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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초상 ㅣ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20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작가의 서언에는 이러한 말이 있다. 당시 40대 초반의 작가가 앞으로 어떤 더 좋은 작품을 적어내더라도 자신의 애정은 이 작품위에 머물것이라고. 나 역시 대체로 이 작가의 행동이나 작품세계를 좋아하지 않지만 한가지 기억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아마 바로 이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모든 작품을 통해서 작가 자신이 자기 작품에 대하여 최소한의 애정이나마 보여주고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작가가 쏟아붇고 있는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다른 작품들에서는 전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이야 말로 이문열이란 작가를 한국의 대표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한 바로 그 작품이면서도 상당히 대중적 감성에 영합한 작품으로서 그 때문에 누구라도 이 책이 작가의 다른 작품의 성향과 많은 부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 작품자체가 일종의 성장소설로 파악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이 책을 완전히 오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에는 젊은 날의 상처를 이겨내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매우 서툰 관념을 주입하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러기에 젊은 날의 방황은 너무나 지리하게 느껴지고 그 방황은 아주 감상을 던져버렸다는 아주 간단한 한 문장으로 끝나 버린다. 오히려 이 책이 주장하는 내용은 인생이란 본질적으로 상처와 번뇌를 가질 수 밖에 없으며 오히려 그런 아픔의 세월을 회고하며 그러한 고통조차 인정하며 현재의 삶을 긍정케 하는 보다 종합적인고 성숙된 인생관을 설파하는 것이 주제라 하겠다. 사실 문학 자품에 대하여 주제라고 할 만한 것을 언급한다는 것도 딱한 일이지만 굳이 표현해야 한다면 그러하다는 것이지 그것에 억매여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하등이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화자가 촌마을에 살면서 형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을 준비하는 <하구>, 가난한 고학생 시절의 <기쁜 우리 젊은 날>, 이유없는 방랑의 시절을 얘기하는 <그 해 겨울>의 독립된 세 편으로 구성되었으며 발표된 순서는 거꾸로 되어 있다는 면에서 이것을 성장소설이라 하는 것은 가히 코웃음 칠 만한 주장이라 할 수 있겠다. 우선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의 고민을 살펴보면 다종다양한 것이다. 한 순진하지만 똑똑한 고학생을 짝사랑하기 위해 거짓말을 지어댈 수 밖에 없는 조폭의 측실과 병약하여 그에 얹혀 요양 생활을 하고 있는 그의 오빠, 해방을 꿈꾸던 빨갱이 부역자 아버지의 지저분한 가정관리 및 고향에 조차 가지 못하는 속 사정 등등등. 학교에 진학하면서는 낭만과 예술을 추구하며 추악한 세계와 대립해 보기도 하고 부자집 딸에게 청혼까지 하다가 일어나 보니 빈털털이 신세가 되어 여인숙에서 하루하루 근근히 지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까지. 그리고 동지의 배신으로 감방생활에서 풀려나 복수 위해 칼을 가는 남자. 그에 비하면 결론은 너무 생경한 편이다. 그리고 너무 서툴다. 그냥 그러한 생활 속에서 잠시 나마 위안을 얻는 것으로도 족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아름답게 본다는 것만으로도 그 자체로 훌륭한 메세지를 전한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무슨 말로 과대망상적인 견강부회를 늘어놓으며 이 책을 과대포장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