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를 만나다
빈센트 반 고흐 그림, 메릴린 챈들러 맥엔타이어 시, 문지혁 옮김, 노경실 글 / 가치창조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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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 고흐의 전시회를 가다. 다녀온 뒤 고흐를 좋아하는 시인의 흔적과 만나다.
 
 
  서울에서 고흐 전시전이 세 달간 열린다. 축하할 일이 있어 바쁜 시간을 쪼개 서울로 갔다. 모임의 시간의 잠깐의 틈이 있어 고흐의 흔적들을 만나러 전시장으로 갔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고흐가 세상에 내어놓은 유화, 드로잉을 보았다.  장소의 이동에 따라, 달라지는 화풍과 그림들,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만의 화풍을 정립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복숭아 나무>등 미처 발견하지 못한 고흐의 작품들도 볼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도판과 실제 그림의 미묘한 차이도 느낄 수 있었다. 각기 장단점이 있다. 도판을 보고 느낀 그림은 원판을 통해 한 번 더 보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반면, 어린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열심인 어머니들과 아무생각없이 소리지르는 아이들로 인해 너무 소란스러웠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어 오랜시간 지켜보려 했는데 계속 지나치는 사람들 때문에 집중해서 보지 못하고 다음 그림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간직한 채 전시회장을 나섰다. 고흐에 관한 새로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쉽게도 그 책은 전시회가 끝나고 난 뒤 연구실에 도착해서 뒤늦게 만날 수 있었다.
 
  고흐의 작품과 시인의 감성이 만나 한 편의 시가 만들어졌다. 22편의 작품과 시들이 모여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됐다. 전시회에서 만났던 그림이 책에도 나왔을 땐 다시 만난 반가움에, 그렇지 않은 그림은 새로움이 좋았다. 전시회의 여운을 간직한 채, 고흐의 작품과 시인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  새로운 형식으로 만나는 고흐를 만나다.

   시인의 속삭이는 소리에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고흐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내어놓은 그림은 시간의 흐름을 뛰어넘어 시인을 만나 동일한 제목의 시가 세상에 나오게 된다. 고흐의 작품이 등장하고 메를린 시인의 같은 제목의 시, 고흐가 작품에 관해 적은 편지의 글귀와 노경실 작가의 노트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의 작품으로 고흐의 그림과 고흐의 편지의 구절, 시인의 시, 한국 작가의 글귀를 만날 수 있다. 고흐, 시인, 작가와 함께 부드러운 음악이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카페에  두런두런 앉은 4명이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다. 낯설고 새로운 이 느낌, 나쁘지 않다.
 
 먼저, 고흐의 그림을 바라본다. 고흐의 작품을 보고 그가 그렸을 때의 기분을 추측해 본다. 애쓰지 않더라도, 쉽게 느낄 수 있는 그의 기분, 고흐의 열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그가 남긴 편지의 글귀와 노경실 작가가 쓴 노트를 읽는다. 내가 그림을 보고 느낀 생각을 간직한 채, 고흐와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는다. 다시 한 모금 차를 마시고, 마음이 안정이 되었을 때 시를 읽는다. 시의 여운을 간직한 채, 마지막으로 그림을 살핀다.

 22개의 작품에 대해 고흐와 시인과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다. 고흐의 작품에 대한 새로운 느낌들이 가득 들어온다. 한 권의 책으로 나만이 가지고 있던 생각과 시인과 고흐, 그리고 작가가 생각했던 작품의 느낌의 차이를 인식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 <고흐>를 좋아하는, 알고 싶어하는 이에게 선물할 책이 하나 더 늘었다.

  2005년에 예담에서 출간된 <반고흐, 영혼의 편지>라는 책과 함께 읽기를 권한다. <고흐를 만나다>에서 만나기 힘든 고흐의 생애에 일어난 일들을 고흐의 편지를 통해 느낄 수 있다. 고흐와 단둘이 이야기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반고흐, 영혼의 편지>와 시인과 화가, 작가와의 만남을 한 권의 책으로 느낄 수 있는 <고흐를 만나다>, 두 권 모두 매력이 넘친다. 고흐를 좋아하는 이에게 선물할 책이 한 권이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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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차 - 산과 들을 마신다
이용성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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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마음의 거리낌이 없기에, 산과 들에서 나는 건 자연스럽다


  풍족하지 않은 형편에 큰 맘 먹고 산 책이 있다. <나무 쉽게 하기>와 <야생화 쉽게 찾기>라는 책이다. 산과 들에서 자리잡은 나무와 야생화들의 제 이름을 불러주고 싶어서 평생 본다 생각하며 샀다. 야생화와 나무, 산을 잘 모르지만, 산에 오르면 마음이 편하다. 맑은 공기 때문일까? 눈에 가장 피로감을 덜해주는 녹색 빛 때문일까? 생명을 키워내는 생산자의 역활에 충실하기에 마음이 넉넉해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마음의 거리낌이 없는 편안한 상태가 되기에 산을 좋아한다. 사람과 일에 치였을 때 내 마음을 달래주는 것도 자연이었고, 자연에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산과 들에서 눈과 귀와 코를 이롭게 하는 나무와 야생초들이 있다. 지병을 낫게 해 준 진달래차와의 첫 만남을 계기로 야생초를 배우는 길을 나선 저자는 마음을 나누는 차를 만들 수 있는 야생초들과의 만남을 한 권의 책으로 기록하였다. 따스한 마음이 느껴지는 글에 빠지고 아리따운 자태에 마음을 뺐긴다. 몸에 좋을 뿐더러 함께 나눌 수 있는 기쁨까지 알려 준다. 좋아하는 벗과 마시는 차 한잔의 여유는 인생의 어떤 순간보다 아름답고 소중한 순간이다. 그 아름다운 순간을 내가 만든 정성이 배여있는 차잎과 함께 한다면 더욱 더 뜻깊은 만남이 될거라 믿는다.

 
# 기초부터 차근차근, 어렵지 않은 야생초차 만들기. 


  친절한 선생님처럼 야생초차의 기초부터 쉽게 만들 수 있는 잎차와 꽃차를 알려준다. 두 개의 차를 만드는 이야기가 담길 때마다 한 편의 깨끗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차와 산과 들에 관한 저자의 글을 만늘 수 있다. 저자는 데치기도 하고 찌기도 하며 덖어 보기도 하는 등 하나의 정해진 형식에 매이지 말고 자신에게 가장 걸맞는 방법을 찾기를 권한다. 

  우리면 우릴수록 향이 깊어지는 한잔의 생강차처럼 생각하면 할수록 사람의 가슴을 훈훈하게 적셔주는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맑은 차와 함께한 맑은 마음이 깃들여 있기에 꾸미지 않은 순수함이 글과 사진을 통해 내 눈을 거쳐 머리를 도달했다가 온 몸에 퍼진다. 주변에 있는 것들을 차로 만들 수 있다는 새로움에 끌렸지만, 책을 통해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 맑은 마음씨등 삶과 사랑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게 된다.
 

# 차를 좋아하는 지인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차 마시는 즐거움을 아는 지인에게는 차에 관한 소담한 이야기가 담긴 <와온 바다에서 차를 마시다>라는 책을 많이 선물했었다. 차를 달이는 것을 낯설어 하지 않는 지인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을 하나 알게 되어 기쁘다. <야생초차>를 건네면서 그와 함께 야생초를 구경하고 야생초를 차로 만들어보고, 함께 마시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싶은 마음을 담아 선물하고 싶다.

 

  쉽게 구할 수 있기에  필요한 만큼만 만들어야 하는 절제의 미덕의 마음도 지인이 알아 줄거라 믿는다. 차를 만드는 방법 뿐 아니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차 마시는 시간만큼 즐겁고 행복한 시간, 책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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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산책 - 세상을 움직인 경제학 천재들과의 만남
르네 뤼힝거 지음, 박규호 옮김 / 비즈니스맵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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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낯설음의 두려움을 줄이고, 편하게 다가선 경제학.

  경제학은 낯설다. 낯선 대상은 일단 두려움이 앞선다. 쉽게 다가설 수도 있을텐데, 잘 알지 못한다는 무지의 마음이 다가서는 걸 어렵게 한다. 두부 한 모, 계란 한 판에서부터 부동산 매매까지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하기에 배움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어디서부터 다가가야 할지 막막하다. 미시와 거시 경제학이란 말도 어렵고, 경제학자들이 내놓은 수많은 이론들은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경제학'의 '이론'에만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론'들이 나오게 된 배경과 그것을 내놓은 '학자'들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수많은 역사적 사건과 함께한 '경제학'이론들과 그 이론을 주창했던 경제학과의 만남. '경제학 산책'이란 제목처럼 딱딱하고 어려운 경제학이 아닌, 세상의 흐름을 바꾼 '경제학 천재'들과 산책하는 느낌, 편하게 다가설 수 있어 좋다.

# '이론'이 나타나게 된 배경과 '경제학자'의 에피소드도 함께 배우다.

  당시의 세계 정세와 함께 하나의 이론이 나타나게 되고, 그 한계에 달하게 되면 새로운 이론이 등장한다. 하나의 사건에 대한 해결책으로 서로 대립되는 '이론'들이 나타나기도 하고, '신념'에 맞게 이론들의 토대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너무나 유명한 존 애덤스와 데이비드 리코도, 칼 마르크스, 존 케인스, 존 내쉬와 같은 인물들은 다시 만나 즐거웠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제학의 흐름에 기여했던 레옹 발라,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밀턴 프리드먼, 에르난도 데소토 등의 인물도 알 수 있었다.

  자유주의 내부에서의 완벽한 시장의 허구를 깬 '조지프 스티글리츠'를 만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대공황','국가의 시장 개입에 관한 두 입장'을 그들의 이론을 통해 알 수 있었고, 때론 이론보다 경제학자의 파란만장했던 삶이 더 인상깊기도 했다. 

  묻혀있는 지하세계의 돈을 끌어오기 위해 '화폐개혁'을 하는 방법만 존재하는 줄 알았다. '에르난도 데소토'의 무소유자의  '소유권'인정을 통해  페루의 경제를 발전시킨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물론, 소유권이 인정된다고 해서 은행의 대출까지 용이하지 않는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또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경제학은 하나의 이론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수정하고 변하면서 더 나은 모델을 찾으려는 노력이 있는 한 경제는 더 발전할 것이라는 믿음, 자본주의의 가장 어두운 부분인 양극화의 열쇠를 해결하는 방안도 경제학자들의 노력속에서 나올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 피하고 외면할수록 힘들어지는 경제, 조금 더 용기내 다가서자.

  '경제용어'에 친숙하지 않기에 경제가 어려운 건 아닐까? 어려워 보여 피하게 되고, 피하다 보니 배울 기회를 놓친다. 순환되는 반복은 불신과 자신감 결여를 낳고, 경제뿐 아니라 재무설계까지 피하게 만든다. 보다 안정적인 삶을 위한 재무설계를 하려면 시장에 대한 이해가 꼭 필요하다. 옷, 자동차, 음식, 서비스 등 실제의 삶과 부딪쳐서 눈에 쉽게 보이지만, 그 변수가 한 둘이 아니기에, 경제는 쉽지 않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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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사람들 - 인류학의 지형을 획기적으로 넓힌 피그미 탐사 보고서!
콜린 M. 턴불 지음, 이상원 옮김 / 황소자리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 이런 마음 따뜻한 보고서가 또 존재할까?


  '인류학의 지형을 획기적으로 넓힌 피그미 탐사 보고서'라는 부제가 인상적이다. 형식은 보고서이지만, 글쓰는 문장이 매우 매끄러워 피그미족과 함께 생활한 수기를 보는 느낌이다. 이방인으로 눈으로 본 객관적인 시각과 피그미족에 대한 따스한 애정이 깃들어 상상과 신화속의 신비주의의 안개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 던 피그미족을 좀 더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3년간의 그들과 함께한 희노애락을 통해서 그들의 삶을 이해한 뒤, 탐구의 대상을 넘어 자연과 함께 하는 한 부족의 삶을 인간적인 애정을 가득 담은 흔적이 느껴진다. 숨쉬기 힘들정도로 어둠이 내려앉은 무서운 숲의 모습까지 어둠이 숲에서 왔다면 그것도 즐거운 일이라며 노래를 부르는 그들은 정말 숲과 함께 인생을 걷는 공동체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한 권의 책으로 흑인과 피그미, 그들의 차이를 알게 해 준다.

  공동체 생활과 농장에서 생활하는 흑인마을 사람들은 피그미족의 일손을 필요로 한다. 피그미족은 필요할 때 그들을 돕고 그들에게서 필요한 물건을 얻는다. 흑인들은 '마스터' 주인이라고 생각하며, 규범적이고 의식을 통해 그들을 통제하고 성년식과 결혼식을 통해 그들을 통제하려 한다. 하지만 의식보다는 자유스럽고 공동체 생활에 익숙한 피그미족의 특성이 그리고 흑인과 어느정도 함께하는 삶의 부분을 소년들의 '성년식'과 결혼식, '소녀들의 초경의식'을 통해서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게 해 준다. 공동체의 우선을 우선시하는 그들의 풍습과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엿보다 보면, 그들의 풍습을 통해 지금 우리의 문화를 다시 살펴보게 된다. 

  자신을 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거울을 통해 자신을 살필 수도, 타인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 낯선 문화의 불편함과 새로움을 겪다보면서, 그들 또한 우리와 함께 가정을 꾸리고, 죽음을 맞이하고, 작고 소소한 분쟁으로 다투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해결방식을 통해서 그들만의 문화적 특색을 살피고, 그에 비해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의 건강성을 살펴보게 된다. 의식적 틀로 얽매인 '흑인'과 마법 주술, 죽음의 공포와 고난의 단련을 통해 성장해 가는 흑인만의 성인식과 숲과 함께하며, 숲에서 나온 모든 것을 사랑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숲을 축하하고 찬양하는 피그미족과 성인식을 이겨내야 할 고통이 아닌, 함께 성장해가는 과정으로 인식하고 도와주는데 인색하지 않는 모습, 소녀들의 초경을 축하하며, 축복하는 모습을 보며, 어떤 모습이 옳고 어떤 모습을 버려야 하는지 판단하는 판관이 아닌, 그들만의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차이를 인정할 수 있는 여유를 매우 작기만 배울 수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여인들이 회초리로 남자를 때리면, 남성이 여성에게 다가올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을 예전에 TV에서 영상으로 보긴 했었지만 그때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피그미족과 함께 한 저자의 삶을 마치고 나니, 그들만의 구애방식이 존재한다는 것, 그건 옳고 그름이 아닌, 그들의 특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 내가 가진 기준이 정당하다는 독선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 인종을 넘어선 켄게와의 멋진 우정


  작가의 피그미족에 대한 애정이 책이 출간된 밑거름 이라면, 저자가 여행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피그미족이면서도 마을생활도 능하고 다채로운 성격을 가진 켄게라는 친구 덕분이라 생각한다. 저자가 보기에 자기 멋대로이고, 통제 불가능한 친구였지만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멋진 우정은 보는 내내 마음의 따뜻한 마음을 갖게 했다. 켄게가 없었더라면, 피그미족은 아직도 신화속에서 상상속의 부족으로 남아 우리에게 먼 존재로 남아있을거라 생각한다.

   켄게처럼 좋은 벗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면 여행도 두렵지 않을꺼라라고 생각한다. 숲안에서 숲의 위대함과 편안함을 느꼈던 그가 이샹고 야생공원을 경험하고 느낀 문화적 충격, 그리고 또다른 세상을 인정하는 모습도 멋졌다. 같을 수 없다는 차별이 아닌, 차이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는 모습, 그리고 그가 공원에 떠날 수 있고 불안해하지 않게 충분히 배려해준 저자가 있었기에 그 또한 용기내어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고 믿는다. 멋진 우정은 두 사람을 기쁘게 했고, 멀게는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해 주었다. 우정이 낳은 따스한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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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언젠가 - 개정판
츠지 히토나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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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쿠리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의 에세이에서 미리 만났던 <안녕 언젠가>

 

  <사람을 꽃보다 아름답게 하는 사랑>이란 책을 6개월 전에 읽었다. 냉정과 열정사이로 잘 알려진 에쿠리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사랑>의 시작에서 <이별>까지 하나의 주제를 놓고 서로 번갈아가면서 글을 전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에세이의 1장 '사랑과 고독 사이'의 마지막 파트에 안녕, 언젠가라는 주제로 두 저자가 이야기를 나눈다. '안녕 언젠가' 라는 시가 소개되고, 츠지 히토나리가 최근에 끝마친 소설의 일부라고 이야기한다. 책을 읽을 당시에는 <안녕 언젠가>라는 책이 한국에 출간되지 않았었다. 책의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시가 전해주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사랑의 어떤 부분을 떠올릴 것인가를 묻는 질문의 여운은 잊혀지지 않았다. 

  올초에 인연을 맺게 된 지인과 전화통화를 하며, 책의 내용을 간추려 이야기하며 오랜시간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던 즐거운 추억을 가졌던 책이다. 연애에 대해 모르던 내가 꿈꾸는 사랑과 사랑을 경험한 소설가들이 느끼는 사랑, 지인들의 생각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 이야기의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함께 이야기 나누었던 즐거운 기분은 이른 아침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스치듯 생생하게 느껴진다.

 일본에 출간된지 6년의 시간이 흐른 후, 책이 출간되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다는 시의 부분이 소설에서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궁금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 지워지지 않는 사랑의 기억.

  1975년 8월 하순. '히가시가이토 유타카'는 태국에서 '토우코'를 처음 만나게 된다. 미츠코와의 결혼을 알리는 자리에서 만나게 되었을때만 해도 그는 토우코에 마음을 뺐기지 않았다. 하지만 낯선 이국에서 주말 오후 멋진 여성의 육탄공세에 한 번 무너진 후, 유타카는 4개월간 그녀에게 흠뻑 빠지게 된다. 생의 마지막 순간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겠다는 미츠코와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겠다는 유타카. 보수적이며 수동적인 미츠코와 적극적이며 매혹적인 유타카는 매우 달랐다. 다른 목적이 있어 그에게 접근한 그녀였지만, 그와 가까워지면서 사랑에 빠져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그 역시 미츠코와 다른 매력과 그녀에게 빠져들고 만다. 사랑에 빠지면서 토유코 역시 생의 마지막 순간에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겠다고 말한다. 크리스마스에 미츠코와 결혼식이 가까워질수록 유타카의 마음은 혼란스러워지고, 혼란한 마음은 육체적관계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허전한 마음을 가눌 수 없는 육체관계는 서로에게 생채기를 남기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서로에게 솔직해 지면서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는다.

  서로를 마음에 품은 채, 25년간 이별했던 그들은 유타카의 열과 성을 다한 노력으로 리셉션이라는 기회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된다. 25년간 유타카를 마음에 놓지 않은 토우코의 마음을 확인하지만, 유타카는 토우코에게 다가서지 못한다. 몇차례 토우코의 마음이 담긴 편지가 오지만, 답장을 할 지못하는 유타카. 토우코의 생의 마지막 순간, 그녀의 임종을 지켜주러 태국으로 다시 떠나고 그녀와 마지막 만남을 갖는다.


# 지켜주지 못하는 사랑이 사랑일까?

   사랑은 혼자서 하는 마음일까? 아니면 둘이 함께 해서 얻는 기쁨일까?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츠지의 견해에 따르면, 유타카와 토우코는 세상이 허락되지 않게 서로 마음을 잃지 않고 사랑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짧은 만남이지만, 평생 지워지지 않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저자는 보여주는 걸까? 아직 나이가 어리고 둔해, 사랑에 대해 잘 모르지만, 지켜주지 못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내게 책의 내용은 무거운 납처럼 다가왔다.

   사랑했던 그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은 타인의 일생을 힘겹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두 사람 중 아무것도 포기하는 못하는 마음은 셋 모두를 비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좋아하는 가수는 아니지만 사랑에 관한 의미심장한 글을 남긴 박**의 <희망고문>이라는 말도 생각났다. 사랑을 한다는 것, 마음이 빼았기는 것, 사랑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마음을 좋은 방향으로 간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할까?

# 중요한 건 사랑스런 그를 믿고, 그를 사랑하는 내 자신을 믿는 것이다. 

  사랑은 받는 마음과 주는 마음 모두 성실한 사람이 멋진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랑을 성실히 주다 보면, 사랑을 받을 때 그 사랑을 주는 설레임과 기쁨을 더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사랑하는 것이 힘든 것보다 '소유와 믿음'의 문제에서, 떠나고 난 뒤의 '외로움, 상실감, 나를 잃어버리는 마음'에서 벗어나기 힘들기에 사랑을 힘겨워 한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과 같을 거야'라는 생각은 상대의 표현을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기 마련이고, 미리 상대의 행동을 자기식으로 해석해 버리고 만다. 성실하고, 차분한 대화를 꾸준히 진행할 수 없다면, 마지막엔 서로를 믿는 마음으로 버텨야 하는 연애관계를 버티기에 가장 힘겨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사랑스런 그를 믿고, 그를 사랑하는 내 자신을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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