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인리히 뵐 지음, 정찬종 옮김 / 이유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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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뵐 (1917~1985)은 전후 독일 문학의 거장이다. 1971년 ~1974년까지 펜클럽 회장, 1972년에는 <여인과 군상>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하인리히 뵐'을 '살아 있는 도덕주의자', ' 행동하는 작가'라고 말한다. 
그는 2차 세계대전에 20대 청년으로 6년 간 참전했는데, 이는 작품세계에 많은 영향을 줬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하인리히 뵐'의 첫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1인칭 서술로 남편, 아내가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를 주도한다. 이 소설의 배경은 독일의 쾰른 시이고, 주인공은 프레드와 케테 부부이다.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경제적으로 상당히 궁핍했다. 프레드는 여러 차례 직업을 바꾸기는 하지만 직업은 교환수이고 오후에는 어린이들의 학습을 도와주기도 한다.  그런데 집은 커녕 한 칸짜리 방에 부부와 3자녀가 함께 산다.
그런데 이 집에 살고 있는 프랑케 부인은 아이들이 조금만 떠들어도 야단을 치고, 함께 쓰는 화장실에 아이들이 다녀오면 청결 상태를 검사할 정도로 심한 간섭을 한다.
프레드는 가족들과 함께 살지 못하고 이곳 저곳을 전전하면서 생활을 한다. 그에 비하여 잘 사는 사람은 개 집이 프레드 가족이 사는 방보다도 넓으니...
작가는 전쟁 후에 독일이 재건하는 과정에서 주거, 결혼, 종교 등을 테마로 이 소설을 썼다. 특히 소설 속에는 카톨릭 교회의 위선이 잘 나타나 있다. 
평범한 이야기같지만 그 속에서는 당시 독일의 실정을 꿰뚫어 보는 혜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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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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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는 펜팔이 있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편지로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보내고 받는 방법이었는데,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외국인과의 펜팔, 친구를 사귀자고 같은 나잇대와의 펜팔, 아니면 위문편지를 보낸 국군장병에게서 온 답장을 시작으로 하는 펜팔이 있었다. 펜팔로 인하여 만남을 갖고 결혼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같은데,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는 잘못 보내진 이메일이 자신의 하루의 시작이자 끝이 되고 서로의 생각에 공감을 하다 보니 만남까지 갖고자 했던 일탈을 그린 소설이다.
소설은 이메일로 시작하여 이메일로 끝나기 때문에 문장이 짧고 간결하다. 장편소설이 갖는 긴 호흡이 아닌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어서 가볍게 읽히는 책이다. 



레오는 정기구독을 하던 잡지를 구독 취소하기 위해서 이메일을 보낸다. 몇 번의 이메일에도 구독 취소가 안 되는데 이유는 이메일 주소를 잘못 썼기 때문이다.메일 주소 중에 라이크(like)를  라이케 (leike)로 썼기 때문이다. 잘못 된 이메일로 인하여 두 사람은 급속히 가까와 지면서 자신의 일상 이야기를 주고 받게 된다. 

메일을 잘못 보낸 남자는 대학 교수인데 얼마 전에 여자 친구와 헤어졌고, 메일을 받았던 에미는 결혼을 한 여자이다. 에미의 남편은 아내를 잃고 딸과 아들을 키우다가 피아노 교습을 계기로 에미를 만나 결혼을 했다. 단란한 가정의 에미는 잘못 보내진 이메일이 아니었다면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을텐데, 어느날부터 자신의 생활에 권태로움을 느끼게 된다. 에미는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그리고 밤에 잠을 자기 직전까지 하루에도 몇 통의 이메일을 레오에게 보낸다. 차츰 서로에게 이끌리게 되는데, 레오 보다는 에미가 더 적극적이고 과감한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에는 에미의 남편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레오에게 메일을 보내 마지막으로 한 번 에미를 만나고 관계를 정리해 주기를 원한다. 물론, 에미에게는 모든 사실을 알리지 말고....



아마도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을 맺을지는 짐작이 갈 것이다. 누군가의 결단이 필요하겠지....어제가 오늘같고, 내일이 오늘같으리라는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서 어떤 계기로 설레이고 기다려지는 그런 일상이 온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바로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는 그런 일상 속에서  잘못 보내진 이메일로 인하여 마음이 설레이는 하루가 활짝 피어나는 그런 이야기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더 이상은 행복한 가정이 깨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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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양장)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5
에밀리 브론테 지음, 이신 옮김 / 앤의서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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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은 학창시절 필독도서에 있는 책이고 대부분 그즈음에 읽는 경우가 많다. 나도 역시 그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다보면 내 기억 속의 책과 지금 읽게 되는 책이 상당 부분 다르게 느껴진다.  애잔한 사랑이야기라고 기억했던 내 생각이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기억의 오류였음을 알게 해 줬다. 
언니인 살롯 브론테는 <제인에어>를 썼고, 에밀리 브론테는 서른 살이라는 짧은 인생에  단 한 편의 소설인 <폭풍의 언덕>을 남겼다.
<폭풍의 언덕>은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 멜빌의 <모비 딕>과 함께 영문학 3대 비극에 속한다. 
소설은 영국의 어느 시골의 폭풍우가 몰아치는 음산하고 황량한 저택 '워더링 하이츠'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이곳에 세입자인 나 (록우드)가 하룻밤 묻게 되는데, 유령이 나올 듯한 분위기의 저택의 비밀을 하인 넬리 딘에게서 듣게 되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저택의 주인이자 캐서린의 아버지인 언쇼는 리버풀 거리에서 굶주린 아이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 온다. 얼굴이 검은 집시 아이 히스클리프는 언쇼의 사랑을 받게 되는데, 이를 시기하는 아들 힌들러는 아버지가 없을 때는 히스클리프를 학대한다. 그렇지만 히스클리프도 만만하지는 않아서 자신의 말과 힌들러의 말을 바꾸지 않으면 언쇼에게 일러 바치겠다는 등의 행동을 한다. 
그러나 언쇼의 죽음은 히스클리프의 불행의 시작이 된다. 힌들러의 만행이 시작되고 이를 불쌍하게 여긴 캐서린은 히스클리프와 더욱 가까워지게 된다. 그러나 캐서린은 신분과 돈 그리고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서 에드거와 결혼을 하게 되면서 히스클리프는 홀연히 '워더링 하이츠'를 떠난다.
몇 년후에 돈을 번 히스클리프는 워더링 하이츠를 찾아오면서 이곳에서 복수는 시작된다. 그의 야만적이고 잔인하고 광기어린 복수는 힌들러, 캐서린 그리고 힌들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대를 이어서 이루어진다. 
캐서린은 자기 감정에 충실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인물이다. 그러나 히스클리프는 자신의 사랑인 캐서린을 빼앗아 간 신분체제 , 완고한 인간들과 그들 가문에 비해 초라한 자신의 생을 복수를 위해서 살다 간다. 
이런 모든 불행은 인간의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힌들러가 불쌍한 집시 아이를 자신의 동생처럼 어루만져 줬다면 이런 복수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비참한 것은 자신의 세대가 아닌 대물림으로 까지 번지는 복수. 인간에게 있어서 환경 그리고 가정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 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히스클리프의 마지막 며칠 동안의 행동, 그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후회가 아니었을까.광기어린 대물림한 복수의 끝에도 죽음 이후에는 또 다른 희망이 엿보이기도 한다. 
읽는내내 인간의 끝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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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단편선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3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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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그의 대표작 <노인과 바다>로 1953년퓰리처상을, 1954년에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학창시절에 읽은 <노인과 바다>는 지루하기만 했던 작품인데, 나중에 읽어보니 작품의 진가를 알 수 있었다.


"감정을 절제한 강건체와 사실주의 기법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서정시 못지않은 다양한 상징과 독특한 전지적 화법을 활용해 작품의 깊이를 더한 헤밍웨이 문학의 결정판이다. " (출판사 책소개글 중에서)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 <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무기여 잘 있어라> 등으로 미국 현대문학의 개척자라고 불리는데, 작가가 전쟁터에서 그리고 사냥과 낚시를 통해서 경험한 내용들이 작품 속에 녹아 있다.
헤밍웨이는 작품 활동을 하던 초기에는 단편소설과 시로 출발했다. 그가 첫 번째 출간한 책은 <세 편의 단편과 열 편의 시>로 단편소설과 시를 주로 썼다. 그러나 당시 비평가들은 헤밍웨이의 시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하지 않았기에 이후에는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을 썼다. 헤밍웨이의 단편소설은 약 70편 정도가 된다. 


"그는 약 70편에 이르는 단편을 통해 미국 단편 문학의 전통을 계승하는 한편 ‘하드보일드 문체’와 ‘빙산 이론’으로 명명된 독자적인 스타일을 확립시키며 장르를 아우르는 문학적 대가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의 단편은 사냥, 낚시, 투우, 권투, 군대 등 남성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전쟁이 일어나기 전 대자연 속에서 평화로웠던 미국인의 생활상과 전쟁을 겪고 일상으로 복귀한 사람들의 내면에 도사린 허무와 방황에 대한 성찰을 주로 그린다. 작가 개인의 경험에 기반을 둔 사건, 추구했던 주제의식, 문학적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단편에서 다룬 에피소드는 이후 주요 장편소설의 모태가 되기도 했다. " (출판사 책 소개글 중에서)


헤밍웨이의 단편소설의 특징은 장편소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민음사의 <헤밍웨이 단편선>은 1, 2로 구성되어 있으며,
단편선 2에는 14편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다. 특히 <심장이 두 개인 큰 강>은 1부, 2부로 되어 있는데, 전쟁에 나갔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고향에 돌아 온 닉 에덤스의 이야기이다. 대 자연 속에 들어가 홀로 낚시하며 옛 생각에 잠기는 모습에서 참전 군인이 전쟁 후유증을 극복하고 평온한 일상을 되찾으려는 노력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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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고양이 포
    이와세 조코 지음, 마쓰나리 마리코 그림, 이랑 옮김 / 다산어린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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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들과 동물은 좋은 친구이다. <내 고양이 포>에서는 고양이를 기르고 싶은 어린이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초등학생 하루는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고양이를 만난다. 어떤 집 담 위에서 졸고 있는 고양이를....
    다음 날에는 우체통 옆에 앉아 있는 같은 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고양이를 보는 순간 길을 잃은 고양이, 아니면 누가 버린 고양이.
    " 길에서 살아, 아니면 누가 널 버렸어?"
    " 집은 있을까? 배는 안 고파?"
    고양이가 걱정도 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자신이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그런데 다음 날, 새로운 친구 '모리'가 전학을 온다.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은데.....
    모리가 자신의 고양이를 잃어 버렸다고 하니 갑자기 어제 데려온 고양이 주인이 모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루는 고양이를 데려 오는 과정에서 엄마에게 거짓말을 한다. 누군가 버린 고양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그리고 자신이 데려 온 고양이 포가 모리의 고양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니 모리에게 그 사실을 숨기려고 한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하루는 고양이를 주인에게 돌려 주는 용기를 낸다.
    이 책에 나오는 고양이도 어린이들의 좋은 친구이지만, 강아지도 그리고 토끼 등도 어린이들의 좋은 친구이다.
    몇 년 전에 동네 아이들이 눈도 뜨지 못한 고양이 새끼를 몇 마리 가지고 와서 어미 고양이가 새끼들을 버린 것 같다고 자신들이 키우겠다고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어른 입장에서 보니, 잠시 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두고 집을 비운 사이에 아이들이 꺼내 온 것 같아서 다시 있던 곳에 데려다 주라고 한 적이 있다. 
    어린이들은 이처럼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잘못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내 고양이 포>에 나오는 하루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에 작은 거짓말과 진실을 숨기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스스로 그런 행동이 잘못 되었음을 스스로 인지하는 마음이 예쁘게 느껴진다. 또한, 길고양이를 괴롭히는 어린이들도 있는데,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람들만의 세상이 아니라 동물들과도 함께 사는 세상임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와 고양이 포는 아주 잠깐 즐거운 날을 보냈지만 나중에 가족과 의논하여 좋은 동물 친구를 만났으면 좋겠다.함께 생활하던 고양이를 잃어 버린 친구 모리의 마음을 생각할 줄 아는 하루의 마음이 대견스럽기도 하다. 
    " 운명처럼 만난 고양이와의 짧지만 다정해던 날들"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긴 책이 <내 고양이 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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