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 쉽게 하기 - 투명 수채 기법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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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료에 대한 공포감이 수채화와 만나 안정을 찾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가 목으로 옮겨가 목이 부었다. 침 삼키기도 힘든 나날과 중간고사가 며칠 남지 않아 이비인후과에 문을 두드렸다. 병원에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오랬만에 찾아간 병원은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르고 어두웠던 분위기의 병원분위기와 달리, 세련된 인테리어와 친절한 간호사 로 날 놀라게 했다. 하지만 병원에 대한 공포감을 사라지지 않았다. 

   순서를 기다리던 중 내 눈에 들어왔던 건 환자를 돌보고 있는 모습이 담긴 그림이었다. 의사선생님이 그림을 그린다는 것도 독특했지만, 그 작품이 지역 미술대전에 특선을 수상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명암과 그림자가 잘 드러나고 색감도 밝은 모습이 이런 그림을 그린 의사라면 치료도 잘 해하지 않을까 하는 편안한 마음을 갖게 했다.

   이름이 호명되어 들어간 진료 대기실에 해년마다 의사선생님이 그린 그림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조롱박 그림도 보였고, 배꽃의 모습, 정물화 등 수채화의 풍경들이 가지런히 담겨있었다. 진료에 사용하는 도구들에 대한 거부감과 낯선 의사선생님에 대한 불안감은 그림을 보자 어느새 안정이되었다. 그림이 주는 힘이라고 할까, 그 따스한 기운에 시간에 쫓기는데 아파서 속상했던 마음이 조금은 안정된 시간이었다.


# 화려한 색과 다양한 소재를 사용할 수 있는 수채화,

   학창시절 가지고 있던 미술 컴플렉스에 도전하다.

 
  많은 그림들 중에서 수채화는 가장 화려한 색과 다양한 소재로 나를 유혹한다고 생각한다. 먹을 갈아서 나온 먹빛 하나로 선과 그림을 담아내는 수묵담채화가 흑백사진이라면, 수채화는 컬러사진이라고 할까. 다채로운 색이 활력과 분위기까지 보여준다. 하지만 수채화는 내게 어려운 대상이다. 물감과 물이 만나 이루는 농담과 색의 변화와 물감이 마른 후에 변하는 모습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에 미술시간에 대한 안좋은 추억이 있는 내게, 수채화 쉽게 하기는 큰 맘먹고 도전하는 일이었다. 피하기만 했던 컴플렉스에 도전할 마지막 기회라고 할까, 색연필 쉽게 하기에서의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설명에 자신감을 얻었기에, 좀더 난이도가 있다 생각되는 수채화도 선뜻 도전하게 되었다.


# 초보자에게 알맞는 책

  초보자에게 맞는 입문서의 조건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건 익숙하지 않는 소재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주는 것이다. 어려워 보이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고 잘 할 수 있게, 자신감을 팍팍 부여넣어주면 더할 나위없이 좋다.

   책의 서두에 등장하는 수채화를 잘 그리는 10가지 비법은 누구나 조금 깊게 생각해보면 생각할 수 있지만, 막상 실천하기엔 놓치기 쉬운 10가지가 소개되어 있다. 실패와 조급해 하지 않고, 즐기며, 흉내내기인 모사부터 차근히, 작고 간단한 그림부터 조금씩 시작하라는 이야기는 수채화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닌, 글짓기를 할 때도 필요한 내용이라 다시 한 번 눈여겨 보게 되었다.   어느 분야던지 처음에 다가가는 과정은 조금 상황이 다를 뿐 같다고 할까.. 달라도 많이 달라보이는그림과 글 사이의 공통점을 엿보였다.  

   닦아내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 전용지, 팔레트, 접시, 붓 등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에 대해 하나씩 세심하게 소개되어 있다. 실내 뿐 아니라 야외에서 작업할 때 필요한 물품도 친절히 소개되어 있고, 채색하는 방법, 색을 만드는 방법 그라데이션, 스트로크,. 입체감을 주는 방법, 물감을 말리는 연습에 드라이기가 사용되는 것까지, 납작하거나 둥근 붓에 포스터 물감만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했던 내게, 다양한 도구와 방법이 사용되는 수채화의 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보고 싶은 마음과 그리운 마음이 모이면 그림이 된다고 한다. 쉽게 따라 해 볼 수 있게 준비된 연습종이에 스케치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따라하기 시작한다면, 어렵게만 보이던 수채화와 조금은 친해질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글도 그렇지만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는 많이 보고, 많이 연습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풍경화 정물화 인물화 등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많은 대상, 보고픈 이와 멋진 자연을 그대로 옮기고 싶은 수채화를 좋아하지만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몰라 주춤하는 이에게 이 책을 살짝 건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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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 30주년 기념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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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본능의 '이기적 존재' VS 고귀하고 성스러운 '이타적 존재'


  인간의 본성에 관해서는 서양과 동양에서 많은 이론이 있어왔다. '성선설'과 '성악설', '성무성악설, 백지설'등 인간의 본성이 이러하므로, 사회에서 저리하여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맹자의 '사단'과 '성선설'을 좋아한다. 남의 아픔을 보고 함께 슬퍼하고 공감하는 마음이 있기에 인간은 선하다고 믿으려 애써왔다. 하지만 관심의 범위가 자기가 전부인 사람과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개념없는 사람들을 볼 때면, 인간의 천성과 교육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윤리와 도덕과 철학이 아닌,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한 동물생태학에서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어떠하다고 할까? 수많은 논쟁과 논란의 대상인 '이기적 유전자', 소문만 듣고 마치 내용을 아는 것처럼 생각했었다.

  30년만에 개정판이 나왔다. 진화에 대한 새로운 장을 연 '종의 기원'은 꾸준한 개정판을 통해 내용을 수정하였지만,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세월의 흐름에도 거의 손을 보지 않고 다시 출간되었다. 빼어난 완성도에 한 번 놀래고, 우호적이지 않는 사회적 시선 속에서도 도발적인 제목을 고수한 그의 결정에 놀랬다.

  동물은 이기적인 존재이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최선의 전략을 구사한다. 이타적으로 보이는 톰슨가젤의 높이뛰기, 일벌의 목숨을 건 사회적 행동 역시, 인간의 시선으로 이타적으로 보였지만, 자신의 복제 유전자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이야기 한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다'라는 사실을 말했지만,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므로 이기적으로 행동해도 된다'고 해석하는 의견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로 인해 저자는 많은 오해를 겪은 것처럼 보였다. 

  순간의 이기적인 이익이 아닌, 신용을 얻는 계속적인 이타적인 행동을 계속했을 때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영합게임의 최고의 전략과 인간만의 고유의 특징인 문화와 Meme으로 정의되는 것들로 인해 인간은 유전자의 전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좋았다.

# 쉽지 않다. 하지만  한 번쯤은 읽어볼 필요가 있다.


  책을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동물과 여러가지 사례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끌어내는 저자의 글솜씨에 빠지다 보면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라는 거부감이, 과학적 사실과 논리정연한 설명을 통해 그럴 수 있겠네 하고 조금씩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순간의 선택에서는 이기적인 선택이 좋지만, 긴 시간 멀리본다면 '신용'을 쌓는 이타적인 행동이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인간은 학습을 통해 행동의 반복에서 타인의 이전 행동을 생각하게 되고, 순간의 이익에 집착했던 사람들은 결국 신용을 잃어 나중에 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것, 함께 살아야 하는 인간으로서는 서로 공존하는 것이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복제해 퍼뜨리기 위해서라도 좋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은, 나 역시 인간의 종 이기주의의 존재라는 사실이다. 인간이 인간을 살해하거나 사육하거나 먹는 일에 대해서는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동물이나 다른 종의 사육, 살해, 먹는 일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종 간 차별주의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때론 나와 가족, 사회, 우리나라의 이익을 위해 전쟁이 난다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편을 들게 되는 이 마음은.. 그전에는 당연한 마음이라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구역을 내가 느낄 수 있는 부분으로 한정하는 이기주의는 아니였나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지구온난화와 환경 오염으로 인해 많은 종들이 멸종하고,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멸종의 수가 늘어나는 현상들은 이기적 존재에 대한 생각을 더욱 더 부정적으로 하게 만든다.


#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꾸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같이 환경에 맞게 진화해온 하나의 유전자일 뿐이다'라는 의견에 전부 동의할 순 없지만, 인간도 다른 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어느 정도 마음에 담고 있다면, 자연을 인간위주로 개발하려는 욕심을 조금은 접을 수 있다고 믿는다. 모두가 함께 공존하는 세상, 인공으로 생태환경을 만들려다 실패한 프로젝트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인간이 자연환경과 다른 종에게 얻는 혜택은 매우 많다. 하지만 그에 비해 다른 종에 기여하려는 노력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인간과 인간 사이를 구별하고 차별화하려는 이기적인 마음을 없애고, 생태계 종간의 차별적인 마음을 없애려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난 혼자가 아니다. 인간은 혼자가 아니다. 지구상의 인간만 살지 않는다. 나만 잘 사는 것이 아닌, 내가 더 잘 살기 위한 것이 아닌,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 꿈만 꾸지 않고, 조금씩 대화하며 잊지 말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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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레이트 로젠펠트
다니엘 월러스 글.그림, 문은실 옮김 / 동아시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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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 그의 손에 들어가면 재밌는 이야기로 바뀐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아이디어가 기발해 빠져드는 이야기가 있다. 똑같은 내용이라도 작가가 풀어내는 솜씨에 의해 독특한 맛을 내는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은 후자에 가까운 이야기다. 같은 내용을 다른 지인에게 말로 설명했을 때, 이야기 스토리가 독특하지 않기에, 밋밋하게 전달할 수 밖에 없다. 어떤 내용을 전달하는 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표현해서 담아내는 가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싸움을 좋아하지 않는 부족이 있다. 족장은 로젠펠트 3세로, 아버지 로젠펠트 2세가 벼랑에서 떨어진 후 자연스럽게 족장이 되었다. 토마토를 경작하며 산 등성이에 정착한 로젠펠트 3세는 로젠펠트 2세가 정혼할 것이라 점지해 준 아름다운 여인 샐리를 사랑한다.

  난폭하고 약탈을 즐기는 부족의 우두머리인 뚱뚱보 윌슨은 샐리를 보고, 그녀에게 반해 로젠펠트 2세에게 거래를 요구하지만, 로젠펠트 2세는 거절하게 되고, 죽음을 당할 처지에 재주넘기를 해 보이라는 실현 불가능한 요구를 한 재치넘치는 샐리에 의해 로젤펠트 부족은 목숨을 건지게 된다.

  부족내에서 거대한 몸집과 힘을 지닌 큰 사람 애킨스 역시 샐리를 사랑하게 된다. 기침을 심하게 하는 아내가 있지만 로젠펠트를 몰아내고, 샐리를 품에 안으려 애쓴다. 부족 내에서는 애킨스에게 도전을 받아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샐리에게 거절당한 후 미친듯이 재주넘기를 연습해서 체중감량과 체형조절에 성공해 재주넘기에 성공한 윌슨에게 목숨을 뺐길 위험에 처한 로젠펠트. 하지만 그에게는 뛰어난 지략도 지혜도 없다. 엉뚱하고 놀기 좋아하는 그는 어떻게 이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까? 

  단순하고  큰 사건이 없는 이야기지만, 작가의 손을 거치고 나니, 유쾌하고 재미난 이야기로 변해버렸다. 소재의 기발함이 아닌, 작가의 입담이 즐거웠다고 할까, 중간 중간 담겨있는 저자의 그림 역시 이야기 전개와 함께 기분 좋게 바라볼 수 있었다. 뒤통수를 강타하는 놀라움을 선사하진 않았지만, 따스한 기운이 가슴속에 전해지는 이 기분, 나쁘지 않다. 소소하지만 순박한 이야기에 빠져버렸다.


 

# 캐릭터가 살아있는 등장인물들.. 

  부족한 모습 뿐이지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위대한 영웅이나, 뛰어난 인물들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은 멋지다. 본 받고 싶기도 하고 동경의 마음이 싹튼다. 하지만 나와 비슷하지 않기에 마음에 와 닿진 않는다. 토마토 재배하는 부족 내에서 농사도 사냥도 할 줄 모르고 겁이 많아 능력이 부족한 서기 조지는 로젠펠트를 찬양하는 것으로 제물에서 벗어난 할아버지때부터 이어진 서기의 삶을 충실히 따른다. 사실을 과장과 왜곡해서 찬미의 이야기로 둔갑시키는 그의 이야기를 듣는 건 진실을 아니지만, 밉지 않은 즐거운 기분이 따른다. 

  미인을 얻기위해 미친듯이 노력하는 윌슨, 샐리를 얻기위해 틈만나면 태클거는 큰사람 애킨스, 밤이되면 산등성이에게 굴러떨어지는 찰리를 구하기 위한 해법을 찾는 찰리의 어미 애거서에게, 아버지가 돌아가신 벼랑에 얼씬거리지 말라는 이유로 딱히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다가 서기의 도움으로 간신히 넘어가는 무능한 로젠펠트, 하지만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그 모습은 샐리의 마음을 사로잡고, 부족내의 많은 사람들에게 위대한 지도력이 아닌, 편안한 마음으로 그들을 사로잡는다.


# 오~ 사랑의 놀라운 힘이여...  


  여성은 재미있는 남성을 좋아한다. 책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책을 다 읽고나면, 여성은 자신을 편하게 대해주는 순수한 사람을 좋아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물론 경제적 여유와 높은 지위, 뛰어난 지혜도 중요하지만,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 편하게 만난다는 것. 그렇기에 순수함이 가득한 오 위대한 로젠펠트가 아름다운 여인 샐리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사랑은 변화를 주저하는 그를 변화시키고 산등성이에 머문 그들을 새로운 둥지로 떠나게 한다. 사랑의 위대한 힘은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오 위대한 사랑의 힘이여..

  무언가 부족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그들의 모습은 일상 주변에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과 겹쳐보여서 좋았다. 뛰어난 존재가 옆에 있는 것 보다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아는 이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 마음이 답답할 때면, 서기가 찬양하는  로젠펠트의 활약을 읽으며 함께 고쳐보기도 하고, 로젠펠트의 엉뚱한 행동에 사심없이 웃기도 하며,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샐리의 아름다운 모습도 보고 싶다. 

  그들은 더 잘 살기 위해, 더 많은 걸 얻기 위해, 소망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마음 넉넉한 로젠펠트 부족의 삶이 부럽다. 현실에 지쳐있기 때문에 더욱 그들의 삶이 그리운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줄이고, 마음을 비우며, 조금 더 삶과, 주변의 이웃을 사랑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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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뉘앙스 사전 - 유래를 알면 헷갈리지 않는
박영수 지음 / 북로드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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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의 결을 살필 수 있는 우리말 뉘앙스 사전!


   말을 잘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말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말이 없는 사람도 아니다. 때와 상황에 맞게 적절한 어휘를 적확하게 잘 사용하는 이가 말을 잘 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사전을 잘 찾아보고, 신문과 책, 신문 등 다양한 활자와 일상생활에서 어떤 쓰임이 쓰이는지, 말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첫 걸음이라면, 그 말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유래를 살피는 일은 말의 결을 다듬는 중급과정이라 할까? 외국인이 한국어로 표현하는 의미 전달의 목적을 넘어서 세련된 말씨와 분위기까지 흡수하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우리 말과 친해져야 한다.

  비슷하지만 세세히 살피면 다른, 우리 말을 두개 이상씩 묶어 설명하는 우리말 뉘앙스 사전을 만났다. 사전의 형식을 본따 ㄱ 부터 ㅎ 까지 키워드로 접근할 수 있는 400개의 단어들이 책에 담겨있다. 말의 기본 뜻과 유래, 그리고 예문까지, 센스 넘치는 말의 실력을 높이고 싶은 이게게 권하고 싶다.
 

# 단어의 유래와 의미를 살피며, 조금 더 세련된 표현이 가능해진다.


  '꼭두새벽'과 '이른 아침'이라는 단어의 유래와 용례를 알게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새벽이나 '한 밤이 지난 후', '동이 트기 전' 표현을 골랐겠지만, 어둠이 걷히며 해가 뜨기 바로 직전이 새벽의 의미라는 걸, 아침은 해가 뜬 이후의 시간이란 걸 알게 되고, '꼭두'라는 단어가 첫 머리, 가장 머리 윗 부분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꼭두새벽'이 가장 이른 새벽(오전 1시 전후)을 나타낸다는 것, '아직'이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까지 시간이 더 지나야 함을 나타낸다는 걸 알게되며 '일어나기에 아직 이른 해 뜰 무렵의 시간'을 나타내며, 계절에 따라 변화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냥 어두운 밤, 해 뜨기 전이라고 생각했던 시간이 보다 정확한 시간으로 의미가 분화되었다. 

  '인력시장은 꼭두새벽부터 일자리를 얻으려는 일용근로자들로 넘쳐난다', '이른 아침 눈뜨자마자 올라가본 저수지의 모습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등의 예문을 보며, 나라면 어떤 표현일 때 이 단어를 사용하여 표현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았다.  '꼭두새벽부터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달아나 버렸다', '청과물 공판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입찰을 받으려는 차들로 붐빈다' 등의 표현들이 떠올랐다. 단어의 의미를 살피며 보다 더 많은 단어를 생각하고 고민해 된다고 할까, 말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들이 늘어나면서 조금씩 단어들과 친해지는 느낌이 좋았다.

  조금은 낯선 사자성어, 외국에서 들어온 고사성어, 그리고 옛 말, 속담 등 다양한 유래를 가진 단어들의 유래가 400개의 단어로 정리되어 책에 담겨있다. 마지노선으로 알고 있던 단어가 '마지노라인'으로 표현된 점도 독특했고, 그와 비슷한 한자어로 최후의 보루, 마지막 보루로 쓰이는 '보루'라는 단어에 요새라는 의미를 넘어 적이 들어오지 못하는 시설 모두를 나타낸다는 점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제껏 알고 있는 상식과 책이 알려준 이야기를 통해 조금 더 단어에 대해 깊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 한 번에 읽기보다는, 조금씩 자주 들여다 봐야 할 책

   사전은 매우 유익하지만, 지루함에 오래 보지 못한다. 효과는 좋지만 매우 쓴 감기약을 먹는 느낌이라고 할까? 감기를 낳는것도 중요하지만, 약을 먹을 때의 기분 역시 무시 할 수 없다. 한 번에 완독하기 보다는, 말의 의미가 모호 할때마다 자주 들여다보며 자신의 말결을 살펴보는 지침서로 하기 좋은 책이다. 400단어로 일상에 쓰는 말이 앞으로 표현해야 할 단어생활을 다 해결해 주진 않는다. '천리길로 한 걸음처럼'이라는 말처럼, 앞으로의 단어생활의 벗으로 삼아, 차근차근 익혀간다면 더 없이 좋다고 생각한다.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하루에 두 시간씩 10년을 투자하면 된다고 한다. 사람들과 대화하고 글로 생각을 표현하는 일은 숨을 멈출때까지 계속 해야만 하는 일이다. 하루 더 빨리 시작하면, 더 오래 잘 표현할 수 있다. 앞으로의 인생을 위해, 조금씩 자신의 말의 자산을 쌓아가는 일은 경제적 부자가 되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라 믿는다. 경제적 부에 관한 열망만큼 내가 표현하는 언어의 자산을 넉넉하게 만들고 싶다. 

  도화지에 속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다양한 뉘앙스를 안다는 건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색의 물감을 가지는 일이라 생각한다.  짧은 단어로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수묵화처럼 간명하게 표현하는 것도 멋진 일이다. 하지만, 다양한 자산속에 쌓이는 다양한 색의 수채화물감은 보다 더 강렬하게 자신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멋진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물감부터 확보해야 한다 

  다양한 단어를 획득했다면 적절하게 그리는 일만 남은 셈이다. 어떻게 붓을 놀려 표현하기 이전에 내 곁에 다양한 색의 많은 물감을 확보해야 함을 느낀 소중한 시간이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조금씩 천천히 잊지않고 노력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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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괴
덴도 신 지음, 김미령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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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순식간에 읽어버린 소설.. 기발한 설정에 탄복하다.


   반복되는 일상의 연속, 따분하고 지루하다. 어리바리한 유괴범이 82세의 갑부 할머니를 납치했다. 할머니의 몸값으로 5천만엔을 불렀지만, 할머니는 100억엔을 부르라며 화를 낸다. 유괴범이 납치범의 꼬임에 넘어가 납치극을 주도한다는 기발한 생각. 유괴라는 위험하고 무서운 범죄의 이름을 빌렸지만, 전혀 유괴범의 긴장감이 드러나지 않는다.

   모두에게 친절한 노인에게 찾아드는 외로움, 큰 돈에 욕심을 낸 것이 아닌, 새 생활을 살려고 한 생계형 범인의 순수함, 할머니에게 얻은 은혜와 경찰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이카리 본부장. 특색이 강한 사람들의 지혜 넘치는 머리 싸움을 지켜보다보면 어느새 끝이 나 버린다.

  범인은 갑부 할머니를 납치했다. 거액의 몸값을 요구한다. 거액의 몸값을 채우기 위해 유괴범의 자식들은 하나로 뭉치게 된다. 차가운 마음이 없는 따뜻한 이야기들의 연속인 이야기, 추리소설이라면 등장할 거라 생각하는 피, 살인, 욕망, 범죄의 그늘이 보이지 않는다. 추리소설의 가면을 쓴 따뜻한 이야기를 만났다.


# 할머니.. 왜 일을 크게 벌이시는 거에요. ㅠ.ㅠ

  기발한 머리싸움을 지켜보는 재미



 경찰과 납치범과 피해자가 싸우는 머리싸움이라는 망치가 유괴범과 납치범의 밀고 당기는 싸움일거라는  선입견으로 다져진 유리의 벽을 깨 버렸다. 피해자는 편하게 사건을 지휘하고, 납치범은 더 일을 크게 벌이는 할머니 때문에 동동 굴리면서도 시키는 데로 따라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할머니에게 입은 은혜를 생각하며 안전하게 유괴범을 잡으려 애쓰는 이카리 본부장의 모습과 유괴범에게 돈을 건내려 해도 일반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한 국회와 일반 서민들의 반응, 그리고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자식들의 노력, 50억이나 되는 돈을 자선사업에 쓰려고 애쓴 할머니를 응원하는 서민들의 격려와 그로 인해 삶의 변화를 느끼는 할머니까지, 인간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고뇌와 갈등, 그리고 사건을 통해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 모두가 해피엔딩이라 할 수 없지만, 따뜻한 결말을 안내하는 작가의 시선이 좋았다.

  할머니의 말을 할때마다, 반신하면서도 끌려갈 수 밖에 없는 납치범의 아둔함과 큰 돈이 들어왔지만 욕심내지 않는 순수함이 좋았다. 큰 돈을 벌기 위해 부모도 친구도 버리고 돈을 쫓는 사람들의 심리에 비해 크게 욕심내지 않는 그 마음이 예뻤다고 할까. 실제 우리가 상상하는 유괴와 약취가 아닌 공개수사를 통한 한편의 쇼를 보는 느낌이였기 때문에, 마음 편히 이야기한다.

  경찰과 가족들을 압박하는 할머니의 편지와 공개방송을 통해 조목조목 반발하는 이카리 본부장,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반격하는 공개 방송 승인과 숨가픈 머리싸움, 몸값을 수령하고 전달하는데 오가는 머리싸움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400페이지에 가까운 짧지 않은 책이지만 책을 덮지 못하게 만들었다.


# 순수함과 감동이 가득 담겨있는 햇과일의 신선함.



  햇곡식이 나오는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때묻지 않은 햇과일의 순수함은 농부의 땀방울이 맺어진 노고가 있기 때문에 더욱 값지다. 어머니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5일간 100억엔을 마련한다는 불가능함에 도전하는 땀방울, 자선사업과 사회봉사를 많이 한 노인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애쓰는 격려와 행동들, 마음을 움직이는 행동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게으르고 태만한 재벌 노인의 자식들과 외로움에 하루하루 몸이 야워가는 노파를, 어리바리한 유괴범의 마음도 움직이게 한다.

  치열한 두뇌싸움과 감동적인 이야기 두 가지를 무기로 다가오는 작가에게 항복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화가 되었다고 해서, 가볍게 꺼내들었는데, 과연 영화가 원작의 감동을 얼마나 담아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한국에 소개된 작가의 첫 작품이다. 이미 타계해 버린 작가가 쓴 책은 18권이다. 책이 인기를 많이 받아, 다른 책들도 국내에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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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dgghhhcff 2007-09-13 0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헉 정말 재미있나봐요 ^_^ 지금 이 책 오기를 고대하고 있는데.. 헤헤^^
추천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