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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개의 키워드로 읽는 한국문화의 지형도
김기봉 외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7년 7월
평점 :
# 형체를 알기 힘든 한국문화, 29가지 키워드로 거들떠보자.
50여년 전과 지금의 모습의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밥을 먹고, 숨을 쉬고, 잠을 자는 것을 제외한 많은 것들이 시대의 흐름에 맞게 생겨나고 변화고 소멸되었다. 다양한 세대가 함께 사는 현재의 한국문화, 29개의 퍼즐 조각을 통해 현재의 한국문화의 모습을 비추어 볼 수 있다. 놀이, 인터넷 만화, 외국어 권력, 먹거리, 종교 와 같은 익숙한 주제와 UCC, 미래의 문학, 미술품 쇼핑 등 현재에 들어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부각된 주제도 존재한다.
익숙한 것에서는 나만의 가치관과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살펴보고, 새로운 화두를 통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과 저자의 생각을 알게 된다. 생각의 대립과 새로운 발견을 통한 책 읽기를 끝마치고 나면, 캄캄했던 한국문화의 조금의 실마리를 짐작해 볼 수 있다.
# 깊이와 통찰력이 함께 담긴 바람으로, 한국 문화의 속살을 들추다.
다양한 약력의 저자들이 풀어내는 29가지의 이야기에는 자신만의 색깔과 통찰력이 담겨있다. 29가지 이야기의 공통점은 현재 한국문화에 존재하고 있는 대상이라는 점 빼곤 모두 다르다. 따로 또 같이라고 할까, 한국 문화안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자기만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저자들은 현미경과 망원경을 이용해서 세부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윤곽을 제시하기도 한다.
미친 오타쿠와 진정한 심취의 달인이라고 생각했던 마니아 사이의 경계와 마니아적 면을 통해 세상을 달라지게 하려 했던
마니아의 상상력이 세계를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세계를 보는 눈은 바꿀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라고 이야기 했던 프랑수아 트뤼포의 말을 음미하며, 개인적 관심이 세상과 어떻게 소통될 수 있는지 고민해 보았다.
독립영화는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다는 명쾌한 설명에 감탄하기도 하고, 고양이 학교라는 동화로 다시 태어난 우리의 신화와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서 신화에 머물리 않고 변화하는 여러가지 작품들의 변화도 알 수 있어 좋았다.
미국에서 부각받고 있는 '김아타'의 작품은 사진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소 충격적인 그의 사진의 모습에서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저자의 설명을 통해 사진에 담긴 철학과 그렇게 할 수 있는 그의 뛰어난 능력, 또한 사진에 대한 이야기들은 보이는 풍경을 그대로 담거나, 작가의 구도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는 것으로 알던 기존의 사진에 대한 상식을 무너뜨렸다.
# 읽을거리와 볼 거리를 통해, 키워드에 바짝 다가서다.
하나의 문화에 대한 키워드를 10장 이내의 글로 모든 걸 담아내는 건 쉽지 않다. 깊이있게 알고 싶어하는 독자를 위해 담긴 읽을 거리와 볼 거리에는 사이트와 책, 영화 등 키워드와 관련해 읽어 보면 더욱 좋은 참고문헌들이 소개되어 있다.
탈민족에서 소개된 책 중, 내가 좋아하는 책과 지인들이 소개해 주었던 책이 담겨 있을 때 느꼈던 공통점을 발견했다는 즐거움, 몰랐던 좋은 책들을 소개 받았다는 즐거움과 함께, 책속의 책으로 여행할 수 있는 길잡이가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어 더욱 좋았다.
#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인생을 이해하는 것.
하나의 사회에는 하나의 문화가 담겨 있다. 개인을 알기 위해서는 그가 잘 하는 취미와 습관적인 언행, 모습을 보면 알 수 있고 그 사회의 건강성을 알기 위해서는 어떤 문화들이 존재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알 수 있다고 믿는다. 문화를 살피다 보면 문화안에 담겨진 개인의 모습이 보이고, 결국 사회의 건강성과 그 시대의 인간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
29개의 키워드로 한국 문화의 전부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9개의 시선을 기초로 한,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은 현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고, 지금 나의 행동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문화의 행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하면서, 문화를 더욱 발전시키기도 도태하기도 만든다.
하나 하나의 작은 행동들이 생겨서 만들어지는 문화, 역설적으로 한 사람의 변화가 새로운 문화의 시작을 알려주기도 무너뜨리기도 한다. 지금 난 문화를 얼마나 알고, 느끼고, 만들어가고 있을까? 새롭게 고민해 보고 싶은 숙제가 생겨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