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문학상' 수상작인 <난설헌>은 76세에, 이번에 출간된 <열여섯 번의 팔월>은 89세에 쓴 소설이다.
<열여섯 번의 팔월>의 시작은 강문혁 교수의 유고집 출판 기념회로 시작된다. 문혁은 서른 두 살에 하버드 대학교수로 초빙되었던 천재 영문학자이다. 그곳의 모든 혜택을 뿌리치고 고국에 돌아와서 모교의 강단에서 재직하던 중 사고로 생의 끝자락에 있다. 부동산 중개업으로 부를 가진 문혁의 아버지는 아들의 노트북의 몇 쪼가리 멘트를 연결하여 <푸름이 연두를 지우고>라는 산문집을 출간한다. 그 작업은 문혁의 단짝 친구인 경인이 맡아서 책을 만든다.
그리고 아직 생의 끈을 놓치 않은 문혁의 출판기념회에는 문혁의 친구인 배우정, 나주연(문혁 아버지의 후처), 나래 그리고 조안이 참석한다. 대충 이들이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이고 이들에 의해서 16년 전의 어느날 이야기가 밝혀진다.
문혁은 16년 전의 어두운 그림자로 인하여 그리고 아버지가 어머니를 정신병원에 보내서 죽게 만든 사건으로 항상 검은 슈트에 검은 넥타이를 맨 상복 차림으로 살고 있다.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무한한 기대를 안고서...
친구인 경인은 빈농의 장남으로 가난에 찌들고 동생들에 대한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다. 등단을 하기는 했지만 그 이후에 별다른 작품을 쓰지 못한 채...
문혁의 아버지는 그런 경인에게 아들 옆에 빌붙어 사는 비렁뱅이, 대필작가 주제라는 폭언을 하곤한다.
그리고 그들의 학교 친구인 우정, 악바리로 살았기에 한의대에 편입까지 하게 된 문학 동아리 멤버인 조안까지 .
문혁과 아버지의 폭행으로 문혁이 식물상태로 19개월을 견디다가 죽게 되고, 문혁도 자살로 인생을 마감한다.
처음부터 여기까지 읽는 동안에는 행간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놓치고 그저 이야기를 따라 읽었다. 그런데, 두 사람의 죽음으로 밝혀지는 16년 전 팔월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