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는 건 - 내게 살아있음이 무엇인지 가르쳐 준 야생에 대하여
김산하 지음 / 갈라파고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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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살아있음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 야생에 대하여'라는 소제목이 붙은  <살아있다는 건>은 야생 동식물을 통해서 우리의 삶을 생각하게 하는 에세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산하>는 인도네시아 구눙할라문 국립공원에서 자바 긴팔 원숭이를 연구한 우리나라 최초의 야생 영장류학자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제인 구달' 연구소의 '뿌리와 새싹' 프로그램 한국 지부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동물을 친구처럼 사랑했던 '제인 구달'의 저서을 여러 권을 읽었기에 이 책도 그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책을 읽어 내려갔다.

<살아있다는 건>은 저자가 직접 그림까지 그렸는데 그 그림 속에는 동물이 함께 있다. 김산하의 그림 사랑에 관한 에피소드도 소개된다.

저자는 학창시절에 항상 책가방 속에 연습장을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연습장?

학생이라면 필수품이 아닐까 하는데 그의 연습장은 그림책이자 일종의 스케치북이었다. 수업 시간에 연습장에 그림을 그리기를 즐겼는데, 그림 그리기는 훗날 사람과 사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이 되었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고 봄으로써 세상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림 속의 세계는 더 다정하고, 더 온화하고, 더 단순하다.

그래서인지 책 속의 그림들에 눈길이 가고 마음이 간다.

김산하의 산문집인 <살아있다는 건>은 다양한 야생 동식물과 자연 속에서 그가 느낀 생각들이 담겨 있다. 동물을 관찰하고 연구하면서 그들의 행동으로부터 '살아있다는 건 이런 것이다'라는 깨달음을 얻은 이야기들이다.

살아있는 것들을 보면서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함께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이 한 권의 산문집이 되었다.

" 누군가 정성 들여 꾸민 꽃밭을 헤아리고, 회색빛 도심에서 푸른 오아시스 같은 나무를 올려다본다. 그리고 다사다난했던 하루와 세월을 돌아보고, 너무 늦기 전에 정말 소중한 것들을 챙긴다.

이런 것들을 원천봉쇄한 채 모든 끈을 차단한다면, 다시 말해 살아있다 할 수 없으리라. 살아있다는 건 지금, 여기, 내 삶에 충실하다는 것이니까. " (p. 58)

우리가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어도 자연을 살펴보면 작은 풀 한 포기, 작은 새 한 마리에서 삶의 소중함을 느낄 때가 있다.

인간은 동물에 비해서 자연에 순응하지 못하고 사는 듯하다. 계절이나 환경의 일부가 되지 못하고 움츠려 든다. 그러나 자연 속의 동식물들은 의연하게 견뎌 내고 있다.

내가 자주 가는 공원에는 언제부턴가 고양이들이 많이 살고 있다. 도대체 이 넓은 공원에서 고양이가 무얼 먹고 살까 의문이 생긴다.

코로나 이전에는 공원에 오는 사람들이 음식을 먹으니 버린 음식물을 먹겠거니 했지만 지금은 어디를 봐도 먹이를 구하기 힘들다.

그래도 고양이들은 공원 속에서 순응하고 살고 있다.

봄이 되면 추운 겨울을 견딘 꽃과 풀들이 아주 작은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씩 꿈틀거리면서 움이 트는 모습, 나는 그 모습을 좋아한다.

저자는 이렇듯 우리도 계절의 일부가 되어 산다면 자연과 훨씬 평화로운 관계로 살 수 있으리라고 말한다.

자연 속의 동식물을 보면서 그들의 작은 움직임을 통해서 소박하지만 강한 삶의 의지를 우리들에게 전달해 준다.

버림의 미학, 기다림의 미학....

책을 통해서 소소하고 순수한 자연을 닮은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책 속에는 '존재의 빈자리를 남겨 두기'라는 글이 있다. 그림을 보니 떠난 반려견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반려견을 보낸 지 13개월, 그 후의 삶을 생각해 본다. 가슴 한 복판을 무겁게 차지하고 있는 반려견과의 추억들 그리고 아쉬움, 보고싶음, 핸드폰 속의 700여 장의 사진들....

" 오늘이 첫 날이다. 헤어진 건 바로 어제의 일이다. 간밤은 어떻게 넘겼지만 앞으로 시작될 삶이 문제다. 이제는 없이 살아가야 한다. 함께 만들고 나눴던 우리만의 세계는 하루아침에 허공에 지은 모래성처럼 사라지고 없다. 겉으로 보이는 세상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어제와 오늘 사이에 검은 심연과 같은 금이 생긴 걸 아는 것은 나뿐이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이 닥치면 마음의 준비는 쓸모없었다는 걸 알게 된다. 헤어짐은 완화 또는 둔화되지 않는다. 이별은 확실한 실체로 엄숙하게 당도한다. " (p. 99)

" 한때 채워졌던 자리는 언젠가 비워진다. 그때부터는 빈자리가 된다. 빈자리, 참 재미있는 말이다. 아무 것도 없는 것에 이름을 붙인 것이니까. 세상 모든 이들이 모르지만, 나만이 안다. 그저 없는 것이 아니라 비어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곳은 나만의 빈자리가 된다. 사시사철 강아지 밥그릇이 놓여있던 그 부엌 한 구석은 지금도 남아있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아미 잔뜩 짐이 쌓여있겠지, 그렇게 꽉 막아놓으면 안 돼. 지나갈 길을 만들어놔야지, 저쪽에 밥그릇, 그 옆에 물그릇을 놔야 한단 망이야. 거긴 바로 그 자리거든. " (p.p. 103~104)

저자는 야생 동물, 식물 그리고 자연을 관찰하면서 그 속에서 우리들의 삶을 본다. 살아있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저자의 깊이있는 삶의 철학이 글과 그림에 녹아있다. 그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우리의 삶은 제각각 자신의 모습이 있으니 이를 존중하고 이 순간을 소중하고 빛나는 시간으로 채워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하루가 다르게 가을빛이 짙어지는 요즘, 생활 속 거리두기로 힘겹고 재미없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하루 하루를 소중하게 살아가야겠다.

그리고 세상 속으로 뛰쳐 나갈 그 날을 기다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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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한국 민담 처음 만나는 초등 고전 시리즈
권도영 지음, 김서윤 그림 / 미래주니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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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담은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구전동화이다. 이 책에 소개되는 민담들은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있는 자료들을 정하였다. <한국구비문학대게>는 여러 해에 걸쳐서 구비문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 다니면서 어르신들에게 아는 이야기를 들려달고 해서 녹음하여 와서 정한 것이다.

     

 구비문학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로 설화라고도 한다. 설화에는 신들의 신성한 이야기를 담은 신호, 지역이나 인물 등과 관련된 증거물이 남이 있는 전설, 신화, 전설 이외의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인 민담이 있다.

이 책에는 옛 이야기 중에서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옛 이야기는 교훈을 준다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 민담은 사람 사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사람들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이야기들이다.

책 속에는 18가지의 민담이 담겨 있는데,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깊이 생각해 보기>가 있어서 그 이야기를 읽고 느낄 수 있는 이야기와 내용 정리를 한꺼번에 할 수 있어서 초등학생들의 독서 역량을 키워 줄 수 있다.

옛날 이야기여서 그런지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 일반 백성들의 이야기, 형제 이야기, 부모와 형제 이야기, 어떤 상황에서 슬기롭게 행동하는 이야기 등 형제 우애, 부모에게 효도, 이웃과의 관계 등이 주를 이룬다.

'지성이와 감천 이야기'는 일찍 부모을 여윈 지성이와 감천이는 동냥을 하면서 산다. 그러던 중에 동생 감천이는 형에게 이제는 부모님 제사도 지내 드릴 수 있게 일을 하자고 한다. 그래서 제삿날 다시 만나기로 하고 각자 길을 떠난다. 감천이는 부지런히 일해서 돈을 모아 부모님 제삿날 돌아와서 제삿상을 차린다. 밤 늦게 나타난 형 지성이는 빈 손으로 와서 핑계만을 댄다.

그래도 감천이는 형과 함께 제사를 지내고 잠을 자는데, 지성이는 동생 돈을 훔치고 동생 눈을 멀게 하고 도망을 친다.

어느날 감천은 노인을 만나서 도움을 받고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된다. 부자가 된 감천은 지성을 찾고 형의 잘못을 용서해 준다는 내용이다.

욕심 많은 형은 벌을 받지 않고 잘못을 뉘우치고 착한 동생은  형을 원망하지 않고 우애롭게 산다는 이야기이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도둑을 감싸주고 복받은 친구'이다.

산도둑을 만나서 소를 판 돈을 다 빼앗기지만 포졸이 나타나자 오히려 도둑을 두둔해 주고 이에 감동한 도둑에게서 많은 돈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민담 속에는 권선징악, 효도, 우애 등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역사적인 인물 이야기로는 '신립장군과 처녀 귀신'이야기가 있다. 어느날 신립은 노루를 잡으려다가 깊은 산 속에 들어가게 되고 커다란 기와집을 찾게 되는데...

그 집에 사는 여인의 사정을 들어 보니, 가족들이 난리를 피해서 산 속에 숨어 들게 되는데, 노비가 가족들을 죽이고 여인을 자기의 부인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신립은 숨어 있다가 노비를 죽이고 다음날 아침에 그 집을 떠나게 되는데, 여인은 신립을 따라 가겠다고 한다. 이를 거절하자 여인은 집에 불을 지르고 높은 곳에서 떨어져 죽게 된다.

그 이후 임진왜란이 일어나게 되고 신립은 조령 근처에서 싸우다가 탄금대까지 가서 전쟁을 하게 되는데...

신립은 탄금대 전투에서 크게 패하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신립이 조령에게 싸웠으면 승리를 했을텐데....

탄금대까지 간 것은 아마도 귀신에 홀린 것이 아닐까 하는 말을 하게 된다. 정말 산 속의 여인이 귀신이 되어서 신립을 홀린 것은 아닐까....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외면하면 안된다는 숨은 뜻이 있기는 하지만 결코 신립이 여인을 마다한 행동이 문제가 되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이런 이야기의 경우에는 서로 토론을 할 수 있는 좋은 주제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이렇게 민담은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온다. 옛날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평범한 이야기들이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우리에게 생각을 할 수 있는 메시지가 담겨 있기도 하다.

이 책은 초등학생들이 읽으면 좋은 책으로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어 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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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공룡 우리 아이 마음 성장 그림책 5
탁소 지음 / 꼬마싱긋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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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꼬마싱긋'에서는 '우리아이 마음 성장 그림책이 5권이 나왔다. 탁소의 그림 동화책인데, <구름똥>, <코끼리 방귀>, <데굴데굴 집>, <바나나 킹> 그리고 <물방울 공룡>이다.

       

      

 그 중에 <구름똥>, <코끼리 방귀>, <데굴데굴 집>을 읽고 4번째로 만난 책이 <물방울 공룡>이다.

우리 아이 마음 성장 그림책은

* 열린 마음으로 친구를 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 말문이 트이는 의성어, 의태어를 풍성하게 담았다.

* 다양한 독후 활동과 역할극이 가능하다.

그림 동화를 쓰고 그린 탁소는 아트디렉터로 활동을 하면서 세계 유수 광고제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그래서인지 동화책을 보면 캐릭터가 그 특징이 잘 나타나게 그려져 있으며 그림의 색감은 어린이들의 눈에 확 들어오는 색들로 그려져 있다.

또한,  탁소의 그림 동화책의 특징은 의성어와 의태어가 상당히 많이 나오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말문이 트이기 시작하는 유아들을 보면 단어를 이야기하기 전에 의성어로 말한다. 붕붕, 빠방, 똑똑똑 등

<물방울 공룡>은 탁소의 다른 그림 동화책들처럼 동물이 나온다. 그 중에서도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공룡의 이야기이다.

공룡산에 사는 공룡들은 장기자랑 대회를 열었다. 온갖 공룡들이 나온다. 어린이들도 잘 알고 있는 공룡의 이름과 생김새, 그들의 습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장기자랑에 나온 공룡들, 나뭇잎을 좋아하는 브라키오 사우루스, 뾰족뾰족한 것이 달려 있는 스테코 사우루스, 오돌토돌한 갑옷을 걸친 안킬로 사우루스, 머리가 매끈 배끈한 스테고 케라스, 덩치가 크고 이빨도 무시무시한 티라노 사우루스...

공룡도 초식 공룡이 있고, 육식 공룡이 있는데, 가장 무서운 공룡은 티라노 사우루스다.

공룡들은 장기자랑에 나와서 그들의 장기인 불을 내뿜는다. 퐁퐁퐁 귀엽게, 팡팡 불꽃처럼, 번쩍번쩍 번개처럼, 회오리 불처럼 파바박...

그런데 얼마 전에 공룡산으로 이사 온 스케고케라스는 입을 벌리자 물방울이 보글보글....

비눗방울 놀이도 아니고 물방울이 입에서 나오다니....

공룡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공룡의 장기자랑으로는 좀 아니다 싶기는 하다.

그런데, 티라노 사우루스의 회오리 불이 수코미무스의 꼬리에 붙고....

이 불은 산불로 번지게 되니, 이렇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물, 물, 물....

그림 동화책에서는 의성어, 의태어가 많이 나온다. 공룡이 등장하는 순간에는 그 공룡의 특성에 따라서 의성어가 달라진다.

우르르, 쿵쿵쿵, 콩콩콩, 성큼성큼 뒤뚱뒤뚱, 터벅터벅, 폴짝폴짝....

공룡의 몸집에 따라서, 걸음걸이에 따라서 다른 의성어가 나온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공룡 이야기 그리고 의성어, 의태어를 익힐 수 있는 이야기.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자랑에서 물방울을 불어서 창피를 당했던 스테고케라스가 산불을 끌 수 있는 물방울을 내뿜으니 모든 공룡들은 스테고케라스를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

" 친구야, 네가 있어 고마워,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달라서 더 멋진 친구가 될 수 있어. "

이 책이 어린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우리는 모두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하잖아 보이는 재능이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소중한 재능임을 알께워 준다.

어린이들에게 친구를 대할 때에 겉모습이나 그들의 뛰어난 재능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친구의 보잘 것 없는 재능도 인정해 줄 수 있어야 함을 알려 준다.

서로 서로 친구끼리 아끼고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책 속에 담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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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여자가 말하다 - 여인의 초상화 속 숨겨진 이야기
이정아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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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갈 때에 도슨트 시간을 이용하면 작품 속에 담긴 숨은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다. 화가의 작품 속에는 그들의 삶의 이야기와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회화 속의 여인들, 그들은 화가와 모델, 그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여 연인 또는 아내가 되어 화가의 작품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1000년의 회화 역사 속에서 여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찾아서 그녀들이 누구인지, 화가는 왜 그 여인을 그렸는지, 화가와 그림 속 여인들의 이야기를 찾아 낸 책이 <그림 속 여자가 말하다>이다.

  

 그림 속의 여인들이 왜 그런 모습으로, 그런 표정으로, 그런 상황에서 그려졌을까 하는 의문이 책을 읽으면 쉽게 풀려진다.

그림 속의 여인 들 중에는 역사적으로 알려진 인물들도 있다. 궁정 화가들에 의해서 그려진 여인의 초상화가 정략 결혼의 대상자에게 전달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궁중에 살고 있는 왕비, 공주의 모습도 초상화로 그려져서 후대까지 내려 오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운 점은 그림이 그려진 배경, 화가와 모델의 이야기,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들의 이야기가 그림 속에 그대로 담겨 있다는 것이다.

1760년에 잔해 속에서 발견된 프레스코화의 주인공은 서기 79년에 그려진 <폼페이 여인의 초상> 이다. 그 주인공은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노래한 최초의 서정 시인 중의 한 명인 사포다.

여성은 남성 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했던 그 시대에 시인으로 활동했던 그녀의 모습은 초상화 속에 역사의 흔적으로 남아 있다.

중세 화가들은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림으로 성경의 내용을 전달했다. 유럽의 유명 성당에 가면 성경 이야기가 연작으로 그려져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성모자의 모습은 초월적이고 성스럽다. 그런데 이런 편견을 깨고 그린 <성모자와 두 천사>에는 화가 프라 필리포 리피의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필리포 리피는 고아로 수도원에서 수도사의 길을 걷던 중에 나이 어린 수녀와 사랑의 도피를 한다. 성당의 제단화를 그리면서 만난 그녀는 루크레치아 부티였다. 필리포 리피가 그녀에게 성모의 모델을 제안하면서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성모자와 두 천사>에서 성모는 루크레치아가 모델이고 아기 예수는 화가의 아들이 모델이니 어찌 보면 자신의 가족 초상화라고 할 수 있다.

당시의 신성한 성모자의 모습에서 벗어나 인간미가 넘치는 성모자의 모습은 신성모독죄가 될 수도 있었는데...

필리포 리피가 그린 <메디치 리카르디 궁전의 성모>도 역시 성모자의 모습이 <성모자와 두 천사>처럼 신성하기 보다는 인간미가 넘쳐 흐른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르네상스의 포문을 연 작품이다. 보티첼리는 고대의 부활과 인본주의의 시작을 비너스의 탄생을 통해서 표현했다.

그의 작품인 <봄>도 역시 초월적인 미의 세계를 나타낸다. 그에게 예술적 영감을 준 모델은 시모네타인데, <찬가의 성모>에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시모네타가 23세의 젊은 나이로 갑작스럽게 죽게 된다.

이후 보티첼이의 그림이 이단적인 것으로 간주되면서 화가는 세상의 비난으로 서서히 무너진다. 그런 화가의 마음이 담겨 있는 작품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이다. 앞의 작품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 그림에 드리워진 암울한 분위기

보티첼리는 종교적 참회와 묵상을 담은 몇 작품을 그리고 그림을 그리지 않게 된다. 그의 최후는 거지 신세가 되었으니... 보티첼리의 마지막으로 시모네타의 발 밑에 묻히기를 희망했지만 그마저도 이룰 수 없었다고 한다.

<찬가의 성모>에 나타난 시모네타의 모습이 왜 그리 아름다운지 이제야 짐작할 수 있다.

그밖에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그린 마르가르타 공주의 초상화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모네와 카미유의 사랑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산책>,

그리고 카미유의 임종 모습이 담긴 한 폭의 그림인 <임종을 맞은 카미유>

죽는 순간까지도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는 클림트의 화폭 속의 모델인 에밀리 플뢰게 이야기 등은 소설보다도 더 아름답고 슬프기도 하다.

그녀들이 왜 그림 속에서 그런 모습으로 표현되었는지를 자세하게 살펴 볼 수 있다.

특히 클림트의 연인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에밀리 플뢰게는 유명한 <키스>의 모델로 추측하고 있다.

죽어가는 애인의 모습을 화폭에 담은 그림도 있다. 페르디난트 호들러의 <파리의 여인 발렌틴 고데 - 다렐>을 보면 그녀의 모습이 화사하고 다정하게 느껴진다. 모델을 보는 화가의 셀렘의 감정까지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그녀가 죽기 한 달 전에 그린 <발렌틴 고데 - 다렐 부인>은 침대에 누워 있는 수척한 모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사망 하루 전 발렌틴 고데 - 다렐>에서는 병마에 시달린 모습이 안타깝기만한 발렌틴이 죽음을 기다리는 듯하다. 화폭 전체에 도사리고 있는 그로테스크한 죽음의 분위기.

화가는 이외에도 죽어가는 연인의 모습을 회화와 드로잉으로 200여 점을 남겼다고 한다.

우리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화가들, 고야, 뭉크, 라파엘로, 앵그르, 드가, 마네, 고흐, 세잔, 샤갈....

그들이 그린 화폭 속의 여인들의 모습은 화가의 인생 속의 한 부분이었음을 아니 화가의 전부였음을 말해 준다.

한국의 화가로는 나혜석이 등장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 화가. 조선 여성의 자의식이 담긴 그림을 그렸고, 최초로 유화 전시회를 열었으며 세계 일주를 했던 신여성.

그러나 그녀는 52세의 나이로 사람들의 편견에 시달리다가 어느 무연고 병실에서 쓸쓸히 죽었다.

책 속에 담긴 작품들은 우리에게 낯익은 작품도 많다. 그만큼 세상의 이목을 집중했던 그림들인데, 그 속에 자리잡고 있는 모델들은 우리들에게 뭔가를 말하고 있는 듯하다.

사랑을 한 몸에 받고 환희에 찬 모습으로, 고뇌하는 모습으로...

화가와는 어떻게 만났을까? 그림 속의 그녀는 왜 그런 모습으로 있을까?

화가와는 어떤 사이였을까?

그런 물음에 다소곳이 답해주는 책이 <그림 속 여자가 말하다>이다.

너무도 잘 알려진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은 바로 이 책을 읽는 이 순간을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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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 - 유물과 유적으로 매 순간 다시 쓰는 다이나믹 한국 고대사 서가명강 시리즈 12
권오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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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명강 - 울대에 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

지금까지 12권의 책이 시리즈로 나와 있다. 그 중의 몇 권을 읽었는데, 이번에는 역사관련 강의다.

<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인데, 문헌사료가 부족한 고대사의 연구를 위해서는 고곡학 발굴조사를 통한 빅테이터의 활용이 중요함을 말한다.

  

삼국시대의 역사는 <삼국사기>, <삼국유사>등을 비롯한 역사책을 바탕으로 공부하여 왔지만 이 책들은 당시의 역사가들에 의해서 씌여진 책들이 아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고려시대에 씌여졌고, 어떤 의도에 의해서 왜곡된 경우도 있다. 때론 문헌이 아닌 설화 등의 이야깃거리가 삼국시대의 역사처럼 회자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믿어 왔던 역사적 사실이 하루 아침에 진실이 아닌 왜곡이었음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당시의 유물과 유적이 발굴되면서 고대사의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런 현장에서 활약을 했던 서룰대 국사학과 교수 '권오영'의 생생한 이야기가 책 속에 담겨 있다.

저자는 '현장을 지휘하며 진실을 발군하는 역사학자'이다. 역사학과 고고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풍납토성 경당지구 발굴, 한성백제 시대의 숨겨진 역사를 밝히는 역사의 현장에 있었고, 천안 청당동 유적, 순천 대곡리 유적 발굴도 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는 아제르 바이잔, 카자흐스탄, 몽골, 러시아, 베트남 등 해외 유적 발굴에도 앞장서고 있다.

저자는 삼국시대의 역사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도 불구되거나 해외의 유물이 국내에서 발굴되는 것을 보고 고대사의 진실은 한반도를 넘어 세계로 나아갔음을 확인시켜준다.

유물, 유적의 발굴은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인 사례는 경주의 조양동 유적, 창원의 다호리 유적, 천안의 청당동 유적이다. 이들은 삼국시대 초기사를 밝히는 중요한 발굴이었다.

마을의 유적을 발굴하여 거기에서 나온 인골을 통해서 고대사회의 가족관계를 밝힐 수도 있다.

무덤에서 나오는 무기, 말투구, 말갑옷 등을 통해서는 당시의 군사조직, 전쟁 방식을 알 수 있다.

유물에서 나온 소소한 식물 등을 통해서는 고대인들의 음식문화를 알 수 있다.

일본이 꾸준히 주장해 왔던 임나일본부설처럼 왜곡된 한일관계사, 가야사를 바로 잡을 수 있었던 것도 고분조사와 발굴 작업에서 얻어진 성과이다.

기존에는 한정된 문헌 자료만을 가지고 연구실에 틀어 박혀서 연구하고 그 결과를 고대사인양 주장하였는데, 이제는 그런 시대는 끝났다. 답사를 통해서 발굴된 유물들을 통해서 역사적 사실을 추정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 앞으로 역사학자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역할을 맡아야 한다. 고고학자가 발굴한 유물을 가지고 화학자와 함께 분석하기도 하고, 토목 공학자와 함께 공학적 원리를 규명하는 식으로 새로운 연구 방법론을 개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역사 연구는 퇴보 할 수 밖에 없다. " (pp. 68~69)

" (...) 언제든 기존의 학설이 무너질 수 있기에 사료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비판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역사는 과거의 역사가가 사실을 선택하고 재구성한 결과다. 사학자라면 과거의 해석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역사는 그런 질문과 대답으로 시작되고 이어지며 미래로 나아간다. " (p. 71)

고대 유적에서 발굴되는 인골은 생물학적 개체로서 인간을 연구 수준을 넘어서서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 연구로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순장 연구에 많은 도움을 준다. 무덤은 고대인들의 사후 세계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는 귀한 자료이며, 무덤 속에서 나오는 소장품들을 통해서 그들의 생활상, 사회상을 엿 볼 수 있다.

서울을 수도를 중심으로 연구하는 수도 유적지이다. 백세사의 이른 단계를 한성기라고 하는데 그 유적들이 송파구 일대에서 많이 발굴된다.

풍납토성, 몽촌토성, 석촌동 고분군 등은 백제 초기의 역사를 규명할 중요한 곳이기에 정밀한 학술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풍납토성, 미래마을지구에서는 호자라고 불리는 변기가 발견됐다. 이동식 변기가 아닌 화장실이 통째로 발견됐다.

익산 왕궁리 유적, 부여 화지산에서도 백제의 대형 수세식 화장실이 발견되었다.

또한 경주의 왕경 유적에서는 돌로 만든 럭셔리 화장실이 나오기도 했다.

이를 통해서 왕족과 귀족들의 일상 생활상을 그리고 당시의 환경과 위생상태도 알 수 있다.

저자는 처음에는 국내 유적 발굴만을 했는데 해외에서도 고대의 유물들과 비슷한 유물들이 발굴되는 것을 보고 해외의 유물 발굴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고대 선인들도 자신이 살고 있는 좁은 지역에만 국한되어 살았던 것이 아님을 알려 주는 교역과 관련된 길들이 있다. 초원길, 사막과 오아시스를 이이주는 길, 바닷길을 통해 중국과 일본 등으로 진출...

그리고 그 지역을 넘어 동남 아시아와 서아시아까지 고대인들도 자신의 영역을 넓혀 나간 흔적들이 여기 저기에서 발견된다.

신라 황남대총과 카자흐스탄, 중앙아시아 속 한국 고대사의 흔적, 페르시아에서 발견되는 신라의 유물, 페르시안 글라스는 초원길, 사막, 오아시스를 통해 신라로 들어왔으며 다시 일본까지 건너가게 된다.

그동안 박물관을 다니면서 눈에 익었던 유물들, 그 유물들을 발굴하고, 그것을 토대로 역사의 부분 부분을 맞추어 나간 학자들의 발굴에 얽힌 이야기를이 흥미롭게 책 속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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