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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양장) ㅣ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5
에밀리 브론테 지음, 이신 옮김 / 앤의서재 / 2023년 9월
평점 :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은 학창시절 필독도서에 있는 책이고 대부분 그즈음에 읽는 경우가 많다. 나도 역시 그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다보면 내 기억 속의 책과 지금 읽게 되는 책이 상당 부분 다르게 느껴진다. 애잔한 사랑이야기라고 기억했던 내 생각이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기억의 오류였음을 알게 해 줬다.
언니인 살롯 브론테는 <제인에어>를 썼고, 에밀리 브론테는 서른 살이라는 짧은 인생에 단 한 편의 소설인 <폭풍의 언덕>을 남겼다.
<폭풍의 언덕>은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 멜빌의 <모비 딕>과 함께 영문학 3대 비극에 속한다.
소설은 영국의 어느 시골의 폭풍우가 몰아치는 음산하고 황량한 저택 '워더링 하이츠'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이곳에 세입자인 나 (록우드)가 하룻밤 묻게 되는데, 유령이 나올 듯한 분위기의 저택의 비밀을 하인 넬리 딘에게서 듣게 되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저택의 주인이자 캐서린의 아버지인 언쇼는 리버풀 거리에서 굶주린 아이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 온다. 얼굴이 검은 집시 아이 히스클리프는 언쇼의 사랑을 받게 되는데, 이를 시기하는 아들 힌들러는 아버지가 없을 때는 히스클리프를 학대한다. 그렇지만 히스클리프도 만만하지는 않아서 자신의 말과 힌들러의 말을 바꾸지 않으면 언쇼에게 일러 바치겠다는 등의 행동을 한다.
그러나 언쇼의 죽음은 히스클리프의 불행의 시작이 된다. 힌들러의 만행이 시작되고 이를 불쌍하게 여긴 캐서린은 히스클리프와 더욱 가까워지게 된다. 그러나 캐서린은 신분과 돈 그리고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서 에드거와 결혼을 하게 되면서 히스클리프는 홀연히 '워더링 하이츠'를 떠난다.
몇 년후에 돈을 번 히스클리프는 워더링 하이츠를 찾아오면서 이곳에서 복수는 시작된다. 그의 야만적이고 잔인하고 광기어린 복수는 힌들러, 캐서린 그리고 힌들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대를 이어서 이루어진다.
캐서린은 자기 감정에 충실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인물이다. 그러나 히스클리프는 자신의 사랑인 캐서린을 빼앗아 간 신분체제 , 완고한 인간들과 그들 가문에 비해 초라한 자신의 생을 복수를 위해서 살다 간다.
이런 모든 불행은 인간의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힌들러가 불쌍한 집시 아이를 자신의 동생처럼 어루만져 줬다면 이런 복수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비참한 것은 자신의 세대가 아닌 대물림으로 까지 번지는 복수. 인간에게 있어서 환경 그리고 가정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 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히스클리프의 마지막 며칠 동안의 행동, 그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후회가 아니었을까.광기어린 대물림한 복수의 끝에도 죽음 이후에는 또 다른 희망이 엿보이기도 한다.
읽는내내 인간의 끝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