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거리에서 1
오쿠다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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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천재라고 불리는 일본의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처음 읽은 것은 <공중그네>를 통해서이다. <공중그네>는 정신과 병원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엉뚱하고 기발한 이야기를 시니컬한 유머감각으로 풀어낸 소설이었다. 권위의식을 벗어던진 독특한 캐릭터의 이라부라는 의사와 엽기스러운 간호사 마유미가 펼치는 이야기가 코믹하게 그려졌다. '이라부' 2탄이 <인 더 풀>인데, 이 책은 함께 읽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오쿠다 히데오'하면 떠오르는 이 책들 보다는 <올림픽의 몸값>을 더 인상깊게 읽었다. <올림픽의 몸값>은 1권과 2권 각각 470여 페이지에 달하는 긴 장편이다. 시대적 배경이 1964년 10월 10일에 개최된 '도쿄 올림픽'이다. 이미 역사 속으로 흘러간 도쿄 올림픽 직전의 이야기를 꽤나 깊이있게 다루고 있다.

 

'오쿠다 히데오'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서 오랜 기간에 걸쳐서 도쿄 올림픽에 관한 문헌, 영상, 관련자 인터뷰 등을 조사하였다. 그렇기에 이 소설을 읽으면 당시의 사회상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

또한 이 소설은 '오쿠다 히데오'가 쓴 첫 번째 서스펜스 작품인데, 이 소설을 통해 올림픽을 둘러싼 당시의 일본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는 이 소설에서  새로운 기법을 선보이는데, 그것은 소설의 주요 인물인 세사람의 이야기를 쓰는 시점이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1964년의 도쿄 올림픽이라는 세계적 행사를 바라보는 소설 속의 세사람의 시각을 두 가지 시점에서 쓴다는 것이 특이하다. 

☆ 한가지 사건: 1964년 '도쿄 올림픽'

♡ 두가지 시제: 시마자키 구니오(과거시점)

                스가 다다시 와 마사오 형사(현재시점)

♧세가지 시각 : 구니오, 스가 다다시, 마사오

만약, '오쿠다 히데오'의 단편이나 비교적 짧은 장편소설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올림픽의 몸값>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번에 '오쿠다 히데오'는 <침묵의 거리에서>를 출간하였다. 

일본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이지메 현상, 즉 집단 따돌림이 이 소설의 이야기의 중심축이 된다. 국내외 소설 중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 중에 많이 등장하는 집단 따돌림, 집단 괴롭힘. 이런 이야기는 읽으면서도, 다 읽고 난 후에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야기이다.

비단 일본 뿐만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잊을만하면 일어나는 청소년 사건이기도 하다. 1~2년 전에 일어난 대구 왕따 중학생 자살 사건을 보면, 친구처럼 함께 어울리는 아이들이 한 친구를 폭행하고 고문하고, 게임 아이템을 높이기 위해서 협박까지 하자 그를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 학생들이 바로 <침묵의 거리>에 나오는 학생들처럼 중학교 2학년, 14살 아이였다.

이 책의 뒷 표지글에는 " 첫 장의 예측이 무엇이건, 마지막 장에 배신당한다." 라는 글이 씌여있다. 그러나 1권을 다 읽을 때까지는 독자들의 예측이 그리 빗나가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 소설은 결코 어떤 예측을 하기 보다는 처음의 생각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의 이야기로 1권을 마친다.

그런 의미에서는 볼 때에, 이 소설의 1권에서는 추리소설의 묘미라고 할 수 있는 반전의 반전은 그리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신에 중학생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왕따 문제, 그로 인하여 일어나는 사건을 다양한 시점에서 풀어나가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말고사를 앞둔 어느 여름날 오후 7시경, 학교에는 기말고사를 출제하던 선생님들이 있었다. 아지마 선생님은 학교를 둘러 보던 중에 운동부실 지붕 또는 근처의 은행나무에서 떨어져 도랑에 머리를 박고 죽은 학생을 발견하게 된다. 운동부실 지붕 위에는 생긴지 얼마 안 되는 5쌍의 운동화 발자국이 찍혀 있다.

" 사건일까, 사고일까"

이 일을 수사하기 위한 경찰, 취재하기 위한 기자 그리고 검사가 다각적인 분석을 하게 된다.

죽은 아이는 중학교 2학년생인데, 그 지역에서 포목점을 하는 유복한 가정의 외동아들인데, 몸집이 왜소하고, 운동을 잘 하지 못하고, 유약하기 때문에 같은 테니스부 학생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것을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통해서 알게 된다. 그리고 죽은 학생인 나구라 유이치의 등에 누군가에게 꼬집힌 흔적들에 의해서 괴롭힘을 꾸준히 당해 왔음을 알게 된다.

나구라와 함께 친하게 지내던 4명의 학생이 상해죄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고, 그 중의 2명의  만13살이기에 아동상담소로, 2명은 만 14살이기에 체포된다.

여기에서 잠깐 이와같이 집단 괴롭힘에 시달리다가 자살을 한 중학생에 관련된 소설 중에는 만 14살에 큰 의미를 둔 소설들이 여럿 있다.

일본 작가의 소설 중에서 중학생과 관련된 사건에 관한 소설을 살펴보면,

여류작가인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은 주인공인 유코 선생님의 4살 된 딸이 수영장에 추락하여 죽게 되는데, 그 사건의 가해자는 유코 선생님의 두 제자이다. 그들은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만 13살 중학생이라는 이유로 법의 심판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래서 유코 선생 자신이 제자들에게 복수를 하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이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같은 상황을 대하는 각각의 인물의 심리 묘사가 세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게마츠 기요시'의 <십자가>는 왕따를 당하던 중학생의 자살을 다룬 작품인데, 중학교 2학년생인 후지슌은  유서에서 자신을 괴롭힌 아이들에게 글을 남긴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했던 여학생과 그가 절친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의 이름까지 적어 놓는다. 그러나, 이 두 학생은 자신들을 후지슌이 절친으로 생각했다는 것에 큰 부담감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절친이었는데 아무 것도 해주지 못했네"

" 말 그대로 눈을 뻔히 뜨고 죽게 내버려뒀군" " (...) 내 말이 틀렸어? 너는 친구를 죽게 내버려 둔거야"

 "절친인데... 왜 배신했어?" 라는 말을 들으면서 마음의 십자가를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

흔히 이런 이야기들이 자살한 왕따 소년에 초점을 맞추는데 비해, 이 소설은 그의 죽음 후에 남아 있어야 했던 가족, 친구들의 이야기를 약 20년 후까지 그려낸다. 

<고백>의 가해자, 그리고 <십자가>의 주인공도 모두 13살, 14살이다. 

이 나이가 가지는 의미가 <침묵의 거리에서>는 크게 작용을 한다. 갓 만 14살 생일을 며칠 지났다는 이유로 체포되는 학생과 더 많이 나구라를 괴롭혔지만 만 13살이기에 체포되지 않고 아동 상담소로 가는 학생. 그들의 운명은 같은 사건에 연루되었어도 명확하게 명암이 엇갈리게 된다. 

그러나 1부에서는 이들의 상해죄는 인정되지만, 나구라의 죽음과 연관지을 수 없기에 살인죄에 해당되지는 않고, 모두 가정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렇다면 집단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일까? 바로 이 소설의 나구라는 그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 지역에서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안이기에 용돈도 많이 받고, 가지고 있는 물건들도 값비싼 물건들이고, 몸집은 작고, 운동 신경을 발달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할 용기가 없는 아이.

처음에는 작은 괴롭힘이었을테고, 거기에 익숙해지자, 점점 그 강도는 강해졌을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아이는 중학생이 되어도, 고등학생이 되어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그리 쉽지가 않다.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의 주변에는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들도 역시 보복이 두려워서 그냥 보고만 있다. 아니면 재미삼아 같이 따돌리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지속적인 생활지도가 있어야 하고, 학생 개개인을 주의깊게 파악하여야 한다.

또한 가정에서도 자녀들의 행동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면 대화를 통해 자녀의 속 마음을 알아내야 한다.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은 작품마다 그 특색이 많이 나타난다. 유머 감각이 두드러진 작품들도 있지만, 일본의 사회문제를 다룬 작품들도 있다.

그런데, <올림픽의 몸값>에서는 반전과 스릴이 읽는 재미를 주었는데, <침묵의 거리에서>는 주제는 무겁지만 세밀한 구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구성이어서 처음에 읽기 시작할 때에 가졌던 생각들에서 그리 큰 변화를 엿 볼 수가 없다.

그러나, 아직 2부가 남아 있으니, 기대를 해본다.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앞에서 예를 든 <고백>과 <십자가>를 함께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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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든 내몸 사용설명서
마이클 로이젠, 메맷 오즈 지음, 유태우 옮김 / 김영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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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2007년에 출간된 <내몸 사용설명서>와 2009년의 <내몸 젊게 만들기>를 읽은 독자들에게 이 두 책에 실렸던 내용들을 더욱 보충하고, 독자들이 궁금하게 생각하는 건강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해 주는 책이 <새로 만든 내몸 사용설명서>이다.

<내몸 사용설명서>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는가는 '30만부 판매, 150쇄 신화!'라는 놀라운 사실과 전미 200만부 판매, 미국 아마존 37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가 이를 알려준다.

현대는 의학의 발전과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으로 100세 시대가 도래되었다. 이런 사실은 사람들에게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아야 하겠다는 의지를 갖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일반인들도 건강 상식들을 많이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상식들에는 오류도 많이 있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 책의 앞 부분에는 Body Quotient 퀴즈가 50문제 있다. 이 문제들을 풀기 이전에는 꽤 많이 맞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틀린 문제들이 많았다. 그만큼 우리가 알고 있는 건강상식 중에는 오류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옮긴이는 우리나라 최초로 의사가 설계한 과자인 '오리온의 닥터유 프로젝트'로 잘 알려진 유태유이다. 그는 이 책이 미국인, 유럽인을 대상으로 씌여진 책이기에 한국인에게 잘 맞지 않는 내용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맞도록 번역 과정에서 내용을 많이 수정하였다.

이 책의 내용은 우리 몸의 구조와 기능을 먼저 설명해 주고, 어떤 기관에 이상이 생기면 어떤 질병에 걸리게 되며, 그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어떤 음식을 먹어야 되는가를 중점적으로 알려준다.

또한 건강한 삶을 위해서 지켜야 할 10가지 원칙도 담겨 있다.

이 책의 각 장은 심혈관, 뇌, 뼈, 관절, 근육, 폐, 소화기관, 간과 췌장, 성기관, 감각기관 (눈, 귀, 피부), 면역체계, 호르몬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그러기 위해서 각 장의 첫 부분에는 그 장에서 다루는 각 장기의 해부 구조가 그림으로 그려져 있고, 장기의 기능을 설명해 준다. 물론, 이런 내용은 이미 중학교 과학 시간을 통해서 배운 것들이고, 건강에 관련된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많이 접해 왔던 내용들이다. 그러나, 책 속에서 이런 내용을 접하게 되니, 어느 정도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비교적 쉽게 설명을 해 준다.

각 기관의 기능, 질병, 예방, 그리고 젊고 건강하게 사는 방법 등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자신의 건강 상황과 비교하게 되니 집중해서 읽을 수 밖에 없다.

우리의 몸에 오는 작은 이상을 스스로 파악하고,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 추구하는 바가 아닐까 생각된다.

"건강은 운명이 아닌 선택이다. " (p. 18)

이 책의 많은 문장 중에 가장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다.

자기 자신의 건강을 좌우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임을 일깨워주는 이 말은 곧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사느냐는 70% 이상 자신의 책임임을 자각하게 해 준다.

   

'chapter 13 : 내몸 사용매뉴얼 다이어트' 에서는 다이어트란 S라인의 몸매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약 4~5 kg의 감량으로도 심장, 혈압, 당뇨, 뼈를 비롯한 많은 부분에서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점에 다이어트의 목적을 둔다. 그래서 균형 잡힌 영양섭취를 통하여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어야 하겠다.

'chapter 14: 내몸 사용매뉴얼 근육운동'은 독자들이 순서대로 따라 할 수 있도록 여러 종류의 근육 운동에 관한 그림을 싣고 있다. 근육운동에 추가 근력운동까지 한다면 건강을 위해서 좋다는 것.

   

' chapter 15 : 몸과 건강에 대한 Q& A' 는 직접 건강에 관하여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답변하는 장이다. 이 역시 독자들에게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다.

그동안 건강에 관한 책들도 여러 권을 읽었는데, 우리 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우리의 노력으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지름길임을 자각하게 된다.

이 책은 건강에 대한 지식들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 놓았다. 거기에 옮긴이가 한국인에게 맞게 내용을 수정하여 놓은 건강 지침서이다.

100세 시대 !! 여기 저기 아픈 곳이 있으면 100세를 산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우리 몸의 비밀을 아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 책은 한 번 읽기 보다는 항상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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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의 역사
마크 마조워 지음, 이순호 옮김 / 을유문화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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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를 비롯하여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유고슬라비아, 코소보, 보시니아 헤르체고비나,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이 위치한 이곳을 우리는 발칸지역이라고 한다. 이곳은 그동안 영토분쟁, 인종학살, 종교문제, 이데올로기 문제로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그래서 발칸지역을 '유럽의 화약고'라고 한다. 그런데, 이곳이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0 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발칸 반도의 중간 지역을 남북으로 지나는 발칸 산맥에서 온 용어인 발칸 이라는 용어는 19세기 까지만 해도 낯설었다. 이곳은 18~19세기에는 '유럽의 터키'라고 불렀다. 1912년 제 1차 발칸전쟁이 일어나면서 오스만 지배가 끝나면서 발칸이라는 용어가 통용어가 되었다.

발칸지역에 세워진 비잔티움 제국이나 오스만 제국은 인종을 기반으로 둔 국가가 아니었기에 이들 제국의 통치자들에게는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이 세르비아인인지 불가리아인인지 그리스인인지의 문제는 별 의미가 없었다. 그렇게 수세기 동안 인종적 갈등이 전혀 없었던 이곳에 약 200여 년 전부터 비극적인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동서문화의 완충적 역할을 하던 발칸에서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인종 혼합이 왜 100~200 년 사이에 일어나게 되었을까?

발칸의 분쟁이 19세기부터 시작된 영토 확장에서 비롯되는데, 그 배경과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이런 점들이 의문스러울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런 것들에 대한 생각을 가져 본 적이 없을 지도 모르겠다. 이런 분쟁과 전쟁이 일어나기 이전에는 발칸의 역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발칸의 역사>의 저자인 '마크 마조워'는 발칸사와 현대 그리스사를 포함한 현대 유럽사의 대표적 권위자이다. 그래서 그는 역사학자답게 19세기 또는 20세기의 역사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역사를 기록했는가를 주의깊게 살펴본다. 그 결과 발칸의 문제를 남동부 유럽의 빈곤이라는 후진적 특징만으로 설명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발칸문제는 종교적 분열, 뿌리깊은 농촌성, 인종갈등에도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대중정치, 도시적이고 산업적인 삶, 새로운 국가 구조 등장 등에도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발칸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과거의 편견적 사고 (유럽의 우월성 등)에서 벗어나 역사를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함을 알고 역사가의 필치로 발칸의 전반적인 상황을 재조명하게 된다.

이 책은 발칸의 영토와 주민, 국가 성립 이전의 발칸, 동방문제, 영토문제, 인종동질화에 관하여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아무래도 발칸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않았던 우리들이기에 이 책의 내용은 복잡하고 생소한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다. 그래도 이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저자가 책 속의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여행가, 외교관 역사가들의 글을 인용하여 설명을 해 준다는 점이다.

이 책의 첫 부분에는 발칸 지도 5장이 실려 있다. 1550년경 오스만 제국 판도, 1870년, 1910년, 1930년, 1950년, 2000년 발칸 반도의 모습이다. 책을 읽기 전에 이 지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발칸 반도가 어떤 나라들에 의해서 통치되었는가를 잘 알 수 있다.

이 책은 지금까지 서부 유럽 중심의 유럽 역사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발칸의 자연환경에서 부터 시작하여 생활상, 문화수준, 인구동향, 역사, 사회, 경제, 정치에 이르기까지 발칸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발칸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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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나를 믿고 가는 것이다
이현세 지음 / 토네이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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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는 1978년 <저 강은 알고 있다>로 만화계에 입문하게 되지만 그당시에 만화란 그리 좋은 평을 받던 시절은 아니다. '만화'라고 하면 불량만화를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자녀들이 만화를 읽으면 꾸지람을 하던 시대이다.

   

그런데, 1984년에 나온 <공포의 외인구단>은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만화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 한국 현대사의 암울했던 시절에 이런 만화가 있었기에 사람들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현세'하면 <공포의 외인구단>의 까치가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된다.

이번에 출간된 <인생이란 나를 믿고 가는 것이다>는 이현세가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담긴 책이다.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렇기에 인생에 있어서 나를 믿는다는 것이 내가 원하는 길로 갈 수 있는 얻는 것이다.

이현세는 자신의 어린시절의 이야기에서 출발하여 삶의 이야기, 만화 이야기, 인생철학까지 이 책에 풀어 놓는다.

이 시대의 만화 아이콘인 그는 겸손하게 독자들에게 말한다.

" 나는 걸출한 성공 공식을 갖고 있는 사람도 아니요, 어느날 문득 인생의 큰 깨달음을 얻은 사람도 아니다. 다만 평생을 이야기꾼으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뭔가 좀 색다르고 낯선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 (p. 4)

그는 자신의 만화 인생을 통해서 깨달은, 누구나 자신이 진정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함을 말해준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강조한다.

이현세는 어린시절에 가정사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미술대학에 색약이라는 이유로 진학을 포기하기도 한다. 미대 진학의 좌절을 그는 만화로 돌릴 수 밖에 없었는데, 그에게는 힘든 결정이기도 했다. 당시는 지금과는 다르게 만화에 대한 편견이 심했기 때문이다.

컬러의 세계인 회화에서 흑백의 세계인 만화로의 전환은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만화를 전공하는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이현세가 만화가로서 지금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때 마다의 도전과 노력, 열정이 책 속에 담겨 있다.

그가 만화를 그릴 때에 다른 사람들 보다 자신이 있었던 것은 '몰입'이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자.

"나는 어떤 사람인가. 풍부한 아이디어를 가졌는가. 누구보다 실현력을 가졌는가. 지금 가진 능력만으로 얼마나 내 직업의 세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p. 85)

그가 말하는 만화천재로는, 고우영과 김원빈 등이 등장한다.

만담과 재치, 데싱력과 연출력이 완벽하게 결합한 만화를 그리는 고우영.

30여 년 세월을 초월해 <주먹대장>이란 작품을 그린 천재 만화가 김원빈 (원고량의 스트레스로 여러 차례 중단을 했기에 30여 년이 걸림)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만화와 관련된 이야기들이지만, 후반부에 '결혼을 앞 둔 사람들에게' 그리고 '죽음'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다. 그는 죽음에 대한 내용으로 존엄한 죽음을 말한다. 죽음을 어떻게 맞아야 할 것인지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은 개개인의 몫임을.

우리가 살아가면서 죽음을 직시할 수 있다면 소소한 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더욱 큰 꿈을 꾸면서 이를 실천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 책은 만화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지침서이자,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꼭 한 번 읽어 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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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잔해를 줍다
제스민 워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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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잔해를 줍다>는 2012년 9월 시사 주간지 타임에 오바마 대통령의 특집 기사가 실렸는데, 그때에 대통령의 책상 위에 이 책이 놓여 있었기에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이미 2011년에 '전미 도서상 (National Book Award)을 받은 작품인이며, 작가인 '제스민 워드'는 1977년생 흑인 여성작가로 이 책은 그녀가 쓴 2번째 장편소설이다.

     

 

특히, 이 책은 2005년 허리케인 카드리나가 닥쳐 왔을 때에 작가와 그녀의 가족들이 겪은 기억을 모티브로 썼다. 그당시에 제스민 워드는 허리케인을 피하기 위해서 일가족이 자동차를 타고 피신하려다가 실패하게 되고, 인근 백인의 집에 머물기를 부탁했지만 거절을 당한다. 거기에서 '인간적인 비극'을 겪게 되었고, 허리케인이 지나간 후의 참담한 모습에 충격을 받아 한동안 글을 쓸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후 2년 반 만에 카트리나에 관한 이야기와 변두리에 살고 있는 빈민 흑인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소설을 쓰게 되는데, 그 작품이 바로 <바람의 잔해를 줍다>이다.

이 소설은 허리케인 카르리나가 다가오기 전의 10일간의 이야기와 폭풍이 불어 닥쳐서 허리케인과의 사투를 벌이는 당일의 이야기, 그리고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 다음 날의 이야기로 12일간의 이야기가 씌여져 있다.

작가는 미시시피 출신인데, 이 소설의 배경도 미시시피 연안의 가상 마을인 부아 소바주이다. 허리케인이 자주 지나가는 이곳에 아빠와 4명의 자녀가 살고 있는 흑인 가정이 있다.

엄마는 막내 아들인 주니어를 낳자마자  죽었고, 그래서인지 아빠는 항상 술기운에 살아 가니, 이 가정은 가난에 찌들어 있다.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은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터전을 가꾸었던 곳이지만 그들도 역시 세상을 떠났다.

첫째 오빠인 랜들은 항상 농구공을 가지고 다닐 정도로 농구광이고, 둘째 오빠인 스키타는 투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막내인 주니어는 아직 어려서 형과 누나에게 어리광만 부린다.

이 소설은 15살 소녀 에쉬가 화자이다. 소녀가 이 소설의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소설이 전개된다. 그 축에는 스키타 오빠가 기르는 투견 차이나에 대한 이야기와 에쉬의 임신 이야기가 두 축을 이룬다.

투견을 낳게 하기 위해서 차이나를 교미시키는 이야기와 차이나의 새끼 낳기에 관한 이야기는 리얼하게 쓰여져 있다. 가족들 보다도 차이나에게 거는 스키타의 개를 향한 사랑. 그래서 태어나는 강아지를 손수 받아가면서 창고에서 밤을 새우는 스키타이지만 자신의 열정을 위해서는 새끼를 낳은지 며칠 안 되는 차이나를 투견 시합에 내보낸다. 

격렬한 시합으로  상처가 나고 피를 흘리는 차이나를 돌보는 것도 지극정성이다. 그러나, 이런 스키타의 행동은 어쩌면 개를 사랑하는 마음이기도 하지만, 아무런 내세울 것도 없는 스키타에게는 차이나가 근방에서 가장 싸움을 잘 하는 투견이라는 것이 그의 자존심이기도 하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새끼를 낳은 개가 갖게 되는 모성 본능까지도 외면한 채, 투견 시합에 내모는 이야기에서는 차라리 이 책을 건너 뛰어 읽어야 할 정도로 불편한 마음이 든다.

스키타의 이런 행동은 차이나를 자신의 분신으로 생각하기에 가능한 행동일 수도 있다는 것을 나중에 허리케인 속에서 차이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사투를 벌이다가 차이나가 물에 떠내려가자 그를 찾아 헤매는 행동에서 확신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의 화자인 에쉬는 엄마에 대한 기억을 차이나의 분만과정에서, 또는 일상 속에서 자주 떠올린다. 그만큼 엄마의 죽음은 에쉬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 주었고, 그녀에게는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에쉬는 12살 때부터 남자들과 관계를 갖게 된다. 누구라도 그녀를 원한다면 자신을 갖게 해준다. 성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그것에 대한 어떤 생각도 가지고 있지 않은 듯 보인다. 허리케인이 오기 며칠 전, 그녀는 자신이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5살 어린 나이에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사실에 그 해결 방법에 고심을 한다. 동네 오빠인 매니는 뱃 속의 아이의 아빠이지만 그에게 에쉬가 생각끝에 그 사실을 알리지만  돌아온 말은 황당하기만 하다. 이미 그는 새로운 여자 친구에 빠져 있으니...

에쉬의 마음은 허리케인이 서서히 엄습해 오는 것처럼 앞의 일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컴컴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가난한 살림에 허리케인에 대비할 준비 조차 제대로 못한 이들에게 카트리나는 무섭게 비바람을 치면서 다가온다.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 예상치 못했던 크고 작은 사건, 그것과 맞물려서 허리케인의 급습은 이들 가족에게 가족의 끈끈한 사랑을 찾아준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무엇인가도 알게 해 준다.  흥미로운 것은 가난하고 지적 수준도 갖추지 못한 에쉬가 읽는 책이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 에쉬가 읽고 있는 이 책 속의 이야기가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상황들과 잘 매치가 된다.

에쉬가 읽고 있는 장면은 이아손과 메데이아의 신화이야기인데, 그것이 에쉬가 처한 상황과 거기에서 어떤 돌파구가 있을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 초중반까지는 비루함이 잔뜩 묻어나는 에쉬 가족의 이야기가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어린 에쉬의 임신이나 새끼 낳은 개의 투견 시합 등은 차라리 책을 덮어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첫째 날' , '둘째 날'.... 이렇게 '열두째 날'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접어 들어 카트리나와 사투를 벌이면서 차이나와 그의 새끼까지 보듬고 이 상황을 헤쳐나가려는 가족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이 인다. 결국에 차이나와 새끼들은 물에 휩쓸려 가지만....

작가의 실제 경험이 모티브가 되었기에 묘사가 역동적이면서도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가족간의 사랑과 삶에 대한 의지, 그리고 그 속에서  희망에 대한 빛이 엿 보이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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