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 평전 역사 인물 찾기 25
마이크 마퀴스 지음, 김백리 옮김 / 실천문학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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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전의 달인 출판사, 실천문학사..

  몇 년 전, <체 계바라 평전>을 통해 실천문학사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많은 평전들을 보게 되었다. 괜찮은 내용의 평전들을 많이 출간해 내는 출판사였기에, 이번 인물 역시 출판사를 믿고 읽기를 결심하게 되었다. <체 게바라 평전>에서는 이미 사망한 인물이 가졌던 꿈의 시기인 청년기부터 사망할때까지의 혁명의 과정을 담았던 모습과 개인의 마음 속 변화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밥 딜런 평전>에서는 아직 생존해있기 때문인지, 딜런이 20대였고, 사회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쳤다고 생각되는 1960년대가 이야기의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노래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 딜런의 음악의 가사와 그 음악이 만들어진 배경, 그리고 영향들을 알기 쉽게 잘 전해주고 있었다. 평전의 달인 출판사의 탁월한 선택과 만남으로, 밥 딜런의 이름만 겨우 알았던 나에게도 흥미로운 인물로 변해버렸다.
 

# 세상을 변화시킨 노래의 힘.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많은 청년들이 움직였던 1960년대, 딜런의 노래가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잘 나타나 있다. 무엇보다 딜런이 우상으로 생각했던 거스리에 대한 많은 언급과 거스리의 정신을 각각 다르게 이어받았던 다른 그룹들의 이야기 역시,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설명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긍정적으로 말하면, 밥 딜런 외의 다른 음악가를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고, 나쁘게 말하면, 밥 딜런 외의 인물의 장황한 등장에 평전을 읽는건지 음악의 흐름을 읽는건지 하는 느낌도 들었다. 동시대에 음악을 느끼었던 다른 인물의 소개가 나쁜 건 아닌데, 워낙 밥 딜런과 평전에서 소개된 음악인에 대해 무지하고 관심이 없기 때문에, 불편하게 느껴졌다고 생각한다.

  밥 딜런과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인물들은 다른 음악인들 역시 쉽게 알고 있을 경향이 높을 테니, 더욱 더 풍부한 딜런의 개인적인 면모와 딜런이 기여했던 활동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한 곡의 노래가 세상을 바꾸는 건 쉽지 않지만, 노래에 담긴 여러가지 의미들이 시대에 따라 여러가지로 다르게 해석되는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밥 딜런 스스로 의도했을거라 생각하지 않는 부분에서도 그의 음악이 널리 퍼지는 현상과 스타가 되었음에도 대중들의 인기와 명예심에 현혹되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가려했던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스타가 되기를 꿈꾸고, 그 자리를 유지하려는 사람들과 달리, 많은 순간 자신의 결정대로 삶을 사는 모습이 가장 좋았다.


# 자서전에 대한 냉정한 평가.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처럼, 작가는 밥 딜런의 음악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그의 행적을 미화하진 않았다. 그의 자서전에 대해 불명확한 부분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모호하게 대답하는 그의 태도를 인터뷰을 통해 전해주었다. 냉정한 시각을 잃지 않았기에, 더욱 더 작가의 해석이 더욱 신뢰가 간다고 할까. 밥 딜런을 비롯한 1960년대 미국의 흐름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나의 인물은 그의 시대와 동떨어져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시대를 넘어서던지, 시대와 함께 걸어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사람의 행동은 그가 생존하던 사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책을 다 읽은 후 책에 소개되었던 그의 음악을 찾아 듣기 시작하였다. 포크음악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되는 그의 음악은 지금 들어도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팝 음악은 가사에 다가서기 힘들어 맬로디만 듣는 경향이 강했는데, 가사의 메세지가 지니는 큰 힘을 평전을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은 지금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신념과 활동으로 조금씩 변해간다고 믿는다. 음악은 입으로 부르면서 귀로 듣고, 몸을 함께 움직이기에 더욱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믿는다. 올곧하게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세상을 살았던 딜런을 책으로 만나게 되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왠지 많이 가까워진 느낌, 세상에 큰 빛이 되었던 이와의 만남의 시간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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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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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마음을 흔들었던 영화 한 편..

 

   잊지 못할 책 한 권을 고르는 일에는 주춤하지만, 감동적인 영화 한 편을 말해보는 일은 전자보다 쉽게 느껴진다. 책 읽는 풍조가 영화관람보다 뜨겁지 않은 현실의 탓도 있겠지만, 영화를 보는 일은 책을 한 권 읽어내는 일보다 더 쉽게 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삶을 변화시키고, 잊혔던 감정을 떠올리고, 삶의 희망을 얻기도 하고,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5편의 이야기로 가네시로 가즈키는 돌아왔다. 2년 반 만의 기다림, 한 편의 대작 영화를 기다리는 시간만큼, 짧지 않은 시간동안 그의 작품을 보지 못해 마음이 허전할 때도 있었지만, 기대했던 대작 영화가 기대 이상으로 좋은 작품이었을 때 느끼는 희열만큼, 주옥같은 명작들과 함께, 잊고 지냈던 풍경, 마음들을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해 본다.

 
# 감동을 통해 생을 변화시켰던 이야기가 퍼즐처럼 잘 맞춰어진 소설.

 
  출간된 소설을 영화화 하는 과정에서 오래전 초등학교 친구를 만난 나는 그녀를 통해 어렸을 적 함께 영화를 보았던 용일의 존재를 떠올린다. 자전거를 타고 하교하는 30분동안 보았던 영화이야기를 했던 그와의 추억, 재일조선인이었던 둘은 소설가가 되고 싶은 나의 결심으로 재일고등학교를 가면서 서로 만날기회가 멀어지지만, 나는 용일이 이야기 해준 시나리오와 함께 보았던 영화를 통해 소설을 쓰게 되고, 용일은 함께 보자고 제안했던 구민회관에서 상영했던 <로마의 휴일>을 통해 사채업자의 빚쟁이 노릇을 하는 삶을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태양은 가득히>편에서 나온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소설가 지망생인 나는 샐러리맨의 삶에서 소설가로 전업하게 되고, 어두운 일을 하던 용일은 목장에서의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재일조선인으로 민족학교에서 살아가면서 느껴야 하는 고통과 외로움 등의 사회적인 모습까지 소설을 통해 볼 수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정무문>에서는 제약 회사의 약품의 부작용 사건으로 자살을 결심한 남편을 목격한 부인이 영화가게에서 만난 비디오 직원과의 인연을 통해, 제약회사와 싸울 용기와 자신의 눈에 아른거리는 자살한 남편의 모습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과정이 등장한다. 연체된 비디오를 반납하면서 만나게 된 비디오 직원 나루미군이 매번 권하는 영화를 통해 삶의 의욕을 찾아가는 과정과 좋은 영화를 만들고자 3년의 공을 들인 나루미군의 서툰 영화를 통해 꿈을 향해 도전해가는 나루미 군의 모습과 영화를 통해 삶의 희망과 용기를 얻는 부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세 번째 이야기 <프랭크와 자니>에서는 학교 공사의 석면피해로 협상하는 아버지로 인해 학교에서 왕따를 경험하게 되는 이시오카와 살인자가 된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기분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용기가 없었던 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는 질문으로 친해지게 된 두 사람은, 두 번째 이야기의 약품의 부작용을 방치하고 뇌물로 관리를 매수했다는 혐의의 피의자 보석을 준비하는 아버지와 보석금을 강탈해서 도망치려는 둘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네 번째 이야기에서는 부모님이 이혼 위기인 초등학교 3학년생인 유가 검은색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나미 아줌마와 만나 힘겨움과 괴로움을 울음으로 이겨내는 이야기와 10년 전 신약 실험에서 탈주한 동남아시아 모자를 쫓는 야쿠자의 모습을 만난 그녀가 남편과 자식을 잃고, 복수를 하는 과정이 맞물려서 전개된다. 유가 나미 아줌마와 함께 구민회관에서 <로마의 휴일>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다섯 번째 이야기에서는 할아버지의 사별 1주변 이후 실의에 빠진 할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할머니가 함께 처음 보았던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구민회관에서 <로마의 휴일>을 준비하는 과정이 등장한다. 한 편의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과 할머니의 미소를 보이기 위해 손자, 손녀들이 뭉치는 이야기, 로마의 휴일 필름을 얻기 위해 노력하던 중, 연구실 조교와 빠지는 로맨스까지, 가장 분량도 길고, 영화제작 홍보에 관한 부분까지 언급되어 있다.

  각 단편마다 짜임새를 가지고 한 편의 완결된 이야기를 지니고 있으면서, 5편마다 조금씩 겹치는 장면이 등장한다. 모두 8월 31일 열린 <로마의 휴일>과 관련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연작소설은 아니지만, 조금씩 연계를 짓는 모습에서 가네시로 가즈키 특유의 연관성을 느낄 수 있었다. 선과 악이 분명하고, 그 악을 타파하는 과정에서 잔혹한 부분이 빠지지 않는 작풍 역시 여전했다. 전작 <연애소설>에서 느꼈던 순수한 사랑의 모습을 <프랭크와 자니>를 통해서 느낄 수 있었고, <태양은 가득히>에서 용일과 내가 치고박고 싸우면서 친해지는 모습이나, 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을 담임 선생님으로 알게 된 이후 가까워 질 기회를 잃은 부분에서는 <GO>에서의 우정의 부분을 느낄 수 있었다. 

  무거운 이야기를 힘들지 않게 읽어낼 수 있는 건 가네시로 가즈키 특유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무거운 현실의 벽과 절망, 그리고 재미까지 여러가지 감정의 선을 읽어내면서 마음 속의 잊고 지냈던 감정을 떠올 릴 수 있어 더욱 좋았던 시간이었다.

  

# 한 사람이 집필 가능한 책 VS 많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영화

 

  출판사라 직원과 인쇄소 등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 책은 한 명의 작가의 손에 의해 글이 쓰여진다. 하지만 영화는 시나리오 작가부터 조명 감독, 미술, 흠향 등등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영화가 만들어지고 편집과 홍보 등을 통해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된다. 한 편의 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만큼, 한 편의 영화의 제작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삶이 변화하기도 한다. 

 
  오랜 시간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킨 영화의 목록들이 책 속에 가득하다. 가장 크게 작품을 구성하는데 힘이 되었던 6편의 영화 중에서 내가 읽은 영화는 3편 밖에 되지 않았다. 들어봤지만, 보지 못한 영화들.. 많은 베스트셀러와 소개를 통해 제목과 요약된 내용에는 익숙하지만, 실제 읽어보지 않으면 그 작품을 이해할 수 없다. 살아가면서 읽어봐야 할 영화의 추천목록을 받은 느낌이라고 할까. 책도 읽고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일석 이조이다. 오드리 햅번의 주연과 흑백영화인 것만 알고 있는 <로마의 휴일>을 찾아 관람하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봐야 겠다. 줄거리 연기만 보는 것이 아닌, 영화를 찍기위해 보여지는 스텝들의 모습과 그 영화를 통해 변화된 삶의 모습까지 볼 수 있는 여유를 찾는 건 살아가면서 조금씩 해야 완성해야 할 몫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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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0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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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의 길목에서 펼쳐지는 짝사랑 이야기.

   엉뚱함과 비현실적인 요소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대학 동아리의 잘 알지 못하는 OB 선배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그녀'를 만나게 된 나는 그녀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우연을 가장해서 그녀의 주위를 서성거린다. 하지만 맘처럼 잘 되지 않고 계속 애처로운 포즈만 그녀에게 보여주게 된다. 1년간 그녀의 주변을 서성거리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들이 한 권의 책에 가득 담겨있다. 전혀 짝사랑하는 남자의 존재를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음주의 세계를 즐기는 대학 새내기 '그녀'와 소심하고 우물쭈물하는 '나'의 이야기와 함께 교토 주변의 일상의 풍경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비현실적인 인물들이 함께 섞이여 재미있는 소설 한 편이 만들어진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살짝 웃어넘기며 책을 읽어가는 것을 즐길 수 있다면,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나오는 애니메이션들을 정색하며 비현실적이라고 매도하지 않는다면, 천진난만한 '그녀'와 작은 마음의 '나'가 1년간 겪어가는 이야기들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연애이야기와 교토 주변의 풍경, 일본 대학 축제 엿보기까지 세 마리 토끼를 한 권의 책에서 잡을 수 있다.


# 풍부한 독서에서 나오는 상상력의 힘!

 
  천진난만 '그녀'와 소심한 '나'가 겪어내는 여러가지 사건들의 원천에는 풍부한 독서에서 나오는 상상력의 힘이 담겨있다. 책을 읽다보면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한 번쯤 들어본 듯한 이야기들이 소설의 주요 소재로 만들어짐을 느끼게 된다. 중요한 것은, 전혀 식상하지 않게 흡입력있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필력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지나면 그것이 작위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재미있는 로맨스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작가의 상상력 앞에서 책장은 무더운 여름, 아이스크림이 녹듯이 빠르게 넘어간다.

  종이 잉어가 거리를 배회하고, 헌책시장의 신이 인간의 모습으로 둘 사이의 인연을 이어주는 등의 비현실적인 모습도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된다. '그녀'를 위해 매운 맛의 고통을 참아내는 '나'의 절실한 투쟁과 끝까지 그의 서성임을 눈치채지 못하는 둔한 '그녀'사이에 일어나는 좌충우돌의 사건들은 교토의 1년의 시간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상상력이 가득 찬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편안하게 읽다보면, 교토의 밤거리와 헌책방, 대학축제들을 경험해 보고 싶어진다. 같은 장소에 있었지만, 서로 다가서지 못하고 각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모습이 독특했다. 옴니버스식으로 서로 번갈아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 진행속에서 완결된 한 편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는 점은 작가만의 큰 필력이라 생각한다. 살짝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를 주는 상상력, 비현실적인 이야기도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애니메이션과 같은 재미가 책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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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사원이 회사를 녹인다 북핀업 3
다키타 유키코 지음, 정선우 옮김 / 경영정신(작가정신)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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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르르.. 달콤함과 함께 회사마저 녹아버리게 하는 설탕사원!

 
  기업의 경영자와 사원과의 관계는 협력관계여야 한다 생각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비정규직과 노동자에게 유리하지 않는 법률이 많은 사회에서 자신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법률을 잘 알아야 하는 경우는 필요하다. 법이 인간을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법을 잘 알아야  법률을 통해 손해를 보지 않는 사회라고 할까.

   종신노동의 계약이 깨어진 일본에서는 '단카이 세대'라고 불리는 부모의 과잉보호를 받고,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원들이 법률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권리를 아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권리'만을 주장하는 이기적인 세대이기 때문에 능력도 중요하지만, 인간관계도 중요한 회사에 큰 피해를 끼친다고 한다. 우리 나라로 따지면 노무사에 해당하는 사회보험노무사 다키타 유키코씨는 이런 설탕사원의 유형을 다섯가지로 나누어서 보여주고 있다. 직장생활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이 보기에도 너무하다 싶은 사원들이 많이 보였다. 이런 생각들은 '지나친 자긍심'과 '부모의 지나친 돌봄'에서 비롯된다.


# 에피소드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는 설탕사원의 예.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실제 일어난 에피소드를 통해 설탕사원의 존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부모에게 혼난적이 없다며 회사를 그만두는 사원, 위기의 순간을 부모가 해결해주는 사례, 친구같은 어머니가 도리어 회사에 큰 해가 되는 경우 등 충분히 현실속에 벌여질 수 있는 경우의 사례를 통해 이런 사원들이 회사에 어떠한 나쁜 영향을 끼치는지 느낄 수 있게 한다.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규정하고,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하며, 책임을 미루려는 자기존중형 설탕사원과 메뉴얼과 자격증, 공과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프리즌 브레이크형 설탕사원, 가정과 회사, 자기만의 틀에 박혀 변화된 업무를 적응하지 못하는 원룸 캐퍼시티형 설탕사원, 사생활을 중요시하고, 회사의 일에는 아랑곳않는 사생활 연장형 설탕사원의 에피소드가 전개된다.

  5가지 유형의 공통점은 '자기'만을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어린 아이일때는 자기만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어른이 되어가면서 타인의 눈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설탕사원들은 부모의 과잉보호 또는 자신의 독단적 성향과 자기중심적인 생각으로 회사에 큰 손해를 입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들이 이용하는 법률에 기대려는 경향때문에, 정규직을 보호하는 법률이 늘어날수록 도리어 기업에서는 파견사원을 많이 쓰려는 경향의 일본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연대.

 
  회사가 없으면 내가 없다는 애사심은 IMF 이후로 많이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능력에 따라 연봉을 더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은 개인의 업무능력이 매우 중요시 되고 있다고 할까. 하지만 사회생활은 혼자서 다 해내는 것이 아니라 2인 삼각처럼 함께 발맞추는 연대가 필요하기에 인간관계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설탕사원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런 연대보다는 자기 자신에 큰 초점을 맞추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버린다는 점에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나의 행동 하나가 회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숙고하고 직장생활에서 업무를 행해야 한다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잘할수 있는 일을 찾는 것과 함께, 한 번 결정했으면 꾸준히 생활하며 견뎌낼 수 있는 마음도 필요하다. 회사의 입장에서 사원들이 해를 주는 경우를 이야기 했기에, 사원들에 대한 비판이 생생하다.

   5가지 유형과 함께 이런 사원들을 미리 체크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해 주었다. 원룸 캐피시터형에 해당하는 사원으로  이력서에 취미가 독서나 음악감상, 영화감상이라고 적는 경우가 해당한다는 점에는 취미가 독서인 내게는 억지라는 점이 들었지만, 일반 면접관이 설탕사원을 가려낼 때는 상투적인 이력서를 쓰는 사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변화하는 사회만큼 젊은 세대들이 회사에 대해 생각하는 기대도 변화한다고 생각한다. 회사를 다니니까, 야근도 당연하고 수당을 주지 않는 것도 어쩔 수 없다 하지 말고,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경우를 끊임없이 토론해가며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지혜 역시 필요하다 생각한다. 무심코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일들이, 기업에게는 설탕사원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무개념', '민폐' 사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금 알게 되었던 책이었다.  기업의 인사담당자 뿐 아니라, 취업을 준비하는, 직장을 다니고 있는 회사원에게도 유용한 책이라 생각한다. 설탕사원 못지않게 설탕경영자 역시 회사를 녹게 만드는 요인이라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나의 상사가 설탕사원이나 설탕경영자가 아닌지 판별할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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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 수집광
앤 패디먼 지음, 김예리나 옮김 / 행복한상상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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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변수필'과 '평론'의 적절한 만남.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소소한 대상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신변수필은 이성보다 감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평론은 감성을 억누르고, 이성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에 관하여'로 번역되는 Familiar essay, 수상록은 이성과 감성의 적절한 균형을 요구한다. 19세기에 유행했던 수상록의 매력을 작가는 12편의 에세이를 통해서, 그 영광을 재현하고 있다. 어렸을 때 많이 했던 자연채집, 작가가 관심있어 하는 작가 찰스 램과 콜리지, 좋아하는 대상에 관한 아이스크림과 커피, 밤에 더욱 기운이 넘치는 올빼미족, 우편물과 이사, 국기에 대한 이야기와 청년시절 잊지 못한 어린 친구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물 속에서'까지 소소하고 개인적 취향이 강한 소재들을 논리적인 이성의 뒷받침으로 세상과 사회에 관한 작가만의 관점이 객관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잘 전개되어 있다.


# 소소한 소재들로 느껴지는 감동과 에피소드를 통해 추억을 되살려보다.


  소소한 소재들은 그 대상을 보는 심미안이 없다면, 길게 글을 쓸 수 없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소재에 대한 작가의 안목과 관점이 돋보인다 할까.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긴 글을 풀어낼 수 있는 작가의 역량에 감탄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자연채집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어렸을 때의 체험과 자신의 아이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개하는 내용을 읽다보면, 카페에 앉아 친구가 소곤소곤 속삭이는 느낌을 받게 된다. 누구나 경험하는 이사와 우편물, 자연채집등의 일상을 통해 나 또한 느꼈던 예전의 추억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할까. 

  쉽게 말하기 힘든 유년시절 지인의 사망사고에 관한 '물속에서'와 나비채집과 수집에 관한 에피소드를 통해 작가에 대해 알아나가게 된다고 할까.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꺼내면서도, 가벼움에서 탈피할 수 있는 건 수상록에 대한 작가의 애착이 있기에 가능한 건 아닐까 싶다. 카누를 타고 카악을 하다 뒤집어지면서도 참지 못하는 아이스크림에 대한 욕망을 나타내준 작가의 오빠 이야기와 이메일과 편지 등의 에피소드를 통해 작가에 대한 친근감도 더욱 커진다.


# 기억속에 사라진 책 속의 인물들이 재발견.


  추억을 되살려주는 소재들과 함께 이제는 책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을 다시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피천득님의 수필에서 만났던 찰스 램과 찰스 램의 친구였던 콜리지의 책은 국내에서 만나는 일 조차 어렵다. 이렇게 책과의 책의 연결을 통해 다시 한 번 기억속에  담을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작가의 글을 통해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었던 인물을 만나는 즐거움도 멋지다.  불면증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행동을 했던 애니 블루, 스콜 피츠제럴드, 루이스 캐럴 등의 엉뚱한 행동들은 작가의 소소한 면과 함께 작가를 다시 만나는 기회를 준다. 책속의 책 따라읽기를 할 수 있는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준다.


# 소재는 가볍지만, 메세지는 의미심장하다


  가볍고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뿐이라면 이 책의 매력이 반감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소한 주제를 통해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개인을 벗어난다. 9.11사태와 성조기를 연대해서 전하는 다양성의 중요성, 침대의 길이에 맞춰 사람의 몸을 자르고 늘였던 트로크루테스와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는 책을 읽어야 하는 문학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세상을 보는 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많은 책을 읽은 작가의 젠체하는 듯한 느낌의 지적정보들을 즐겁게 읽어 넘길 수 있다면, 이야기를 통해 또다른 메시지를 전하는 작가의 위트에 미소 지을 수 있다.

  7년의 세월동안 다양한 소재들을 통해 한 권의 책이 완성되었다. 소소함과 깊이, 즐거움과 감동이 절묘하게 섞여 있는 책이다. 12편의 이야기를 한 번에 다 읽기 보다는 하루에 하나정도 읽으며 즐거움과 생각의 깊이를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얻기를 권한다. 처음 읽었을 때는 가벼움 속의 무거움을 느끼고, 두 번째 읽을 때부터 작가의 글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하며, 세번째부터는 책에 흠뻑 빠지고 말았다. 곱씹어읽을 수록 더욱 큰 매력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처음 책을 만났을 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면, 시간을 두고, 다시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을만큼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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