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맛있는 파리 - 프렌치 셰프 진경수와 함께하는 파리 미식 기행
진경수 지음 / 북하우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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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맛있는 파리>의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 파리에서 제대로 된 프랑스 요리를 먹지 않았다면, 파리의 반쪽만 경험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정작 프랑스의 중심 파리에서 프랑스 요리를 제대로 즐기고 오는 사람은 드물다." ( 책 속의 글 중에서) 라는 말을 한다.

 

 

그렇다. 우리에게 파리를 여행한다는 것이 쉽게 할 수 있는 여행도 아니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서유럽을 여행하는 길에 며칠 들리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어떻게 가는 도시마다 그 도시의 요리를 먹어 볼 수 있겠는가.

특히 물가가 비싼 파리에서 한 끼 식사를 위해서 유명한 레스토랑을 찾는다는 것도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여행자에게는 생각하기 힘든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여행은 볼거리, 먹거리, 쇼핑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나에게 여행은 볼거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책에서만 보던 관광지를 찾아 다니는것, 그 중에서도 박물관과 미술관를 찾는 일이 가장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나에게 있어서의 프랑스는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다는 몽마르뜨 언덕의 예술가들의 모습과 뤽상부르공원의 이른 아침의 산책이 가장 좋았던 것이다.

 

( 사진 : 파리에서)

 

( 사진: 니스에서)

 

그리고, 니스 해변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뒤로 하고 갔던 모나코가 파리보다 더 인상적이었다. 물론, 모나코는 프랑스가 아닌 아주 작은 국가이다. 그곳은 예전 은막의 스타 그레이스 켈리가 왕비로 있었던 나라이기도 하다. 모나코 왕자인 레니에의 눈에 들어 결혼을 하게 되는 신데렐라였지만, 행복이 아닌 불행한 생활을 하였던 그녀는 비오는 어느날, 몬테카를로로 가는 굽이굽이 올라가는 비탈진 길에서 교통사고로 생을 마치게 된다. 물론, 이 교통사고에 대한 석연치 않은 이야기들도 있지만, 루머인지 진실인지는 모르겠다.

 

    

( 사진출처 : Daum 검색 : 그레이스 켈리)

 

( 사진 : 모나코에서 - 그레이스 켈리가 결혼식을 올린 곳이자, 장례식을 했던 곳, 지하에는 그레이스 켈리의묘가 있는 성당)

 

이런 여행길에 먹게 되는 한 끼의 식사. 럭셔리하게 먹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토록 맛있는 파리>는 나처럼 초보 파리 여행자가 아닌 두 번째 파리에 가는 여행자라면 맛볼 수 있는 그런 요리들을 소개한다.

" 두 번째로 떠나는 파리에서 정통 프랑스 요리의 황홀한 맛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 여행자에게 " (책 속의 글 중에서)라는 글을 책에 담은 것을 보면, 역시 파리에 처음 가는 여행자에게는 맛보다는 더 많은 볼거리가 있기에 이런 여유로움을 갖기는 힘들지 않을까 한다.

저자에게 파리, 파리 요리는 ' 기회는 우연히, 뜻하지 않은 곳에서 찾아 오는 것'( 책 속의 글 중에서)이라는 글처럼 그렇게 찾아 왔다.

그는 미국 호텔 매지니먼트 과정을 마치고 호텔에 입사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아메리칸 스타일의 프랑스 요리를 하는 스승을 만나게 되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파리 레스토랑에 취직을 하고, 그것이 기회가 되어 프랑스 요리 학교인 '코르동 블루 파리' 에 들어가게 되었으며, 그곳을 수석으로 졸업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은 서래마을에서 라 싸브어 (La Saveur)라는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그에게 파리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미각적인 즐거움으로 기억되는 곳" , " 수천가지 맛의 도시" (프롤로그 중에서) 인 것이다.

이 책은 1부: 떠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프랑스 요리에 대한 필수 정보와 가벼운 지식.

2부: 파리에서 가볼 만한 식당 소개.

3부" 집에서 만들어 보는 프랑스 요리들 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식당을 분류할 수 있듯이 파리에서도 그 수준에 따라서 음식을 파는 곳을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레스토랑들은 상제리제나 에펠탑근처의 관광객이 많이 모여드는 곳의 음식점처럼 각국 언어로 요리설명이 되어 있거나, 요리 그림이 씌여진 메뉴판이 있는 곳이 아니기에 메뉴판을 읽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검색할 수 있어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파리에서의 레스토랑을 찾았을 때에 그들과 우리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테이블 에티켓, 계산 방법 등도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그러나 여행자에게 테이블 에티켓이란 기본적인 '예의'만을 지키면 무난하다고 한다.

파리의 요리를 알기 위해서는 치즈, 와인, 바게트 등을 먼저 알아야 한다.

 

 

 

빵의 경우에도 바게트, 크루아상, 팽 오 쇼콜라는 불랑주리에서, 디저트 위주의 빵, 마카롱, 타르트는 파티스리에서 사야하는 것이다.

 

 

 

프랑스 요리의 코스에 대한 이야기도 참고로 알아 두면 좋은 상식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패스트푸드하면 햄버거, 햄버거하면 맥도날드인데, 프랑스에서는 퀵 이란 브랜드의 햄버거가 있다. 이정도야 가볍게 사 먹을 수 있지만...

 

 

책의 2부에서 소개되는 <파리지앵이 찾는 파리의 진짜 맛집들>에서는 맛집들과 함께 그 곳에서 맛 볼 수 있는 요리들이 소개된다.

 

 

 

 

 

서울의 맛집도 찾아 다니기 힘든 나에겐 역시 파리의 맛집은 '그림의 떡'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러면 어떻겠는가?

 

 

 

군침도는 음식들을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해야지~~

 

 

 

<집에서 만들어 보는 프랑스 요리>도 과연 만들어 볼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레시피까지 담겨 있으니, 가장 쉬운 '니스식 샐러드'를 해볼까 했더니, '앤초비 5필레'가 들어간다.

앤초비? 듣기는 들어 봤는데.... 이 무지함.

곧장 검색으로 들어가니, 앤초비는 지중해산 멸치, 또느 멸치젓 같은 것으로, 식욕촉진제로 사용되는 작은 생선, 몸은 길고 원통형이며 등은 암청색이고 배는 은백색을 띠는 물고기.

한 마디로 이런 생선 뼈 없는 조각 5 개를 넣으라는 말씀....

거기에 블랙 올리브 5개도 들어간다.

귀찮다. 아니, 식재료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고, 그냥 해 먹던대로 내 방식의 샐러드로 만족해야 겠다.

샐러드야 있는 야채, 과일 먹으면 그만이지....

또 하나의 요리가 눈에 들어온다. '마르세유식 오징어 샐러드'.

우리의 오징어 순대를 너무도 많이 닮은 요리. 그런데, 샐러드?

 

 

마르세유는 프랑스 남부도시이니까 지중해성 기후로 토마토가 많이 나온다. 그래서 토마토, 당근, 대파, 셀러리, 마늘을 잘게 다져서 올리브 오일에 볶고 이 재료들은 손질한 오징어에 채워서 오븐에 익히고, 거기에 드레싱을 뿌리는 요리이다.

비교적 간단하지만 손이 많이 가는 요리이다. 특히 프랑스를 비롯한 지중해성 기후에서 많이 나는 올리브를 이용한 올리브 오일이 프랑스 요리에 많이 사용된다.

내가 맛있는 파리를 언제 만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토록 맛있는 파리>를 통해서 프랑스 요리에 대한 정보와 지식, 그리고 파리의 맛집들, 언제 만들어 볼 것인지 알 수 없는 집에서 만들어 볼 수 있는 프랑스 요리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사실 '그림의 떡'같은 책이지만, 읽으면서, 보면서 눈이 즐겁기는 한 책이다.
입이 즐거워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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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침 一針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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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침>의 저자인 정민은 어린이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MBC TV의 <느낌표>를 통해서 선정되었던 <정민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정민 ㅣ 보림 ㅣ2002>를 통해서 어린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대중들이 쉽게 한시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기 때문이다.

한시를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풍경, 시가 쓰여지게 된 배경, 시를 쓴 사람에 대한 이야기 등을 아버지같은 선생님의 모습으로 옆에 앉아서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책이어서 많은 독자들이 한시는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님을 알게 해 주었었다.

그후에 읽게 된 책은 <미쳐야 미친다/ 정민 ㅣ 푸른역사 ㅣ 2004> 였는데, 책제목의 뜻이기도 한, ' 불광불급( 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것을 역사 속의 인물들을 통해서 풀어나가는 내용으로 재미있게 읽었었다.

두 권의 책으로 친근감을 느끼게 된 저자인 정민의 새로운 책인 <일침>도 그래서 관심이 가는 책인 것이다.

 

 

이번에는 어떤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유익함을 선사할까?

<일침>에 실린 글들은 그동안 저자가 아껴 만지고 다듬었던 글들이며, 글을 쓸 때는 구분이 없이 썼지만, 책을 엮는 과정에서 4부로 나누게 되었다.

1부: 마음의 표정

2부: 공부의 칼끝

3부: 진창의 탄식

4부: 통치의 묘방

 

 

이렇게 4부로 나누어지고 그 속에 담긴 글제목은 사자성어로 씌여져 있다. 사자성어라고 하니까 벌써부터 겁먹고 달아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렇게 쉬운 사자성어가 나와도 버벅거리면서 말도 안 되는 사자성어를 이야기하는 예능인들을 보면서 도대체 우리의 지식 수준이 이정도 밖에 안될까 하는 생각을 하곤했기에, 사자성어가 사자처럼 무서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비하면 초등학생, 중고등학생들이 한문을 공부하다 보니, 무식한 어른들보다 훨씬 사자성어를 잘 알고 있기도 하다.

책의 목차를 보는 순간, 나 역시 아찔하다. 듣도 보도 못한 사자성어가 줄줄이 빼곡하게 목차를 메우고 있다.

 

 

그러나, 글제목에 따라 사자성어를 한자로 써 놓고, 뜻 풀이를 해 놓았으니, 그것만으로도 사자성어가 가진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이런 사자성어가 어디에서 유래되었는가, 사자성어가 쓰여 있는 책이나 그 말을 사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는 것이다.

사자성어. 단 4 글자에 담긴 뜻은 그리도 넓고, 그리도 깊은 것이다.

한 제목, 한 제목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그 속에 담긴 심오한 뜻을 마음에 새기게 되는 것이다.

 

 

지지지지 (知止止止)

발음만으로는 노래 가사처럼 느껴지는 이 사자성어의 뜻은 '그칠 데를 알아서 그쳐야 할 때 그쳐라'

그침을 아는 지지(知止)도 중요하지만, 이를 즉각 실행에 옮기는 지지(止止)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니, 분간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한다.

있어야 할 자리, 나만의 자리는 어디인가? 지금 선 자리가 내자리인가?

이런 생각으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 사자성어이다.

이명비한(耳鳴鼻澣) 귀울림과 코골기, 어느 것이 문제일까? 귀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은 남은 듣지 못하고 나만이 들을 수 있은 것이고, 코골기는 남은 듣지만 자신은 듣지 못하는 소리이다.

내게 있는 것을 남들이 알아 주지 않거나, 남들은 다 아는데, 저만 모르는 것에 빗대어 하는 말로, 이 말이 뜻하는 것은 "좋은 글을 쓰고, 본이 되는 삶을 살려면 어찌해야 하나? 제 이명에 현혹되지 않고, 내 코고는 습관을 인정하면 된다. " (p. 71)

찬승달초(讚勝撻楚 ) 칭찬이 매질보다 훨씬 더 낫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지 않은가? 사자성어로 이에 해당하는 말인데, 부모의 칭찬, 신뢰, 그리고 환한 낯빛은 아이를 춤추게 (?) 하는 것이다.


 


우작경탄(牛嚼鯨呑 ) 소가 되새김질 하고, 고래가 한입에 삼키듯이

이 사자성어는 비교해야할 많은 것들에 쓰일 수 있는데, 독서에 대해서 생각한다면 정독과 다독에 대한 비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소가 되새김질하듯 책을 음미하며 천천히 읽을 것인가? 아니면 고래가 한 입에 삼키듯이 많은 책을 읽을 것인가?

답은 책에는 다독할 것도 있고, 정독할 것도 있다는 것이다.

 

 

<일침>은 정독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자화자찬(自畵自讚) 제 입으로 하는 칭찬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사자성어이지만,

" 예전에 자화자찬은 지금처럼 단순히 제 자랑의 의미로만 쓰는 말은 아니었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와 긍지를 담았다. 살아 있는 정신의 표정이 있었다. " (p. 265)

이렇게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자성어마저 그 속에 담긴 뜻을 미처 몰랐거나 잘못 알고 있었던 것들도 있는 것이다.

 

 

 

요즘의 세태는 팍팍하다.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져서 싸우기 일쑤이다. 내 생각과 다르면 틀린 것으로 간주해 버린다.

나 이외에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 이기주의로 변해가고 있다.

"현실이 답답하면 옛 글에 비추어 오늘을 읽었다"라고 말한다." (p.4 , 서언 중에서)

 

 

 

저자는 인문학자로서 그동안 한문학을 통해서 얻은 지식들로 생각의 폭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넓은 줄 모르고 벌어지기만 하는 사회갈등, 그 갈등 속에서 잃어버려 가고 있는 것들을 찾기 위해서 책 속의 글인 100개의 글로 우리 사회에, 우리들에게 일침을 놓고 있는 것이다.

날카로운 일침을 놓고 있는 것이다.

그 일침은 차고술금 (借古述今), 즉 옛 것을 빌어 지금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책장 속에 꽂아 놓을 책이 아니다.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꺼내서 읽고, 또 꽂아 놓고, 또 생각나면 다시 꺼내서 읽어야 할 그런 책이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에 함께 해야 할 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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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 -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며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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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

많은 사람들은 '김제동'이라는 이름보다는 '제동이'라는 이름만을 부르기를 좋아한다.

그만큼 김제동은 사람들과 격의없이 소통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연예인들이 제 멋에 잘 났다고 공주처럼, 왕자처럼 포장되어 있는 이 시대에 경상도 사투리가 섞여서 금방 알아 듣기 힘든 말투와 당당하고 자신만만하기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위축된 듯한 모습이 김제동에게서 느껴지는 이미지이다.

멋진 외모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말솜씨로 마음을 사로 잡는 것은 아니지만, 김제동은 그만의 철학을 가지고, 어눌한 듯한 말투로 한 마디 내뿜는 그 말이 사람들의 가슴에 와닿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TV 프로그램 중에 <힐링캠프>라는 프로가 있다. 박근혜 편과 문재인 편만을 시청했는데, 거기에서도 김제동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3인 MC 체제로 진행되는데, 거기에서 그가 보여주는 역할은 이경규나 한혜진보다 작게만(?) 느껴졌다.

2번의 시청으로 김제동의 역할을 말한다는 것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내가 김제동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사회를 보는 모습에서였다.

자신의 편안함을 먼저 생각했다면 그곳에 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노제의 진행과정에서 가신 분에 대한 예의를 지켜드리면서,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가신 분의 마음을 담아 주고 있었다.

아마도 그때까지 김제동은 어떤 정치 색깔도 가지지 않은 순수한 마음에서 노제의 사회를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로 김제동의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 사회를 보기도 했으니까.

단지 그는 사회자의 역할만을 충실하게 해 내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당이고, 야당이고를 떠나서.... 좌파, 우파를 떠나서....
그후의 김제동의 말이 재미있다. 자신은 " 좌파도 우파도 아닌 기분파"라는....
그렇지만, 지금은 그동안 그에게 일어났던 사건들로 인하여 확실한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음을 그 누구나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김제동은 2010년 2월부터 경향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김제동의 똑똑똑>의 내용을 바탕으로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ㅣ 위즈덤 경향 ㅣ 2011>라는 책을 세상에 내 놓았다.

그 책 속에는 김제동이 만난 사람 25명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우리들이 한 번쯤은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 그들은 김제동과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누나와 동생처럼, 형과 동생처럼, 아저씨와 조카처럼 스스럼없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누는 것이다.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에서 이미 그 후편을 예고했듯이, 이번에 그는 또 다시 <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를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된 것이다.

 

 

 

 

첫 인터뷰이는 한홍구교수와 서해성 작가이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제동이도 '먹물들'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데, 한홍구 교수는 명문가에서 나고 자란 대표적인 역사학자이며, 서해성 작가는 지주 집안 출신이지만 대한민국 운동권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 인물이다.

이 인터뷰는 두 사람이 함께 인터뷰이가 되는데, 전세가 역전된 것처럼 누가 인터뷰어고, 누가 인터뷰이인지 김제동은 질문보다는 답변을 하기 바쁘다.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제동이의 '먹물들'에 대한 편견은 다소 사라진다.

" 진실이 진실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그 때문에 (나의) 작은 쇼를 통해서나마 대중은 진실을 확인하고 위하받기를 원했을 것이다. " (p. 22)

 

독재정권하에서 자기 목소리를 낸 용기있는 사람인 백낙청은 말한다. 좌빨, 빨갱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그동안 독재정권 시대부터 국민들에게 가장 무섭게 다가오는 것이 빨갱이로 몰려서 재판다운 재판도 받지 못하고 죽은 영혼들이 얼마나 많을까....

 

국민가수이면서 자신의 이름 앞에 그런 수식어가 붙는 것을 싫어한다는 조용필.

그에게 음악을 하건 자신의 운명이자, 자신의 길이었다니 한다.

 

" 음악은 역사죠. 그래서 음악을 통해 그 시대를 생각하는 것이고요. <단발머리>를 부르면 관객들은 이 노래를 들었던 그 나이로 여행을 떠나죠, 그래서 '메시지'보다는 '공감'이 어울려요." (p. 44)

맞는 말이다. 내가 <단발머리>를 들었던 때와 또 다른 사람이 <단발머리>를 들었던 때는 엄청난 세월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으니, 그 음악에 대한 느낌이 같아도 내가 추억하는 시기와 또 다른 사람이 기억하는 시기는 다를 수 밖에... 그러나, 같은 시대에 그 음악을 들었다면 나와 또 다른 사람이 기억하는 것들은 같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안철수는 컴퓨터 바이러스만을 떠오르게 하던 사람인데, 어느날 갑자기 그의 행보는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다.

 

 

 

 

안철수가 생각하는 가치는 그가 죽은 후에도 삶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란다. 자신으로 인하여 사람들의 생각이 좋은 쪽으로 바뀌거나 그가 쓴 책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그는 희망하는 것이다.

 

<도가니>의 공지영 작가. 그녀는 이제 <도가니>의 작가로 불려진다.

 

 

 

 

내가 <도가니>를 읽으면서 치밀었던 그 분노....

그 이야기는 작가가 분명 사실을 바탕으로 썼다고 이야기했건만, 소설이 출간될 당시에는 그리 큰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았었다.

신문 기사를 보고 추적하기 시작한 그 사건. 치밀하게 작가가 파헤쳐 놓은 사건.

그러나, 그 사건을 묻혀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재정상황이 나빠서 상영이 연기되어서 겨우 영화관에 내걸리게 된 영화 <도가니>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게 되었던 것이다.

나도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생각들. 분명 이 사건은 어디에선가 들었고, 그런 사건들이 존재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그런 사건이었는데...

공지영 작가의 말처럼,

"모르던 게 아니라, 외면하고 있던 것. (...) 당장 분노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요.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 이제 너희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들에게는 엄청난 위협이 되는 겁니다. " (p. 150)

남부러울 것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서 좋은 교육을 받다가 어느날 운동권에 발을 들여 놓고... 그동안 많은 작품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던 공지영 작가를 요즘에는 작품으로 만나 보기가 어렵다.

힘없는 사람들이 있는 곳, 부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에 공지영 작가는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김제동의 이상형은 송윤아인데, 그의 이상형이 손예진으로 바뀌는 것일까?

손예진 앞에서 김제동은 '이상형은 바뀌는 것'이라고 넉살을 떤다.

 

 

 

 

 

 

그래도 제동이의 이상형은 여전히 송윤아가 아닐까.

 

영화 속에서 선 굵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하정우.

그의 책 <하정우, 느낌이 있다 / 하정우 ㅣ 문학동네 ㅣ 2011>을 통해 그의 연기 열정과 그런 연기를 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이 책 속에서 만나니 더욱 반갑게 느껴지는 하정우.

나는 그의 연기보다는 그림에 더 관심이 간다. 2번의 전시회가 있었지만, 그 기회를 놓쳐기에 다음 번 전시회를 기대하고 있기도 한데, 아무래도 하정우에게는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이 궁금한 내용일 것이다.

" 영화의 성공은 물리적 기준으로만 말할 수는 없어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인생철학 둘 다 연결돼서 최종결과로 나타나는 거라고 봐요. 영화도 사랑같아요." ( 책 속의 글 중에서)

 

 

 

 

이렇게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와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인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에서는 두 명의 인터뷰이를 함께 인터뷰하기도 하고, 법륜스님같은 종교인, 그리고 아르바이트 대학생 2명의 인터뷰 내용도 소개된다.

 

 

 

 

 

 

그리고 김제동을 경향신문 기자 신동호가 인터뷰한 기사와 오광수 기자의 <이 시대의 보통명사 김제동을 말한다>는 글도 함께 소개된다.

 

 

 

 

" 그 누군가가 나로 인해 웃을 수 있고, 잠시 행복할 수 있다는 건 큰 기쁨이다. 그럴 때마다 이 일을 정말 잘 시작했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든다. 나 하나 망가뜨려서 여러분들이 웃을 수 있다면.... 그래, 이건 내 운명이다. " (p. 76)

 

 

 

 

 

 

 

김제동을 말할 때에 '촌철살인의 웃음 철학', '김제동 어록'

이런 말들을 많이 하지만, 나는 김제동의 웃음이 그렇게 큰 웃음을 준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내가 느끼는 김제동의 매력은 그런 것보다는 겸손함과 진솔함, 그리고 소신있는 행동이라고 생각된다.

교만하기는 커녕 너무 겸손하고, 나서기 보다는 뒤에 물러서 있는 그의 모습이 김제동의 진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물러서 있다가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소신있게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의 인세는 고스란히 사회에 기부를 했지만,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의 인세는 결혼자금으로 쓰겠다는 김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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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설헌 -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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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난설헌>을 읽으면서 이 책을 쓴 최문희 작가가 궁금했다. 그래서 몇 번의 검색에 걸쳐서 너무도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사의 내용은 <76세 작가의 집념으로 되살아난 허난설헌의 영혼’> 이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놀라울 일이었다. 앞서 최문희 작가와 동행으로 강릉의 난설헌 유적지를 찾는 기사를 읽었기에 작가의 모습으로 연세가 많으시다는 것은 알았지만, <난설헌>이 76세에 쓴 소설이라는 것이 흥미롭기도 했다.

그리고, 작가의 말에 " 내 한문 실력의 한계를 벗어나는 부분은 남편 오 교수가 보완해 주었고,(...)" 라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내용의 '오 교수'가 나의 스승님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작가 소개글의 "서울대 지리교육과 졸업"이란 글을 읽으면서도 지리교육과와 소설가라는 좀 특별한 경력이 눈에 들어 오기도 했는데, 작가의 부군이신 오홍석 교수님은 나의 대학시절에 내가 다니던 대학교에 강의를 오시던 교수님이셨다.

제주도가 고향이셨기에 제주도 답사때에는 함께 답사를 가시기도 했던 분.

학생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시던 분이기에 교수님의 사랑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는데, 두 분은 캠퍼스 커플이었고, 그당시에 최문희 작가는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계셨다.

우리들이 보기에도 두 분은 자타가 공인하는 잉꼬 부부셨는데....

존경하는 스승님의 아내가 썼다는 <난설헌>.

그 사실만으로도 애착이 가는 소설이고, 내 책장 속에 고이 간직하고 싶은 한 권의 책이 되고야 말았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지하철 속에서였다. 1시간이 넘게 지하철을 타야 했기에 가볍게 읽을 책을 골라 외출을 하게 되었고, 지하철 속에서 펼쳐든 <난설헌>은 첫 장인 '녹의홍상'에서 초희의 혼례를 앞둔 함받는 날의 이야기로부터 시작이 되었다.

문체의 화려함과 조선 중기의 전통 혼례 의식까지,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사건까지, 아주 섬세하면서도 애련하고 아름답게 그려진다.

초희의 함들어 오는 날의 불길한 날씨, 조청단지에 빠진 쥐, 함 속에 곱게 들어 있던 녹의홍삼이 가닥 가닥 찢어 발겨져 나무에 걸리는 이야기가 그미의 삶이 평탄하지 못함을 소설의 초반부에서 부터 암시를 한다.

8살에 지었다는 '광한전백옥루상량문'은 어찌 그미(문학작품에서 쓰는 그녀의 뜻)를 조선 최고의 문인이라고 아니 할 수 있겠는가.

신경숙 작가가 <리진>을 쓸 당시에도 리진에 대한 자료가 단 몇 줄이었듯이, <난설헌>역시 작가가 많은 고증자료를 찾아 보았지만, 그미에 대한 자료는 단 몇 줄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그미가 남긴 213수의 시(詩)들.

작가는 난설헌의 두 측면을 글로 담아내고 싶었던 것이다. 시인으로서의 난설헌과 한 여인으로서의 난설헌. 이 두 측면을 직조짜듯이 두 가닥으로 엮어 나가야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200자 원고지 2400매를 채웠던 소설은 원고지 1400매로 줄여야 했기에 작가는 난설헌의 여인으로서의 측면을 더 부각시키게 된 것이다.

유교 사상이 바탕에 깔린 조선의 여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꽤나 힘겨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마음 속에 항상 용솟음치는 감정들을 시로 뿜어 낼 수 있는 난설헌이었다면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미의 집안은 조선시대의 사대부의 집과는 다른 분위기였기에 항상 서책과 지필묵을 곁에 두는 아녀자를 이해할 수 있는 집안이었지만, 그미가 시집을 가게된 안동김씨 김성립의 집안은 그런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집안이니, 그미의 천재적 재능은 오히려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자식의 앞날을 가로 막는 장애물로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서슬 푸른 네 치맛자락이 남정네 앞 길을 막는구나" (p. 248)

" 요물이로다, 내 지에 운기가 쇠락해, 저런 것이 들어 왔지, 계집의 기가 하늘에 뻗쳤으니 어찌 한 지붕 아래 사는 남정네의 앞 길이 창창 열리기를 바란단 말인가." (p.249)

 

 

거기에 남편의 무능력함과 외도는 조선의 가부장제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묵인되고, 그 속에서 그미는 더 큰 고통의 나날을 보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남편인 김정립과는 더불어 나눌 화두도, 시를 읊으며 소통할 수 있는 그 무엇도, 삶의 목표도...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소설 속에는 최순치라는 첫사랑의 인물이 등장한다. 물론, 소설이기에 그 부분은 허구의 세계이겠지만, 아주 아름답게 표현된다.

살포시 건네주는 부용화관, 먼 발치에서만 그리워하는 마음.

시댁에서 내쳐져서 임영에 내려가 있을 때에 짧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던 이야기로.

그리고, 그미가 죽는 그날까지 멀리에서 서성이는 최순치의 가슴앓이로.

애틋하지만, 이루어질 수는 없는 그와 그미의 아름다운 사랑.

마음 속에만 품고 살아야 하는 사랑으로.

" 김성립과 정혼한 여인이 분명하거늘, 어쩌자고 마음에 물이랑을 잠 재우지 못하는가. 아니라고 뿌리칠 수록, 안 된다고 억제할수록 입술에 깨물리는 그리움을 어쩌란 말인가." (p. 46)

 

 

그미에게 여자의 운명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늘의 벽이, 어둠의 벽이, 남편의 벽이, 법도의 벽이 그미를 향해 좁혀 들어오는 것 같은 것이었던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친정의 몰락, 그리고 딸과 아들을 먼저 앞세워 떠나 보내야 했던 아픔.

그것은 절절히 그미의 시로 쓰여질 수 밖에 없었고, 그 시를 바탕으로 작가는 난설헌의 일대기를 소설로 집필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금 강릉의 허난설헌 유적지가 있는 곳은 그미가 6살때까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이라고 한다. 푸른 바다, 솔바람, 성난 파도 소리, 희미한 모래톱에서 노니는 갈매기...

이런 것들이 어린 그미의 감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난설헌>은 영양 숙모가 그미의 시를 보고 말했듯이,

"이렇게 애절한 심정을 손누비질하듯 세세하게 풀어낼 줄 미처 몰랐습니다." (p.162) 라는 문장처럼 작가가 바로 난설헌의 일대기를 손누비질하듯 한 땀, 한 땀, 엮어 내고 있다.

손누비질처럼 그렇게 정교하게, 화려하게 엮어나가는 것이다.

소설 속의 이야기는 절절하게 아프지만, 그 이야기를 표현하는 문장들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 정갈하게 다듬어진 외모와 빛의 알갱이처럼 영롱한 영혼의 소유자, 세속에 때 묻지 않은 순수, 원망이나 미움, 화를 자시의 내부로 끌어당겨, 시라는 문자를 통해 여과시켰던 난설헌이야말로 아름다움의 표상이었다. (p. 375)

작가는 '아름다운 여인'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하는데, 그 바람이 난설헌에 꽂히게 된 것이다.

 

 

이 소설은 '제 1회 혼불 문학상' 수상작품이다.

최명희 작가가 17년의 세월을 대하소설 '혼불'을 쓰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했던 그 '혼불'.

이 작품을 쓰던 중에 최명희 작가는 병에 걸린 것을 알고, 수술과 투병을 하면서도 소설을 썼던 그런 작품이다.

나는 '혼불'을 이 책이 출간될 당시에 읽었는데, 그때는 동네마다 작은 봉고차에 책을 싣고 다니면서 책을 대여를 해주는 그런 풍경을 볼 수 있었던 때였다.

일주일에 한 번 동네에 오는 책 대여차에서 참 많은 책들을 빌려서 읽었었다. 오죽하면 책을 대여해 주는 아저씨는 신간서적이 들어오면 먼저 빌려주곤 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래 저래 지나간 세월의 기억들이 이렇게 스쳐간다.

최문희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남편인 오홍석 교수의 고향인 제주도에 갔다가 떠오른 생각을 구상하여 쓴 <율리시즈의 초상>도 관심이 가는 작품이다.

그리고 작가는 지금도 작품을 집필중에 있다고 한다. 어떤 작품이 출간될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난설헌>을 덮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천재시인으로 조선 중기에 살았던 난설헌은 그미의 천재적인 재능이 그 시대를 살아가기에는 삶을 더 힘겹게 만들기도 했겠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도 역사 속에서 오롯이 기억될 수 있는 것은 그 천재적 재능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난설헌의 삶을 소설로나마 재조명할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아닐까 한다.

이 책은 역사소설이 아니기에 한 권의 장편소설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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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홍석 2014-09-04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세상은 넓은 것 같으면서도 좁네요. 최문희작가와 내가 부부관계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그리고 둘 사이의 연애사까지 어떻게 알아내었는지, 이것이야말로 추리소설의 소재가 될법도하네요. 굼금증을 불어오는 것은 '글을 올린 당사자'가 나와 사제간으로 인연을 맺은 것이 확실하더라도, 어느 대학에서인가? 에 관심이 쏠린답니다. 내가 강의를 해온 것은 서울대를 비롯하여 이화-고려-경희-성신-건국대 등인데 '제주도에 답사지역을 한정'시킬 경우, 경희대학에서 만남의기회가 이루어진 것으로 추측되네요.

배를 이용하여 수많은 학생들을 대동하고, 한라산횡단도로를 이용하여 백록담이 자리한 정상에 올라, 비바람부는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서 남녀학생간에 차별없이 소주한잔식을 마셨던 기억, 그리고 산방산앞의 화순항(자연항)에서 수영을 즐겼던 일들이 아름답게 머리에 떠오르네요. 하지만 이것은 '리더의 위치'에 있었던 나의 생각일 뿐, 학생들에게 비쳐진 '나의 교수상'에 환멸을 느끼지 않았는지, 이제와서 걱정이 앞선답니다. 모든 것을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자세로 수용하세요.

최근에야 메일을 뒤지다가 우연하게 이런 글귀를 발견했답니다. 너무나 섬세한 표현으로 작가의 의도를 제시하는 한편 '본문에 들어있는 내용'까지 어필하게 게재해놓은 것을 볼 때, 문학성향이 없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지요. 나는 아네의 작품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지리학자로서 본업에 알맞게 "문학지리: 문학적 터전과 지리학적 특성"이란 책을 내놓았지요. 참고하시고, 내가 궁금해하는 본인의 실체도 알리면서, 메일을 이용해서 소통하며 아름다운 과거추억을 회상해봅시다. 오홍석

라일락 2014-09-05 00:1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스승님께서 예상하신 대로, 저는 경희대에서 스승님의 수업을 들었던 서상연입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제주도 답사 때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계시는 것을 보면 아마도 저를 기억하시리라 믿습니다. 이런 공간을 통해서 인사를 드리게 된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제주도 답사를 갔을 때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하다가 나중에는 비바람이 몰아쳐서 한라산 정상을 못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었지요. 스승님께서는 그때 소주 한 잔 씩을 돌리셨다는 것까지도 기억하고 계시네요.

스승님께서는 제주도 답사시에 사모님과의 만남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대학 재학 중에 연구주제(?)를 제주도에 관한 것으로 정하셔서 제주도에 오시게 했다고 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사모님께서 교직에 계셨던 것도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언니 2, 동생 1명이 숙명여고 출신이예요. 그래서 잊지 않고 기억했습니다.
스승님과 최문희 작가님과의 관계는 사모님의 인터뷰 기사를 예스 24 블로그에서 읽었는데, 그때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라일락 2014-09-05 00:27   좋아요 0 | URL
최문희 작가님이 서울대 지리학과 출신이시고, 스승님의 성함이 어디엔가 나오기에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졸업후에 중학교에서 7년간 지리를 가르쳤고, 어느핸가 여름방학에 서울대학교에서 1급 정교사 연수가 있어서 그곳에서 스승님의 강의를 몇 시간 들었습니다. 그때는 쑥스러워서 인사도 드리지 못했습니다.
당시 연수에서 복학생이었던 이승용 동문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몇 년 전에 책을 읽던 중에 동기생인 김종규 동문이 쓴 글을 읽게 되었고, 그의 형과 형수가 쓴 글을 읽게 된 적이 있는데, 그 책에도 동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졸업을 하기 전에 군대를 가서 저 보다는 늦게 졸업을 했는데, 독일 유학을 갔다 와서 모교에서 교수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승님께서도 아마 잘 아실 겁니다. 그런데, 얼마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인터넷 기사를 봤습니다.
그 동문이 2013년에 쓴 블로그 글 중에는 ' 이제 6년만 있으면 정년 퇴임을 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요. 아마도 김종규 동문이 책에 관한 글을 많이 쓴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그 글을 읽게 되었구요.

오늘은 참 이상한 날이기도 해요. 생각하지도 못했던 스승님의 글을 읽게 되었고, 제가 처음 교단에서 가르쳤던 제자가 얼마전에 어떻게 제 전화번호를 알고 전화를 했는데, 오늘은 추석 잘 지내시라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참 세상은 아름다운 것 같아요. 오래 전에 잊혀졌던 것 같은 사람들도 소식을 전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거든요.

스승님이 남겨주신 글 고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생의 마지막 순간, 나는 학생이 되었다 - 북미 최고의 치유심리학자 기 코르노의 자전 스토리
기 코르노 지음, 김성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생의 마지막 순간은 그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지만, 그 순간을 알고 맞이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 순간을 전혀 짐작도 못 한채 맞이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의 아버지의 경우에는 3월의 어느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셔서 직장에서 심근경색증으로 돌아가셨으니, 아버지 자신과 가족들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던 것이다.

아침 식사 맛있게 하시고, 출근을 하셨으니...

어머니의 경우엔 평소에 기력이 없으셔서 한약을 드시던 중에 고열에 시달리시게 되고, 그것은 우리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종양이 있었기에, 병을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 온 것이고, 푸르른 5월에 투병을 시작하여 장맛비가 내리는 7월에 먼 길을 떠나신 것이다.

중환자실을 오르내리시며, 겪으셨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컸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마지막 가시기 전날, 병실에서 뵙고, 갑작스럽게 다시 중환자실로 내려가셨기에,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해 드릴 수도 없었다.

돌아가시던 새벽에 내가 꾼 꿈은 하얀 옷을 입고 병실을 나오시는 모습이었다.

난 그 꿈이 병실을 나오시는 꿈이었기에 길몽이라고 생각했지만, 부음을 듣고 깨달았다. 하얀 옷의 의미를.

여기에서 꿈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 책의 내용과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의 마지막 순간, 나는 학생이 되었다>의 저자인 '기 코르노'는 북미와 유럽 전역에서 최고의 치유심리학자로 명성이 있는 사람이다. 20여 년간 전 세계를 돌며 강연, 자기계발 워크숍을 이끌어 왔으며, TV프로그램도 맡고 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승승장구에 자만심에 빠져서,

" 난 바빠서 아플 시간도 없는 사람이야" 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날 그는 청천벽력의 말을 듣게 된다. 림프종 4기.

"감기가 아니라 암이라고 한다..."

그때 그는 암 4기가 어떤 정도인가를 알지 못했다. 암에는 5기, 6기로 있으려니 했다고 한다.

나중에 의사에게 그는 암 4기의 의미를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암의 마지막 단계가 4기임을 알았다면 그는 그 말에 질려서 죽었을 것이라는 회고담을 말한다.

자신의 죽음앞에서 명성있는 심리치료사는 일반인들과 달랐을까?

우리의 기대는 여지 없이 무너진다. 그도 정신분석가이기 이전에 나약한 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초기에 가졌던 저자의 마음이었고, 역시나 그는 투병과정에서 인생을 새롭게 배우는 학생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저자가 죽음 앞에서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사건, 만남, 생각, 치유훈련에 대한 생생한 체험의 내용을 그대로 책 속에 담아내고 있다.

2006년 여름부터 2009년 여름까지의 자신이 암을 이겨내는 이야기를 자서전 형식으로 써내려간다.

 

 

 

이미 그의 병은 주요 장기 3군데까지 퍼졌는데,

" 이 병에 대한 해결책은 의사가 아니라 내가 결정하는거야" (p. 35) 하는 생각에서 그 해결 방법을 정신분석학에 의존하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이미 그는 대장염으로 20년간 고생을 했는데, 10년전부터 대장염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치유 방법은 대체의학으로 다스렸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암에 걸리게 된 원인과 치유방법을 자신의 안에서 찾아 보는 것이다.

성장하면서 아버지와의 갈등에서 그 원인을 찾게 된다. 배우가 되고 싶었던 그를 학자의 길로 가도록 했으며, 그가 그토록 유명한 정신분석가로 강단에 서고 있지만, 아버지는 그것 마저도 학자가 되지 못한 것으로 생각하고 인정해 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 책의 3장부터는 기 코르노가 암을 이겨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질병의 심리적 측면의 고찰을 주로 다루고 있다.

같은 경험이라도 그 의미가 사람마다 다르기때문에 어떤 경험은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로 쌓이게 되고 그것이 질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질병의 심리학적 원인은 이런 감정들이 몸 속에 쌓이게 되고, 화가 되는 것은 간에 쌓이고, 슬픔이 되는 것은 폐에 쌓이고....

그는 병에 대한 주도권을 가져야 병의 의미가 모습을 드러내고 치유의 길이 생긴다고 말한다.

이쯤에서 너무도 추상적이고 정신적인 것에 암의 치유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암을 다스리기 위해서 시도했던 세포들과의 대화법, 수련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준다.

 

 

즐거움을 느끼는 심리상태가 우리 몸이 지닌 병을 치유하는 작용을 강화시키기도 하고, 치유 속도를 빠르게 한다는 것이다.

책 속에는 한의학이나 기에 관련된 내용도 몇 번 언급이 되는 것을 보니, 그런 것들에도 지식이 있는 것이다.

자기계발서에서 많이 인용되는 책인 신경정신학자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의 예를 들기도 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3년간 살았던 그가 '의미요법'이란 인본주의적 치료법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

바로 그 수용소에서 가장 잘 견뎌 낸 사람은,

"풍요로운 정신생활과 수행을 통해 공포를 초월하며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 (p. 215)는 것이다.

 

 

기 코르노의 경우에는 암을 물리치기 위한 화학치료 방법과 함께 자신이 스스로 병을 다스리는 심리요법을 함께 사용했던 것이다.

"뭘 어떻게 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던 그게 통했네요 ! 암이 크르노씨 장기들에서 사라졌어요. (...)" (p.253)

환자에게 이보다 더 희망적인 말이 어디 있겠는가.

 

 

책의 뒷부분에는 그의 소올 메이트인 야나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그녀는 기 코르노보다 1년 일찍 암 진단을 받게 된다. 가슴에 두 개의 종양이 발견되어 수술과 화학요법을 받기를 권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거부하고, 심리치료만으로 투병을 하게 된다.

이 경우에도 저자는 병의 원인을 그녀의 성장 단계에서 찾아내게 되고, 그녀가 수술과 병원 치료를 거부하는 이유도 그녀의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찾아내게 된다.

병원치료를 거부했던 야나는 온 몸에 암이 전이되어 결국엔....

" 기쁨은 우리를 빛나게 해주고 슬픔은 우리를 어두워지게 만든다.

기쁨은 반짝반짝 빛은 내면서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고 삶의 의욕을 준다.

슬픔은 우리를 어둡고 무겁게 만들어 계속 살아갈 기운을 빼앗는다. " (p. 217)

이 책에서 흥미로운 것은 많은 정신분석 학자들이 꿈에 대한 해몽으로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알아 보는 것처럼, 기 코르노가 병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꾼 꿈들에 대한 해몽, 야나가 꾼 꿈, 그리고 야나가 투병을 하는 과정 과정의 변화가 있을 때마다 곁에서 함께 했던 기 코르노가 꾼 꿈에 대한 해몽이 치유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와 일치된다는 것이다.

질병이란 마음에서 온다는 것의 의미가 새삼스럽게 마음에 다가온다.

 

 

저자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오는 과정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것은 '초연함'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무얼 하고 있는가?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는가?

자신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매일 명상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의 대화를 해 보는 것이다.

명상이라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기 보다는,

요즘 같은 봄날에는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고 잠깐 생각을 가다듬거나, 파릇파릇 물오르는 나무들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거나, 아니면, 하얀 목련꽃을 보면서 기쁨을 느끼는 것처럼 순간의 휴식들을 즐기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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