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1 세계신화총서 6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 맹강녀의 신화, 눈물로 다시 태어나다.


    인공위성으로 지구의 모습을 찍었을 때, 유일하게 육안으로 그 윤곽을 확인 할 수 있는 만리장성에는 만리장성의 주춧돌 하나를 쌓은 많은 끌려간 인부들의 땀과 눈물과 죽음이 서려있다.  옛 중국의 신화에는  진시황의 장성 건축에 징발된 범기량(范杞梁)을 찾아간 그의 처 맹강녀가 남편은 이미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성 밑에 쓰러져 울기 시작하자, 10일 만에 성이 와르르 무너지고 남편의 유골이 나타났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남편의 대한 사랑으로 먼 길을 떠나는 여인의 마음과 눈물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쌀>, <이혼지침서>로 잘 알려진 쑤퉁이 맹강녀의 신화를 차용해, 한 편의 가슴 찡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황제의 반대세력인 신도군의 죽음에 눈물을 흘렸다는 이유만으로 죽음을 격게되는 북산 마을의 300명이 산에서 끌려가다 압사한 후, 북산 마을에는 눈물을 감춰야 한다는 마을의 법이 생긴다.  도촌의 마을에서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신체기관을 이용해서 눈물을 감추는 법을 어머니에게 배운다.   

  도촌에서 태어난 머리카락을 이용해서 서툴게 눈물을 감추는 비누는 아름다운 미모를 가지고 있지만 머리는 좋지 않다. 뽕나무로 생계를 이어가는 완치량과 결혼을 해서 살던 중, 치량이 대연령으로 만리장성을 쌓는 역사에 끌려갔음을 알게된다. 여름에 떠난 남편이 겨울을 춥게 보낼것이 걱정이 되어, 자신의 재산을 털어 겨울 옷과 허리띠, 두터운 신발을 마련해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말리는 데도 불구하고, 남편에게 자신이 준비한 물품을 전달하러 떠난다.

  초립을 쓰고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이 홍수로 사라진 후 나타난 눈 먼 개구리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평양군의 백춘대에는 황제의 혈족인 형명군이 살고 있고, 말은 모두 황제의 명에 의해 나라에 바치게 되어 있다. 부족한 말 대신에 사슴 사냥을 할 때 인간이 말을 대신하게 되고, 사슴 역시 어린 아이들이 대신 사슴인간을 하게 된다. 남편을 찾는 길에 비누는 사슴인간 아이들에게 끌려 가진 것을 모두 뺐기고 곤경에 처한다.
 
  황제의 명으로 온 흠차사의 정보를 캐려 잠입한 양상군자 찐수는 청개구리의 울음으로 붙잡히게 되고, 형문군으로부터 자결을 권유받는다. 자결을 하는 대신, 자신을 위해 울어줄 사람으로 비누를 선택하게 되고, 모든 걸 뺐기고 땅에 묻혀 죽으려던 비누는 자신을 묻어줄 아이와 함께 찐수의 관과 함께 찐수의 고향으로 끌려가게 되는데..


# 현실을 뛰어넘지만 현실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는 신화.

  눈물을 신체 기관을 통해 흘리는 여인이라는 상식을 뛰어넘는 이야기는 신화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부족한 말 대신에 말행세를 하는 어른들, 사슴 역할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생계와 돈으로 인간의 능력과 신체를 제한할 수 있는 모습들은 금전, 권력을 위해 인간이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돈과 절박함에 빠져 인간미를 잃어가는 현실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고 할까.  만리장성이 쌓던 황제가 권력을 집중해서 가지고 있던 시대에 일어날 법한 사실들과 눈물을 다양한 곳에서 흘릴 수 있는 여인이라는 상상력이 결합되어 슬프면서 빚어내는 가독력이 강한 이야기는 다음 장을 펼쳐보게 한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단지 눈물만 흘릴 수 있는 비누가 떠나는 험난한 여행. 믿을 수 없는 일을 가진 것 없이 간절함 하나로, 도전해 가는 그녀의 모습이 슬프지만 아름답다. 아이들에게 불잡혔을 때 흘리는 눈물과 그 눈물이 아이들의 얼굴에 튀어, 비누의 것을 빼앗았던 아이들은 눈물을 통해 자신이 잊고 살았던 인간성을 회복해 자신이 있던 곳으로 되돌아 간다. 찐수의 관의 이동을 검사하는 문지기들 역시, 그녀가 흘린 눈물이 자신의 몸에 닿자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 마음의 연민을 불러 일으키는 측은지심이라고 할까. 1편까지는 뜨거운 눈물로 생의 힘든 순간, 고비를 넘기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찐수의 고향으로 끌려가게 된 그녀가 남편을 만날 수 있을지, 2편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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