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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 평전 ㅣ 역사 인물 찾기 25
마이크 마퀴스 지음, 김백리 옮김 / 실천문학사 / 2008년 7월
평점 :
# 평전의 달인 출판사, 실천문학사..
몇 년 전, <체 계바라 평전>을 통해 실천문학사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많은 평전들을 보게 되었다. 괜찮은 내용의 평전들을 많이 출간해 내는 출판사였기에, 이번 인물 역시 출판사를 믿고 읽기를 결심하게 되었다. <체 게바라 평전>에서는 이미 사망한 인물이 가졌던 꿈의 시기인 청년기부터 사망할때까지의 혁명의 과정을 담았던 모습과 개인의 마음 속 변화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밥 딜런 평전>에서는 아직 생존해있기 때문인지, 딜런이 20대였고, 사회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쳤다고 생각되는 1960년대가 이야기의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노래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 딜런의 음악의 가사와 그 음악이 만들어진 배경, 그리고 영향들을 알기 쉽게 잘 전해주고 있었다. 평전의 달인 출판사의 탁월한 선택과 만남으로, 밥 딜런의 이름만 겨우 알았던 나에게도 흥미로운 인물로 변해버렸다.
# 세상을 변화시킨 노래의 힘.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많은 청년들이 움직였던 1960년대, 딜런의 노래가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잘 나타나 있다. 무엇보다 딜런이 우상으로 생각했던 거스리에 대한 많은 언급과 거스리의 정신을 각각 다르게 이어받았던 다른 그룹들의 이야기 역시,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설명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긍정적으로 말하면, 밥 딜런 외의 다른 음악가를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고, 나쁘게 말하면, 밥 딜런 외의 인물의 장황한 등장에 평전을 읽는건지 음악의 흐름을 읽는건지 하는 느낌도 들었다. 동시대에 음악을 느끼었던 다른 인물의 소개가 나쁜 건 아닌데, 워낙 밥 딜런과 평전에서 소개된 음악인에 대해 무지하고 관심이 없기 때문에, 불편하게 느껴졌다고 생각한다.
밥 딜런과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인물들은 다른 음악인들 역시 쉽게 알고 있을 경향이 높을 테니, 더욱 더 풍부한 딜런의 개인적인 면모와 딜런이 기여했던 활동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한 곡의 노래가 세상을 바꾸는 건 쉽지 않지만, 노래에 담긴 여러가지 의미들이 시대에 따라 여러가지로 다르게 해석되는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밥 딜런 스스로 의도했을거라 생각하지 않는 부분에서도 그의 음악이 널리 퍼지는 현상과 스타가 되었음에도 대중들의 인기와 명예심에 현혹되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가려했던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스타가 되기를 꿈꾸고, 그 자리를 유지하려는 사람들과 달리, 많은 순간 자신의 결정대로 삶을 사는 모습이 가장 좋았다.
# 자서전에 대한 냉정한 평가.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처럼, 작가는 밥 딜런의 음악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그의 행적을 미화하진 않았다. 그의 자서전에 대해 불명확한 부분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모호하게 대답하는 그의 태도를 인터뷰을 통해 전해주었다. 냉정한 시각을 잃지 않았기에, 더욱 더 작가의 해석이 더욱 신뢰가 간다고 할까. 밥 딜런을 비롯한 1960년대 미국의 흐름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나의 인물은 그의 시대와 동떨어져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시대를 넘어서던지, 시대와 함께 걸어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사람의 행동은 그가 생존하던 사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책을 다 읽은 후 책에 소개되었던 그의 음악을 찾아 듣기 시작하였다. 포크음악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되는 그의 음악은 지금 들어도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팝 음악은 가사에 다가서기 힘들어 맬로디만 듣는 경향이 강했는데, 가사의 메세지가 지니는 큰 힘을 평전을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은 지금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신념과 활동으로 조금씩 변해간다고 믿는다. 음악은 입으로 부르면서 귀로 듣고, 몸을 함께 움직이기에 더욱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믿는다. 올곧하게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세상을 살았던 딜런을 책으로 만나게 되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왠지 많이 가까워진 느낌, 세상에 큰 빛이 되었던 이와의 만남의 시간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