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클래식 005 피터 팬

피터 팬 ㅣ 비룡소 클래식 5
제임스 매튜 배리 지음, 프란시스 던킨 베드포드 그림, 장영희 옮김 / 비룡소 / 2004년 1월

# 동심의 마음으로 네버랜드로 떠나요! ^^


  어른이 된다는 건 불가능성을 인정하게 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중력의 법칙과 할 수 없을꺼라는 불안감은 하늘을 난다는 생각 자체를 잊게 한다. 이성과 현실,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일상에 정신을 쏟다 보면 꿈을 꿀 시간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아니, 현실을 살면서도 꿈을 꾸는 이는 철이 없다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좀 더 나은 목표를 위해 현실의 많은 것들에 매진할 때 이 책을 지인에게 선물받았다. 동화는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차일피일 미루다 해를 넘겨버렸다. 결국 일상에 지쳐 마음의 여유가 다 빠져나가고, 앓아 누운 후 마음의 여유를 회복하기 위해 책을 꺼내들었다. 그림자를 붙일 수 없어 울고있는 피터팬에게 웬디가 실로 그림자를 꿰매주듯이 조각난 마음들이 책을 읽으며 하나로 모아졌다. 어린 시절에 믿고 있었던 상상력이 다시 내안에 가득찼다. 꿈 꿀 수 있다는 것, 결과를 생각하기 이전에 도전해 보는 마음! 모험과 도전의 꿈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 만화와 다른 느낌!


  유년시절에 보았던 피터팬을 소재로 한 TV만화가 생각난다. 그때 보았던 만화에서는 환상의 공간과 모험이 부각되었다면, 책에서는 각 인물의 개성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 건망증이 심하고, 자아도취적이며, 모험을 즐기는 피터와  어머니 역할을 좋아하고, 저녁 시간이 되면 꼭 잠자리에 애들을 재워야 만족하는 웬디, 후크선장의 다양한 모습, 아이들이 떠나가 버린 후 개집에 들어간 삶을 살았던 달링씨 등 개성강한 인물들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피터팬과 모험을 떠나고 결투를 하는 부분의 폭력적이고 잔인한 묘사, 국가 주의적인 발언, 여성에 대한 비하적인 시선, 백인이 아닌 대상에 대한 비하적인 묘사 등 지금의 현실로 읽었을 때 쉽게 수긍하기 힘든 부분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등장인물을 현대를 사는 관점으로 비난하거나 비평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역자의 말처럼, '100년 사이에 우리 사회의 의식이 이만큼 발전했구나', 이때는 이런 생각들이 일반화 되었구나 아는 정도가 적당하다 믿는다.
 

# 잃어버린 따뜻했던 마음 찾기!

  하늘을 나는 반짝이 금가루를 뿌려 하늘을 날 수 있는 게 아니라, 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어야 피터와 함께 하늘을 날아 네버랜드로 떠날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잃어버리는 건 순수한 마음보다 순수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필요성을 잃어가는 건 아닐까? 이성의 합리적 생각만큼,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상상력 역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아무 고민없이 피터와 함께 즐거운 여행을 다녀와서 기분이 좋다.

  친구 데이비드 아이들과 늘 함께 하기를 좋아했던 작가 배리. 데이비드의 아이들의 이름인 피터와 마이클을 등장인물로 사용하고, 데이비드와 아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기꺼이 다섯 아이들을 자신의 자식들로 키웠던 따뜻한 사내를 알 수 있었던 것도 큰 기쁨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따뜻한 마음으로 썼던 소설이였기에 그 마음이 아이들에게 전해져 아이들에게 오래 기억되었다고 믿는다.

 사람은 혼자 삶을 견뎌낼 수 없다. 보호자이던 친구이든 함께 하는 삶이 더 즐겁다. 어린아이에게 든든한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책을 읽고 난 후 살짝 글을 고쳐본다. 어른들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린 아이들이 필요하다고..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을 지켜주는 어른들이 많아진다면,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며, 세상은 자연스레 따뜻한 마음이 넘칠거라 믿는다.

  삭막한 세상이 마음을 황폐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식어가면서 세상이 삭막해진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웃을 일이 없는 생활, 피터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다른 이들과 즐겁게 지내는 것이 값지고 중요하다고 믿는다. 마음속에 네버랜드을 잊지 않는다면, 언제든 모험을 떠날 수 있다고 믿는다.  언제 어디서나.. 두려움없이..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 낱말편 1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낱말편 1 ㅣ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김경원.김철호 지음, 최진혁 그림 / 유토피아 / 2006년 8월

 

# 뉘앙스의 미묘한 차이를 통해, 단어를 좀 더 적확하게 표현하다.


  <영어좌절, ****>이라는 영어공부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영어에 대한 다양한 표현력 이야기를 하면서, 어휘력에 능숙한 외국인들은 동의어 사전과 관계어 사전을 늘 가지고 다닌다는 글을 보았다. 우리나라에도 동의어와 관계어 사전이 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구하기 어려웠다. 사전은 아니지만, 우리말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책을 발견했다. <국어 실력이 밥 먹여준다>는 같은 의미로 생각되는 유의어 속의 미묘한 차이를 살핀다. 이 책은 첫번째 <낱말편1> 으로 두 단어의 대비를 통해 각 단어의 쓰임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 퀴즈 형식으로 즐겁게, 깔끔한 정리로 다시 한 번 확인하다.


  벼는 익을수록 (머리/고개)를 숙이고 들어오세요.
  (과일/열매) 망신은 모과가 다 시킨다.
  대체 그날 버스 (속에서/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우리 회사는 모든 사원을 한 (가족/식구)처럼 여깁니다


  퀴즈 형식으로 호기심을 끌어낸다.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도 있고 알쏭달쏭하다. 답을 맞췄더라도 그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하지 못한 단어들이 많았다. 일상 생활의 어휘를 사용할 때 적절할 표현을 사용하기 보다 '의미만 통하면 돼지. 뭐..', '단어의 적확한 쓰임? 아무 생각 없는 걸' 이런 생각들이 대부분이었다.

  비슷해 보이는 의미에도 각기 걸맞는 쓰임이 있고, 적확하게 사용했을 때 그 의미가 잘 드러남을 알 수 있었다. 터널에는 '안'이 잘 어울리고, 동굴은 '속'이 더 왜 자연스러운지를 통해 단어의 쓰임에 대해 더 고려하게 되었다.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쳐버릴 용례에 대해서 한 번 더 고민하게 되는 일, '단어'의 중요성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 어느새 일상어처럼 편하게 스며든 번역투 문장들.

 
  01. 물병을 냉장고 안에 넣었다 / 물병을 냉장고 속에 넣었다
  02. 새해/새로운 해, 새 담임/ 새로운 담임
  03. Have 의 적절한 우리 말 찾아주기


  원래부터 물건을 넣기 위한 목적으로 생겨난 사물에는 '속'이나 '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런 한국어라 한다. 호주머니, 서랍, 그릇, 상자, 장롱, 창고 따위가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물병을 냉장고에 넣었다 라는 표현이 자연스럽다. 번역과정에서 'in'의 제자리 찾아주는 과정에서 어법에 바르지 않는 표현이 생겨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한다.


  2008년이 새로운 해가 아니고, 새해이듯이, 'NEW'의 번역사전으로 인한 문제와 Have의 적절한 우리 말 찾아주기를 통해 번역투 문장들이 우리 생활속에 자연스레 스며있음을 알 수 있었다. 새로운 언어의 유입과 번역등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하지만, 예쁘고 잘 다듬고 적절하게 사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뉘앙스에 맞게 표현을 고르는 일이 '마음먹었다'로 표현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늘 꾸준히 사전을 지니고,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일을 꾸준히 해야 될 만큼 '결심'해야 한다. 적절한 표현을 잘 가려내어, 즐거운 언어생활을 해야 겠다.

  쉽게 지나치기 쉬운 '뉘앙스'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다. 마음에 쏙 드는 책! 뉘앙스와 동의어, 관계어에 관한 다양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서진규의 희망

서진규의 희망 - 하버드의 늦깎이 공부벌레 서진규의 유학 생존기
서진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 31년간 '인내'와 '의지'로 놓치지 않는 '공부'의 꿈. 

  마침내 이뤄낸 하버드 박사!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 앙드레 말로.
 
 
  공부를 꾸준히 하는 건 쉽지 않다.  공부보다 더 흥미롭고 재밌는 많은 유혹들을 이겨낼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 목표 역시 빠질 수 없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머리가 나쁜 걸." "그렇게 공부해서 어디에 쓸 수 있는데?" 등 공부에 대해 피해갈 수 있는 많은 변명들이 존재한다. 

   가발공장에서 가발직공부터 시작해서 미국에서 식모를 뽑는다는 광고 하나만을 보고 미국으로 떠난 이가 있다. 24살에 대학교에 입학, 28살에 군대에 입대, 입학 15년만에 대학을 졸업한다. 43살에 하버드 석사과정에 입학하고, 16년만에 하버드 박사를 졸업한다. 100불만을 가지고 시작한 미국생활에 외국어 공부를 전혀 해보지도 못했던 그녀가, 현재는 일본어, 영어, 한국어 3개국을 능숙하게 말할 수 있고, 수많은 인재들이 몰리는 치열한 과정을 존재하는 하버드에서도 '의지'와 꿈에대한 '희망'으로 그 꿈을 이뤄냈다.

  두 번의 이혼과 직업군인으로서의 임무를 해나가면서 병행해 온 그녀의 꿈! '하버드 박사'가 아니더라도 긴 시간 꿈을 향해 전진하는 그녀의 열정에 반해버렸다. 내게 부족한 건 어려운 집안 사정이 내게 압박하는 '돈'이나 똑똑한 '지능'이 아니었다. 정말 이루고 싶은 '목표'와 그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의지'와 '집념', '확신'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녀의 글을 읽고 나면,  '나도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난다. 자신의 생을 살아가면서 지니게 된 '삶의 체험'과 결과는 그 어떤 글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
 

# 꿈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 열정! 솔직함!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진정으로 살고자 하는 이,/ 우주를 비상하리.// 

  ...... 

  당신의 꿈에 생명을 주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멋진 삶을 얻을 것입니다.//


  가난한 형편에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지만, 군대에서 후원해주는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그녀는 학점을 취득하기 시작한다. 어려운 환경내에서도 공부하려는 끝없는 열정은 버루크 칼리지에서의 첫 수업의 어려움에서부터 잘 드러났다. 외국의 문화와 상식 무엇보다 영어실력의 부족함으로 인해 수업을 포기해야 할 만큼 그녀는 곤란함을 겪게 된다. 심각한 표정으로 학기를 포기하겠다는 그녀에게 최상의 배려를 해 준 미국인 교수!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말이 딱 맞았다.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하면 부끄러움에 그치지 않고 공부의 이유로 삼으며 꾸준히 매진하는 그녀의 모습, 힘들때마다 성취하고 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매진하는 모습들,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그녀의 모습은 다른 학생들에게 큰 자극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자신의 노력과 자신의 노력을 통해 변화된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이뤄내는 결실들.. 그 결과들을 지켜보며, 내가 이룬 듯 자랑스럽다. 오래전 M** 공중파 프로그램의 <길거리특강>에서 만나 이야기했던 그녀의 말이 생각났다.


  "나, 서진규가 해냈는데 여러분이 해내지 못할 이유, 그 법, 없습니다!"

   "그래, 나도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는 희망! 살아가는 데 소중한, 희망!을 배웠다. 감사하다.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그녀의 글을 보며 사라져가는 희망에 용기를 불어넣어야 겠다.


  


 

악인

악인 ㅣ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 '사건'이 아닌, 사건당사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현대사회를 바라보다.


  인적이 드문 미쓰세 고개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피의자는 보험설계사 일을 하는 이시바시 요시노라는 여성이다.  살인자에게 목이 졸려 사망한다. 헤어지기 직전 피의자와 함께 있었던 친구들의 진술과 피의자가 죽기 직전 통화했던 상대를 대상으로 용의자 조사를 시작해 나간다. 범인은 쉽게 알 수 있다. 옴니버스처럼 사건 당사자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읽는다. 잘못한 행위를 한 자가 악인이라는 기존의 통념이 아닌, '악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 '악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악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엿보다.


  '살인'은 무서운 일이다. 그 어떤 경우라도 생명을 사라지게 하는 일은 용서받지 못한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악인'이라는 범죄자에 대한 단순한 시선을 가졌던 내게, <악인>은 '살인'만큼 사람을 힘들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난 뒤 '피해자'의 행적이 밝혀지면서 '피해자'의 가족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시선은 정당한 것일까? '살인'은 아니지만, '살인발생'에 큰 영향을 미친 마스오 게이고의 행동은 괜찮은 걸까? 정황상 자신이 피해자로 몰릴 수 밖에 없어 극도의 공포감에 살인을 저지른 '유이치'의 행동은? '유이치'가 살인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마지막까지 '동행'했던 마고세 미쓰요의 행동은 어떤 의미일까?

   사건 중심이 아닌, 사건을 둘러싼 주변인들의 행동과 심리에 초점이 맞춰있다. 작가는 인물들의 행동에 가치판단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독자 스스로 '악'에 대해 사유해 보게 한다. 모두에게나 조금씩 자신의 이미지와 이익을 위해 진실을 말하지 않거나, 사실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게 만드는 분위기에서 '살인'보다 더 무서운 '악인'의 모습이 나타난다.

 
# 쉽게 던지는 말 한마디가 당사자와 주변인들에게 큰 생채기를 낸다.

 
  생각이 깊지 않아, 글로 표현하는게 서툴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진실을 알 수 없다. 사실을 통해, 진실이라 생각하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지, 쉽게 단정짓고 평가하는 일이 사건 당사자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난 신도 아니고, 재판관도 아니다. 뉴스와 신문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 쉽게 던지는 말 한마디가 사건 당사자들에게, 또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무엇보다 '악'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악'에 대해 바라보는 시선은 누가 만드는지, 정황에 따른 오해로 인해 얼마나 더 나빠질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었다. '사실'을 넘어선 '진실'을 보는 것보다 보여지는 일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일이 더 쉽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악인'을 대변하고 싶지 않다. '악인'을 매도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극한 상황에서도 도망쳐서는 안된다는 것, 세상에 소중한 사람은 꼭 필요하다는 것, 피해자가 되고 싶어해서는 안된다는 것, 외로움과 두려움이 얼마나 무서운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요시다 슈이치 스스로 왜 대표작이라 말했는지 알 것 같다. 생각의 열매가, 책이란 상자 안에 가득 담겨있다. 하나씩 맛보고 생각하다보면 '나쁜 사람이 악인이야'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벗어나 나만의 가치관이 정립될거라 믿는다.

 

 

채색의 시간

채색의 시간 - 채색의 기초 편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7년 12월

 
# 색연필로 조금씩 칠하다 보면, 완성되는 그림! 기분이 좋아진다.

  패션감각이 뛰어난 사람은 옷을 잘 입는다. 자신의 체형과 모임에 맞는 옷을 잘 선택해서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낸다. 드로잉한 그림에 색을 입히는 작업 역시, 사물에 대한 감각이 탁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상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와 명암과  색깔의 어울림 등을 잘 이해하고, 숙련된 채색기법을 익혔을 때 드로잉된 그림은 채색의 시간을 거쳐 아름다운 그림으로 다가온다.

   저자가 출간한 스케치 쉽게 하기 시리즈를 통해 그림 그리기에 한 걸음 발을 내딛게 되었다. 색연필화 쉽게 하기와 기본기를 다지는 부분에 겹치는 내용이 많아 조금 더 시작하기 수월하였다. 내 손을 거쳐 완성품이 생긴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다.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더라도, 작가에게 자신이 만든 작품이 자식처럼 다가오듯이, 채색의 시간을 거쳐 완성된 작품은 그리는 이의 마음과 시간이 담겨있다. 채색에 몰두하다 보면, 대상에 대해 좀 더 깊이있게 살펴보게 되고 일상의 늪에서 잠시 벗어날 수도 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따뜻한 위안이며 축복이라는 저자의 말이 조금 이해가 된다.

# 잘 그리려 하지 말고, 즐겁게 그려라!

  뭔가 잘해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특히 미술은 어렸을 적부터 내게 다가서기 힘든 장애물이었다. 잘 그리려 하지 말고 즐거운 놀이처럼 생각하라는 저자의 말이 기분이 좋았다. 기본기를 다지는 것부터 실제 실습까지 많은 그림이 담겨있지는 않다. 하지만 짧은 분량속에 중요한 부분한 내용들은 잘 담겨있다.

  대상을 집중해서 관찰하는 관찰력이 중요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빛과 그림자로 드러나는 미묘한 명암의 차이들을 놓치고 살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형태에서 채색으로 가는 과정이 아닌, 채색을 통해서 색감과 형태에 대한 이해를 하다보면 형태 역시 능숙해진다는 말도 이해가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정 시간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 순서에 의해 조금씩 완성되는 그림, 성취감은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저자의 설명대로 조금씩 채워가다 보면, 완성된 작품이 드러난다. 처음에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반복해서 그리다 보니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이 보였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중요한 것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드로잉만 되어있는 그림과 채색이 완료된 그림을 보면 느낌이 다르다. 채색이 우리의 눈과 생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쓱삭쓱삭 채색을 하며 드로잉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 내 손으로 무언가 해내었다는 자신감을 얻는 데 큰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