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건희 컬렉션 - 내 손안의 도슨트북
SUN 도슨트 지음 / 서삼독 / 2022년 2월
평점 :
고 이건희 회장은 총 2만 3,181점을 기증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는 한국 작품 1,369점, 외국 작품 119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문화재에 해당하는 도자기, 공예품 등의 고미술품 2만 1,693점을 기증했다.
이는 '세기의 기증'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전문가들의 감정 금액은 2조~3조에 이른다고 말한다. 감정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이건희 컬렉션> 전시회에 가 보면 국내외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많아서 국내에서도 이런 명작을 볼 수 있다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이건희 컬렉션>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그리고 지방에서도 순차적으로 열렸거나 열리고 있다.
국내외 명작 또는 이중섭전, 모네와 피카소 등으로 주제를 정해서 열리는 경우도 있다.
내가 본 <이건희 컬렉션>은 고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어느 수집가의 초대>였는데, 기증품 중에 350여 점이 전시되었다. 국내외 유명 화가의 작품, 선사시대부터의 유물이 전시되어 '미니 박물관'같은 전시회였다.
이번에 읽게 된 책인 <이건희 컬렉션- 내 손안의 도슨트북>은 그 당시 전시회에서 봤던 회화 작품중에 국내외 작가 16명의 작품에 관한 도슨트북이다.
이 책의 저자인 'SUN도슨트'는 미국의 모마미술관의 주요 작품 해설을 담은 책인 <그림들>을 쓴 도슨트이다.
책의 구성은 제1전시실 : 한국 미술 명작 - 8명의 국내 작가
김환기,유영국, 박수근, 나혜석, 이중섭, 장욱진, 김홍도, 정선
8명의 화가의 작품은 이건희 컬렉션에 포함되는 작품을 설명해 주는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대표적인 작품이나 시대별 작품들도 함께 소개된다.
김환기는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으로 서양미술의 형식에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낸 화가이다. 파리, 뉴욕에서 활동을 하였으며 '전면점화' 시리즈는 작가를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전면점화'란 그림의 전체 화면에 통일된 색조의 무수한 선들을 가득 채워지는데 이 점들은 사각형의 선들로 둘러 싸여진다. 김환기는 한국 미술품 경매의 신기록으로도 유명하다. 2019년에는 홍콩 크리스티에서 <우주 05-IV -71#200>이 132억에 낙찰됐다. 이건희 컬렉션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은 <산울림>이다.
책에는 1957년에 그린 초기작품인 <매화와 항아리>가 나오는데, 김환기의 '전면점화'에 익숙한 독자들은 생소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이건희 컬렉션에서 볼 수 있는 작품으로는 <여인과 항아리>가 있는데, 1950년대 작품으로<매화와 항아리>와는 또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다.
유영국은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산의 화가'라고 불린다. 점, 선, 면의 도형으로 산을 비롯한 자연의 모습을 강렬한 색채로 표현한다. 김환기가 구상에서 반추상을 거쳐 완전 추상인 전면점화로 발전한데 반하여 유영국은 처음부터 추상화가이다.
언젠가 유영국의 전시를 도슨트를 통해 설명을 들었던 기억이 있기에 <이건희 컬렉션>에서 만나니 반가웠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의 한 사람인 박수근, 여인의 모습을 주로 화폭에 담았는데, 그의 작품의 특징은 원근감이 없는 평면적 그림으로 윤곽선이 검은색으로 굵고 명확하게 표현된다.
주로 색체는 흰색, 회색, 회갈색, 황갈색 그리고 그림의 질감은 오돌도톨하게 표현하는 마티에르 기법. 딱 보면 박수근 작품임을 알 수 있는 독창적인 그림이다.
한국 최초의 여성화가인 나혜석, 너무 시대를 앞서 갔기에 초기에는 행복하게 살았지만 말년은 쓸쓸하게 세상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일생이 회자되곤한다.
300여 점의 작품을 그렸지만 화재 등으로 소실되거나 분실되어 남은 작품은 10여 점이라고 하는데, 이건희 컬렉션에는 <화령전 작약>이 전시되었다.
이중섭의 작품이 꽤 많이 전시되었는데, 그 중에 <황소>,<흰소> 그리고 <가족과 첫 눈>그리고 은지화.
이중섭에게 있어서 소는 화가가 가장 오랫동안 반복해서 다룬 대표적인 소재이다. <황소>는 전시회에서 볼 때는 스쳐가듯 봤는데 설명을 읽어보니 이중섭은 황소의 거칠고 강인한 생명력을 묘사했으며 그림 속이 커다란 눈망울, 살짝 벌어진 입은 친근감을 보여주며, 우리 가족, 우리 한국인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이중섭이 가족을 그리워하면서 편지를 보냈다는 사연을 잘 알려져 있는데, <가족과 첫 눈>은 제주도에서 가족과 지냈던 행복한 날의 추억이 깃들여 있는 그림이라고 하니 가난하고 힘겨웠던 그의 삶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장욱진의 그림은 어린 아이의 그림같은 순순하고 맑은 영혼을 떠올리게 한다.
그 외에도 김홍도의 <추성부도> 그리고 겸재 정선의 <인왕제섹도>는 이건희 컬랙션 중에도 매우 귀중한 작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에서는 두 작품이 함께 전시되지 않았고, 기간을 정해서 한 작품씩 전시했다.
제 2전시실 - 해외 미술 명작 - 해외 유명 작가 8명의 작품
파블로 피카소,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마르크 샤갈, 폴 고생, 콜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카미유피사로
피카소의 작품은 <검은 얼굴의 큰 새>로 도자기 꽃병이다. 20세기 최고의 화가인 피카소는 회화 뿐만 아니라 조각, 판화, 도자기, 무대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했다. 물론 책에서는 피카소의 주요 작품에 대한 해설이 담겨 있다.
호안 미로는 야수파와 입체파의 영향을 받았으며 나중에는 다채롭고 위트 넘치는 자신만의 초현실 작품을 그렸다. 미로의 작품을 보면 마치 어린이가 그린 듯하다, 새, 별, 달, 눈 등을 자신만의 조형언어인 기호와 상징으로 표현한다. 그의 작품은 시를 쓰듯이 그림을 그렸다는 평을 받는다.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을 보면 기괴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정신분석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에 심취되어 무의식과 꿈을 본 듯한 초현실주의 작품을 주로 그렸다고 한다.
그리고 프로이드를 만난 적도 있다고 하니 그가 본 세계는 정신분석학적인 세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르크 샤갈의 작품도 초기의 초현실적인 작품들은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환상적인 동화같은 세상을 그렸는데, 그 보다는 노년에 그린 <붉은 꽃다발의 연인들>이 색채감도 좋고 마음에 훨씬 더 다가온다. 이 작품은 이건희 컬렉션 작품이다.
그밖의 해외 작품으로는 폴 고갱의 <파리의 센강>이 있는데 초기 작품으로 고갱의 화풍과는 다른 사실적 묘사 작품이다.
그리고 르누아르의 <책 읽는 여인>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은 수련 시리즈에서 많이 본 작품이고 국내에서 모네전도 몇 번 열렸기에 새로운 느낌은 없지만 감정가들은 약 800억 원 이상일 것이라 추정한다고 한다.
책 속에 소개된 화가 그리고 그들의 작품이 인지도가 높은 화가의 작품들이고 한 사람이 이 정도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었으니 그 가치도 어마어마하다는 것. 그리고 미술품을 수집한 이면에는 순수한 생각만 있었을까하는 생각도 떨쳐 버릴 수는 없다.
<어느 수집가의 초대>에 전시된 고미술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작품들인데, 보물급에 해당하는 다양한 작품들이 많았다. 선사시대부터 시대별로 나열해도 어떤 시대가 빠지지 않을 정도로 구색을 맞추고 있다.
심지어 고서적의 경우에는 어떤 서적인지 펼쳐져 있지 않은 상태로 여러 권씩 겹쳐서 전시되고 있었다.
백남준의 작품도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현재도 이곳 저곳에서 다양한 주제로 이건희 컬렉션이 열리고 있으니 관심이 있는 분은 관람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국내에서 이렇게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고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 수집과 유가족의 기증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 이 리뷰는 SUN 도슨트의 <내 손안의 도슨트북 이건희 컬렉션>에 소개된 국내 유명화가 8분의 작품 그리고 해외 유명화가 8분의 작품에 대한 해설을 중심으로 작성하였으며,
2022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어느 수집가의 초대>에서 본 작품들에 관한 내용도 함께 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