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 세트 1 : 1~12권 - 전12권 (무선) 대망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박재희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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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명성이 자자했던 대망을 직접 읽어보고 크나큰 감명을 받고 있는 중이다. 마치 금년에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일본의 "스몰볼 야구"가 미국의 힘의 야구와 당당히 맞서서 세계 1위라는 엄청난 성적을 내었듯이 이본이라는 작고 외딴 섬나라에서 있었던 사사로운 사건들에서 이처럼 많은 절절한 감동과 정신을 맑에 깨치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다는 데서 일본 나라의 저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읽어가는 동안 저자 소하치의 역사에 대한 통찰과 유려한 심리묘사에 탄복하여 거듭 고개가 숙여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은 명실공히 아시아 소설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 중에 하나일 것이다. 일본 소설로서 일본과 한국에서 동시에 이처럼 많은 판매부수를 기록한 책은 이 책이 처음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이 이와 같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것은 단지 소하치의 필력의 힘만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그가 이에야스의 시대를 그리지 않았다면 소하치도 그저 별볼일 없는 삼류작가로 늙어죽었을런지도 모른다. 작가의 역량도 역량이지만 소재자체도 좋았다.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일본에 있어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뒷날 토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되는 다께찌요가 태어나던 시기의 일본은 새로운 문화적 충격의 소변혁의 시대였다. 이 때 멀리 포루투갈에서 바다를 건너 일본에 와서 통상을 시작하였다. 하비얀 같은 선교사는 포교활동을 시작하면서 전통적인 유학자 승려들과 학문적 논쟁을 벌였으며 이미 일본서민층에 깊이 침투한 기독교는 봉건압제자의 수탈에 신음하는 민중으로 하여금 반란을 일으키는 등 일본의 기존 질서는 동요하고 있었다. 아시카가(足利)가문의 무로마치 막부는 이미 유명무실하고 이제 일본 나라는 군웅할거하는 센카쿠(戰國)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다 노부나가는 서양에서 수입한 조총 개량 및 전술 개발을 통해서 강력한 라이벌인 다케다 신겐을 물리치고 일본 통일의 가장한 유력한 주자로 나섰던 것이었다. 뒷 날 천민에 불과했던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새로운 패자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만큼 노부나가가 능력위주의 등용에 혜택을 본 첫 세대였던 것이었다. 그래서 내 생각은 오다 노부나가가 없었다면 그의 이러한 신사고가 없었다면 결코 히데요시나 이에야스의 통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이 책의 원제가 <토쿠가와 이에야스>라 하나 사실은 오다 노부나가가 죽고 나면 재미가 반이상 감소할 만큼 노부나가의 역할이 큰 것이다.

이 책은 노부나가의 아버지 오와리의 성주 오다 노부히데가 "약한 놈은 망해야 돼!"라는 말을 지껄이는 데서 시작한다. 그는 번영하는 영주로서 아들 노부나가에게 제법 되는 유산을 남겨주고 죽는데 반해 다께찌요는 고작  강력한 인근 오다 가문과 이마가와 가문 사이에서 핍박당하는 작은 오카자키의 영주의 아들로 5살 부터 부모를 떠난 볼모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분열된 일본이 오다-토요토미-토쿠가와에 의해 통일되는 과정을 이 소설을 통해 볼 수가 있다. 정말 훌륭한 동양적 전통을 계승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흠이라면 오다 노부나가가 죽고나서 다소 재미가 없어지는 것이 그렇다. 오다는 토쿠가와 이에야스와 동맹을 맺고 일본통일의 문턱까지 와서 자신의 부장이던 아케치 미쓰히데의 기습을 받고 혼노지(本能寺)에서 어처구니 없이 사망한다. 오늘날까지 아케치의 반란 동기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많다고 전해진다. 일본통일을 눈앞에 두었던 노부나가에게는 원통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적은 멀리있는 것이 아니라 혼노지안에 있는 것이라는 값비싼 교훈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노부나가의 죽음으로 일본은 결국 이에야스 가문의 통치를 받게 되고 그가 여는 에도시대가 평화의 시대라곤 하지만 다소 보수적 복고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쩌면 일본 나라가 여러가지 격변과 변화를 수용하면서 안정을 찾아가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 책은 동양적인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높은 품격을 유지하는 동양의 대표소설이라고 할 만하다.

또한 이 책은 일본 군국주의의 바탕이 되기도 하는 위험한 책이기도 하고 일본 전통의 칼의 문화 단면을 가장 잘 나타내는 책이기도 하다. 독자들의 주의가 각별히 필요하기도 하다. 이 책의 다른 번역본으로 솔출판사의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있으나 본인이 읽은 것은 <대망>이므로 여기에 리뷰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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