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사람들 - 인류학의 지형을 획기적으로 넓힌 피그미 탐사 보고서!
콜린 M. 턴불 지음, 이상원 옮김 / 황소자리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 이런 마음 따뜻한 보고서가 또 존재할까?


  '인류학의 지형을 획기적으로 넓힌 피그미 탐사 보고서'라는 부제가 인상적이다. 형식은 보고서이지만, 글쓰는 문장이 매우 매끄러워 피그미족과 함께 생활한 수기를 보는 느낌이다. 이방인으로 눈으로 본 객관적인 시각과 피그미족에 대한 따스한 애정이 깃들어 상상과 신화속의 신비주의의 안개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 던 피그미족을 좀 더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3년간의 그들과 함께한 희노애락을 통해서 그들의 삶을 이해한 뒤, 탐구의 대상을 넘어 자연과 함께 하는 한 부족의 삶을 인간적인 애정을 가득 담은 흔적이 느껴진다. 숨쉬기 힘들정도로 어둠이 내려앉은 무서운 숲의 모습까지 어둠이 숲에서 왔다면 그것도 즐거운 일이라며 노래를 부르는 그들은 정말 숲과 함께 인생을 걷는 공동체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한 권의 책으로 흑인과 피그미, 그들의 차이를 알게 해 준다.

  공동체 생활과 농장에서 생활하는 흑인마을 사람들은 피그미족의 일손을 필요로 한다. 피그미족은 필요할 때 그들을 돕고 그들에게서 필요한 물건을 얻는다. 흑인들은 '마스터' 주인이라고 생각하며, 규범적이고 의식을 통해 그들을 통제하고 성년식과 결혼식을 통해 그들을 통제하려 한다. 하지만 의식보다는 자유스럽고 공동체 생활에 익숙한 피그미족의 특성이 그리고 흑인과 어느정도 함께하는 삶의 부분을 소년들의 '성년식'과 결혼식, '소녀들의 초경의식'을 통해서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게 해 준다. 공동체의 우선을 우선시하는 그들의 풍습과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엿보다 보면, 그들의 풍습을 통해 지금 우리의 문화를 다시 살펴보게 된다. 

  자신을 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거울을 통해 자신을 살필 수도, 타인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 낯선 문화의 불편함과 새로움을 겪다보면서, 그들 또한 우리와 함께 가정을 꾸리고, 죽음을 맞이하고, 작고 소소한 분쟁으로 다투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해결방식을 통해서 그들만의 문화적 특색을 살피고, 그에 비해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의 건강성을 살펴보게 된다. 의식적 틀로 얽매인 '흑인'과 마법 주술, 죽음의 공포와 고난의 단련을 통해 성장해 가는 흑인만의 성인식과 숲과 함께하며, 숲에서 나온 모든 것을 사랑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숲을 축하하고 찬양하는 피그미족과 성인식을 이겨내야 할 고통이 아닌, 함께 성장해가는 과정으로 인식하고 도와주는데 인색하지 않는 모습, 소녀들의 초경을 축하하며, 축복하는 모습을 보며, 어떤 모습이 옳고 어떤 모습을 버려야 하는지 판단하는 판관이 아닌, 그들만의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차이를 인정할 수 있는 여유를 매우 작기만 배울 수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여인들이 회초리로 남자를 때리면, 남성이 여성에게 다가올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을 예전에 TV에서 영상으로 보긴 했었지만 그때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피그미족과 함께 한 저자의 삶을 마치고 나니, 그들만의 구애방식이 존재한다는 것, 그건 옳고 그름이 아닌, 그들의 특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 내가 가진 기준이 정당하다는 독선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 인종을 넘어선 켄게와의 멋진 우정


  작가의 피그미족에 대한 애정이 책이 출간된 밑거름 이라면, 저자가 여행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피그미족이면서도 마을생활도 능하고 다채로운 성격을 가진 켄게라는 친구 덕분이라 생각한다. 저자가 보기에 자기 멋대로이고, 통제 불가능한 친구였지만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멋진 우정은 보는 내내 마음의 따뜻한 마음을 갖게 했다. 켄게가 없었더라면, 피그미족은 아직도 신화속에서 상상속의 부족으로 남아 우리에게 먼 존재로 남아있을거라 생각한다.

   켄게처럼 좋은 벗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면 여행도 두렵지 않을꺼라라고 생각한다. 숲안에서 숲의 위대함과 편안함을 느꼈던 그가 이샹고 야생공원을 경험하고 느낀 문화적 충격, 그리고 또다른 세상을 인정하는 모습도 멋졌다. 같을 수 없다는 차별이 아닌, 차이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는 모습, 그리고 그가 공원에 떠날 수 있고 불안해하지 않게 충분히 배려해준 저자가 있었기에 그 또한 용기내어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고 믿는다. 멋진 우정은 두 사람을 기쁘게 했고, 멀게는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해 주었다. 우정이 낳은 따스한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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