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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천사의 도쿄 다이어리 - 캐릭터 디자이너 서윤희의 일본 캐릭터 & 디자인 여행
서윤희 지음 / 길벗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 캐릭터 디자이너의 눈으로 바라본 동경, 2년 6개월의 생활기.
프리랜서 캐릭터 디자이너로 일하다 일본지사로 근무하겠냐는 제안을 받고 떠난 여행. 저자의 에필로그를 살펴보면, 저자가 일본을 떠나는 순간 출판사와 책의 집필이 약속되었음을 알 수 있다. 큐티하니, 토토로 등 많은 캐릭터들의 강국이자 산업적으로 잘 되어있는 일본에서 2년 6개월간 보고, 듣고, 경험한 기록들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동경에 2년 반 머문 생활인의 모습으로 1부에서는 집을 구하고, 겨울을 나는 등, 도쿄에 적응하고, 도쿄생활의 익숙해지고, 불꽃축제, 꽃구경 등 이벤트 들을 경험하며 일상에서 도쿄를 발견하는 모습들이 담겨있다. 자전거를 타고 골목과 공원, 카페 등의 풍경속에서 일본인 특유의 모습을 발견한 모습을 통해, 관광지를 바라보는 여행자의 시선이 아닌, 생활인의 시각에서의 도쿄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여행기보다 조금은 특별한 생활인의 눈으로 바라본 도쿄 생활의 기록, 여행자보다 깊이있지만, 어렵지 않다.
# 정보에 체험이 만나면, 살아있는 정보가 된다.
교양수업에서 들었던 추운 겨울을 나는데 필요하다는 고타쯔, 일본에는 전세가 없다는 이야기에 대해 알고 있었다. <비비천사의 도쿄 다이어리>에서는 집을 구할 때 필요한 정보, 겨울을 날때 왜 고타쯔에 빠질 수 없는 지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알려주고 있다. 단독주택의 주인들이 외국인을 기피한다는 정보와 가구의 리싸이클 상점이 매우 잘되었다는 이야기와 방을 차갑게 유지시키는 것을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이 지닌 생각들은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던 알찬 정보들이었다.
캐릭터 디자이너의 자신의 직업에 맞게, 작고 디테일한 디자인 부분에서 일본인들이 열광하는 부분에 대해 좀 더 많은 정보들이 담겨 있었다. 자전거 브레이크나 손 발, 등을 따뜻하게 하는 작은 소품에도 디자인을 생각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던 한국인과 다른 일본인들 만의 문화였다. 다른 일본을 다룬 책들보다 시각과 미각을 강조하는 부분들이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축제, 꽃구경, 가드닝, 동네 골목, 공원, 카페 등 눈이 즐거운 부분과 케이크, 장보기 등 20대 여성이 생활하면서 많이 궁금해하는 부분들, 비비천사의 도쿄 다이어리라는 말에 걸맞게 저자가 궁금해하는 디자인, 캐릭터 부분이 잘 부각되어 그에 관한 부분들에 충실한 정보들이 잔뜩 담겨있다.
# 눈이 즐거운 여행기.
전반부에서는 2년간의 생활을 정리한 일본 생활기를 통해 일본과 한국과의 다른 점에 대해 소개했다면, 후반부에는 눈이 즐겁고 특색있는 디자인 여행을 저자와 떠날 수 있다. 예쁜 카페와 특색있게 꾸며진 많은 장소들을 경험한 이야기와 약도, 그리고 추천하는 장소들이 사진와 함께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인형의 마을 실바니안 빌리지나 치히로 미술관은 어린 아이와 함께가면 더욱 즐겁다고 할까. 캐릭터에 머물지 않고 장소와 함께 살아있는 장소 가마쿠라에는 슬램덩크라는 만화에서 보았던 풍경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한다.
돌고래를 찾아 떠난 오가사와라 섬과 따뜻한 섬사람들의 추억을 들었을 때는 나 역시 가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고, 무민 카페에서 캐릭터에 관한 애정을 느꼈다는 글을 읽었을 때는, 작은 캐릭터를 잘 살려 보존하고 애정을 갖기에 세계에서 캐릭터 강국이 된 배경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이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유한 만큼 글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책 속에 담긴 글을 보며, 캐릭터와 디자인에 관한 저자의 열정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일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자신의 직업과 경험을 잘 살린 체험기라고 해야 할까, 일본에는 출판시장이 활성화 되어 많은 정보들이 교류되고 보존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생각과 해석이 나온다고 믿는다. 자전거에 담긴 캐릭터 브레이크를 토며 일본인의 디자인의 힘과 성향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준 저자처럼, 다양한 직업의 많은 이들이 자신이 머문 곳에 대한 기록을 책으로 낸다면, 더욱 더 풍성하게 그 장소를 이해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교재에서 잘 보기 힘든 캐릭터에 관한 도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를 좋아하는 후배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