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친일파 99인 1 ㅣ 친일파 99인 1
반민족문제연구소 엮음 / 돌베개 / 1993년 2월
평점 :
이 책의 목록을 한 번 훑어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진정 이 한국이란 나라에는 선한 사람 지조 있는 사람은 찾아 볼 수 없는 것일까. 춘원 이광수같은 거물인사야 어느 정도 친일파로 잘 알려져 있지만 소위 국민 음악가 홍난파까지 끼어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더더욱 슬픈 사실은 이 99인의 친일파가 초기에는 나름대로 애국애족을 부르짖던 사람들이 상당수라는 것 그리고 그들 중 상당수가 지금까지 남한에서 지성인으로 대접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무슨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건 간에 우국지사들이 모든 것을 내던지고 국내외에서 독립을 위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을 때에 그와 같은 행동을 하고도 여전히 자신들의 과거를 숨기고 명예를 지켜내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때 그 사람 박정희를 생각했다. 나 역시 한 때 그의 민족적 민주주의라든가 애국애족이라는가 하는 현란한 거짓말과 에 속아 본적이 있었으나 이 사람의 과거를 다시 정리해 보면서 크나큰 실망을 느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최소한 대통령으로서 박정희에 대해서는 인정할 것은 인정해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생각을 품고 있었다. 물론 박정희시대에 대한 평가가 그가 정권을 잡기 10년 전에 팔팔한 젊은이였을 때의 실수까지 들춰내어 박정희시대는 애시당초 글러먹었다는 선입견에 이루어져서는 안될 것이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역시 분노 스러운 바가 많다. 여기 실린 대다수 친일파들과 마찬가지로 한국현대사에 강한 인상을 남긴 그 사람도 친일로 돌아선 이유는 조선이 독립할 가능성이 없어서 일찌감찌 단념하고 제 살길 가는 게 현명하다싶어서일 것이다. 그런데, 고금에 영웅이라면 이태리의 가리발디 같은 정말 숭고한 인물이어야지 않을까. 박정희 그는 영웅이 되고자 하는 쉬운 길이라 생각한 길을 택했으니 참다운 영웅이라 할 수는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가 멸망할 조선민족을 조소하고 때론 연민을 느끼며 이것이 영웅이 되는 가장 용이한 최단거리의 길이라 확신하며 천황폐하의 은덕에 무훈으로 보답할 적에 그와 대치하며 조국의 독립을 바라며 싸우는 그의 눈에 어리석어 보이는 무수한 영웅과 투사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친일파 청산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발간에 가치를 부여하고 싶다. 허나 아직 첫걸음이라 부족한 점이 적지 않은 듯 싶다. 무엇보다도 객관성을 확보하기 보다 도 다분히 독자들의 감정을 자극하려는 면이 많은 면에서 아직도 이 책은 5공 시절의 운동권논리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한 점이 될 것이다. 대다수 서민들에게는 이런 문제가 별게 아닌 것도 사실이니말이다. 그리고 이 모든 친일파 중에서 경찰 출신들에 대해서는 더욱 크나큰 분노를 느낀다. 일제때는 우국지사들을 고문하던 그들이 버젓이 활동할 수 있었고 빨갱이 잡는 애국자로 변신할 기회까지 주었던 것은 누가 무어라해도 명백한 대한민국사의 어두운 그림자가 아닌가 한다. 또한 이미 이런 사람들 대부분이 죽어서 친일파 청산이 제한된 의미만을 가질 것이므로 이런 논의들을 좀 더 담담하고 여유있게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싶다. 이젠 친일파를 미워하기 보다도 그런 인물들이 또 다시 등장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선자 이중인격자들이 창궐할 태세가 갖춰진 대한민국이다. 그렇다. 우리가 친일파 청산을 하는 것은 이런 변변치 않은 인물들을 미워하는데 촛점을 둘 것이아니라 그런 인간들이 이 땅에 다시 발붙이지 못하도록 국민을 계몽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누구를 응징하기 보다 자기 자신부터 이런 악인위선자를 이길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위해서 더욱 바람직할 것 같다는 아쉬움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