로 만들었다.
덴고 역시, 석연치 않은 어머니의 죽음과 어린 시절에 느꼈던 실체를 알 수 없는 어머니의 남자에 대한 희미한 기억과 아버지로 부터 들었던 ' 너는 내 아들이 아니다.'라는 말 한마디로 명석하고 뛰어난 실력을 가진 소년이었지만 그는 항상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미움보다도 더 큰 무관심으로.
우시카와도 사법고시까지 합격하여 변호사가 되지만, 형제들보다 못한 존재감과 형편없는 외모때문에 가정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남의 뒤나 캐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공통점때문에  그들은 1984 년이 아닌 1Q84 년 속에서 살아갈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의 눈에만 두 개의 달이 보였을지도 모른다.  1984년과 1Q84 년은 함께 존재할 수 없는 대립의 세계이기에. 그러나, 모든 것은 서로 대립하면서도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것.  1Q84 의 세계, 그들이 그 세계에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이해해야 할까?


 
 

여기에서 나는 생각한다. 덴고와 아오마메가 두 개의 달을 바라보았던 그 '1Q84'의 세계는 불확실한 미지의 세계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곳은 입구는 있으되, 출구는 없다고 했으나, 간절히 나가기를 바란다면, 반드시 출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들은 그곳에 갇혀진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갇혀 버린 것이라고.
열 살 소년 소녀가 한 번 잡았던 손길만으로 20 년후에 서로 사랑을 이룰 수 있다면, 그리고 '1Q84Q'의 세계에서만 가능한 아무런 성행위없이 임신이 가능했다면 그것은 그들의 바람이 간절했기에 이루어 질 수 있었던 모든 이야기라는 것을.
리틀 피플도, 공기 번데기도, 고양이 마을도. 그 무엇인가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타나고 사라졌던 것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1Q84 에서 빠져 나갈 수 있는 것도 그들의 몫이라는 것을. 그들을 가두어 둔 존재는 실체가 아닐지도 모르기에. '하루키'였기에 이처럼 황당한 이야기가 탄탄한 구성력과 흡인력으로 독자들을 소설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1권과 2권에서 안개속을 헤매는 듯한 베일속에 가려져 있었던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고, 흥미로웠던 것은 나의 개인적인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3권에서 너무 친절한 설명과 뒤쳐지는 이야기 전개가 이소설만이 가지는 특유한 색채를 반감시키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모르는 건 내가 1Q84의 세계에 휘말려든 그때부터 이미 정해진 일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저 그 스토리를 따라 가는 것뿐이다.크고 작은 두 개의 달이 하늘에 떠오르고, 리틀 피플이라는 존재가 사람의 운명을 지배하는 부조리한 세계에서 외톨이로 계속 살아가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P42)

빛이 있는 곳에 그림자가 없어서는 안되고, 그림자가 있는 곳에 빛이 없어서는 안된다. 빛이 없는 그림자는 없고, 또한 그림자가 없는 빛은 없다. 리틀 피플이 선인지 악인지, 그건 알 수 없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우리의 이해와 정의를 뛰어 넘는 존재다. 우리는 오랜 옛날부터 그들과 함께 살아왔다. 아직 선악따위가 제대로 존재하지 않았던 무렵부터. 사람들의 의식이 아직 미명의 것이었던 시절부터. (...) 신과 리틀 피플은 대립하는 존재일까 아니면 한 가지 것의 다른 측면일까. (P331)  
 
이건 원래 내가 속한 세계가 아니다. (...) 이상한 점은 하나도 없다. 단지 달의 수가 다를 뿐이다. (P488)
 
우리는 이 세계를 각자 다른 말로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오마메는 생각한다. 나는 '1Q84년'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그는 '고양이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P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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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 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1
장정일 지음 / 마티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장정일. 나에게는 그리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은 작가이다. 그것은 내가 장정일의 책 중에서 오로지 한 권 읽었던 '구월의 이틀'을 읽은 후의 느낌이 너무 혼돈스러웠고, 개운하지 않은.... 아니, 어쩌면 불쾌한 느낌이었기때문이다.

이 소설을 읽은 후에 내가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한 것인가 하는 생각에 작가 후기와 인터뷰 기사를 많이 훑어 보았다. 작가는 이런류의 소설들이 좌파성장소설이거나, 예술성장소설 또는 연애소설들이어서 우파성장소설을 썼다고 했다.

이 소설은 대학 신입생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는데, 내 생각에는 너무도 강한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잠깐 '구월의 이틀'을 읽고 쓴 나의 리뷰중의 일부를 소개한다

'금과 은'  19살 두 주인공의 1년간의 생활은 과연 이런 취지의 생활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구태여 이분법적 잣대로 나누었던 좌파, 우파를 대변하는 가정을 가진 두 주인공의 대학 생활은 실제 대학생들의 생활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생활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많은 대한민국의 대학생들은 이데올로기라든가, 정치적 이슈보다는 그들 나름대로의 목표를 향해서 묵묵히 면학을 하면서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19살의 청소년이 40살 가량의 여인과의 사랑(?)을 하거나, 양성애적 사랑을 하는 것이 과연 타당성이 있는 설정일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그리고,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우파 성장소설의 모델인 '은'의 사고 방식이다. "강한 것은 선하고, 강한 것은 아름답다. 못 배우고 못 가지고, 못난 것들은 죽어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끽소리 없이 고분거리고 있거나! 사실 그런 떨거지들은 볼펜의 똥 찌꺼기보다도 못하다. 못 배우고 못 가지고 못난 것들은 국가는 물론이고 문명의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함께 진화하며 성장하고 함께 적자생존의 단맛을 나누지 못할 낙오자들은 대한민국을 위해서나 인류 문명을 위해 빨리 사라져야 한다. 솔직히 말해서, 못 배우고 못 가지고 못난 것들이 어떻게 나라를 경영하나? 대한민국의 명운을 위해 다시는 노무현 일당처럼 못 배우고 못 가지고 못난 선동 전문가들이 권력을 넘보거나 나눠 먹자고 덤벼드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강하고, 실력있고, 아름답다." 은이 쓴 글을 일고 난 작은 아버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런 조카와 대학가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 '자유의 나무'의 젊은 대학생들로 부터 희망의 전조가 보였다. " 그래, 은 네가, 아주 정확하게 파악했다. 젊은 우파라면 적어도 이런 수준에서 시작해야 해(...) " (p268~269)
앞서도 이런 류의 내용들이 있었지만, 여기에 제시된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작가는 인터뷰 기사에서 이 소설은 대학 신입생들이 읽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런 글을 19살 청소년들이 읽는다. 그리고, 그 청소년들 의 '이틀'을  "빙하시대를 불태울 열정으로 이 짧은 청춘을 살아라"라고 이야기 한다는 것인가?

'은'의 작은 아버지는 대학 교수이다. 그리고 '은'은 명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신입생이다. 장차 중고등학생을 가르칠 예비 교사의 사고방식이 이렇다면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앞날이 걱정된다. 아니면 '은'이 소설가나 시인이 된다고 해도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걱정이 되는 것이다. 문장의 단어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떨거지''볼펜의 똥 찌꺼기''적자생존의 단맛''문명의 애물단지''빨리 사라져야 한다''일당'....

이것이 '우파 성장소설'(?) 

이런 선입견이 있었기에 그의 새로운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읽었던 책을 작가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그리고 내가 아직 읽지 못한 책 들에 대한 정보와 함께 작가의 생각을 엿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후에 책 속의 책내용에 의해서 내가 읽고 싶은 책의 목록에 몇 편이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은 장정일 작가가 1994년에 처음 독서일기를 출간한 후에 8 번째로 쓴 독서일기이다. 그는 원래 60 세까지 20 여권이 넘는 독서일기를 펴낼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종이책에 대한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서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은 인터넷판 독서일기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한다.

작가가 말하는 책읽기

어떤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왜 이 책을 읽는지 에 대한 세 개 이상의 이유를 먼저 떠올려 보기를 권합니다. (p15)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책들 중에서 버릴 책이 아닌 책을 선택하여 읽는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나의 책읽기는 오랜 습관이기는 하지만, 읽으려고 집어든 책을 보면서 "과연, 이 책을 내 자식에게 읽으라고 추천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많았던 것이다. 이런 현상은 소설 장르의 문학작품에서 많이 느꼈던 것이다. 창작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파렴치한 묘사들과 글의 구성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있었기에...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더 선호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가 꼭 마음의 양식이 될 수만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구성은 4부로 되어 있다.
1부는 읽기의 방식이 삶의 방식이다는 주제로 다양한 책이야기가 펼쳐진다. 독서에 대한 새로운 의미와 시각을 생각해 보게 한다. 그런데, 1부에 나오는 책들은 한 권도 읽은 책이 없다는 것이다.  
2부에는 내가 읽었던 책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잠들면 안돼. 거기 뱀이 있어', '사막의 꽃' '신도 버린 사람들', '더 리더' '재스퍼존스가 문제다' 등

제목만 보고서는 가치를 알 수 없는 책이 있다. (...) 역시 책은 읽어봐야 안다. (p77)

그런데, 여기에서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더 리더'가 장정일 작가의 레이더에 걸렸다. 어떤 의미에서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들을 거침없이 이야기하기에 많은 공감이 간다.

사람은 다 '좋다'고 하는데, 나는 아니다. (...) 모두들 좋다는데, 나는 '아니다' . 언제부터인가 이런 불일치에 대해 나는 '입다물기'로 했다. 혼자 배배꼬인 인간이 되기 싫어서다. (...) 열다섯 살 짜리 남자 중학생과 서른 여섯 살 전차 여차장 (p98~100)
그렇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이 책을 어떤 관점에서 읽어야 할 지 많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평이 좋다고 하니까 그러러니 했을 수도 있다.

'더리더'를 '러브스토리'로 읽는 것은 가장 편안한 독법이다. 하지만 '어떤 텍스트'를 가장 잘 읽는 방법은, 가장 높은 차원에서 읽는 것이다.'라는 말에 따르면, 두 사람의 연애사보다는 작가의 '홀로 코스트'에 대한 관점이 '더 리더'를 해석하는데 더 높은 차원이 된다. (p100)





 

그러니까 독서는 같은 책을 어떤 계층이 읽느냐에 따라서. 그리고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양서가 될 수도 있고, 악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 청소년에게 이 책이 가져다 줄 여파도 생각을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장정일 작가의 독서는 참으로 다양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것이다. 역사, 정치, 문화, 철학, 사회... 다양한 분야의 서적을 읽으면서도 그에 대한 시각을 상당히 강하게 이야기한다.  싫은 것은 싫고, 좋은 것은 좋은.... 좋게 말하면 주관이 뚜렷하고, 나쁘게 말하면 고집스러운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관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싶다.

박정희, MB, 그리고 노벨문학상, 황석영 등에 대한 생각은 상당히 부정적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얇팍한 글솜씨(?, 내 표현이다. 작가는 다른 표현을 썼지만)로 대중들의 인기를 차지하는 여류 작가들의 작품을 '찌라시'책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자신의 생각을 내뺕는다.

여기에 운이 나쁘게 걸려든 작품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이다.

물론, 나 역시 이 작품이 그렇게 돌풍을 일으킬 정도로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나는 출간되자마자 읽었는데, 그 이후에 너무도 날개돋친듯이 팔려나가는 데 의아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요즘 약간의 이슈가 되었던 권비영의 '덕혜옹주'에 대한 이야기도 수긍이 간다.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 너무 이상했으니까.

나는 일본인이 쓴 '덕혜옹주'를 먼저 읽었는데, 그이후에 권비영의 '덕혜옹주'를 읽으면서 너무도 같은 내용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으니까.

( 권비영의 '덕혜옹주' 리뷰 : http://blog.yes24.com/document/2205964 )

다시 '엄마를 부탁해'로 돌아와서.

장정일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는 당연한 분석이고, 나 역시 그런 부분들을 책을 읽으면서 많이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 '시오노 나나미'에 대한 작가의 평가는?
시오노 나나미의 책은 '로마인 이야기' 전집을 비롯하여 '르네상스의 여인들' '나의 마키아 벨리' 등 거의 대부분의 책을 읽었는데, 아직도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남자들에게'라는 작품이 있었다. 시오노나나미도 평론가들의 도마위에 많이 오르내린 작가이지만, 나는 그의 열정은 높이 산다. 일본 여성으로서, 이탈리아의 이야기를 그리도 많이 작품속에 담았다는 점에서.

혼자 힘으로 성공하는 여자가 다 그렇듯이, 시오노 나나미가 페미니스트가 아닌 건 분명하고, 그녀에게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는 '머리가 좋고 나쁘고' 이다. (...) 머리가 좋은게 IQ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그나마 위안이 되지만, (...) 특정한 주의 주장에 파묻히지 않은 채 유연하고 예리한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범주에 들기는 또 얼마나 쉽지 않은 노릇인가? (P210~211)

또 특이한 책은 '오페라의 유령'의 작가 '가스통 르루'의 '러일 전쟁'과 '제물포의 영웅들' 그리고 '잭 런던'의 '조선 사람 엿보기'이다. 그러나, 이  작품들에는 조선의 역사, 조선이 처한 지정학적 역할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인 이유는 작가는 도서관을 즐겨 애용하는데, 빌린 책의 내용이 좋아서 두고 두고 읽을 수 있는 가치가 있다면, 그 책을 구입하고, 자신이 읽은 책 중에서 '쓰레기책'일 경우에는 버리는데, 외출할 때에 가지고 나가서 공중전화 부스에 놓고 온다고 한다.

세상에 책은 많이 출간되지만, 두고 두고 읽고 또 읽고 싶은 책이 얼마나 될까?

이 책은 독서일기이지만, 이 책에서 소개되는 책들은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책들인 것이다. 책의 내용들도 가볍지 않고 묵직한 내용들을 담고 있는 책들이 대다수이다. 이런 책들을 같은 주제별로, 제목별로도 엮어서 독서일기를 써내려간 것이다.

장정일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도, 소설을 통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내뺃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화하거나, 은유적인 표현을 쓰기보다는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가 쓴 다른 독서일기에는 어떤 내용의 책들이 소개될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구월의 이틀'을 읽었을 때보다는 다소 누그러진 의미로 작가의 글들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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