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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
김선우 지음 / 미루나무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 예쁜 표지와 제목부터 기분이 좋아진 책.
책을 볼때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곳은 표지이다. 꽃잎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봄 내음을 느끼게 한다. 위쪽을 보니 김선우 시인에게서 온 편지라고 적혀 있다. 시인의 맑은 감성이 담긴 글과 좋아하는 형식인 편지가 만나서 읽기 전부터 기대되는 책이였다. 제목을 보았다. 내 입에 들어온 설탕같은 키스들... 미각을 자극하는 달콤함과 매혹적인 키스의 단어에 끌렸다. 시작부터 기분이 좋다.
# 한 꼭지마다 나오는 두 편의 시, 그리고 작가의 마음이 전해지는 글들..
'청춘'과 '사랑'에 관한 35편의 이야기와 70편의 시가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
전혀 어렵지 않은 쉬운 글과 감수성을 자극하는 이야기는 어여쁜 누이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편안하고 따뜻하다. 철학자 또는 사상가로 알려진 이의 시를 읽는 재미와 글의 내용에 맞게 잘 선별된 시들은 시만 읽었을 때 다가가기 힘든 어려움을 시와 함께 글도 읽을 수 있는 함께하는 즐거움의 흐름으로 바꾸어 버린다.
순서에 얽매이지 않는 독자적인 35편의 글들이 내 글을 읽어달라고 속삭일 때, 어떤 걸 먼저 선택해야 할지 망설이게 되는 것도 행복한 고민이다. 딱딱하고 지친 일상과 시간에 탄산 음료같은 뻥 뚫린 기분을 얻고 싶었던 내 마음에 단비처럼 촉촉히 내 마음을 적셔주었다.
# 시인의 글씨일까? 글 앞에 나오는 시에 담긴 글들..
조금은 독특한 형식이라고 할까, '한 없이 무릎꿇게 되는 것'이라는 글 앞에는 브레히트의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라는 시가 놓여 있고, 시 위쪽에 마치 작가가 글을 쓴 것처럼 흘림글씨로 본문 안의 내용이 담겨 있다.
보라빛 내지의 색과 같이 색을 다르게 표현한 글이 있기도 하고, 검은색으로 담긴 글이 읽기도 하고 그 글을 읽은 다음, 시를 읽고 제목을 읽으면서 책을 내용을 생각해 보고, 책을 읽는다. 때론, 글을 다 읽은 다음에 시를 보고 글귀를 마지막에 읽어 보기도 했다.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었을까? 아님 편집의 묘미일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들게 하였다.
많은 책을 읽지 못한 나에게 새로운 형식으로 느껴졌다.
# 책을 읽은 후 달라진 생각들..
'사랑'에 대해서 딱딱하게 생각했던 나에게 조금 더 힘을 빼라고 속삭인 것처럼 달콤한 언어로 무장해제한 책이었다. 지친 일상과 많은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사랑한다는 건 사치라고 느껴지는 이 때에, 내 마음속에서 감수성을 발견하게 해 주었다. 상쾌하고 발랄하게 때론 자유롭게 일상과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그녀의 글은 매혹적이다.
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표현 뒤에 깊은 사유의 뼈도 함께 담겨있다. 처음에는 언어의 섬세한 표현에 감탄했다. 다시 보았을 땐 표현뒤에 담긴 깊은 사유의 이야기를 찾는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책을 볼 때마다 이것 저것 느끼게 많아지는 건 아직 내 사유의 깊이가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이의 생각을 거르지 않고 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담아 놓은 생각과 관념들을 내 것으로 소화시키고 다시 표현해 내는 과정의 필요성을 느꼈다. 생각은 많은데 글로 표현하는 건 쉽지 않다. 어쩌면 이게 나의 한계일지 모른다. 글을 읽고 생각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면, 조금씩 더 나아질거라 믿는다. 똑같은 생각에 대한 새로운 표현력과 나보다 먼저 인생을 산 이의 사유의 깊이도 느낄 수 있는 재미난 시간이었다.
예쁜 포장지 안에 장식도 예쁘게 된 달콤한 케익을 먹은 느낌이다. 케익이 다 맛나진 않았지만, 맛난 부분들이 충분히 많았던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