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1
조갑제 지음 / 조선일보사 / 1998년 10월
평점 :
절판



조갑제의 기자생활 30년의 역작-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우리는 박정희를 옹호하는 사람들을 일러 수구꼴통으로  너무 쉽게 매도하는 것을 지켜봐 왔다. 한마디로 민주화 시대에 그런 사람들을 향수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짓이고 우스꽝스럽다는 것이다. 사실 그 동안 보수나 기득권층의 부패상을 볼 때 또 조선일보의 조금 악의적 편파보도를 볼 때 그와 같은 운동에 공감은 하면서도 점점 그 "안티조선운동"류의 진보운동들이 관성화된 하나의 집단유희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그러한 이벤트에는 "너희는 수구꼴통이야. 수구꼴통이 하는 짓이 그렇지."하는 식의 그럴것 같다하는 파퓰리즘적 선동이상의 것을 발견할 수 없었다. 즉 거기에는 정당성 있는 의식적 비판은 빠진 셈인 것이다. 예전에 빨갱이라 하면 그사람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이 되듯 수구꼴통하면 그것이 마치 유죄의 증거가 된 듯하다. 한마디로 빈수레가 요란하다고 수구꼴통으로 몰기만 하면 자신들의 정당성은 확보되는 듯한 극도의 포퓰리즘적 세태. 이것이 대한민국 진보의 현실이라하면 지나친 것일까?

그래서 나는 어떤 때는 그런 류의 가벼운 진보라는 것에 회의가 든다. 아니 요즘은 그들의 무책임한 가벼움에 짜증이 설설 나려고 한다. 그에 비해서 조갑제 기자의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는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나라에 자칭타칭으로 글 쓴다는 이는 많지만 이미지조작이 아닌 사실(Fact)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되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지적 불성실함을 가벼운 농담 또는 교묘한 술수로 가리고 잘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내용을 가지고 자신의 감상을 50 프로 이상 덧붙여 이야말로 판타지를 만들어 놓는 것만을 보아 왔기 때문에 나는 감히 조갑제식 글쓰기를 진정한 의미에서 대한민국 글쓰기의 혁명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를 수구꼴통이라고 욕하는 사람들이 그의 50프로만 닮으려 했어도 나라가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갑제의 이런 사실 리포트는 많지만 이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와 같이 분량상 방대한 야심작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조갑제가 이 야심작에서 그리려는 인물은 우리현대사를 가름하는 분수령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박정희이다. 이것을 박정희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현대사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사실에 근거해서 저자는 그에게 불리한 내용조차도 모두 실었으며 그렇기에 박정희를 지지하건 싫어하는 사람이건 그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지지를 표명할 것이라면 한번 쯤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도리라 생각한다.

박정희에 대해서도 나는 무조건 비난하는 진보에 대해서 조금 의심을 두고 있다. 즉 세계사적 맥락에서 박정희가 독재를 했다고 그게 그렇게 비난받아야 할 것인지 모르겠다. 아시다시피 우리의 근대화역사는 서양의 그것을 압축한 것이었으며 그들의 역사를 찾아보면 어렵지 않게 독재자를 찾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나는 박정희가 세종대왕만큼은 못되더라도 유럽의 계몽군주 이를테면 표르트대제나 프리드리히 황제 쯤은 비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분명한건, 솔직히 우리나라와 같이 문치의 전통이 깊은 나라에서 군인 출신으로 만18년을 일인자의 지위에 있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재능이 뒷받침 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생각이다.

박정희는 3번에 걸쳐 죽음을 무릎쓴 경력이 있는 그야말로 수시로 죽음과 삶을 오락가락했던 인물이었다. 조갑제의 주장에 의하면 어머니 뱃속에서 낙태를 하려는 어머니의 공격을 받은 것 까지 쳐서 4번일지도 모른다.
태어나서 만군장교로 자원했을때가 첫번째요 국방경비대내의 남로당총책으로 조직절발로 사형까지 받을 뻔 했던 것이 두번째다. 그리고 516으로 한강다리를 건널때가 세번째다. 그런데 이런 사람에게 무슨 사심이 있었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나는 오히려 진보를 가장하면서 사실 사적으로는 매우 탐욕스러운 많은 사람들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다. 도대체 그들이 말하는 선악의 기준이란 무엇인가말이다. 그리고 516을 이끌었던 젊은 장교들도 비교적 그 이전의 나이먹은 구태정치인들보다 훨씬 참신했다는 생각이다. 당연히 그럴수밖에 없다. 맨날 한가하게 요정이나 드나들며 감투흥정이나 벌이는 것을 정치로 생각했던 한량들과 비록 동족을 죽여야 했지만 죽음의 전선을 발로뛰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는 기술을 습득해야 했던  실전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과 비교가 되겠느냐는 생각이다.

나폴레옹과 박정희의 비교해 보기도 했다. 나폴레옹의 경우는 코르시카의 유력집안출신으로 프랑스에서 교육받고 독립을 위해 전투를 지휘한 경험도 있지만 결국 망명과 귀화를 거쳐 프랑스의 황제로 등극하게된다. 박정희는 그의 조국이 코르시카 처럼 일본에 귀속될 것으로 생각했는지 아예 미련없이 만군에 지원했다. 그러나 그의 조국은 얼떨결에 독립이란 것을 했지만 그것이 그의 나폴레옹이 되려던 꿈에 방해가 되었다는 증거는 별로 없다. 프랑스 혁명이후 혼란기처럼 박정희도 419이후의 혼란을 틈타 정권을 잡았다. 귀족 출신인 나폴레옹이 교양이 풍부했던 것을 빼면 꽤 비슷하다. 박정희는 조선의 나폴레옹이 되겠다는 꿈을 어느정도는 이루었다고 봐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말 서양처럼 시간이 많이 흐르면 박정희에 대한 평가도 조금은 성숙되지 않겠느냐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역시 그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맡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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