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1 세계신화총서 6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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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맹강녀의 신화, 눈물로 다시 태어나다.


    인공위성으로 지구의 모습을 찍었을 때, 유일하게 육안으로 그 윤곽을 확인 할 수 있는 만리장성에는 만리장성의 주춧돌 하나를 쌓은 많은 끌려간 인부들의 땀과 눈물과 죽음이 서려있다.  옛 중국의 신화에는  진시황의 장성 건축에 징발된 범기량(范杞梁)을 찾아간 그의 처 맹강녀가 남편은 이미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성 밑에 쓰러져 울기 시작하자, 10일 만에 성이 와르르 무너지고 남편의 유골이 나타났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남편의 대한 사랑으로 먼 길을 떠나는 여인의 마음과 눈물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쌀>, <이혼지침서>로 잘 알려진 쑤퉁이 맹강녀의 신화를 차용해, 한 편의 가슴 찡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황제의 반대세력인 신도군의 죽음에 눈물을 흘렸다는 이유만으로 죽음을 격게되는 북산 마을의 300명이 산에서 끌려가다 압사한 후, 북산 마을에는 눈물을 감춰야 한다는 마을의 법이 생긴다.  도촌의 마을에서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신체기관을 이용해서 눈물을 감추는 법을 어머니에게 배운다.   

  도촌에서 태어난 머리카락을 이용해서 서툴게 눈물을 감추는 비누는 아름다운 미모를 가지고 있지만 머리는 좋지 않다. 뽕나무로 생계를 이어가는 완치량과 결혼을 해서 살던 중, 치량이 대연령으로 만리장성을 쌓는 역사에 끌려갔음을 알게된다. 여름에 떠난 남편이 겨울을 춥게 보낼것이 걱정이 되어, 자신의 재산을 털어 겨울 옷과 허리띠, 두터운 신발을 마련해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말리는 데도 불구하고, 남편에게 자신이 준비한 물품을 전달하러 떠난다.

  초립을 쓰고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이 홍수로 사라진 후 나타난 눈 먼 개구리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평양군의 백춘대에는 황제의 혈족인 형명군이 살고 있고, 말은 모두 황제의 명에 의해 나라에 바치게 되어 있다. 부족한 말 대신에 사슴 사냥을 할 때 인간이 말을 대신하게 되고, 사슴 역시 어린 아이들이 대신 사슴인간을 하게 된다. 남편을 찾는 길에 비누는 사슴인간 아이들에게 끌려 가진 것을 모두 뺐기고 곤경에 처한다.
 
  황제의 명으로 온 흠차사의 정보를 캐려 잠입한 양상군자 찐수는 청개구리의 울음으로 붙잡히게 되고, 형문군으로부터 자결을 권유받는다. 자결을 하는 대신, 자신을 위해 울어줄 사람으로 비누를 선택하게 되고, 모든 걸 뺐기고 땅에 묻혀 죽으려던 비누는 자신을 묻어줄 아이와 함께 찐수의 관과 함께 찐수의 고향으로 끌려가게 되는데..


# 현실을 뛰어넘지만 현실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는 신화.

  눈물을 신체 기관을 통해 흘리는 여인이라는 상식을 뛰어넘는 이야기는 신화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부족한 말 대신에 말행세를 하는 어른들, 사슴 역할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생계와 돈으로 인간의 능력과 신체를 제한할 수 있는 모습들은 금전, 권력을 위해 인간이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돈과 절박함에 빠져 인간미를 잃어가는 현실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고 할까.  만리장성이 쌓던 황제가 권력을 집중해서 가지고 있던 시대에 일어날 법한 사실들과 눈물을 다양한 곳에서 흘릴 수 있는 여인이라는 상상력이 결합되어 슬프면서 빚어내는 가독력이 강한 이야기는 다음 장을 펼쳐보게 한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단지 눈물만 흘릴 수 있는 비누가 떠나는 험난한 여행. 믿을 수 없는 일을 가진 것 없이 간절함 하나로, 도전해 가는 그녀의 모습이 슬프지만 아름답다. 아이들에게 불잡혔을 때 흘리는 눈물과 그 눈물이 아이들의 얼굴에 튀어, 비누의 것을 빼앗았던 아이들은 눈물을 통해 자신이 잊고 살았던 인간성을 회복해 자신이 있던 곳으로 되돌아 간다. 찐수의 관의 이동을 검사하는 문지기들 역시, 그녀가 흘린 눈물이 자신의 몸에 닿자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 마음의 연민을 불러 일으키는 측은지심이라고 할까. 1편까지는 뜨거운 눈물로 생의 힘든 순간, 고비를 넘기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찐수의 고향으로 끌려가게 된 그녀가 남편을 만날 수 있을지, 2편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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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
이중텐 지음, 박경숙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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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슷하면서도 다른 중국의 문화. 중국인에 대해 말하다.


  이중톈 교수의 책은 <초한지 강의>를 통해 처음 만나게 되었다. 한신, 유방, 범증, 괴통, 한우 등 초나라와 한나라를 이끌었던 장수와 인물들의 행동을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서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소설을 읽었지만, 소설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을 어렵지 않게 흥미롭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그 솜씨에 반했었다. 중국인에 대해 말한다는 이 책 역시, 예전 책에 대한 기대감을 잔뜩 안고 읽게 되었다. 음식, 의복, 체면, 인정, 단위, 가정, 결혼과 연애, 우정, 한담 9가지의 큰 고리를 가지고 풀어내는 중국인에 대한 이야기는 작가 특유의 이어짐을 통해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타인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더욱 깊이 알 수 있는 것처럼, 중국인의 모습을 통해 한국인의 모습이 함께 떠올랐다. 

 

# 고전을 통해 이해하는 중국인의 모습.


  문학 석사와 고전을 통해 TV 강의를 해서 인기있었던 작가의 이력에 걸맞게, <홍루몽>, <초한지> 등 중국의 고전들의 모습을 통해 중국인의 풍습에 대해 설명한다. 책을 읽음으로써, 옷을 벗어주는 일이, 한신이 한 끼 밥을 얻어먹고 바로 보답했던 이유를, 가랑이를 지나가라고 했던 소년에게 모욕을 당했지만, 용서해 주었던 이유가 중국인의 문화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홍루몽을 읽으면 중국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말은 그냥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작가의 날카로운 설명을 듣고 나니, 고전속에 스민 현대의 중국인의 문화를 알 수 있었다. 

 
  음식을 사랑보다 중요시하는 중국인, 요리하는 일, 몫을 나누일이 연결되어 옛 상나라의 개국 공신이 요리사일 수 있었던 이유, 함께 식사를 하는 일이 중요하기에, 모자 사이가 가장 가깝고, 다음이 형제, 세번째가 고향사람이 되는 이유, 중국의 식사 초대가 많고 식사 초대 뒤에 숨겨진 많은 함의들은 중국으로 떠나서 활동하고 싶은 이들에게 꼭 알아두어야 할 좋은 정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는 중국인들의 물이 황화 등 깨끗하지 않아, 물 대신 마신다고 생각했었는데, 거기에 더해 기를 마시고 건강에 이롭고, 접대의 기능이 있다는 다른 정보도 알 수 있었다.  접대용 차를 내었을 때, 자연스럽게 손님과 그만 만나고 싶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도 독특했다. 일반적인 내용이 아닌, 문헌과 사례를 통해 짚어주기에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고 할까.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의 뒤에 스민 작동원리를 볼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 한자에 대한 깊이있는 설명.


  한문으로 이뤄진 단어의 원래 의미와 깊이있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을 설명할 때 사란 단어의 원래 의미에서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공이고, 얼굴을 돌리고 가버리면 사가 된다는 말이 있다. 정확하게 규정된 것이 아니라, 동전을 앞 뒤와 같이 어떻게 뒤집느냐에 달려있다는 말로 가름된다. 법으로 규정함의 무의미함, 개인만 있고 공중의 도덕이 없다는 설명으로 이어지는데, 단어의 깊이 있는 이해를 통해, 점차 확정되어가는 모습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9가지로 설명하는 중국인의 모습을 읽고 나니, 부패는 싫어하지만, 공공의 돈에서 접대를 받고 싶어하는 중국인의 모순되어 보이는 모습이 이해가 되고, 체면이 얼마나 그들에게 중요한지, 타인의 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 전통시대에는 사랑 없는 결혼을 했다, 결혼의 자유를 얻고 난 후 이혼이 급증해지는 모습에서 우리와 비슷한 부분을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단위로 생각하는 전체주의와 획일주의 적인 모습과 우정에 대한 로망, 보답을 매우 중요시하고, 인정미라는 이름으로 약자에게 관대한 그들만의 문화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문화는 좋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 다른 차이를 이해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들 문화속에서 만들어지는 풍속이 어떤면에서 좋고 나쁘다 판단을 할 것이 아니라, 본류에 대해서 이해하고 그렇게 되어가는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차이를 인정하는 과정. 세계인과 좀더 넓은 마음을 갖기 위해 이해해야 할 과정이라 생각한다. 중국인의 모습을 엿보게 되니 한국인의 모습이 더 선명하게 비추어 졌다. 한국인의 행동 뒤에 스민 문화적 함의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내가 행동하고,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지만, 말로 조리있게 설명하지 못하는 언행들이 문화라고 생각한다. 중국인의 모습을 들춰보니 한국의 행동에 대해서도 깊이있는 공부가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다. 중국 뿐 아니라 한국 다른 나라의 문화적 현상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하는 유익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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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2 - 일타 큰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작가정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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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자들의 행적을 통해 스승의 행적을 살피다.


  1권에서는 일타스님의 유년시절부터 스님으로 입문하고 구도를 하는 과정과 경봉, 성철 스님 등의 스승님과의 일화를 통해, 일타스님의 행적을 살필 수 있었다. 2권에서는 석종사, 은해사, 응석사, 오대산 염불암, 태백산 도솔암, 화엄사, 송광사, 해인사 지족암까지 일타스님이 수행했던 암자와 사찰과 함께 그곳에서 수행하는 일타스님의 제자의 수행기와 일타스님과의 인연등을 통해 일타스님의 행적을 살필 수 있다.

  교종과 선종, 불교의 두 축에서 교종의 대를 이었던 강사의 제자로 입문해서, 스승의 유지와 자신의 서원으로 선사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이력도 독특했지만, 차에 대해 조예가 깊은 선혜스님, 북한의 조선불교와의 교류를 통한 민족 통일에 노력하는 법타스님, 석종사를 세워 큰 도량으로 키워가는 혜국 스님 등 각자의 색깔이 다른 세 스님들의 구도기를 보고, 호통이나 엄한 가르침이 아닌, 어머니같은 따뜻한 자비심으로 제자들을 성장하도록 이끄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일타스님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제자들의 행적을 통해 일타스님이 다시 빛이 난다고 할까. 작가의 꼼꼼한 고증과 자료 수집, 빼어난 글솜씨는 선종과 교종에 대해 잘 모르지만, 쉽게 이해하고 책장이 넘어가게 한다. 세속의 많은 일들, 불사 내에서 일어났던 문제들에도 벗어나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정진하는 모습은 사람들마다 생각의 관점이 다르겠지만, 입문할 때부터 구도하고 서원했던 그 마음이 변치않고, 생을 마감할때까지 꾸준히 도전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쉽사리 하기 힘든 손가락을 공양하는 연비를 해서, 신심이 강한것도 아니고, 눕지 않고 수행하는 정좌불와의 수도를 한다고 해서 신심이 두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잠을 자지 않고 7일동안 기도를 올려서 법력이 높아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서원한 목표를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지않고 강구하려는 마음, 생사를 넘는 절박함으로 얻으려는 그 구도심이 조금씩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라고 할까. 불도를 잘 모르는 문외한 이기에, 원을 세우고 도전하고 흔들리지 않는 그 모습이 머리속에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


# 독특하고 어려운 선문답. 선가의 수행과정을 엿보다

  자신의 깨달음의 척도를 가늠 할 수 있는 선문답은 불도의 문외한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서로 간에 오가는 대화의 의미를 문외한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배경 지식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해 주어 대충 감은 잡을 수 있었지만, 역시 선문답을 이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소설의 내용이 선문답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기에, 깨달음을 얻기 위해 발심수행하고, 그 척도를 가늠하고 성공했을 때 게송으로 글로 남기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선가의 스님들이 어떻게 수행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고 할까. 6개월 안거하고 6개월 탁발수행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았었지만, 소설을 통해 조금 더 선사들의 수행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각자의 판단에 의해 자신의 수행을 정할 수도 있고, 은사의 가르침에 의해 정해지기도 한다는 점, 고정된 틀이 있어 보이면서도, 그 안에서 스스로 서원해야 한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스스로 발심해야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할까. 다른 종교와 다른 스스로 부처의 마음을 인지하고 스스로 발심하고 노력해서 이뤄가야 하기에, 개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불교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 묘한 인연의 힘. 한 사람의 힘에 대해 생각해 보다.

  일타 스님의 행적을 정리해 놓은 책을 읽으며, 묘한 인연의 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깐깐하고 냉철한 성철스님, 따스하고 자비로운 일타스님 등 스님이라 하더라도 각각 자신만의 개성이 있고, 각자의 연에 따라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 또한 인연의 일이라고 할 때, 좋은 연을 만나서 멋진 관계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 좋은 인연이 되도록 노력하는 일을 먼저 노력해야 함을 알 수 있었다.

  화장은 죽은 곳에서 가장 가까운 장소에서 상여도 화려하지 않게 가사만 덮고, 다비한 후 사리를 줍지 않고, 쇄괄한 뼛가루는 허공과 땅 흐르는 물과 강 바다에 뿌려달라 하고, 49재와 제사를 지내지 말고, 비석과 부도도 조성치 말라는 유언은 백마디 행적보다 더 많은 마음속의 감동을 주었다. 한 권이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고, 한 번의 만남이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만들기도 한다.

   중요하지 않아 보이지만, 소중한 하나의 인연, 작은 인연의 힘, 한 사람의 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불교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 읽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불교를 알지 못하더라도 소설 형식으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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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소년을 만나다 세계신화총서 8
알리 스미스 지음, 박상은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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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풀어낸 이피스 신화 이야기.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중에 이피스 신화 이야기가 이 책의 소재이자 핵심이다. 여자아이로 태어났지만, 여자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주변의 환경에 의해, 남자 아이로 길러진 이피스는 이안테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결혼식을 앞두고 자신의 여성을 괴로워하던 그녀는 신에게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결국 자신의 몸이 소년으로 변하면서 이야기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신화에서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결말이 되었지만,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동성애 공포증이라는 사회현상이 있을만큼 생소한 한국현실에서는 부모님의 격렬한 반대와 가족과의 불화, 사회의 냉대를 통한 고독과 외로움을 안고, 세상을 이겨내가야 할 것이다. 한국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나라에서도 동성애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주제인가 보다.

 소녀를 사랑하는 소녀 앤시아와 그녀로 인해 부모의 이혼을 겪은 이모겐이 주인공이다. 물을 팔아서 이윤을 얻는 퓨어라는 다국적 기업에 취직한 앤시아와 이모겐. 앤시아는 세상의 부조리를 페인트로 벽에 낙서를 함으로써 알리는 성적으로 여성인 로빈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녀의 행위를 적극 지지하게 된다. 로빈의 학창시절 친구였던 이모겐은 그녀의 만남이 당황스럽다. 퓨어 그룹에서 고속으로 승진하게 되면서, 부당한 일을 하게 될 것을 제안받은 이모겐은 그 일을 거부하고, 그 일을 계기로 좋아하지만,  게이라고 오해받을 받을만큼 여성스러운 회사 동료 폴에게 숨겨두었던 사랑을 고백하게 된다. 여러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이모겐은 앤시아를 이해하고 지지하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 이야기의 힘! 부당한 현실을 다시 보게 만든다.


  이야기들은 조금만 방심해도 우리의 삶을 통째로 바꿔놓을 수 있다. 이것들은 슬그머니 다가와서 우리의 옷을 모두 벗겨버린다. 좋은 이야기를 써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 알리 스미스

  좋은 이야기는 숨겨져있던 외면하고 싶은 진실들을 대면하게 한다. <왜 세상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이 구조적인 기아에 무심하고 무관심했던 내게 부끄러움을 안겨 주었듯이, 좋은 이야기는 삶에 대한 가치관을 바꾸게 만든다. 사회적 소수자인 동성애자와 많이 나아졌다고 알려졌지만 아직도 차별이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전면에 등장한다.

  투표권을 얻기 위해 투쟁했던 앤시아의 할머니 세대들의 이야기는, 세상의 모든 권리는 하늘에게 내려준 것이 아닌, 스스로 투쟁하고 땀흘리며 요구하면서 얻어낸 결과라는 것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불과 백년전만 하더라도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이 지금 현실로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세상은 예전에 많이 좋아지고 있지만, 실제 차별받는 당사자에게는 아직 멀었다고 할까. 언론이나 미디어에서 또 다른 존재로 인식되지만 현실에서 꺼려하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동성애자들에 대한 시선의 부당성이 신화의 옷을 입고 다시 재해석 되고 있다.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통해, 절박함을 느끼지 못했던 주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 작가의 글솜씨에 끌려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 모두가 함께 꿈꾸는 세상. 신화에 머물지 않고 현실로 다가서는 날이 오기를..

 
  사회적 소수자와 함께, 작품에서 권력을 가진 다국적 기업의 횡포에 대해서도 잘 드러나 있다. 부당함에 굴하지 않고 항거하는 투표권을 위한 투쟁과 단식, 방화가 예전 할아버지 세대들의 투쟁이었다면, 화려하고 보기 좋은 동상과 빌딩의 벽에 페인트를 통해 부당한 현실을 고발하는 이안테와 이피스의 투쟁의 방법은 세련되면서도 눈길을 잡아 끈다. 불법이기에 경찰서로 가지만, 부당한 현실은 말로 이야기한다고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작가가 보여준다고 생각되었다. 부당함을 누군가 해 주겠지 하고 내버려두면 그대로 변하지 않는다고 할까, 모두가 함께 꿈꾸는 것이 신화가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한다면, 광고 역시 사람들이 꿈꾸는 소망을 나타내고, 함께 꿈꾸는 세상이라면, 차이와 차별이 구분되고 차이가 칵테일처럼 더욱 예쁜 빛깔과 맛을 낼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원한다.

   작가가 풀어낸 이야기는 신화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현실적이지 않다. 동성애자에 대한 시선이 하나의 사건을 통해 극변하여 동조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소설을 통해, 사회가 만들어낸 거부감과 외면의 시선이 결코 바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은 이야기는 세상을 더 나은 삶을 만든다는 작가의 이야기처럼, 작가의 글을 읽고, 조금 더 세상을 알게 되고, 바르게 보는 방법을 배운 느낌이다. 이 마음을 잊지 않고, 관용의 마음을 유지하는 일, 무심하게 빠지기 쉬운 바쁜 일상에 놓치지 말아야 할 마음을 하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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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본 친구가 좋다 - 한 발 다가서면 한 발 물러서는 일본 사람 엿보기
박종현 지음 / 시공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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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로 이해하는 일본 친구들 엿보기. 

  문화라고 말하면, 거창하게 들리지만, 일본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본문화를 알아야 한다 생각한다. 일상적으로 그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행동들의 원류를 찾다보면, 한국의 문화와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알 수 있게 되고, 더 깊이 일본인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일본에서 20년 넘게 체류하고 있는 저자가 경험을 통해 접하면서 지켜본 일본친구들의 모습을 통해, 일본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화적 차이에 대해 친절하게 소개해 주고 있다. 저자의 경험과 주변의 이야기가 들어있기에 귀에 쏙쏙들어오고, 쉽게 행동을 비교할 수 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타인에게 미움받지 않으려는 그들의 문화는 침대도 부부라도 침대를 트윈으로 쓰고, 친구의 누나와 연락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혼자서 밥 먹고, 노는 것도 잘 한다고 한다. 

  개인의 생활을 존중하는 것도 좋지만, 그게 심해지면, 친밀해지기 힘들다고 할까? 친구사이에는 허물도 없고, 비밀도 털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 문화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관계 사이에 지켜야 할 규약이 너무 많아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이야기, 딱딱 정해진 규칙이 생활하기에는 편하지만,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커서 자살률 1위라는 큰 부담을 갖는다는 이야기에서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 평범하고 일상적인 행동에서 큰 차이를 찾다
 

  명품을 좋아하는 일본인, 안내하는 스티커가 매우 많은 일본사회, 이벤트에 열광하고, 야구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일본인, 화장품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이 다른 부분 등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작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일본인과 한국인의 의식구조의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내 준다. 패션감각, 불륜, 성, 연애, 접대문화, 드라마, 만화, 맥주, 디저트, 책방 등 일본인 특유의 문화가 한국과 일본에서 20년 이상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있다. 

  매우 비싼 명품이 인기있으면서도, 브랜드 없는 값싼 제품 역시 동시에 팔리는 일본시장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일본인들만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문화에 대해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멋진 관광지와 풍경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본인에 대한 이런 이야기들을 접하고 이해하고 일본을 떠난다면 더욱 즐거운 일본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도쿄의 일상을 스케치하다.

 
   일본인에 대한 에피소드를 통한 이해와 더불어, 도쿄에 가볼만한 음식점과 레스토랑 인터리어 숍 등 도쿄의 풍경을 담은 장소가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예쁜데다 맛있는 음식과 자기만의 패션감각을 살린 상점들은 일본에 체류한다면, 꼭 들려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행지와 여행기의 이야기는 전혀 없지만, 일본을 한 바퀴 살펴보고 돌아온 느낌이다. 

  도쿄 사람과 오사카 사람들이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이유에 강한 지역에 대한 자존심이 서려있다는 점, 그것이 프로그램화 된다는 점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강한 지역적 기반을 통해 자신들의 지역문화를 잘 살리려 노력하는 그들의 사고방식을 본받아야 할 점도 있었고, 경계해야 할 점도 많았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가 아닌, 나와 다른 사람들의 방식을 이해하는 일, 세계인을 꿈꾸지 않더라도, 타인의 모습을 통해 내 자신을 더 잘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일본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국인의 모습이 더 선명해졌다.  일본인과 한국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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