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페스트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셰익스피어는 영국 중부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는데, 고향을 떠나 런던으로 오면서 배우 겸 극단 활동을 하게 된다. 그의 첫 작품은 1590년에 쓴 <헨리 6세>이며 국왕 극단의 전속 극작가로 활동을 하면서 약 20여 년 간에 걸쳐서 37편의 희곡과 시를 발표한다.

그중에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인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이고 그외에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한여름밤의 꿈>이다.

<템페스트>는 셰익스피어가 쓴 마지막 희곡이다. 그런 만큼 셰익스피어 만년의 세계관을 엿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런 고전을 읽을 때에는 누가 번역한 작품을 읽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그 속에 담긴 의도와 비유를 정확하게 번역하기가 그리 쉽지가 않다고 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담긴 시행대사는 약하고 강한, 다시 말해서 어세가 없는 음절과 어세가 있는 음절이 한 짝으로 된 다섯 개의 짝으로 되어 있어서 우리말오 옮기기가 불가능하다.

또한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은유, 인유 등의 각종 비유와 언어유희가 많이 쓰여 있는데, 언어유희는 양의어, 다의어, 동음이의어로 구성되어 있어서 번역의 어려움을 가져다 준다.

그런데 이 책은 셰익스피어 연구가인 이경석 교수가 번역을 하였기에 작가의 본래 의도를 정확하게 해석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였으나 앞의 이유들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나는 그동안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여러 권을 읽었고, 연극 등을 통해서 그의 작품들을 관람하기도 했지만, <템페스트>는 이번에 처음 읽게 된 희곡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 가장 짧은 극이기도 하고, 당시 극작의 중요한 규칙인 세가지 일치 ( three unities : 하루 시간 안에, 한 장소에서 , 한 줄거리에 관한 것)를 준수한 극작품이다.

 

희곡의 내용은 아주 간단한하다.

12 년 전에 밀라노의 대공인 푸로스퍼로는  마술 연구에 빠져서 자신의 동생인 앤토니오에게 국사를 맡긴다. 믿었던 앤토니오는 나폴리의 왕인 알론조와 결탁을 하여 형인 푸로스퍼로와 그의 딸인 미랜더를 쪽배에 태워서 바다로 내 보낸다. 앤토니오가 형을 죽이기 못한 이유는 푸로스퍼로가 백성들을 사랑한 대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폴리의 정직한 노대신인 곤잘로는 쪽배에 일용할 양식과 마술에 관련된 책들을 함께 실어 보낸다. 그래서 그들이 당도한 곳은 무인도인데, 이곳에서 에어리얼이라는 공기의 정령을 구해주게 된다. 악의 마녀인 시코랙스에 의해서 소나무에 갇혀 있는 것을 구해주고 노예로 삼는다.

그러던 어느날 나폴리 왕 알랜조와 그의 동생 시배스천, 그리고 아들 퍼디넌스, 밀라노 대공인 앤토니오가 탄 배가 폭풍우를 만나게 된다. 그 배는 알론조의 딸이 튀니즈 왕과 결혼을 마치고 돌아가던 배로 이 폭풍우는 푸로스퍼로가 이들이 타고 있음을 알고 복수를 하기 위해서 일으킨 것이다.

그들 중에 떨어져 나온 알론조의 아들인 퍼디넌스와 푸로스퍼로의 딸인 미랜더의 사랑이 이루어지고 그들은 결혼을 하게 된다.

그 와중에 퍼디넌스 왕자가 죽은 줄 알고 앤토니오는 시배스천을 왕위 계승을 하게 하려는 음모를  꾸미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에는 폭풍우를 일으킨 것은 푸로스퍼로의 마술에 의한 것이고, 배신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나폴리의 왕 알랜조가 알게 되고, 자신이 빼앗았던 밀라노의 대공 자리를 푸로스퍼로에게 돌려주고 모두가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맺게 된다.  

처음에 마술을 이용하여 모두를 벌하려던 푸로스퍼로의 마음은 화해와 용서의 마음으로 변한다는 것이 셰익스피어가 노년에 쓴 작품이기에 가능한 설정일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가 <템페스트>를 마지막으로 작품 활동을 끝내기에 그는 노년에 접어 들면서 삶은 유한한 것이기에 덧없음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마음에서 구태여 복수라는 칼날을 빼들기 보다는 용서를 하는 관용의 마음을 베풀고 싶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원수라고 할 수 있는 나폴리 왕의 아들인 퍼디넌스를 폭풍우 속에서 일행들과 분리하여 자신의 딸인 미랜더와의 만남을 가질 수 있게 하고, 결혼을 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설정도 인생을 아름답게 그리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을까.

이 책은 지금의 시점에서 내용만을 생각하고 읽는다면 마치 동화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하디 흔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번역자의 해설을 읽어 보면 작품 속의 대사는 약강5보격의 무운시행이고 압운/각운까지 맞춰야 되는 소네트 시들이라고 하니 우리의 글로는 그런 의미를 옮길 수 없으니 어찌 이 희곡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건 우리의 시조를 다른 언어로 옮겼을 때에 그들의 언어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부분들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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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위하여 -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김형경 지음 / 창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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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위하여>의 저자인 '김형경'은 1983년에 <문예중앙> 신인상을 시로, 1985년 <문학사상> 신인상은 중편소설로 받았다. 그의 저서는 장편소설, 소설집, 시집, 심리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있다. 저자를 소설가, 시인이라고 해야겠지만,  내 경우에는 그녀의 시 나 소설은 읽어 보지 못했다.  내가 읽은 책들은 <사람풍경>, <천 개의 공감>, <좋은 이별>이니 모두 심리 에세이만을 읽은 셈이 되겠다.

그래서 가장 먼저 읽었던 <좋은 이별>을 읽을 당시에는 저자가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을 전공하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이렇게 저자가 심리 에세이를 통해서 명상, 치유, 애도, 여행의 마음을 담아 낸 것은 그녀가 한때는 자기정체성에 물음을 갖고 정신 치유를 받은 경험이 있고, 거기에서 새로운 자신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성장기에는 이런 정신분석학이나 남자와 여자의 다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들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만약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심리학 전공 서적을 읽어야만 했다. 그래도 다행히 대학시절에 교육학이나 심리학 수업을 많이 들었기에 살아오면서 가정생활이나 육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요즘은 세상이 참 좋아졌다고 해야할까 이런 정신분석학에 속하는 에세이들이 분야별로 다양하게 출간되어 있어서 인간관계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남자 그리고 여자,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도 많이 있다. 그런 차이점을 '틀리다', '잘못되었다', '아니다'라는 시각으로 보면 거기에서 갈등이 속출하게 되기 마련이다.

'틀린 것'이 아닌 '다르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다면 여자들도 남자의 실체, 내면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부제는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이지만 여자가 읽어야 할 책임 동시에 남자들도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남자는 여자 보다 더 대담할 것이라고 흔히들 생각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남자들이 여자 보다 더 소극적으로 별할 때도 있다. 이 책의 내용 중에 '남자들은 왜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까?' ' 남자들은 왜 첫사랑을 잊지 못할까?'. '남자들은 왜 자동차에 미치는 걸까?' '남자들은 왜 여자의 성공을 두려워할까?' ....

남자들이라면 스스로 일상 속에서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여자들은 이해 못하는 이런 생각들에 대한 답을 풀어 보면 어떨까.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남자의 관계 맺기
2부 남자의 열정 사용법
3부 남자의 위험한 감정
4부 남자의 삶과 변화

그동안 남자의 행동이나 심리 중에서 궁금했던 의문들은 이 책 속에 모두 담겨 있다.  관계맺기, 감정표현, 거짓말, 의존성, 사물, 경쟁심, 소외감, 폭력성, 정체성 등등.....

그중 몇 가지를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남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면만을 들추어 놓은 듯하나, 이 책을 꼼꼼하게 읽어 보면 남자는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으니 남자들의 내면을 이해하고 인정하여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자는 의미라고 보면 좋을 듯하다.

" 남자든 여자든, 정치인이나 연예인을 욕하는 대신 '그 일은 내가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으면 그는 발전할 것이다. 아내를 비난하는 대신 ' 내가 아내에게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인정하면 좋은 관계를 맺을 것이다. 아이들이 공부 안하고 놀기만 한다고 화를 내는 대신 ' 내가 아이들의 미래를 불안해하는구나 ' 인정한다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p. 215)

가정에서의 아버지와 아들, 그리스 신화나 고전 속에서 많이 등장하는 비극적인 경쟁의 상대이기도 한데,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아내가 아들만을 챙긴다고 투정을 부리는 남자들. 사실 아내들이 남편 보다 아들을 더 챙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예전에는 가장의 밥상에 별미가 올라갔지만, 요즘은 식단도 아들 위주로 변하고 남편은 찬밥신세가 되었으니 어쩌면 남자들은 더 불만일 수도 있다.

그런데, 아버지는 아들에게 보호자나 지원자가 되기는 커녕 내부의 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것 역시 남자의 관계맺기, 심리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아버지는 아들에 대해서 경쟁심을 가지고 있으며 아들에게 추월당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아버지가 나이가 들게 되면 자신이 늙고 힘없어지는 것에 대한 공포심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례로는 왈츠의 왕이라고 하는 요한스트라우스 부자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 남자들의 첫사랑은 사춘기 때의 그녀가 아니다. 남자들의 첫사랑은 바로 그들의 엄마이다. 모든 남자에게 '최초의 여자'는 엄마다. " (p. 17)

형제간의 경쟁으로는 소설가 하인리히 만과 토마스 만의 경우이다.

여자들은 보석과 명품에 현혹되지만, 남자들은 자동차, 고가의 오디오 세트, 골프세트 등에 애착을 보인다. 사물에 열정을 투자하면서 특별한 애착대상을 갖게 되는 것은 애착대상과 감정교류를 하기 때문이다.

자기 정체성에 관한 것은 성별과 관련없이 누구나 생각해 볼 문제인데, 자기정체성은 사춘기부터 청년기에 이르기까지 만들어지는 개념이다.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하여 자기 자신이 되는 것, 주체적으로 자율적인 사람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일이다. 여기에서 엄마들이 생각해야 할 점은 자녀의 인생에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점점 작아지고 있는 중년의 남자들, 중년의 위기를 중년의 전환기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년의 남자들이 많이 갖게 되는 생각들 중에, ' 내 인생은 대체 무엇인가?' , ' 나는 가족에게 돈 벌어다 주는 기계인가? '

가족들을 위해서 헌신적인 삶을 살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없다는 생각을 중년의 남자라면 갖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자신의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 여기에서 이런 위기를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해 줄 수 있는 어떤 대상(취미생활 등)을 찾아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다면...

" 중년의 위기에서 필요한 것은 외부에서 해결책을 찾는게 아니라, 자기 내면에서 문제를 찾는 일이다. 삶이란 유아기의 욕망과 결핍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 (p. 282)

저자인 '김형경'의 인터뷰 기사를 보니,

" 기존에 페미니즘적인 작품들을 많이 써서 안 그래도 남성 독자들에게 미운 털이 박혔거든요. 이 책을 쓰고 나서 이 나라에서 쫓겨나는 건 아닐까 걱정도 했어요. 제가 느낀 남성사회는 여자들이 무엇을 가지고 왈가왈부 떠드는 걸 싫어해요. 암탉이 울지 않기를 바라는 거죠.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받아들이는 건 온전히 독자의 몫이지만 전 이 책이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는 남자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자기를 모르는 남자들이 너무 많아요. 스스로를 알아야 감정표현도 수월할 텐데 말이죠. 여성 독자들은 남자에 대한 환상을 깼으면 좋겠어요. <남자를 위하여>는 오히려 남성 독자들보다는 여자를 위한 책이에요. 남자들은 이런 책 절대 안 읽어요" (인터뷰 기사 중에서)

이 책은 남자의 특성을 다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다. 그런 내용을 쓰기 위해서 저자는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신화나 소설 속의 남자 이야기, 정신분석학을 비롯한 책 속의 연구 사례들을 바탕으로 세밀하고 날카로운 분석을 하여 이 책을 썼다.

저자의 말처럼 남자들은 이 책을 껄끄럽게 생각하고 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남자의 행동이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한 것은 남자에게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남자 그리고 여자가 서로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우리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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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정신 -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
강창래 지음 / 알마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정신>의 저자인 '강창래'에 대하여 '이어령'은 ' 강창래의 글솜씨와 박학다식, 깊은 통찰력에 찬사를 보' (저자 소개글 중에서)낸다고 하였으며, 이 책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한 깊은 통찰에 감탄스럽다' (추천글)라고 말했다.

 

'이어령'의 이 두 문장으로 '강창래'의 글솜씨와 독서편력을 다 말하기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은 내가 알지 못했던 많은 책들에 대한 지식과 소문 그리고 진실을 말해 주고 있다.

특히 고전 중의 고전이라고 일컬어지는 책들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으며 과연 읽어 보기는 했는가 하는 물음을 자신에게 묻게 된다. 이 책에서 많은 페이지에 걸쳐서 거론되는 루소의 <사회계약론>, <에밀>,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공자의 <논어>,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등의 내용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일까?

세기를 전해 내려오는 책들에 대한 소문이 누군가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가?

이 책에서는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그동안 고전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던 책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서 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기도 한다.

저자가 한 권의 책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10 여권이 넘는 책들을 읽고 그 책들에 대한 내용까지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이 책은 '책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질문들 5가지'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주제만 보아도 이 책이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

첫 번째 이야기 : 포르노 소설과 프랑스 대혁명

두 번째 이야기 : 아무도 읽지 않은 책

세 번째 이야기 : 고전을 리모델링해 드립니다.

네 번째 이야기 : 객관성의 칼날에 상처 입은 인간에 대한 오해

다섯 번째 이야기 : 책의 학살, 그 전통의 폭발.

간단하게 핵심적인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1)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좋은 책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세상을 바꾸었다고 말하는 좋은 책들이 정말 그 시대에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읽혔고, 그래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는가 하는 점을 프랑스 대혁명 직전의 사람들의 독서를 통해서 알아 본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프랑스 대혁명에 영향을 준 책은 루소의 <사회계약론>이나 <에밀>이 아닌 연애소설인 <신 엘로이즈>였다고 한다. '아무리 그건 말도 안돼!!'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이토록 낯선 이야기는 프랑스 대혁명을 전공한 문화사학자인 '단턴'과 '헌트'가 프랑스 대혁명  직전에 프랑스 인들이 많이 읽은 책들을 조사하여 얻어낸 결과이다.

이 당시 프랑스에서는 포르노 소설, SF 소설, 정치적인 중상과 비방을 담은 소설들이 많이 나왔는데, 루소나 볼테르 등과 같은 계몽사상가도  포르노 소설을 썼으며 그런 소설들이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프랑스 대혁명의 지적인 기원에는 포르노 그래피가 자리잡고 있었으며 대중들은 계몽 사상가의 위대한 저작물이 아닌 음란 연애소설들에 많이 읽었다. 대중들은 포르노 그래피에서 묘사하는 성행위를 따라가다 보면 신분의 차이가 완전히 사라진다. 그래서 그것은 지배층의 위선을 폭로하고 평등사상을 담아낼 수 있는 최고의 책이 되었다고 하니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들과는 너무도 많은 차이가 있으니 믿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무지했던 대중들 중에서 <사회계약론>을 읽은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 것에 대한 조사도 사회문화사학자들이 밝혀냈다고 한다.

 

(2) 매일 쏟아져 나오는 책들, 그 책들은 누가 읽을까?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에 이 세상에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이 있을까. '아무도'는 좀 그렇고,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읽었던 책은 생각 보다 많을 것이다.

그중에서 세상을 바꾸어 놓은 책 중에서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를 사례로 들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는 완역본이 없는 책이다.  이 책은 '무시무시하게 어렵다' 고 한다. 그래서 천문학자들 조차 거의 읽지 않은 책이라고 한다. 그런데,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이 세상에 어떻게 알려졌을까?

그것은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가 출간되기 이전에 이 책의 요약본이 이미 세상에 나왔고, 그의 제자인 레티쿠스가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에 대한 소개서를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는 당시의 출판은 초판이 약 180부가 발간되는 실정을 감안한다면 읽은 사람이 20명 내외일 것이고, 그중에 끝까지 읽은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지 궁금한 책이다.

갈릴레오에 대한 이야기도 잘못된 부분들이 많이 있다. 그는 종교재판에서 자신의 주장을 철회했고,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을 한 적도 없다. 그런 사실은 어떤 문장으로도 남아 있지 않고, 만약에 그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라고 해도 그는 그 자리에서 투옥이 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갈릴레오를 주인공으로 한 위인전에서 그를 영웅으로 만들고 싶어서 만들어낸 에피소드가 아닐까. 그에 비하면 조르다노 브루노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주장했고, 교회의 박해를 받고 대중들과 소통을 하였던 인물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신의 신념을 굽힌 갈릴레오를 더 기억하고 있다. 

뉴턴의 책 중에 운동법칙 3가지, 만유인력을 설명한 책인 <프린키피아>도 역시 일반일들이 읽기에는 너무 어렵게  씌여진 책이기에 읽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3)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고전 중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책들 중에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논어>을 주로 다룬다. 소크라테스나 공자는 자신의 책을 남기지 않았다.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거의 플라톤에 의해서 책으로 남겨진다. 플라톤의 기억에 의존해서 씌여졌기에 어느 정도 정확한 기록인가는 알 수 없다.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혐오하고 스파르타를 선망했다. 그를 고발한 사람은 독재 치하에서 핍박받던 민주투사이다. 소크라테스가 죽기 전에 남겼다는 '악법도 법이다'는 실제로 그런 말을 소크라테스가 남긴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누군가가 성인의 입을 빌려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서 만들어 낸 말이다. 이런 식으로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많은 해설서를 양산시키기도 했다.

논어의 경우에도 은유적 표현의 대화가 담겨 있는데, 이것은 해석하기 나름이다. 그래서 극단적인 해석이 나오게 된다. 누구의 해석이 맞을까? 그건 2500 년전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때에 제대로된 해석이 나올 수 있다. 

(4) 본성과 양육

이 주제는 그동안  많은 연구와 실험을 가졌던 이야기이다. 이와 관련된 책이야기들이다.

- 인간의 모습은 본성이 아니라 양육의 결과다.

- 본성를 뒤바꿀 정도의 양육은 불가능하다.

- 여성은 태어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심리학, 진화 생물학, 우생학, 유전공학, 행동 심리학 등의 분야에서 연구하고 실험한 사례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이에 관한 책들도 소개된다.

(5) 책의 학살은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다. 그런데, 이 비극적인 학살은 오늘날 (21세기)에도 자행된다. 책의 학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진시황제의 분서갱유에서 중국의 문화혁명까지.

책은 지혜의 화신이기 때문에 책을 말살하려는 행위가 있어 왔다. 책을 읽고 많은 것을 터득하게 되는 대중들에게서 책을 훔치거나 빼앗아서  통치자들의 것으로 만들거나 아니면 불살라 버리는 행태가 책의 학살이다. 통치자들에게는 대중들의 권리를 깨우치게 해주는 책이 적과 같은 대상이기에 성가신 존재가 된다. 그래서 대중들을 위한 정치가 아닌 경우에는 이런 책의 학살이 이루어지게 되고, 책들은 타오르는 불 속에 사라져 가게 된다.

이와같이 5 주제에 의해서 이 책의 이야기는 전개되는데, 덧붙이자면 첫 번째 이야기인 '포르노소설과 프랑스 대혁명'은 단편적인 면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프랑스 대혁명이 가지는 역사적인 의의를 자칫 오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사건은 사회적 배경, 발단, 전개 과정, 결과, 미친 영향 등을 깊이있게 살펴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 책의 몇 페이지에 달하는 내용만으로 프랑스 대혁명에 영향을 준 것이 마치 루소의 연애소설인 <신 엘로이즈>를 비롯한 포르노소설이라고 하는 것은 과장된 내용일 수도 있다.

비록 당시에 루소의 <사회계약설>이 포르노 소설들 보다 많이 읽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혁명의 중심에 선 사람들은 그 책의 첫 문장인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어디서나 쇠사슬에 묶여 있다. 다른 사람들 보다 더 노예가 되어 있으면서도 자기가 그들의 주인이라고 믿는 자들도 있다' 에서 인간평등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물론, 루소가 이 책을 쓴 당시에는 널리 읽히지 않았지만 그후에 혁명가들의 복음서가 되어 프랑스 혁명의 인권선언으로 계승되었고, 국민공회 헌법을 만들 때에 바탕이 되었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첫 번째 이야기에서 흥미로운 내용 중에는 장정일의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가 음란성 논란으로 법원의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장석주의 <채털리부인의 여인>을 비롯한 고전과의 비교, 금태섭 변호사의 <율리시스>와의 비교, 강금실 변호사의 변론 내용 등을 이야기한다.

유명화가의 예술작품과의 형평성 문제도 대두된다. 조각이나 회화에서의 표현은 예술로 보면서, 소설 속의 음란 내용은 왜 외설로 보는가 하는 문제도 제기한다.

여기에서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책 속의 포르노그래피는  책읽기에 불편한 마음이 든다. 성인의 경우에도 양서라고 하는 책 속의 그런 부분들이 외설스럽다고 판단되는 책들이 있는데, 청소년들이라면 그런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때론  청소년들에게 양서라고 하는 책을 선물하려고 하다가 그런 부분들이 생각나서 망설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책 속의 이런 내용들은 읽으면서 내 생각과는 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부분들이다. 

그래도 꼭 고전이라고 해서, 양서라고 해서 좋은 책이고 널리 읽히는 책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책 이야기라는 점은 참신한 주제라고 생각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독서법도 되짚어 보게 된다. 좀더 깊이있고 폭넓은 독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많은 책을 읽기 보다는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깊이있게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 한 권의 책을 제대로  다 읽었다고 말할 수 있는 시점은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가 아니라 독후감을 끝낼  때다. " (p. 7)

저자는 이 책의 '들어가는 말'에서 이와같은 문장을 써놓았다. 내가 이 말의 의미를 깨달은 것은 약 4년 정도가 되었는데, 그 이전에는 책은 읽는 것으로 끝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우연한 계기로 책의 서평을 쓰게 되면서 책은 읽는 것이 끝이 아니라 책을 읽은 후에 그 내용을 정리해 보고 그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들을 글로 남기는 것임은 알게 되었다.

저자는 이 책 속에 국내외, 시대를 아우르는 독서편력을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한 권의 책을 읽기 위해서 또 다른 책을 읽고, 그 책을 읽으면서 다른 책을 연결해서 읽는 그런 독서법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는 깊이있고 폭넓은 책읽기를 통해서 그동안 우리들이 알고 있던 책이야기와는 좀 다른, 별난 책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렇게 연결되는 책읽기가 강창래의 독서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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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CEO - 도시인에게 과수원을 팔다 CEO 농부 시리즈
조향란 지음 / 지식공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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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CEO>는 기업, 경영자 스토리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떠오르는 인물은 <기적의 사과>라는 책의 주인공인 '기무라 아키노리'가 생각났다.

그는 일본인으로 무농약 사과재배에 성공한 농부이다.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사과를 키우겠다는 그의 생각은 그에게 좌절만을 가져다 준다. 그렇게 키운 사과나무에는 벌레들이 우글거리고 잎은 메말라 떨어지게 된다. 그래도 오로지 무농약 사과를 키우기 위한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되어 그의 사과를 '기적의 사과'라고 한다.

요즘 그런 과일을 구할 수 있을까? 물론 '친환경' 과일은 대세이지만 그 보다 '질 좋고 맛 좋은 프리미엄 과일'을 우리는 원한다.

과수원에서 따 먹던 과일의 맛을 잊지 못하고 있다. 내 기억 속의 가장 맛있었던 과일도 우리집 작은 언덕에 있던 복숭아 나무에서 따 먹던 복숭아 맛이다. 그건 어릴 적의 추억이기에 추억의 맛도 가미되었을 것이다. 그 이후에 맛 본 맛있는 과일도 역시 밭에서 따 먹던 과일 맛이다.

대학시절 수원의 딸기밭에서 따 먹던 딸기 (그 시절엔 그랬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할 때에 여름에는 장호원 과수원에 자주 갔었는데, 밭에서 금방 딴 복숭아 맛은 '안 먹어 봤으면 말 하지마!'라고 할 수 있다.

과즙이 뚝뚝 떨어지는 복숭아의 맛....

과일 본래의 맛은 제철에 수확한 과일, 화학비료 대신 자연 퇴비와 미네랄을 사용한 과일, 농부의 지극정성이 담긴 과일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과일을 재배하는 과일농장과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과일 CEO가 이 책의 저자인 '조향란'이다. 이름에서도 과일의 향이 느껴진다.

저자는 1998년 일본에 복숭아를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과일 유통업에 종사하게 되는데, 그녀는 자신을 '과일 소믈리에'라 불리워지기를 원한다.

 

2012년에는 고급 과일 브랜드인 '올 프레쉬'를 런칭하여 고급 과일 시장 분야를 개척하였다.

올 프레쉬는 안정적 매출을 위해서 회원제를 통해 고객을 모집하여 좋은 과일을 판매한다. 그것은 미리 판매량을 알아야 과일 농가에서 공급처를 걱정하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올 프레쉬의 철학은 간단하다. 과일 농가가 자연 그대로의 과일을 건강하게 생산하도록 지원하고, 소비자들은 친환경 제철 과일을 가장 맛있는 시기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꾸준히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다. 그게 올바른 유통, 착한 유통으로 가는 길이라고 믿었다. " (p.53)

(사진 출처: 올 프레쉬 홈페이지에서)

 

올 프레쉬에서는 좋은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와 계약을 맺고 있는데, 올 프레쉬의 홈 페이지에 들어가면 과일을 공급하는 농가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에는 올 프레쉬의 과일이 농부의 손에서 소비자에게 배달되기 까지 어떤 단계를 거치는가를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점들은 과연 회원제로 운영되는 과일의 가격이었다. 그래서 올 프레쉬의 홈 페이지를 찾았는데, 시중에서 구입하는 과일 가격과 그리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패키지 과일의 경우는 싱글 가족, 2인 가족, 4인 가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종 과일을 패키지로 묶어서 배달이 된다. 골고루 종류별로 구성된 과일은 3만원에서 5만원이다.

그리고 딸기 1팩은 8500원, 단감 1봉 (6개입)은 6900원, 그린 키위 6개는 4000원.과일 바구니 세트 9만원에서 13만원 정도이다. 가격은 때에 따라 변동이 있겠지만.

   

(사진 출처: 올 프레쉬 홈페이지에서)

 

저자는 자신의 유통 철학을 삼통(三通)이란 말로 정리한다.

一通은 생산자와 통하라.

二通은 고객과 통하라.

三通은 진심과 통하라.

" 올 프레쉬는 전국 회원 농가들이 친환경으로 재배한 제철과일을, 수정단계부터 재배과정, 수확까지 품질을 꼼꼼히 관리한 다으, 온라인으로 주문받아 고객에게 전달하는 브랜드입니다. " (p. 88)

과일이 우리 몸에 좋은 것이 알려지면서 요즘 카페, 베이커리, 대형 식품매장에 가면 작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조각 과일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간단한 식사대용이나 간식으로 좋은 과일이 그만큼 우리곁에 다가왔다는 증거일텐데 되도록이면 좋은 과일을 먹을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이 책은 저자가 과일 CEO가 되기까지 어떤 노력을 하였는가를 담은 성공철학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녀가 경영하는 올 프레쉬에 관한 이야기이다.

앞에서 이야기된 일본의 '기무라 아키노리'의 <기적의 사과>와 같은 눈물겨운 체험은 있지 않다. '기무라 아키노리'는 사과 농부였지만, 조향란은 경영자이기 때문에 두 책이 가지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그리고 이 책은 읽다보면 저자가 경영하는 올 프레쉬의 홍보 전략에서 나온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될 정도로 홈페이지에 실린 내용이 그대로 책 속에 담겨 있다.

 이 책의 끝부분에는 부록 1 : 여성 CEO에 도전하는 당신에게

                            부록 2 : 농사 그리고 귀농에 관심을 갖고 있는 당신에게

 

올 프레쉬의 과일들이 궁금하다면 이곳을 찾아 보자.  http://www.allfres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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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레이스는 길다 -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나영석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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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땡', '아닙니다'   실패한 것이 재미있다는 듯이 단호하게 외쳐대던 '땡!'

1박2일의 묘미는 어쩌면 pd 와 출연자의 기싸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이 말들.

예능 리얼버라이어티 1박 2일은 나영석 피디가 있었기에 시청율 대박을 쳤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시청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탄생은 <준비됐어요>의 시청율 저조의 탈출구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2%대의 낮은 시청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새로운 것을 찾게 되고, 폐교에서의 공포체험을 하게 되는데, 이때 복불복이 처음 선보이게 된다.

처음 복불복은 할 때에 출연자들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더 벌칙이 기다리고 있기에 선택하는 순간 보다 더 위협적인 것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처음의 1박 2일은 복불복을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하다 보니, 식사 복불복, 야외 취침 복불복이 있게 되지만 그것이 이제는 1박 2일의 기본 설정이 되었다.

강호동, 지상열, 은지원, 김종민, 노홍철, 이수근의 여섯 남자들의 좌충우돌 여행기라는 콘셉트으로 시작되었던 1박 2일은 멤버들이 바뀌면서 이제는 시즌3로 넘어갔다.

그래도 지금까지 약 5년간의 1박2일을 이끌어 왔던 나영석 피디는 이 예능 작품으로 인하여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는 나영석 피디가 1박 2일을 끝내고 다른 방송국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기 직전에 자신의 삶을 중간 점검하는 의미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1박 2일의 탄생 비화, 5년간의 1박 2일의 기억과 비하인드 스토리,  나영석의 인생 이야기,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 아이슬란드로 떠난 여행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이 책을 구입한 지는 약 1년 정도가 되었지만 몇 장을 들춰 보다가 그냥 책장 속에 꽂아 놓은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 이 책에는 아무런 감동도 교훈도 없다. 혹시라도 그런 걸 기대한 독자들이 있다면 슬그머니 이 책을 내려 놓길 바란다. 정보라면 조금 있다." (책 속에서)라고 말했듯, 그리 큰 기대를 가지고 읽을 책은 아니다.

1박 2일과 나영석의 인생이야기가 아이슬란드 여행 이야기와 교차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슬란드 여행의 목적도 마흔 살이 되기 직전에 지난날의 삶을 반추해 보고 새로운 삶을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에서 오로라를 보기 위한 여행이다.

그가 아이슬란드를 여행한 때가 4월경이기에 여행 막바지에 어렵게 오로라를 보게 되는데, 그건 자연이 준 환상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나의 감정 전체가 저 빛에 휩싸여 녹아 내리는 기분이 든다. 홀로 우주를 유영하는 느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오로라에 휩싸여 나홀로 둥둥 떠다니는 느낌. 희한하게도 문득 외로워지기 까지 한다. 대자연의 신비 앞에서 나라는 인간은 얼마나 왜소한가 하는 사실을 새삼스레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 (p. 312)

이 책은 나영석 피디가  공영방송인 KBS PD에서 종편인 tv N의 자리를 옮기기 직전까지의 이야기를 쓴 책이다. 지금 그는 10년 동안 같이 일을 했던 이우정 작가와 함께  tv N 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방송작가인 이우정 작가는 <응답하라 1994>로 인하여 드라마 작가로서의 역량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나영석 피디 역시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로 좋은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꽃보다 누나>는 <꽃보다 할배>보다는 프로그램의 컨셉트이 좀 퇴색된 느낌이 있다.

<꽃 보다 할배>는 할배들의 유럽 여행기라는 신선함이 있었지만, <꽃보다 누나>는 그런 신선함이 사라져 가고 있다. 중세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아름다운 도시와 함께 천혜의 비경을 보여주는 것은 여배우들의 여행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획이나, 일부 여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보여 줄 것들에 비해서 편 수가 너무 많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듯한 화면들이 몇 회에 걸쳐서 연속적으로 보여진다는 것도 식상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편집도 어수선한 감이  있으니, 시청율도 첫 회에 비해서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아마도 이런 부분들은 나영석 피디에게는 새로운 곳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에는 부담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떻게 책 이야기로 시작한 리뷰가 TV 시청 소감이 되고 말았는데, 이 책의 제목처럼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

지금이 아닌 '앞으로 30년을 어떻게 달려갈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출발한 새로운 직장, 그리고 여행이었기에 이 책을 쓸 당시의 저자의 마음이 이 책을 통해 느껴진다.

저자는  '마흔에는 콧수염을 기르고 술집을 열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고 하니, 그의 모습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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