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지식인의 글쓰기 노트 - 글쓰기에 대한 사유와 기록 조선 지식인 시리즈
고전연구회 사암, 한정주, 엄윤숙 지음 / 포럼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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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 솔직하게 말하자면.. 제목에 끌렸다.
  
  책에서 제목이 주는 힘은 어디까지 일까?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 글들의 목차를 세세히 살필 수 없기 때문에 제목이 주는 끌림에 가장 먼저 손이 간다. 생각의 폭도 깊지 않고, 아는 것도 많지 않아 글을 쓰는 일이 두렵다. 작문에 관한 글을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기에, 나보다 인생을 먼저 산 선배의 글을 찾아 읽으면서 더 나아진 모습을 찾으러 애쓴다. 

   '조선 지식인의 글쓰기 노트'라는 제목에 끌려서 집어든 책이었다. 새벽녘에 발길이 드문 계곡을 고요히 흐르는 암반수처럼 맑고 깨끗한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기대에 차 있었다. 욕심이 더해져, 나의 글쓰는 솜씨를 엘리베이터를 탄 것처럼 한 걸음에 정상까지 오르게 하는 비법을 얻을 수 있다는 바램도 스며있었다.
 
  책을 받자마자 한 번 읽고, 내 기대와는 다른 글에 눈길을 두지 않고 한쪽에 놓아 두었다. 시간이 흐르고, 조금 마음이 진정이 되자, 작은 마음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어렸을 적에 누군가를 좋아하다 상처받은 기억이 떠오른다. 내 맘에 든 아이는 뭘 해도 예뻤고, 행동 하나하나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러다 내 생각과 다른 행동과 모습을 보게 된 후 실망감에 상심이 컸던 기억이 난다. 그 아이가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저 내 스스로 내 마음에 맞는 행동을 할 거라 기대하고, 욕심내고 바랬던 마음이 나에게 그대로 상처로 돌아왔다. 기대와 욕심은..  만족을 내 마음속 공간에서 내쫓고 항상 편견에 빠지게 한다.

  마음 속 욕심과 기대를 벗어두고, 다시 책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글 쓰기 방법에 대한 책이라는 생각을 버리자 마자, 옛 선배들의 글을 쓸 때의 마음가짐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글을 적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붓과 벼루에 자신의 생각을 담고, 많은 자기검열과 세간의 평판도 무시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옛 그림에서 보았던 선비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글을 하나 하나 소리내어 읽어나갔다.

 
# 비법은 없다. 지식의 알갱이를 차곡차곡 쌓은 후 생각의 틀에 걸러 표현하는 방법이 좋다.

    다산 선생이 지은 '문장이란 무엇인가?'으로 시작한 글들은 짤막하게 조선 지식인들의 글을 하나씩 모아두었다. 3분을 넘지 않는 짧은 글들이 모여있고, 순서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글 쓸때의 마음가짐과 글을 쓰는 이가 경계해야 하는 태도에 관한 글들이 듬뿍 담겨있었다.

    비법을 기대하는 내게, 일침을 가하는 문장이 눈에 띄었다. 다산 시문집에서 발췌한 '분주하게 서두르고 성급하게 내달린다고 문장이 이루어지겠는가?'에서 이민영에게 한 이야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리 와 앉아보게. 내 자네에게 한 마디 하겠네. 문장이란 학식이 마음속에 쌓여 있다가 바깥으로 드러나 나타나는 것이네. 기름지고 맛있는 음식이 뱃속에 가득 차면 피부가 윤택해지고, 술이 뱃속으로 들어가면 얼굴에 붉은 빛이 드러나는 것과 같은 이치라네. 사정이 이러한데 어떻게 갑자기 문장을 이룰 수 있겠는가? 온화하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덕으로 마음을 기르고, 효도와 우애로 본성을 닦아 공경과 성실을 한결같이 실천해야 하네. . 

......중간 생략......

   마음속에 가득 쌓아둔 경험과 지식이 파도를 치듯 거세게 소용돌이쳐 천하 만세의 웅장한 광경으로 세상에 남겨 놓고 싶어질 것이네. 그런 의지와 욕구를 주체할 수 없게 되었을 때,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네.

....중간 생략..

  나는 이러한 이치로 자신을 표현한 글만을 참다운 문장이라고 생각하네. 어찌 풀을 헤쳐 바람을 맞이하려는 듯 분주하게 서두르고 성급하게 내달린다고 문장을 붙잡고 삼킬 수 있겠는가?

   세상에서 말하는 문장학(文章學)은 올바른 진리를 해치는 좀벌레라네. 내가 말한 문장의 이치와 절대로 서로 용납할 수 없네. 그러나 한발 물러서 문장학을 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일정한 문과 길이 있고 기운과 혈맥이 있는 법이네.

....이하 생략......

  사랑을 하는 것도 밥을 하는 것처럼 뜸을 들일 시간이 필요하다는 글이 생각났다. 밥솥에 밥을 앉히자 마자 맛있는 밥을 먹고 싶은 마음에 안달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초조함에 많은 걸 놓쳤던 기억이 떠오른다. 포스트 잇에 적고 수첩에 붙였다.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만, 눈에 띄는 곳에 두고 읽으면 계속 기억할 수 있다. 초조한 마음이 조금은 진정이 되었다.

  연암집에 실린 '좋은 글을 쓰는 것은 내게 달렸고, 글에 대한 평가는 다른 이에게 달렸다'와 '글쓰기는 병법의 이치와 같다' 어우야담에 실린 '왜 시간이 흐른 뒤 글을 고치는가', 지봉유설 '문장 文'에 담긴 '글을 쉽게 쓰는 세 가지 방법', 수여연필을 지은 홍길주 선생의 '훌륭한 글은 평범한 속에 나타난다', '언제 어느 곳에서나 항상 글 쓰는 재료를 모아라.' '제목이 신선하지 않다고 내용까지 신선하지 않겠는가', '글의 문체에는 모두 나름의 색깔이 있다' '옛 사람의 글쓰기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 다선 선생의 '글을 스는 것은 나무에 꽃이 피는 것과 같다'의 글귀가 나에게 와 닿는 부분이었다.

 
# 조선 지식인의 '성품'과 '글'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어서 즐거웠던 시간.

  옛 성인들은 하늘의 맑은 이치와 자연의 섭리를 깨닫기 위해 노력하고, 그것을 몸소 실천하면서 학문과 행동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그래서 소설과 같은 사사로운 이야기보다 큰 철학과 이상이 담긴 관념론이나 비현실적 담론이 많았던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비들의 하루 일과표를 본 기억이 난다. 아침 4시에 일어나서 부모님께 문안을 드리고, 하인들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예로써 다스리려고 노력하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끊임없이 배움과 실천에 애쓰는 모습이 떠올랐다. 

  진정한 '선비'가 부족했기 때문에, 조선이 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이나 고려의 한국의 옛 성현들의 글보다 서양의 옛 사상가와 그들의 글과 생각, 문화에 대해서 더 많이 접할 수 있고, 더 관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나라를 망하게 했지만 옛 선인들에게 찾아야 할 좋은 점도 있을텐데.. 한 쪽에 치우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우리의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P.S '전략적 책읽기'의 소제목 중 하나가 생각난다.

      '서평에 100% 의존하기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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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좌절, 이유 있다 - 하버드 박사 이창열의 슈퍼영어
이창열 지음 / 앱투스미디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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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그렇게 많이 영어 공부를 하는데에도 왜 영어가 잘 되지 않을까?
 

 
   중학교 1학년부터 학교에서 영어가 정규과목으로 지정 되었다. 일주일에 6-8시간까지 영어를 잘 읽고 쓰는 공부를 했다. 회화시간도 일주일에 한 시간씩 있었지만, 원어민과 한 시간씩 단둘이 이야기 하는 것도 아니고, 50명이 넘는 아이들 틈에서 익숙하지 않는 얼굴들에 말 건널 용기는 나지 않았다. 조금 얼굴이 익숙해질 쯤이 되면 다시 다른 데로 발령가 버리고, 새로운 원어민을 보면 또 얼어버리고, 나에게 영어는 즐거운 시간이 아닌 재미없고 두려운 시간이었다.

   대학교에 들어오니, Toeic을 해야 취업에도 유리하고, 사회 생활하는데 유리하다고 한다. 도움이 되는게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영어 공부.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하는데에도 되지 않으니 화부터 나기 시작했다. 외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지만, 돈도 없고, 문화도 잘 모르고 우리나라에 외국인 노동자가 들어온 것처럼 어색하고 힘들다는 걸 알기에 일찍부터 포기했다. 번역공부를 시작하면서 읽고 쓰는데에 들이는 노력은 조금씩 하고 있지만, 아직 멀었다.

   답답한 마음에 우울해 하고 있을때,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영어 잘 할 수 있다'가 아닌 '영어 좌절 이유 있다'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문제점을 알게 되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을꺼야'란 마음으로 책을 넘기기 시작했다.

 #  질문이 잘못되었잖아요!!!
 

올드보이에서 이유진이 오대수에게 한 명대사가 생각난다.
 
 "당신의 진짜 실수는 대답을 못찾은게 아니야.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리가 없잖아.

  왜 이우진은 오대수를 가뒀을까가 아니라,

  왜 풀어줬을까란 말이야"
 
 
  책을 읽고 난 후, 처음 떠오른 생각은 이제껏 잘못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러 애 썼다는 것이었다. 영어공부를 무작정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어떻게 하면 '잘' 할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했다는 점이다. 영어에 대한 목표가 없었다. 원어민 실력으로 유창하게 누구하고나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경우라고 하지만, 실제로 영어와 한국어를 잘 사고하고 표현하는 사람은 미국 내에서도 극소수라고 한다.

   정말 그렇게 하고 싶다면 13세 이전에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에 살면서 많은 노력과 적극적인 자세, 다양한 기회를 통한 여러가지 삶의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영어 카드를 보여주면서 반복적으로 따라하는 방법이 영어를 익히는 것 뿐 아니라, 국어 사용능력까지 저해시키는 이유는 '영어'를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영어로 쓰여진 단어를 암기하는 것일 뿐이라고 이야기 한다. 마치 숫자와 미적분 수식을 암기하고 있다고 해서 미적분 문제를 사고해서 풀 수 없는 것처럼 단어만 표현만 익히는 건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이야기 한다. 

# 말은 평생 배우는 것이다. 

  저자는 말은 평생배우고 학습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나의 드라마가 나오면 유행어가 생겨나고 삶의 방식이 변화하듯이 언어는 고정된 것이 아니기에, 그 시대의 문화와 표현 생활방식과 함께 언어를 공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노력이 병형이 되어야 잘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번역공부를 하면서 전업 번역가가 이야기하는 내용과 비슷해서 더 와 닿았다.

  '번역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요?' '많이 해보면 해 볼수록 늡니다.'

 

# 현실적이며 유용한 영어학습의 예.

 

    3장부터 20장까지 영어를 공부하는데 현실적이면서 알찬 정보들이 가득하다. 발음에 너무 얽매이지 말 것, 잘 하면 좋지만 모두가 성우는 아니다. 의사소통이 될정도까지 하면 된다. '그 시간에 조금 더 말하고 읽는데 시간을 할애하라' '영어를 우리말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무작정 익히지 말고 그 지역의 문화를 먼저 공부해라' '같은 표현이면 속어보다 세련되고 다듬어진 어휘를 사용하라'와 같은 영어를 익힐 때 필요한 마음가짐과  '모음없이 발음할 수 있어야 한다' '리듬감을 익혀라', '가장 많이 사용되는 300단어는 어느 정도 공부한 당신은 이미 알고 있는 단어들이다''한국어는 명사이지만 영어는 동사가 더 중심이다' '이미 굳어져 버린 표현(관용표현)을 잘 활용해라'는 기본적인 기술도 알려준다.

   4장에서는 다양한 표현력을 얻을 수 있는 비법에 대해서 알려준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동의어 사전'과 '관계어 사전'이었다. 접두어, 접미어에관한 단어암기장은 보긴 했지만, 미국인들도 영어 표현을 잘 하기 위해 동의서 사전과 관계어 사전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소중한 정보였다. 영어 뿐 아니라, 국어를 잘 말하고 다듬는데에도 동의어와 관계어 사전이 필요하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영어를 잘하고 실력이 쑥쑥 늘어나진 않는다. 막연히 힘들고 어렵고 짜증나고 지겨운 영어공부, 왜 잘못된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인지 집어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책에 있는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실천하느냐에 따라 당신의 영어실력은 좌우된다.

  영어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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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
김선우 지음 / 미루나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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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예쁜 표지와 제목부터 기분이 좋아진 책.


책을 볼때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곳은 표지이다. 꽃잎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봄 내음을 느끼게 한다. 위쪽을 보니 김선우 시인에게서 온 편지라고 적혀 있다. 시인의 맑은 감성이 담긴 글과 좋아하는 형식인 편지가 만나서 읽기 전부터 기대되는 책이였다. 제목을 보았다. 내 입에 들어온 설탕같은 키스들... 미각을 자극하는 달콤함과 매혹적인 키스의 단어에 끌렸다. 시작부터 기분이 좋다.

# 한 꼭지마다 나오는 두 편의 시, 그리고 작가의 마음이 전해지는 글들..

  '청춘'과 '사랑'에 관한 35편의 이야기와 70편의 시가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
전혀 어렵지 않은 쉬운 글과 감수성을 자극하는 이야기는 어여쁜 누이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편안하고 따뜻하다. 철학자 또는 사상가로 알려진 이의 시를 읽는 재미와 글의 내용에 맞게 잘 선별된 시들은 시만 읽었을 때 다가가기 힘든 어려움을 시와 함께 글도 읽을 수 있는 함께하는 즐거움의 흐름으로 바꾸어 버린다.

  순서에 얽매이지 않는 독자적인 35편의 글들이 내 글을 읽어달라고 속삭일 때, 어떤 걸 먼저 선택해야 할지 망설이게 되는 것도 행복한 고민이다. 딱딱하고 지친 일상과 시간에 탄산 음료같은 뻥 뚫린 기분을 얻고 싶었던 내 마음에 단비처럼 촉촉히 내 마음을 적셔주었다.

# 시인의 글씨일까? 글 앞에 나오는 시에 담긴 글들..

 조금은 독특한 형식이라고 할까, '한 없이 무릎꿇게 되는 것'이라는 글 앞에는  브레히트의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라는 시가 놓여 있고, 시 위쪽에 마치 작가가 글을 쓴 것처럼 흘림글씨로 본문 안의 내용이 담겨 있다.

  보라빛 내지의 색과 같이 색을 다르게 표현한 글이 있기도 하고, 검은색으로 담긴 글이 읽기도 하고 그 글을 읽은 다음, 시를 읽고 제목을 읽으면서 책을 내용을 생각해 보고, 책을 읽는다. 때론, 글을 다 읽은 다음에 시를 보고 글귀를 마지막에 읽어 보기도 했다.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었을까? 아님 편집의 묘미일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들게 하였다.

  많은 책을 읽지 못한 나에게 새로운 형식으로 느껴졌다.

# 책을 읽은 후 달라진 생각들..

  '사랑'에 대해서 딱딱하게 생각했던 나에게 조금 더 힘을 빼라고 속삭인 것처럼 달콤한 언어로 무장해제한 책이었다. 지친 일상과 많은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사랑한다는 건 사치라고 느껴지는 이 때에, 내 마음속에서 감수성을 발견하게  해 주었다. 상쾌하고 발랄하게 때론 자유롭게 일상과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그녀의 글은 매혹적이다.

  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표현 뒤에 깊은 사유의 뼈도 함께 담겨있다. 처음에는 언어의 섬세한 표현에 감탄했다. 다시 보았을 땐 표현뒤에 담긴 깊은 사유의 이야기를 찾는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책을 볼 때마다 이것 저것 느끼게 많아지는 건 아직 내 사유의 깊이가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이의 생각을 거르지 않고 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담아 놓은 생각과 관념들을 내 것으로 소화시키고 다시 표현해 내는 과정의 필요성을 느꼈다. 생각은 많은데 글로 표현하는 건 쉽지 않다. 어쩌면 이게 나의 한계일지 모른다. 글을 읽고 생각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면, 조금씩 더 나아질거라 믿는다. 똑같은 생각에 대한 새로운 표현력과 나보다 먼저 인생을 산 이의 사유의 깊이도 느낄 수 있는 재미난 시간이었다.

  예쁜 포장지 안에 장식도 예쁘게 된 달콤한 케익을 먹은 느낌이다. 케익이 다 맛나진 않았지만, 맛난 부분들이 충분히 많았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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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 1
송은일 지음 / 문이당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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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서평은

'반야'를 읽지 않은 이에게 아무런 배려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 조선시대 소외와 천대를 받으며, 기록받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

  조선시대, 근세 이전의 역사적 사료는 많지 않다. 찾기도 쉽지 않으며 구하기 힘들다. 역사는 승리한 자들의 기록이라는 말 처럼, 시대를 이끄는 지배계층이 아닌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 보기는 힘겹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천시받고, 신분적 굴레의 밑바닥을 지탱했던 인물들이 주축이 되는 '반야'가 반가웠다.

  '반야'는 어려서부터 무기를 타고난 반야가 양할머니 동매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스스로 세상밖의 세상인 사신계에 입문하고  2인자이지만, 총령이 부재하여 실질적 지존인 만파식령이 되고 심안을 잃는 과정까지를 그린 역사소설이다.
  
# 스스로 선택해서 벗어난 신분적 삶, 따스한 모정을 지닌 유을해에 끌리다.

  보통 주인공에 많이 끌리고 이입되지만 내가 더 마음이 갔던 인물은 '유을해'였다. 양반의 후취가 되면, 양반의 담장의 틀 안에서 편안하게 일생을 보장받으면서 살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스스로 인생을 선택하면서 살아나갔다. 씨앗을 얻기 위해 지낸 이씨 양반과의 사흘밤에서 얻은 반야에 대한 모정만큼 동바로, 끝애, 꽃님, 강수, 나무 등에 이르기까지 거둔 아이들도 딸과 아들을 삼으면서 양어머니의 역활을 다 하였고, 따스한 인정으로 주변 사람들을 잘 돌보고, 성정이 강한 반야도 잘 보살펴 주었다. 반야가 점사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도 주변에서 돌바주고 바르게 자라도록 돌보아준 동매 양조모와 유을해(본명 함채정)의 따스한 사랑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렸을 때 품었던 연정을 잊지 않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당당함과 사랑만큼 아이를 소중히 여기고 모정으로 지내온 강인한 모습, 몹쓸 일이 겪어도 현실을 탓하지 않고, 더욱 더 굳건하게 삶을 지내는 강한 마음 등 멋진 여성을 하나 알게 된 기쁨이라고 할까. 소설에서 등장하는 많은 인물 중에서 가장 끌리고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 인연과 욕망, 그리구 얽히고 뒤섞인 실타래 풀어가기.

  반야가 칠성부의 부령이 되는 과정과 만파식령이 되어 많은 인물들의 생사를 관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전생에서 만난 인연과 현생에서 만들어지는 인연과 업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난 일이다. 

   퍼즐을 짜 맞추는 듯, 촘촘하게 얽히고 뒤섞인 작품내의 인물과 사건들은 인과응보, 결자해지 등 여러가지 고사성어를 생각나게 한다. 이야기의 힘이라고 할까, 요즘 나오는 소설에서 보기 힘든 이야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재미난 소설이었다.

# '반야' 5배 깊게 읽기.  다른 인물들에 이입해서 읽어보기.

    '반야'가 가장 주축이 되긴 하지만, 반야의 어머니인 유을해와 그의 연인인 이한신, 이한신의 아들인 무영, 반야를 한없이 바라보는 동바로, 그에게 빠진 박새임, 이한신을 질투하고 컴플렉스에 빠진 김학주 등 다채로운 인물들 내에 숨겨진 본성과 성품에 맞추어 읽어보는 것도 재미난 일이다. 성격이 이상해서 인지, 작품 인물 하나하나에 내 마음속의 모습이 하나씩 담겨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사랑을 감사하고 애쓰는 마음보다 갖으려 노력하고 내것으로 만들고 그게 아니면 전혀 잘못이 없는 타인을 미워하는 마음 이 가장 먼저 보였다. 가질 수 없는 현실에 비관하여 세상을 미워하고 원망하려는 마음이 뒤따랐다.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좋고 그 사람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마음이 한 쪽에 담겨 있었다. 운명은 정해져 있을지 모르지만,  인생은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는 고집도 한 쪽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빠져있는 사랑의 마음을 여기저기에 빗대어 털어놓으려는 마음도 보이고, 잡은 인연을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이 눈에 띈다. 사랑받고 싶어하는 마음,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보인다. 의식 기저에 깔린 내안의 또다른 나의 모습을 만나는 것은 섬뜩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순간 순간 상황에 빠진 마음이기 때문에 내 마음이 어떻다고 하나로 규정지을 수는 없다.
어쩌면 밉다고 생각되어지는 사람을 미워하고,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빠져버리는 철없는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이다.

     스스로 원해서 좋아한 다음, 스스로 원해서 미워하고, 스스로 원해서 슬퍼한다. 모든 감정의 집착을 만드는 것도 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역시 풀어내는 일도 내가 해야한다는 걸 깨달았다.

   책을 읽는다고 다 이런생각을 하는 건 아닐것이다. 관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나의 마음과 책의 여러가지 감정 표출이 만나서 이런 생각들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느끼게 해 주었던 책이었다. 그래서 고맙고, 제대로 읽지 못한 거 갈아 미안하다.

P.S 남성보다 여성 독자에게 더 인기 많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왠지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꾼 무협지를 읽은 느낌이다. 가독성이 뛰어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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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 - 그 순간이 없었으면 지금의 나는 없다
안철수.박경철 외 지음 / 이미지박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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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인생의 전환점을 돌아보다.

 

  '그 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다' 라는 부제가 끌려서 택한 책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를 때가 있다. 그때가 네 인생의 반환점이야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여러 길을 모색하면서 도전하면 조금 더 나아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중학교에 다니고 있을때, 오랬만에 이모부를 뵈었을 때 들었던 이야기이다. 그때 이야기를 마음에 간직하면서 곰곰히 생각해서, 내 인생의 막다른 길이 놓이면, 피해가거나 돌아가지 말고, 사다리를 놓던지 점프를 하던지 해서 꼭 뛰어넘는 디딤돌로 생각하자고 마음속에 간직한 일이 있다.

   매 순간 순간, 선택의 길이 놓였을 때는 그때의 말을 기억하면서, 조금 힘겨워도 도전하고 노력하고 더 나아지려고 애쓴 기억이 난다.  늘 좋은 결과와 바른 선택을 하진 않았다. 쉽게 선택하거나 누군가 삶을 정해주지 않았기에 후회는 크지만, 미련은 남지 않았다.

 

# 23개의 인생의 전환점을 구경하다.

 

  TV, 신문에서 많이 보던 유명인사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유명한 23명의 23가지 결정적 순간을 엿 보았다. 시골의사에 주식투자로 돈도 많이 벌었던 박경철님에게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고와 힘든 시기가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고등학교까지 한 분야의 전문학교를 다니다 2학년 때 중퇴하고 다른 분야의 길로 간 최석기님의 이야기도 큰 울림을 주었다. 어떤 이야기는 공감이 잘 가지 않고, '이런것도 결정적 순간인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결정적 순간이라는 단어에 큰 사건을 기억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부끄러워 졌다.

  삶은 작은 만남의 연속이고, 작은 만남에 의해서 많이 변하고 소중함을 느낀다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서도 이런 결정적 순간에는 역시 편견의 늪에서 자유롭지 못한다. 자신에게 맞는 결정적 순간에 정답은 없다. 

   23인의 결정적 순간의 이야기를 천천히 유연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23인의 결정적 순간은 다들 다양하고 개성있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전환점의 순간 자신을 긍정하고,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행동했다는 점이다. 때론 우연처럼, 때론 의도하지 않게 등 떠밀려서 등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서 내 인생의 또 하나의 전환점은 무엇인가 고민해 볼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 각양 각색의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과 한계..

     23편의 이야기가 담겨있기에 5분 정도의 시간에 읽어볼 수 있게 짧은 글이 모인 형식이다.
하나의 주제를 대상으로 한 짧은 글의 모임의 장점은 쉽게 순서에 관계없이 아무때나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자신의 삶의 경험이 녹아있기 때문에, 같은 경험이나 느낌을 가진 사람에게는 보다 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 반면에  내용이 긴 이야기보다 줄어들고, 사건을 통한 전환점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하고, 딱 전환점에서 그치고 말게 된다.

    책 뒤에 숨겨진 실천들과 꾸준한 노력들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풀어야 할 숙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나서, 작은 만남의 중요성을 다시 느끼고, 전환점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책을 읽고 무언가를 얻는다는 건 유쾌한 경험이다. 지친 한달의 시간에 나에게 준 작은 선물, 이 순간이 나에게 전환점은 아닌가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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