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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레이스는 길다 -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나영석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실패', '땡', '아닙니다' 실패한 것이 재미있다는 듯이 단호하게 외쳐대던 '땡!'
1박2일의 묘미는 어쩌면 pd 와 출연자의 기싸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이 말들.
예능 리얼버라이어티 1박 2일은 나영석 피디가 있었기에 시청율 대박을 쳤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시청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탄생은 <준비됐어요>의 시청율 저조의 탈출구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2%대의 낮은 시청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새로운 것을 찾게 되고, 폐교에서의 공포체험을 하게 되는데, 이때 복불복이 처음 선보이게 된다.
처음 복불복은 할 때에 출연자들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더 벌칙이 기다리고 있기에 선택하는 순간 보다 더 위협적인 것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처음의 1박 2일은 복불복을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하다 보니, 식사 복불복, 야외 취침 복불복이 있게 되지만 그것이 이제는 1박 2일의 기본 설정이 되었다.
강호동, 지상열, 은지원, 김종민, 노홍철, 이수근의 여섯 남자들의 좌충우돌 여행기라는 콘셉트으로 시작되었던 1박 2일은 멤버들이 바뀌면서 이제는 시즌3로 넘어갔다.
그래도 지금까지 약 5년간의 1박2일을 이끌어 왔던 나영석 피디는 이 예능 작품으로 인하여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는 나영석 피디가 1박 2일을 끝내고 다른 방송국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기 직전에 자신의 삶을 중간 점검하는 의미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1박 2일의 탄생 비화, 5년간의 1박 2일의 기억과 비하인드 스토리, 나영석의 인생 이야기,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 아이슬란드로 떠난 여행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이 책을 구입한 지는 약 1년 정도가 되었지만 몇 장을 들춰 보다가 그냥 책장 속에 꽂아 놓은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 이 책에는 아무런 감동도 교훈도 없다. 혹시라도 그런 걸 기대한 독자들이 있다면 슬그머니 이 책을 내려 놓길 바란다. 정보라면 조금 있다." (책 속에서)라고 말했듯, 그리 큰 기대를 가지고 읽을 책은 아니다.
1박 2일과 나영석의 인생이야기가 아이슬란드 여행 이야기와 교차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슬란드 여행의 목적도 마흔 살이 되기 직전에 지난날의 삶을 반추해 보고 새로운 삶을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에서 오로라를 보기 위한 여행이다.

그가 아이슬란드를 여행한 때가 4월경이기에 여행 막바지에 어렵게 오로라를 보게 되는데, 그건 자연이 준 환상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나의 감정 전체가 저 빛에 휩싸여 녹아 내리는 기분이 든다. 홀로 우주를 유영하는 느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오로라에 휩싸여 나홀로 둥둥 떠다니는 느낌. 희한하게도 문득 외로워지기 까지 한다. 대자연의 신비 앞에서 나라는 인간은 얼마나 왜소한가 하는 사실을 새삼스레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 (p. 312)

이 책은 나영석 피디가 공영방송인 KBS PD에서 종편인 tv N의 자리를 옮기기 직전까지의 이야기를 쓴 책이다. 지금 그는 10년 동안 같이 일을 했던 이우정 작가와 함께 tv N 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방송작가인 이우정 작가는 <응답하라 1994>로 인하여 드라마 작가로서의 역량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나영석 피디 역시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로 좋은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꽃보다 누나>는 <꽃보다 할배>보다는 프로그램의 컨셉트이 좀 퇴색된 느낌이 있다.
<꽃 보다 할배>는 할배들의 유럽 여행기라는 신선함이 있었지만, <꽃보다 누나>는 그런 신선함이 사라져 가고 있다. 중세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아름다운 도시와 함께 천혜의 비경을 보여주는 것은 여배우들의 여행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획이나, 일부 여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보여 줄 것들에 비해서 편 수가 너무 많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듯한 화면들이 몇 회에 걸쳐서 연속적으로 보여진다는 것도 식상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편집도 어수선한 감이 있으니, 시청율도 첫 회에 비해서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아마도 이런 부분들은 나영석 피디에게는 새로운 곳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에는 부담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떻게 책 이야기로 시작한 리뷰가 TV 시청 소감이 되고 말았는데, 이 책의 제목처럼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
지금이 아닌 '앞으로 30년을 어떻게 달려갈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출발한 새로운 직장, 그리고 여행이었기에 이 책을 쓸 당시의 저자의 마음이 이 책을 통해 느껴진다.
저자는 '마흔에는 콧수염을 기르고 술집을 열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고 하니, 그의 모습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