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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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칠지만 밉지 않은 캐릭터 완득이와의 만남..


  아버지는 난쟁이 춤선생이었다. 말쑥한 외모에 화려한 춤솜씨를 가지고 있지만 말을 더듬는 민구 삼촌과 함께사는 내 이름은 도완득이다. 어려서 집을 나간 어머니를 본 기억도 없고, 아버지를 욕하고 놀리는 사람들을 만나면 속에서 불이나 패주곤 했다. 친한 애들은 전혀 없고, 내가 해야 할 일만 하며 학교에서 조용히 지낸다.


 옥탑방으로 이사온 날, 학교 담임이던 양아치보다 더 괴짜스런 똥주 선생을 만난다. 감추고 싶은 비밀을 애들이 보는 앞에서 주구창창 외쳐대는 똥주가 너무 싫다. 싫은 마음에 똥주 선생이 나가는 교회에 나가, 똥주가 빨리 생을 멈추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도 한다.  똥주가 다니는 교회에서 만나게 된 외국인 노동자 핫산을 통해 킥복싱을 알게되고, 소설가가 되기를 원하는 아버지와 갈등을 빌기도 하지만, 킥복싱이 좋다. 똥주의 소개로  우여곡절 끝에 베트남에서 온 어머니와의 만나게 된다. 전교 1등이지만, 음란 만화로 인해 왕따가 된 윤하와의 에피소드, 체육관 관장님 등을 통해 혼자만의 생활에서 벗어나게 되는데...


# 상처는 감출수록 더 곪기 마련이야.. 드러내 놓고 햇볕에 쏘여야 나을 수 있어!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마음의 상처는 있기 마련이다. 완득이의 가정생활을 친구들 앞에서 밝히는 똥주 선생님의 처리 방식은 일반적인 선생님의 모습과 많이 다르고, 예민한 청소년기에 더 큰 스트레스를 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깊이 생각해 보면 똥주선생님의 접근방식이 모르게 감추면서 해결하려는 모습보다 더 나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완득이에 대한 애정이 들어있었기에, 그의 행동이 그리 나빠보이지 않았다고 할까. 자기만의 벽을 만들어 놓고 소통을 하지 않으려는 완득이의 벽을 부스는 방식이 좀 거칠었지만, 그래도 똥주 선생님 덕에 완득이가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볼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상처는 시간이 지나고, 약을 바르면 그 상처를 희미하게 없앴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는 드러내 보일 수 없기에 상대가 알아봐 줄 수 없고, 스스로 극복하지 않으면 쉽게 그 상처를 지워낼 수 없다. 눈으로 보이지 않기에 가슴으로 다가서도 마음으로 소통해야만 치유할 수 있는 마음의 병. 혼자 끙끙 앓으면서도 누구에게 외치지 않고 감내하려는 외톨이의 완득이가 낯설지 않아 보였다. 킥복싱을 통해, 어머니와의 사건과 주변의 일들을 통해 조금씩 성숙해지는 모습, 그리고 변하지 않는 풋풋한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내 마음도 조금 성숙한 느낌이다. 성장소설은 주인공의 마음이 살짝 자라는 만큼, 읽는 이의 마음 역시 자라는 듯해서 마음에 든다. 교훈적이지 않고, 가식적이지 않으면서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 주는 소설을 만나 즐거웠다.


# 조금 더 깊게 바라보면 이해가 되는 사람들의 행동들.


  양아치처럼 완득이 몫의 수급품을 종종 빼가는 똥주샘에게도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하는 아버지와 관련한 아픈 추억이 있었고, 춤을 추면서 웃는 아버지의 모습 뒤에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노력과 설움이 서려있었다. 어린 완득이를 버리고 떠난 어머니에게도 어머니만의 사정이, 똥주 선생님 아버지를 위해 일했던 핫산은 완득이를 킥복싱의 세계로 인도를 해 주었다.

  그냥 행동만으로 보았을 때 나빠보였던 사람들의 모습들이 그의 사정들을 알게 되면서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행동과 결과만으로 쉽게 판단하는 건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과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깊은 관심이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깊게 살펴보고 관심을 기울이면 다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인데, 좁은 장소에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일까? 아님 자신의 일만 보기에 지쳤기 때문일까? 무언가에 홀린듯 주변에 돌아볼 여유가 많이 없어졌음을 느꼈다.

  내 자신만의 이익이 아닌, 소외받고 어려운 사람들, 꼭 그들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관심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당연하다는 듯 느껴지는 편견속에서, 지금도 상처받고 소외받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종교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사람이 내미는 작은 손길은 마음에서 잘 잊혀지지 않는다. 작은 손짓과 사랑의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삶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서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완득이의 눈으로 읽으며, 마음이 조금 성장함을 느꼈다. 두번째 읽었을 때는 똥주의 눈으로 맹랑하고 거친 완득이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기특하다고 느꼈다. 세번째는 완득이의 아버지의 눈을 통해서,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편견과 조롱이 한 인간의 마음을 얼마나 상처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네번째는 완득이의 삼촌의 눈높이에서, 다섯번째는 완득이의 어머니의 시각에서, 여섯번째는 정윤하의 시선으로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똑같은 사건과 현상도 내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짐을 알 수 있었다. 역지사지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다른 이의 시선을 통한 사건의 바라봄은 현상을 좀 더 멀리 넓게 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청소년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고, 마음이 어린 어른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안겨주고 싶은 책이다. 스텝 바이 스텝을 밟으며, 오늘도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완득이의 열정과 성숙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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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천사의 도쿄 다이어리 - 캐릭터 디자이너 서윤희의 일본 캐릭터 & 디자인 여행
서윤희 지음 / 길벗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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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캐릭터 디자이너의 눈으로 바라본 동경, 2년 6개월의 생활기.

  프리랜서 캐릭터 디자이너로 일하다 일본지사로 근무하겠냐는 제안을 받고 떠난 여행. 저자의 에필로그를 살펴보면, 저자가 일본을 떠나는 순간 출판사와 책의 집필이 약속되었음을 알 수 있다. 큐티하니, 토토로 등 많은 캐릭터들의 강국이자 산업적으로 잘 되어있는 일본에서 2년 6개월간 보고, 듣고, 경험한 기록들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동경에 2년 반 머문 생활인의 모습으로 1부에서는 집을 구하고, 겨울을 나는 등, 도쿄에 적응하고, 도쿄생활의 익숙해지고, 불꽃축제, 꽃구경 등 이벤트 들을 경험하며 일상에서 도쿄를 발견하는 모습들이 담겨있다. 자전거를 타고 골목과 공원, 카페 등의 풍경속에서 일본인 특유의 모습을 발견한 모습을 통해, 관광지를 바라보는 여행자의 시선이 아닌, 생활인의 시각에서의 도쿄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여행기보다 조금은 특별한 생활인의 눈으로 바라본 도쿄 생활의 기록, 여행자보다 깊이있지만, 어렵지 않다.


# 정보에 체험이 만나면, 살아있는 정보가 된다.

  교양수업에서 들었던 추운 겨울을 나는데 필요하다는 고타쯔, 일본에는 전세가 없다는 이야기에 대해 알고 있었다. <비비천사의 도쿄 다이어리>에서는 집을 구할 때 필요한 정보, 겨울을 날때 왜 고타쯔에 빠질 수 없는 지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알려주고 있다. 단독주택의 주인들이 외국인을 기피한다는 정보와 가구의 리싸이클 상점이 매우 잘되었다는 이야기와 방을 차갑게 유지시키는 것을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이 지닌 생각들은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던 알찬 정보들이었다. 

  캐릭터 디자이너의 자신의 직업에 맞게, 작고 디테일한 디자인 부분에서 일본인들이 열광하는 부분에 대해 좀 더 많은 정보들이 담겨 있었다. 자전거 브레이크나 손 발, 등을 따뜻하게 하는 작은 소품에도 디자인을 생각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던 한국인과 다른 일본인들 만의 문화였다.   다른 일본을 다룬 책들보다 시각과 미각을 강조하는 부분들이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축제, 꽃구경, 가드닝, 동네 골목, 공원, 카페 등 눈이 즐거운 부분과 케이크, 장보기 등 20대 여성이 생활하면서 많이 궁금해하는 부분들, 비비천사의 도쿄 다이어리라는 말에 걸맞게 저자가 궁금해하는 디자인, 캐릭터 부분이 잘 부각되어 그에 관한 부분들에 충실한 정보들이 잔뜩 담겨있다.

 
# 눈이 즐거운 여행기.


  전반부에서는 2년간의 생활을 정리한 일본 생활기를 통해 일본과 한국과의 다른 점에 대해 소개했다면, 후반부에는 눈이 즐겁고 특색있는 디자인 여행을 저자와 떠날 수 있다. 예쁜 카페와 특색있게 꾸며진 많은 장소들을 경험한 이야기와 약도, 그리고 추천하는 장소들이 사진와 함께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인형의 마을 실바니안 빌리지나 치히로 미술관은 어린 아이와 함께가면 더욱 즐겁다고 할까. 캐릭터에 머물지 않고 장소와 함께 살아있는 장소 가마쿠라에는 슬램덩크라는 만화에서 보았던 풍경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한다.

 

  돌고래를 찾아 떠난 오가사와라 섬과 따뜻한 섬사람들의 추억을 들었을 때는 나 역시 가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고, 무민 카페에서 캐릭터에 관한 애정을 느꼈다는 글을 읽었을 때는, 작은 캐릭터를 잘 살려 보존하고 애정을 갖기에 세계에서 캐릭터 강국이 된 배경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이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유한 만큼 글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책 속에 담긴 글을 보며, 캐릭터와 디자인에 관한 저자의 열정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일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자신의 직업과 경험을 잘 살린 체험기라고 해야 할까, 일본에는 출판시장이 활성화 되어 많은 정보들이 교류되고 보존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생각과 해석이 나온다고 믿는다. 자전거에 담긴 캐릭터 브레이크를 토며 일본인의 디자인의 힘과 성향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준 저자처럼, 다양한 직업의 많은 이들이 자신이 머문 곳에 대한 기록을 책으로 낸다면, 더욱 더 풍성하게 그 장소를 이해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교재에서 잘 보기 힘든 캐릭터에 관한 도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를 좋아하는 후배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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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1 - 일타 큰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작가정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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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 따뜻한 마음을 지녔던 일타스님의 수행지를 돌아보며, 완성된 소설.

  소중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인생과 삶의 의미에 대해 한 번씩 되돌아 보게 된다. 어머니와 함께 일타스님의 법문을 들었던 고명인은 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신 후, 어머님의 소망을 들어드리기 위해, 스님이 머물렀던 해인사에 들려 혜각스님을 만나게 된다. 세상을 떠난지 7일째에 드리는, 초제를 드린 후 혜각스님에게  일타스님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일타스님의 입적 후, 행적지를 찾아 수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머니의 일을 인연으로 혜각스님과 동행하기로 한다.  일타스님의 행적지를 돌아보며, 일타스님과 인연이 있던 도반들의 이야기와 일화를 통해 일타스님의 삶에 대해 알게 되는데..

 
# 일타 스님 주위의 인연과 에피소드로 만나는 일타스님의 구도기.


  불심이 깊었던 어머니와 아버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스님과 불법에 인연을 맺게 되고,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어머니의 출가와 함께 강제적으로 불도에 입문하게 된다. 스님의 외할아버지를 시작으로 한 출가의 입문과 어머니, 아버지, 외삼촌, 누나 등이 하나 둘 출가하는 모습과 일화들을 통해, 스님의 모습을 더욱 더 알 수 있게 한다. 외삼촌의 해수병과 어머니의 다친 다리의 일화를 통해 인과를 깨달아가는 모습과 옛 고승들의 일화등이 어우러지며, 일타스님이 정진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게 된다.
 
  각양각색이라고 할까? 구도를 위한 길은 하나이지만, 그 길을 향해 걷는 스님들의 모습은 연에 따라 제각각이었다. 엄격하고 깐깐했던 성철스님의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젊은 상자의 큰 실수를 감싸주어 더욱 정진할 수 있게 한 자비로운 마음과 제자들이 남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듣고 비평을 했을때, 듣는 체하다가 읽던 책의 글귀로 콧노래를 부르며, 알아서 중단하게 하여 고하는 제자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일타스님의 에피소드 등을 읽을 때는 마음이 더욱 훈훈해졌다. 강론을 중요시했던 고경법사의 제자로 입문했지만, 스승의 원과 자신의 재발심으로 선사의 길을 겉었던 모습을 보면, 인연이라는 것이 정말 존재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소문에 휘둘리지 않게 경계해주는 균형잡힌 이야기.


  기적이라고 해야 하나, 많은 사리가 나오거나,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그 현상에 빠지기 십상이다. 사리가 많은 스님이 더 불심이 깊을 것 같다거나, 친가, 외가 가족 모두가 출가했으니 더욱 불심이 깊을 것이라는 추측은 책을 읽기 전 내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이었다. 고명인이 혜각스님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41명의 친족 중에는 스스로 발심한 사람도 있지만, 남편의 권유로 들어온 아낙네도 있었고, 가족의 어린아이들은 고아가 되기로 했다는 인연을 이야기하며, 사실을 사실대로 바라볼 것을 이야기한다.

 

  불교는 마음이 부처라는 것을 체험하는 종교라는 말이 가장 인상에 깊었다. 일체유심조라는 말처럼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 이해하기는 쉽지만, 삶의 여러 고뇌의 순간들에 흔들리지 않고, 그것에 확신하는 것은 수양이 필요하다고 할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불교에 대해 잘 모르지만, 오랜 시간 공을 들인 작가의 노고 때문일까? 불교적 지식이 많지 않지만, 책을 읽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일타스님이 걸어온 길과 함께, 주변의 스님들을 통해 스님들의 정진하는 모습과 하나의 절에는 각 스님들과 연관이 된 이야기가 숨쉬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야기를 알고 장소에 머무는 것과 그냥 찾아가는 것의 느낌은 다르다. 해인사, 내원사, 송광사, 정혜사, 통도사, 광덕사 등 일타스님의 행적지를 들리게 된다면, 일타스님의 행적들이 함께 생각날 것 같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자신의 길을 꾸준히 걸었던 일타스님의 모습을 보며, 게으름 피우지 말아야겠다 다짐했다. 만배, 십만배를 하면서 진심의 마음을 담은 한 번의 절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혜각스님의 말처럼, 마음을 하나로 모아, 목표를 삼고 도전한다면 내가 소망하는 일을 이룰 수 있을거란 생각도 들었다. 깨달음을 얻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구도심이라면, 목표를 이루겠다는 강한 도전의식과 항상심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마음을 스승으로 삼지 말고, 마음의 스승이 되라는 말!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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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 - 비행기와 커피와 사랑에 관한 기억
오영욱 지음 / 예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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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다시 돌아오기 위해, 여행하지 않기 위해 떠나는 여행.

  일상이 지치고 힘들 때, 여행을 떠나는 편이다. 사람들로 인한 스트레스, 내 자신이 피로하다 느낄 때, 쉬기 위해 지금의 장소를 벗어나려 애쓴다. 눈에 익숙했던 풍경과 다른 장소에 있다 보면, 지금 내가 머무르고 있던 곳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 좋다.  너무 가까이에 있어 보지 못했던 풍경들의 다른 이면들을 살필 수 있다고 할까. 지금 살고있는 곳을 좀 더 멋지게 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저자와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책의 한 글귀에 공감한다.

  오래전에 읽었던 장 그르니에의 <일상적인 삶>에서는 결국 여행하지 않기 위해 여행을 한다 이야기한다.

 <여행>에는 옮겨감으로 인해 치르게 되는 희생에 대한 저항이 따른다. 이를 테면 <이곳을 위하여>라는 관념은 끊임없이 <다른 곳을 위하여>라는 관념보다 우위에 선다. 또한 머무르려는 욕망은 이동하려는 기질을 이겨내며, 영원에 대한 향수는 순간적인 것의 유혹을 물리친다. 시베리아 횡단 여행자나 원양 항해자도 결국은 정착한다.  그는 더 이상 여행하지 않는다. 바로 이것이 <여행>의 패러독스이다. 즉 <존재>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의도된 <변화>, <존재>를 상정했을 때에만 실재하는 그 <변화>가 이제는 <존재> 그 자체로 탈바꿈하기에 이른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여행하는 자는 자신의 습관에 집착한다. 그는 이전의 그 호텔 그 방에 다시 머무르려 하고, 그 음식점의 그 테이블에서 식사하려 한다.

  이렇게 해서 방랑자는, 자기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정착민이 된다. 말하자면 여행하지 않기 위해 여행하는 것이다.

  오래전에 읽었던 책의 이야기가 이 책을 읽음으로써 다시 선명해졌다. 떠나지 않기 위해 떠나는 여행! 오기사의 책을 읽고 떠오른 첫 번째 생각이었다.

# 눈이 즐거운, 사진과 일러스트로 꾸며낸 여행기.


  보통 사진과 함께 글이 있기 마련인데, <오기사, 세상을 스케치하다>에는 일러스트와 사진의 평면적 구성이 돋보인다. 이차원의 공간을 표현하는 사진이, 작가의 센스넘치는 사진의 재배열을 통해 3차원으로 살아있는 느낌이다. 마치 동영상으로 장소를 보는듯한 입체적인 사진을 통해, 사진의 또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지역을 오래 지켜본 여행기에는 생활인의 눈에 담긴 깊이있는 시선이 담겨있다면, 짧은 공간 동안 많은 곳을 여행한 여행기에는 많은 장소의 매력적인 풍경들이 담겨있다. 잠깐 잠깐 떠나는 여행에서 담은 사진과 글들은 많은 걸 경험하려 했던 작가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 했다. 마음만 있으면, 너도 언제든지 떠날 수 있어! 라고 알려주는 듯, 적지 않은 장소를 저자는 보고 느끼고, 스케치하고 글을 남겼다. 스페인에서 1년간 유학생활을 하며, 떠났던 여행의 기록들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지고, 무작정 공부를 시작했을 때 느껴지는 낯설음과 적응기의 고투가 글에 자연스럽게, 사진과 일러스트에 그대로 배어있다.

  30대가 넘었으니, 적지 않은 나이에 공부를 하기로 결심한 그 용기와 열정이 있다면, 뭐든지 해낼 수 있다고 할까.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바빠서 떠나지 못하는 여행에 대한 변명들이 아무 소용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떠나려는 마음만 있으면, 시간을 쪼개서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걸, 일년간 모아둔 사진과 풍경들이 내게 말없이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전해주었다.

 
# 용기만 있다면 떠날 수 있다.


  유명하고 화려한 곳도 없지 않았지만, 작가가 자신이 느낀 풍경들을 기록한 사진들이 좋았다. 내가 떠나고 싶은 장소를 하나씩 체크해 보기 시작했다. 30이 넘기전에, 돈을 모아서 꼭 떠나보아야 겠다는 마음이 새록새록 생겨났다. 혼자서 떠나는 여행은 외롭고 스산할 줄 알았는데, 작가의 여행기를 보니, 그렇게 나빠보이지 않았다. 혼자이기에 더욱 쉽게 떠날 수 있고, 더 많이 사색하고 자기만의 생각을 할 여유가 생긴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글보다 그림과 비주얼로 가득 찬 여행기는, 기존의 여행기와 매우 달랐다. 사진으로 말하는 풍경을 담은 사진집과 일러스트로 꾸며낸 작품집, 글로 여행지를 표현하는 여행기의 세 가지 요소가 작가의 재능과 경험의 믹서에 섞여 새로운 형식의 작품으로 태어났다. 시각적 재미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글로 표현하지 못한 부분은 그림을 통해 이해하는 것도 책을 읽는 새로운 재미이다. 눈이 즐거워서 책 읽는 순간이 빠르게 지나갔던 시간이었다. 가보고 싶은 풍경은 30이 넘기전에 돈을 모아, 꼭 떠나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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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구급법 Outdoor Books 8
일본산악회 의료위원회 지음, 최종호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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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소중한 생명! 잘 알아야 지킬 수 있다.


  자주 보아도 지루하지 않는 대상을 자연스럽다고 한다면, 내게 산이 그런 존재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 오르더라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상쾌해진다. 한 걸음, 한 걸음 스스로 걸어야만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점과 정상에 오르게 되면, 결국 내려와야 한다는 점은 인생을 걸어나가는 발걸음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도시에서는 위급한 상황이나 부상을 당했을 때, 소방서를 비롯한 응급구호 기관도 존재하고, 사람도 많이 있고,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운송수단과 구호시설이 넉넉하다. 하지만 산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도 않고, 뱀, 곤충, 산사태, 자상, 철과상, 골절 등 여러가지 부상과 질병, 재해들을 만날 수 있어 위험하다. 또한 응급구호 시설도 별로 없고, 의사도 많지 않다. 스스로 응급 상황에서 대처할 방법을 알고 있지 않으면, 소중한 생명이 위태로워지고, 타인의 생명도 구할 수 없다. 긁히고, 물리고, 심신이 피로해지고, 거동이 불편한 응급상황들, <등산 구급법>에는 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많은 사건, 부상, 질병, 위험에 대한 설명과 처치법, 대응법, 준비사항들이 친절하게 잘 담겨있다.


# 종류와 유형별로 생겨나는 부상과 발생하는 질병, 그리고 대처하는 방법!


  부상과 질병으로 나누어서 산에서 발생하기 쉬운 부상과 질병을 한 장씩 테마를 잡아 알려주고 있다. 부상은 찰과상에서 급성요통, 골절, 손가락 부상, 동물의 습격, 뱀의 물림 등 19가지 걸리기 쉬운 부상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나이가 먹을수록 통증을 느끼기 쉬운 무릎 관절통에 대해, 원인에서 처치법과 함께 사용하면 좋을 보조제와 보호대 등의 장비들을 그림과 사진, 설명을 통해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물건이나 무언가에 찔렸을때는 바로 빼는것이 좋다 생각했었는데, 책에서는 박힌 물건이 지혈효과를 대신 해 주기 때문에, 성급하게 빼었다가 출혈이 심해져 쇼크사가 일어날 수 있다며, 박힌 부위가 길다면 최대한 짧게 만들어서 빨리 후송하라고 적혀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던 내용과 구급법에 나온 내용이 다른 부분을 통해서, 보다 적확하고 정확한 대비책과 방법을 알 수 있어 더욱 좋았다.

  글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그림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되어 있어, 초보자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장딴지 경련과 근단열에 대한 설명 부분에서,  페이지 하단 부분에 작게, 트레이닝(138p)과 스트레칭(142p),  등산 시 유용한 한약(154p)처럼 연계하여 익혀두면 좋을 부분도 바로 찾아볼 수 있게 소개되어 있어, 더욱 이해하기도 편하고, 필요한 부분을 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작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섬세하게 고려되었음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크기가 손바닥보다 약간 크고, 표지가 일반 책과 달리 비닐표지를 사용했는데, 이 또한 휴대용 핸드북이라는 목적에 맞춰 휴대하기 편하고, 습기와 빗물에 강한 비닐 재질을 사용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실용적인 용도에 맞게 표지부터 크기까지 섬세하게 고려되었기에 더욱 더 마음에 들었다.


# 대처법보다 더욱 중요한 자가치료법과 예방법!

  산에서 생겨나기 쉬운 질병과 함께, 등산 형태별로 산에서 발생되는 부상과 질병을 기술한 점이 인상깊었다. 계절별로 나누어 발생하기 쉬운 질병과 부상, 눈으로 덮힌 설산과 해외에 등산했을 때 발생하기 쉬운 고산병과 간염, 광견병과 파상풍까지, 다양한 등산에 꼭 필요한 정보들이 작지만 알차게 담겨 있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자기 응급처치와 등산 전의 준비사항이 잘 담겨있는 부분이었다.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잘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유지시켜 위급상황이 잘 나지 않게, 나더라도 자연치유력을 강하게 만드는 점이 더욱 핵심적이라 생각한다. 산 뿐아닌 바다나 계곡 등 다른 장소에서도 익혀두면 좋을 심폐소생술에서 인공호흡, 심장마사지, 지혈법까지 유용한 정보가 담긴 자가 응급처치가 담긴 4장과 등상 전의 준비 사항에 대해 기술된 5장이 매우 유용했다.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스트레칭과 트레이닝, 테이핑요법과 보충제와 보조제, 인터넷 정보 등 놓치기 쉬운 정보를 한데 모아서, 깔끔하게 정리해 주고 있다.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찾아보기와 각 장별로 다시 한번 각 장의 내용에 대해 소개해 놓은 부분은 어디를 펼치더라도 빨리 자신이 원하는 부분을 찾게 돕기 위한 편집부의 배려라 생각한다.  

  알아두면, 자신도 지킬 수 있고, 타인의 생명도 보호해 줄 수 있는 구급법! 익혀두면 꼭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 군대시절 배웠던 응급처치 기술을 다시 상기해 볼 수 있었던 점도 기억에 남는다. 응급상황시에는 감정에 동요하지 말고, 빨리 최선의 조치를 생각할 것, 그리고 배웠던 내용을 잘 숙지해서 잘 적용하는 점이 중요했다. 핸드북을 가지고 다닌다면, 위급한 상황 멍할때, 책을 통해 조치 사항을 보며 마음을 가다듬을 수도 있고, 산에서 응급교육을 할 수도 있다. 혼자하지 않는 등산이라면, 비상용으로 책을 잘 챙기고, 책에서 소개한 응급구호장비도 잘 준비한다면, 좀 더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작지만 속이 꽉찬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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