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 2018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한강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2016년에 맨부커상 인터내셔녈 부문에 수상한 작가, 한강.

수상작이었던 <채식주의자>를 비롯하여 다수의 작품을 읽었기에 작가의 작품 세계에 익숙하다.

최근작인 단편 소설 <작별>은 2018년 제 12회 김유정 문학상 수상작이다. <작별>을 비롯하여 수상 후보작 6작품이 실린 책을 읽었다.

문학상 수상작과 수상 후보작이 실린 책은 단편들이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는 하지만 읽다보면 작품 마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압축되어 있어서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때는 강렬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다.

수상작인 <작별>은 카프카의 <변신>이 떠오른다. 어느날 일어나 보니 벌레로 변신한 그레고르. 그는 가족들을 위한 삶을 살아 왔지만 벌레로 변한 후에 가족들은 차츰 그레고르를 혐오스럽게 생각한다. 마침내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뜨지 않게 방안에 갇히게 되고 결국에는 죽게 된다.

카프카의 실존주의 작품으로 인간이 사회와 가정으로부터 소외되는 인간성 상실에 대한 비판을 이야기한다.

이런 변신에 대한 서사와 맥이 닿아 있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는 작품이 '한강'의 <작별>이다. 심사위원들은 " 존재와 소멸의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경계"라는 심사평을 내 놓았다.

<작별>의 내용은 어느 겨울날, 약속 시간을 기다리다가 벤치에서 깜빡 잠이 들어 버린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는데 깨어보니 자신이 눈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녀는 얼마 전에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했다. 회사에 다닐 때에 만난 7살 연하의 가난한 연인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눈사람으로 변했으니 연인과 함께 식사를 할 수도 없고, 함께 있을 수도 없다. 잠시 예비 고등학생인 아들을 만나서 자신이 이렇게 변했음을 알리고 다시 밖으로 나온다.

그런데, 날씨가 눈사람이 꽁꽁 얼어 있을 수 있을 정도의 추위가 아니니, 조금씩 녹아 내린다. 어차피 눈은 부서지고 녹아 내리는 것이 아니던가. 조금씩 녹아내리는 손, 발, 입술...

그녀는 사라져 가는 자신의 모습에서 모든 것은 그냥 끝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상황에서 발버둥치지도 않고 그냥 담담하게 마지막 순간을 맞는 모습에서 독자들은 무엇을 느껴야 할까.

" 수상작 「작별」은 겨울의 어느 날 벤치에서 잠시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고 보니 눈사람이 되어버린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눈으로 뭉쳐진 육신이 점점 녹아 사라지는 운명. 그런 운명 속에서 그녀의 삶에 얽힌 관계들과 작별하는 과정을 단아하고 시심 어린 문장으로 그려놓았다. 그 변신의 놀라움이 차츰 자연스러움으로 변해가고 충격이 더 이상 충격으로 와 닿지 않을 때, 우리는 과연 복잡하게 엮인 관계들과 어떤 작별을 상상해볼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르면 물로 흘러 녹아 사라지고 말 운명. 인간과 인간 아닌 것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 존재와 소멸의 경계 그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존재의 쓸쓸한 운명에 관해 한강은 소설의 서사를 빌려 아름답고 슬프게 재현해놓았다. " <출판사 리뷰 중에서>

그 밖의 수상 후보작으로는,

'강화길'의 <손>

'권여선'의 <희박한 마음>

'감혜진'의 <동네사람>

'이승우'의 <소돔의 하룻밤>

' 정이현'의 <언니>

' 정지돈'의 <'Light from Anywhere(빛은 어디에서나)>

그 중에  ' 정지돈'의 <'Light from Anywhere(빛은 어디에서나)>은 2018년 베니스 건축비엔날레 '스테이트 아방가르드의 유령'전의 커미션으로 제작되었다.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 당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래서 그당시의 정세, 문학, 한국과 일본의 상황 등이 묘사되었다.

그래서 조금은 특별하게 읽히는 작품이다.

<2019년 1월 18일 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