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사랑과 광기의 나날
데릭 펠 지음, 최일성 옮김 / 세미콜론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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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많은 고흐의 작품과 에피소드들.. 그가 남긴 편지로 그의 마음을 살펴볼까요?


  표지에 고흐의 자화상이 담겨있습니다. 그림을 보면 화가의 강렬한 마음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작품의 주제보다 화가의 그릴때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묘한 매력이 제가 고흐에게 끌리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10년의 시간동안 많은 작품을 남기고, 많은 에피소드와 많은 편지를 쓴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많이 남아 있습니다. 살아 숨실때보다 죽고 난 후 빛을 발한 아쉬운 화가이지만, 그의 작품은 세월의 많이 흘러간 지금에도 많은 감동과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늘 사랑을 갈망했지만, 그는 사랑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사랑에 서툰 그의 일방적인 마음이 원인이 되기도 했고, 이루어 질 수 없는 상실, 변해버린 마음 등 늘 안정을 찾아, 사랑을 찾아 헤맸지만 이루지 못한 그의 흔적들이 작품과 편지에 고스란히 묻어 있습니다. 위장에 총알을 발사하여 생을 마감한 비운의 화가 고흐, 책의 저자는 그가 남긴 편지를 실마리로 하여 그가 생애와 함께 그가 자살을 하게 된 이유를 살펴갑니다.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 끈을 왜 놓지 못했을까.

  자신보다 1년전에 태어난 형이 사망한 뒤 태어난 빈센트는 어머니로부터 대체된 아이라는 느낌을 매번 받아야 했습니다. 일요일마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묘지를 봐야하고, 어머니에게 죽은 형의 존재를 뛰어넘는 사랑을 바랬지만,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심한 성격이 더욱 어두워졌습니다. 어머니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마음은 어머니와 비슷한 존재를 갈망하게 되고, 어려움이 많은 어려운 대상과 사랑에 빠지고 좌절과 광기 분노와 체념에 사로잡힙니다.

  런던의 하숙집 딸 유진의 모녀, 미망인 사촌누이 케이, 미혼모였던 거리의 여인 시엔, 연상의 여인 마르호트, 스틴, 화가로서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고갱, 자신을 이해해준 가셰박사와 딸 마르게리트까지.. 많은 사람과 사랑을 꿈꾸고, 부분적으로 기쁨을 느끼긴 했지만, 꾸준한 사랑을 얻지 못하고 사랑을 찾아 헤매이는 그의 모습을 보는 건 안타깝습니다.

  고흐의 자살부분에서 시작되는 1장에서, 헤이그, 뇌넨, 파리, 아를, 생레미, 오베르 까지 이동장소와 바뀌어지는 사랑의 대상들이 8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테오에게 전하는 고흐의 편지를 통해 그의 행동과 사랑의 대상, 사랑의 행위의 이유등을 심리분석하는 부분으로 이루어진 책은 고흐의 에피소드보다는 고흐의 내면에 대해 다가설 수 있는 또 하나의 안경을 제공합니다. 저자의 도수에 맞추져 비치는 고흐의 모습은 태생부터 불우했고, 화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순간에 믿었던 지인의 배신과 사랑의 슬픔으로 생을 마감할 수 밖에 없었던 슬픈 존재로 비쳐집니다.

 


# 사랑에 대한 갈망에서 나온 주옥같은 명언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

  여자는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 한 늙지 않는다. 1874년 7월 31일(런던, 테오에게)
 
  사랑을 꿈꾸는 그가 동생에게 쓴 편지 의 일부입니다. 거리의 여인 시엔과의 이별 후 테오에게 전하는 말도 인상적입니다.

 "사랑이란 거미줄처럼 약하단다. 오직 성실함 위에서만 밧줄처럼 강해진다." 

  우울함과 광기에 사로잡히는 시간이 많았던 그이지만, 사랑에 빠졌을 때의 모습은 헌신적이었습니다.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고 마음속 격정을 그림을 통해 표현한 고흐, 그리고 그 격정이 보는 이에게 그대로 전해지게 만드는 법을 알았던 그, 사랑을 꿈꾸었지만 그 사랑을 이루진 못하고 작품으로 승화된 그림들... 조금 더 고흐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작가의 틀에 맞춰진 고흐에 대한 해석은 고흐를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일 뿐입니다. 책을 통해 생겨난 고흐에 대한 관심은  가슴에 담아, 고흐의 작품이 걸린 미술전이 열렸을 때, 그의 그림들과 대면하며 그를 추억할 것을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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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0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펀드투자가 미래의 부를 결정한다
조성연 지음 / 원앤원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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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장기투자로, 투자에 대한 관점을 바꿔라.


  주식하면 초단타매매와 장기투자, 두가지 전략이 떠오른다. 장기투자는 그 회사의 잠재력을 파악한 후에  그 성장을 믿고 10-20년 정도 매매를 하지 않고 기다렸다가 나중에 가치가 상승했을 때 수익을 남기는  방법이고, 초단타매매는 내가 그 회사의 주식을 샀을 때 가격이 더 오르자 마자 파는 방법으로 알고 있었다. 누구나 장기투자를 하고 싶어하지만, 종잣돈이 부족하고, 돈을 샀을때 마음의 변화가 심해서  바로 이익이 손에 잡히는 초단타매매를 선호한다고 할까, 초단타매매를 하면 할 수록 매매수수료가 올라  매매기관만 웃는다는 걸 알면서도 거기에 헤어나오지 못한다.

 재테크는 부자들이 유리한 게임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부자들은 장기투자, 단기투자, 주식이 아니더라도 많은 재테크 수단을 다양한 방법으로 분산 투자할 수 있고 위험도도 낮다. 하지만 종잣돈도 투자를 해서 모아야 하는 서민에게는 바로 돈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꿈꾸게 된다. 내가 높은 수익을 얻는다는 믿음이 있다면, 장기투자가 좋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그 막막함에 시중에서 선호하는, 대중의 추세에 휩쓸리다 보면 남는건 아무것도 없게 된다.

 이 책은 장기투자에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장기투자에 가장 걸맞는 방법은 펀드투자라며 여러가지 사례와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연 10퍼센트 수익을 달성하는게 가장 좋다는 말에 동 감하며 부족한 금융지식을 채우기 위해, 책에 담긴 정보의 샘물을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고, 은행에서도 각자의 이해관계에 얽혀 정확한 금융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구매자가 똑똑해야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는 금융상품인 펀드, '길게 투자했을 때 큰 이익을 남긴다'는 관점 아래, 시중에서 소개되는 다양한 펀드와 고려해야 할 점, 장점 뿐 아니라 단점까지 함께 제시한다.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의 중요성 또한 무시 못한다고 생각한다. 펀드매니저의 가치관과 자신의 투자 성향을 함께 고려해서 현명하게 자신의 자금을 맡기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라고 할까.

  일단 자신의 성향을 아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다음 금융정보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고 여러가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점을 따져본 후에,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추세를 계속 지켜보되 초조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까. 펀드시장은 3년 내지 5년 사이에 한 바퀴를 돌기 때문에 급락했을 때 그 분위기에 쫓기지 않고 지키고 있으면 손해를 크게 보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추세를 잘 예측한다면, 주식이 떨어졌을 때에 도리어 돈을 벌 수도 있는 상품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각기 장단점이 혼재되어 있다고 할까.  

  한식, 중식, 양식 등 다양한 음식이 있지만 자신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한 번에 하나이듯이, 그때 그때 취향에 맞게 잘 선택해서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경제적으로 궁핍해지지 않기 위해서, 펀드 투자의 매력과 그만큼의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엇다고 할까. 앞으로 공부해야 할 다양한 금융정보와 함께 투자의 선택의 폭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꼭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 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분야에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그것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나, 부를 신성시하는 부의 노예가 아닌 나의 수익과 앞으로의 전망을 할 수 있는 재무 계획을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을 느꼈다. 잘 정립된 재무계획을 바탕으로 내게 주어진 유용한 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투자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며, 투자의 방법에서 회사의 정보를 잘 알지 못하는 일반 투자자가 가장 장기투자에 가깝게 투자할 수 있는 건 펀드투자라는 걸 알게 되었다. 펀드 투자의 다양한 종류와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의 중요성 등 펀드투자시에 고려해야 할 많은 사항들이 세심하게 정리되어 있어 좋았다.

  투자는 손실을 감수하고 하는 행위이다. 무조건 이득을 남기다는 매력적인 말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성과 공격성 두가지 토끼를 잘 조율하면서 조금씩 재테크를 공부해 나간다면, 경제적 의존이 아닌 경제적 자립에 서는 날도 머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책을 읽고 난 뒤 막막하기만 했던 펀드투자가 도전해 볼만한 대상으로 바뀌었다. 주위에 휘둘리지 않고 조금씩, 꾸준히 투자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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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능력시험 2급 단번에 격파하기
마츠오카 타츠미 지음 / 시사일본어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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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년에 한 번뿐인 소중한 기회, JLPT의 의욕을 다시 불러일으켜주는 책을 만나다.


  영어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이 TOEIC과 TOEFL이 있다면, 일본어 능력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건 JLPT와 JPT가 가장 알려져 있다. 처음엔 JPT가 쉽다고 해서 시작했었는데 오래 하지 못하고, JLPT를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3급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서, 작년부터는 2급을 준비하고 있다. 4학년이라 그런지, 해야 할 일이 더욱 많아졌다. TOEIC을 준비해야 해서, 영어와 일본어 두 개의 언어를 공부하는데 간섭현상이 나올까봐 주춤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두 개를 다 잘할 수 없으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에 올해의 시험은 쉬어볼까 고민도 했었다.

  시험성적이 그 사람의 실력을 말해주진 않는다. 시험은 자신의 실력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일 뿐, 실력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험이 계기를 통해서 준비하는 동기부여를 해 준다고 할까, 시험은 그 스타일에 맞추어 공부를 했다는 최소한의 노력을 짐작 할 수 있게 한다고 믿는다. 수험서가 바라는 많은 부분이 세심하게 고안되었다고 할까, 모의시험 시디와 어휘,문법 핸드북, 작년 시험에서 실제 나왔던 문제를 보여주면서, 이것으로 공부하면 좋은 성적을 맞을 수 있을꺼야 하면서 나를 유혹한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는데... 아 잘할 수 있을까.. 시험에 떨이지면 우울해 질텐데.. 하던 마음이 책을 보면서,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더 노력하면 괜찮을 것 같은 걸.. 하는 희망으로 바뀌어 갔다.


# 깔끔한 구성, 수험생이 원하는 사항이 세심하게 잘 담겨 있다.


  수험생이 바라는 문제는 무엇일까? 실제 시험에 나온 문제가 수험문제에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그렇게 되지는 않고 된다고해도 소수의 경우일 뿐이다. 합리적인 수험생의 출제 의도와 체계적으로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각 파트별 노하우, 그리고 공부에 자신감을 줄 수 있는 비결을 원한다.

  1990-2005년까지 출제된 기출어휘들을 정리하고, 경향을 파악해주는 것을 시작으로, 저자는 수험생이 원하는 부분을 하나하나씩 채워주고 있다. 가장 빈도수가 많은 분야와 최근 추세, 눈에 쉽게 들어오게 글자 사이의 간격도 적당히 떨어져있다.

일반적으로 해답과 해설은 뒤편에 있기 십상인데.. 왼쪽에 문제 오른쪽에는 해답을 제시하여 뒤로 넘어가는 수고를 덜어주었다. 오른쪽에 책받침이나 A4종이로 가리고 공부한 후, 바로 체크해서 공부하는 효율적인 구성이 내게 잘 맞았다.

  작지만 알찬 단어장은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이 많은 내게, 일본어에 친숙해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


#  중요한 것은 의지!


  아무리 좋은 보약이라도 먹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보약을 먹었다 해도 몸에 잘 흡수되게 노력을 해야 한다. 과거의 기록들을 꼼꼼히 체크해서, 앞으로 문제를 예상했던 일본 현지의 능시족보 400 을 간결하게 2급에 맞춰 정리한  이 책을 꼼꼼히 살펴보면 합격할 수 있을거라고 머리말에서 저자는 자신감을 부여해 준다.

  12월의 시험, JLPT 접수는 14일까지이다. 멈칫 멈칫 했던 마음이 문제집을 보며, 조금씩 자신감이 쌓여가면서 한 번 해 봐야겠지 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책이 설명이 좋기도 하지만, 조금씩 자신감을 불어주는 의지가 있었기에 시험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이라 믿는다.

  의지보다 더 좋은 수험서는 없다고 믿는다. 강인한 의지에 잘 짜여진 수험서를 만난다면 군더더기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시간이 돈보다 더 소중한 당신에게 이 책은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이미 가지고 있던 수험서와 함께, 비교해가며 열심히 공부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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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행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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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인 3색, 캐릭터 강한 그들, 한 몫잡아 이 곳을 떠나고 싶다.


  야쿠자가 들어간 이야기를 들었을 때 먼저 생각나는 건, 피, 그리고 공포와 폭력이다. 무서워하는 대상을 상상하게 만든 후, 생각할 여유없이 몰아치는 협박과 어딘가 부서지는 폭력이 떠오른다. 야쿠자와 폭력, 절도, 사회가 허락하지 않는 어두운 세계에서, 부정한 돈을 가로채려는 세 남녀가 있다.

  자신의 이름과 같은 재벌가의 자식이라는 오해를 받는 미타그룹에 입사한 미타 소이치로, 무언가를 외우는 데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회사 업무에 관한 일은 둔해 회사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한다. 그리니치 천문대와 가까운 키리바시 공화국으로 이민하는 것이 목표인 엉뚱한 꿈을 가지고 있다.

  짝짓기 파티업체 '비밥'을 운영하고 '협박'과 '공갈'로 2차를 가려는 남성을 협박해서 돈을 뜯어내는 요코야마 겐지, 미타 소이치로를 미타그룹의 후계자로 오해하고, 임신이라는 '설계'를 통해 거액의 돈을 뜯어내려 야쿠자 '후쿠야'와 공모한다. 소이치로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음모는 성공하지만, 후계자로 잘못 착각한 사건은 겐지가 애지중지하는 포르셰를 빼앗기게 되고, 골동품 거리의 아파트 한채를 빌려야 한다는 숙제를 떠맡게 된다. 우울한 겐지는 미타를 협박해서 미타의 명의로 집을 빌리게 되고, 두 사람은 거액의 도박장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한 몫 단단히 챙긴 후 도망칠 생각을 한다. 큰 도박이 있는 다음날 숨겨둔 비밀금고의 돈을 빼내려 하지만, 다른 음모를 가지고 있는 '크로체'라는 가명을 쓰는 구로가와 치에에게 절도를 들키고 최루가스를 맡고 절도에 실패한다. 여러가지 사건과 함께 세 사람은 힘을 합해 크로체가 자신의 아버지가 사기로 모은 돈을 중간에서 가로채려는 계획에 동참하기로 한다.

  크로체 아버지의 사기에 휘말린 중국인이 가져온 1억엔을 포함한 10억엔을 횡령해 나누려는 세 사람, 10억엔을 모두 가로채려는 야쿠자 후쿠야, 돈을 챙겨 도망가려는 치에의 아버지까지, 각자의 욕망이 뒤얽힌 가운데, 여러가지 사건들이 벌어진다.


# 캐릭터가 살아 움직인다. 역시, 오쿠다!


  소설은 재밌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야기의 흡입력에 빠져 시간을 잊게 만다는 작품을 좋아한다. 각자의 개성이 강한 캐릭터가 살아 숨쉬는 작품은 재밌다. 오쿠다의 소설은 캐릭터가 살아있는 게 매력이다. 자기만의 뚜렸한 개성을 가진, 엉뚱하면서 재밌는 그들의 인생관은 동의할 수 없지만, 소설 속에서는 사회적 틀에 맞춰 사는 내게 일탈을 경험하는 듯한 스릴을 느끼게 한다.

  부정한 돈을 중간에 가로채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과 숨막히는 머리 싸움,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 등은 읽으면서 예상하는 전개와 다른 진행으로 더욱 더 호기심에 빠지게 한다. 크로체를 좋아하는 겐지가 행동하는 순진한 모습과 목표를 위해 소이치로를 유혹하는 크로체, 겐지가 크로체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이것저것 생각하는 소이치로의 모습과 엉뚱한 나라에게 일생을 편하게 살려는 소이치로의 모습도 재미있었다.

  25세,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받는 대기업 사원에게도, 어두운 곳에서 눈에띄지 않게 돈을 벌어야 하는 어두운 인생에게도 우울한 삶을 큰 돈을 잡아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꿈틀된다.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답답한 인생의 틀을 벗어나려 하는 세 사람의 모습이 뿌연 안개속에서 걸어가야 할 길을 찾기 못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싶은 마음을 느끼는 건 나만의 착각이였을까?


  일탈을 꿈꾸고,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즐겁고 유쾌하게 깨닫는다. 약간 모자라 보이는 캐릭터의 엉뚱한 행동에 웃고, 똑똑한 척하는 캐릭터가 빠지는 함정에 다시 웃는다. 우울했던 기분도, 책을 읽고나면 기분이 나아진다. 뭔가 담겨있어 무겁던 마음에 쌓인 먼지들이 다 사라져 버린다고 할까. 가벼운 바람에 생각의 틈을 놓아버리면, 고민도 근심도 모두 한결 사라져 있게 된다.


# 미래가 밝지 않아도...


  현실은 아름답지 않다. 여러가지 욕망이 꿈틀되어 있는 사회, 기대가 어긋나고 꿈꾸기를 되풀이하면서 오늘도 일탈을 꿈꾼다. 야쿠자의 위협을 받아도,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있어도, 그 현실에 무기력하게 빠져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뭔가 부딪쳐가는 세 사람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소설이기에 가능한 상황이지만, 현실의 매너리즘과 난 안돼... 하는 포기의 마음은 전혀 없다. 엉뚱하지만 부딪치고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에 잠깐 마음을 쉬게 할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뭔가 의미를 남겨주는 교양소설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가볍게 가볍게, 책이 넘어가는 책장소리를 좋아하는 이의 책상에 살짝 놓아주고 싶다. 무더운 여름날 더위에 지쳤을 때, 더위를 잊게 했고, 지겨운 장마가 찾아와 우울할 때 기분을 덜어주었다.

  책에 관대한 다른 계절에는 더욱 즐거운 책읽기, 재밌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내게 즐거운 기억을 안겨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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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예찬
장석주 지음 / 예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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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유로운 마음의 눈에 비친 자연의 모습은 읽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자연에서 홀로 밥과 농사를 지으며 사는 이가 있습니다. 고독을 즐기는 그는 책을 만들기도 하고, 책을 쓰기도 하고, 책과 함께 많은 생을 지내왔습니다. 노자와 장자와 공자 읽기를 좋아하는 그는 각 수필 시작 전 머리에 도덕경과 논어의 글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노자와 장자의 사상을 오래 읽었기 때문일까요? 자연을 벗삼는 그의 글에는 세속적 욕망의 흔적보다는 편안한 자연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단정하게 잘 다듬어진 맑은 마음으로 보는 풍경은 아무것도 볼 것 없는 시골이 아닌, 자연의 정취와 풀벌레 숲을 지키는 다른 여러 존재들과 공존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과 깨달음 그리고 생각들이 잘 어우러나는 그의 글을 읽는 건 마치 낯선 이국적인 풍경을 보는 듯 낯설며 경이롭습니다.

  편안한 글투가 마음까지 잔잔하게 만든다고 할까요? 격정과 갈등, 대립과 반목이 아닌 자연스러움이 잘 배어진 옛 수묵화를 보는 듯한 기분에 빠졌습니다.


# 4계절, 안성의 풍경이 내게 다가오다.


  그가 거처하는 곳은 안성이고, 오랜 시간 함께 지낸 삽살개가 있습니다. 직접 경험하고 체험한 그의 일상이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이어지는 4계절의 안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태어나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안성은 제게 유기와 안성맞춤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책의 이야기들은 안성의 아름다운 풍경과  아름다운 이가 거처하는 곳이라는 또 하나의 사실을 마음속에 건네줍니다.

 안성에 산다고 모두가 안성의 경치를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그 지역의 유명한 풍경이나, 멋진 곳을 눈치채기 어려워 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 멋져보이고  자주 보는 풍경은 익숙하기에 별반 느낌이 없으니까요.

# 작가의 글의 매력에 빠지다.

 '앵두가 탱글탱글 여물다'에 나온 그가 지인에게 베푼 정성과 앵두에 들인 마음은 우정과 자연에 대한 예찬이 함께 스며있다고 할까요. 고사에 나오는 풍경과 함께 그가 보여주는 풍경들을 꼭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안성으로 발걸음하고 싶어집니다. '여름날이 긴 것을 사랑한다'에서는 이제하님의 '청솔 그늘에 앉아'라는 시를 알게되고, 그리운 벗에게 편지 쓰고 싶은 마음에 필사까지 하고 맙니다.

  저자의 책에 대한 마음, 자연에 대한 예찬, 일상에 대한 경험, 그리고 삶의 사색에서 나온 깨달음들이 물씬 배어있는 내용은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오랜 시간을 두고 읽을수록 더 깊은 맛이 배어나는 장맛의 느낌을 갖게 합니다.

# 친구, 책, 새벽, 안개 등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아름다운 글귀를 만나다.

  좋은 벗은 평생을 두고 이어지는 연이라 생각합니다. 새벽녁 안개 자욱한 곳에서 마음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를 벗(지인, 친구)과 함께 듣기를 꿈꿉니다. 말없는 말이 들려주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귀에 닿아 그저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가득 차는 그 느낌, 상상만 해도 행복합니다. 네 가지를 좋아하는 제게 저자가 들려주는 편안한 이야기는 생각만 해도 좋은 풍경을 만드는 대상들을 조금 더 다르게 볼 수 있게 해 줍니다.

  이덕무가 들려주는 친구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책으로 생계와 삶의 보람을 모두 누린 저자의 행복을 부러워하기도 하며, 조선이란 이름이 날이 새며 아침의 빛이 가장 먼저 닿는 땅이라는 말, 우리나라가 새벽과 인연이 깊다 는 걸 배우기로 하고, 새벽에 잘 자리잡은 안개를 묘사하는 모습을 보며 새벽녁의 안개를 꿈꾸어 보기도 합니다.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지친 마음과 여유없음에 놓쳐가는 내 마음을 자연으로 눈길을 돌리게 해 주었습니다. 고맙고 마음 편한 책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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