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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혁명하라
함석헌, 김진 / 오늘의책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함석헌 선생하면 한민족 사상계가 나은 영웅이자 스타 그리고 새로운 혁명아라 할 수 있다. 오늘에도 선생의 글을 읽어보아도 정말 어쭙지 않은 외래 사상이나 그것에 대한 베낌 흉내냄으로 점철된 출판 및 사상계의 현실 속에서도 단연 빛난다고 생각한다. 비록 돌아가신지 꽤 오래 된 분의 글이지만 나 역시 그의 글을 보면서 깨닫는 바가 많고 선생의 총명함에 거듭 고개 숙여지는 바가 있는 것이다.
어쨌든 내가 본래 남을 선생이라 부르는 것을 싫어하는 관계로 또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아래 부터는 좀 익숙한 명칭으로 그를 함석헌 옹이라 하겠다. 함옹은 본래 의사가 되려고 했다는데 왜 전혀 다른 방향 신문명이 가져온 유망한 직업을 거부하고 종교적 사상가로 전회하게 되었는지 무척 궁금하다. 아마 중국의 대작가 노신의 일화에서 그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노신 역시 반식민지화가 되어가는 중국의 현실을 바라보며, 한 민족이 영원히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고쳐야 할 것은 몸 만이 아니오 그릇된 정신을 가지면 건강한 몸도 고작 날품팔이로 밖에는 쓰여지지 않음을 통찰했으며 그리하여 그는 중국의 정신을 고치는 의사가 되기 위해 의학을 포기하고 문사의 길로 접어 든 것이었다.
그리하여 신문명이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모든 제국주의와 독재의 횡포와 폭력, 나태와 타락, 배금주의에 대해 함옹이 대안으로 생각했던 것은 바로 정신문명의 복원을 통한 인간혁명의 길이다. 이를 위해 함옹은 무엇보다도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방기되어 사멸해가는 동서의 고전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래서일까? 기독교를 비롯하여 중국의 제자백가 특히 노장사상, 인도의 정신문명까지 그의 사색이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었으며 그것이 융합하여 "씨알" 이란 웅대한 결실을 맺게되는 것이다. 씨알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껍데기나 즉물적인 현실이 아니라 그 배우에 있는 더 큰 참됨이요 진리요 도(道)다. 그것을 이해하고나 보고 듣기는 어렵다. 그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고차원적인 존재인 생명의 본질과도 깊은 관련을 맺는 것이다. 물질문명이나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을 해도 그것을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장의 안락함이 아닌 그 속에 숨겨진 약동하는 생명의 진리다. 그러므로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보려하지 말고 만지려하지 말고 깨쳐야 한다. 당장 인간혁명의 길에 나서 실천하라. 그것이 함옹이 남긴 씨알사상의 요지라 할 수 있다.
물론 씨알사상의 한계도 있다. 그것이 너무 정신위주의 사고방식을 가졌다는 점을 아마 부인하기는 힘들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즉물적이고 포퓰리즘적 인스턴트 감각시대에 아쉽게도 함옹의 사상이 외면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주목하여야 할 것은 그가 여러가지 국난의 소용돌이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사상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한 결과 이와 같은 성과를 얻었다는 점이다. 그가 우리나라에 머물지 않고 보다 보편적으로 세계에 통하는 참다운 사상을 만들려는 포부로 그것을 위해 살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만일 그와 동일한 포부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이미 한 세대전에 그와 같은 고민을 하고 실천을 해왔던 선배의 생각을 한 번쯤은 경청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한다. 나도 참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함옹의 고전이해 특히 노장이나 공자를 볼때마다 무릎을 탁치곤 한다. 한세대 이전의 사람인데도 자신의 부족함이 너무 크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니 괜히 포퓰리즘이나 감각주의에 젖어 함부로 옛것이고 옛사람이야기라고 무시할 것이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음 세대에는 반드시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사상가가 우리나라에 나오기를 바라며 이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