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집 한길그레이트북스 52
조식 지음, 경상대학교 남명학연구소 옮김 / 한길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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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남명 조식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뜨겁다. 이유는 아마 그 동안 남명 사상이 퇴계와 율곡에 비해 크게 과소평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남명하면 퇴계학파로 분류되고 따라서 퇴계의 제자라고 아는 사람도 있으나 사실 그는 퇴계와 동갑인 동시대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또한 아직도 그가 조선후기 활동했다는 이유로 그를 성리학자의 범주에 귀속시키고 있는 이들이 있는데 이것도 좀 그렇다. 남명의 거친 글들을 대하면 그는 결국 우리가 말하는 율곡과 퇴계의 조선성리학에 대한 비판론자이자 비관론자였다는 것을 이처럼 알 수 있다. 나는 남명의 글들을 읽으면서 오늘날 우리가 조선성리학을 비판하는 것과 같은 관점이 이제 개화된 세상에서나 사람들의 인식이 깨어져서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것이 발생한 즉시 그 단점이 적나라할 정도로 실랄하게 공격당했던 매우 자명한 관점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 실린 남명의 을묘사직서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하겠다.

그런 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명이 퇴계에 보낸 서찰 한 편인데 당시 퇴계와 고봉간의 사단칠정론을 두고 하는 듯한 남명의 언급이었다.

<요즘 공부하는 자들을 보건대, 손으로 물뿌리고 비질하는 절도도 모르면서 입으로는 천리(天理)를 담론하며...>

글을 읽어보면 정말 실랄한 비판이었다. 그리고 단성현감 사직소에서는 당시의 혼란한 실정에 대해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있는데 오늘 날 우리가 조선후기의 역사를 보더라도 이것은 하나의 예언과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조식은 율곡이나 퇴계처럼 소위 천리를 담론하는 글들을 짓지 않았다. 그것이 그의 소신이었기도 했지만. 또 그의 별명이 칼을 찬 유학자 였다는 것도 기억할 만하다. 실록에는 그가 늘 방울을 차고 칼을 턱에 받치고서 자신의 마음가짐을 다잡곤 했다한다. 정말 이런 정신으로 바른 말을 했으니 정신이 번쩍 들어 정말 학자로서 효과가 컸을 것이란 생각이다.  오늘날 나태한 수험생들이 있다면 대입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다.

그와 그의 문도들의 활약을 극화한 <정인홍과 광해군>이란 조여항씨가 지은 소설이 있는데 극적인 효과를 위해 상대당파에 대해 지나치게 깍아 내린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그런대로 아주 거짓은 아니다. 한 6할은 진실이라고 보장할 수 있다. 당세의 영웅이었던 대유 조식과 의병장 정인홍을 저버린 역사에 대해 나역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은 없다.

또, 성리학에 대해 이런식으로 한마디 하자면 이상하게 아직 우리사회에는 아직까지 아주 니까짓게 무엇을 하느냐는 식으로 호통을 치며 훈계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이런 분들 때문에 정말 피곤하다. 대부분 그 분야에 종사하는 학자들이다. 조식과 더불어 나는 그들에게 역시 분개한다. 하나는 그들의 우물안 개구리식 신토불이 사상과 둘째는 그들의 개구리 세계관이 가져온 학문적 졸렬함. 전자에 나는 분개하며 그들의 엉터리 학문에 대해서 전혀 상대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 정말 이 자리에서 조선 성리학을 변호하고 싶은 분들께 꼭 권하고 싶은 남명의 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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