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세는 1978년 <저 강은 알고 있다>로 만화계에 입문하게 되지만 그당시에 만화란 그리 좋은 평을 받던 시절은 아니다.
'만화'라고 하면 불량만화를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자녀들이 만화를 읽으면 꾸지람을 하던 시대이다.
그런데, 1984년에 나온 <공포의 외인구단>은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만화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 한국 현대사의 암울했던
시절에 이런 만화가 있었기에 사람들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현세'하면 <공포의 외인구단>의 까치가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된다.
이번에 출간된 <인생이란 나를 믿고 가는 것이다>는 이현세가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담긴 책이다.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렇기에 인생에 있어서 나를 믿는다는 것이 내가 원하는 길로 갈 수
있는 얻는 것이다.
이현세는 자신의 어린시절의 이야기에서 출발하여 삶의 이야기, 만화 이야기, 인생철학까지 이 책에 풀어 놓는다.
이 시대의 만화 아이콘인 그는 겸손하게 독자들에게 말한다.
" 나는 걸출한 성공 공식을 갖고 있는 사람도 아니요, 어느날 문득 인생의 큰 깨달음을
얻은 사람도 아니다. 다만 평생을 이야기꾼으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뭔가 좀 색다르고 낯선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 (p.
4)
그는 자신의 만화 인생을 통해서 깨달은, 누구나 자신이 진정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함을 말해준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강조한다.
이현세는 어린시절에 가정사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미술대학에 색약이라는 이유로 진학을 포기하기도 한다. 미대
진학의 좌절을 그는 만화로 돌릴 수 밖에 없었는데, 그에게는 힘든 결정이기도 했다. 당시는 지금과는 다르게 만화에 대한 편견이 심했기
때문이다.
컬러의 세계인 회화에서 흑백의 세계인 만화로의 전환은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만화를 전공하는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이현세가 만화가로서 지금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때 마다의 도전과 노력, 열정이 책 속에 담겨 있다.
그가 만화를 그릴 때에 다른 사람들 보다 자신이 있었던 것은 '몰입'이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자.
"나는 어떤 사람인가. 풍부한 아이디어를 가졌는가. 누구보다 실현력을 가졌는가. 지금
가진 능력만으로 얼마나 내 직업의 세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p. 85)
그가 말하는 만화천재로는, 고우영과 김원빈 등이 등장한다.
만담과 재치, 데싱력과 연출력이 완벽하게 결합한 만화를 그리는 고우영.
30여 년 세월을 초월해 <주먹대장>이란 작품을 그린 천재 만화가 김원빈 (원고량의 스트레스로 여러 차례 중단을 했기에 30여
년이 걸림)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만화와 관련된 이야기들이지만, 후반부에 '결혼을 앞 둔 사람들에게' 그리고 '죽음'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다.
그는 죽음에 대한 내용으로 존엄한 죽음을 말한다. 죽음을 어떻게 맞아야 할 것인지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은 개개인의 몫임을.
우리가 살아가면서 죽음을 직시할 수 있다면 소소한 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더욱 큰 꿈을 꾸면서 이를 실천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 책은 만화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지침서이자,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꼭 한 번 읽어
보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