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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2 - 일타 큰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작가정신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 제자들의 행적을 통해 스승의 행적을 살피다.
1권에서는 일타스님의 유년시절부터 스님으로 입문하고 구도를 하는 과정과 경봉, 성철 스님 등의 스승님과의 일화를 통해, 일타스님의 행적을 살필 수 있었다. 2권에서는 석종사, 은해사, 응석사, 오대산 염불암, 태백산 도솔암, 화엄사, 송광사, 해인사 지족암까지 일타스님이 수행했던 암자와 사찰과 함께 그곳에서 수행하는 일타스님의 제자의 수행기와 일타스님과의 인연등을 통해 일타스님의 행적을 살필 수 있다.
교종과 선종, 불교의 두 축에서 교종의 대를 이었던 강사의 제자로 입문해서, 스승의 유지와 자신의 서원으로 선사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이력도 독특했지만, 차에 대해 조예가 깊은 선혜스님, 북한의 조선불교와의 교류를 통한 민족 통일에 노력하는 법타스님, 석종사를 세워 큰 도량으로 키워가는 혜국 스님 등 각자의 색깔이 다른 세 스님들의 구도기를 보고, 호통이나 엄한 가르침이 아닌, 어머니같은 따뜻한 자비심으로 제자들을 성장하도록 이끄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일타스님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제자들의 행적을 통해 일타스님이 다시 빛이 난다고 할까. 작가의 꼼꼼한 고증과 자료 수집, 빼어난 글솜씨는 선종과 교종에 대해 잘 모르지만, 쉽게 이해하고 책장이 넘어가게 한다. 세속의 많은 일들, 불사 내에서 일어났던 문제들에도 벗어나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정진하는 모습은 사람들마다 생각의 관점이 다르겠지만, 입문할 때부터 구도하고 서원했던 그 마음이 변치않고, 생을 마감할때까지 꾸준히 도전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쉽사리 하기 힘든 손가락을 공양하는 연비를 해서, 신심이 강한것도 아니고, 눕지 않고 수행하는 정좌불와의 수도를 한다고 해서 신심이 두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잠을 자지 않고 7일동안 기도를 올려서 법력이 높아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서원한 목표를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지않고 강구하려는 마음, 생사를 넘는 절박함으로 얻으려는 그 구도심이 조금씩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라고 할까. 불도를 잘 모르는 문외한 이기에, 원을 세우고 도전하고 흔들리지 않는 그 모습이 머리속에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
# 독특하고 어려운 선문답. 선가의 수행과정을 엿보다
자신의 깨달음의 척도를 가늠 할 수 있는 선문답은 불도의 문외한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서로 간에 오가는 대화의 의미를 문외한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배경 지식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해 주어 대충 감은 잡을 수 있었지만, 역시 선문답을 이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소설의 내용이 선문답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기에, 깨달음을 얻기 위해 발심수행하고, 그 척도를 가늠하고 성공했을 때 게송으로 글로 남기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선가의 스님들이 어떻게 수행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고 할까. 6개월 안거하고 6개월 탁발수행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았었지만, 소설을 통해 조금 더 선사들의 수행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각자의 판단에 의해 자신의 수행을 정할 수도 있고, 은사의 가르침에 의해 정해지기도 한다는 점, 고정된 틀이 있어 보이면서도, 그 안에서 스스로 서원해야 한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스스로 발심해야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할까. 다른 종교와 다른 스스로 부처의 마음을 인지하고 스스로 발심하고 노력해서 이뤄가야 하기에, 개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불교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 묘한 인연의 힘. 한 사람의 힘에 대해 생각해 보다.
일타 스님의 행적을 정리해 놓은 책을 읽으며, 묘한 인연의 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깐깐하고 냉철한 성철스님, 따스하고 자비로운 일타스님 등 스님이라 하더라도 각각 자신만의 개성이 있고, 각자의 연에 따라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 또한 인연의 일이라고 할 때, 좋은 연을 만나서 멋진 관계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 좋은 인연이 되도록 노력하는 일을 먼저 노력해야 함을 알 수 있었다.
화장은 죽은 곳에서 가장 가까운 장소에서 상여도 화려하지 않게 가사만 덮고, 다비한 후 사리를 줍지 않고, 쇄괄한 뼛가루는 허공과 땅 흐르는 물과 강 바다에 뿌려달라 하고, 49재와 제사를 지내지 말고, 비석과 부도도 조성치 말라는 유언은 백마디 행적보다 더 많은 마음속의 감동을 주었다. 한 권이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고, 한 번의 만남이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만들기도 한다.
중요하지 않아 보이지만, 소중한 하나의 인연, 작은 인연의 힘, 한 사람의 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불교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 읽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불교를 알지 못하더라도 소설 형식으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