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優勝 열패劣敗의 신화 - 사회진화론과 한국 민족주의 담론의 역사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도올 김용옥은 그의 처녀작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한말의 지식인들을
이렇게 비웃은 바가 있었던 것 같다. 같은 시대에 근대화와 전통과의 조화를
위해 수준 높은 사고를 펼쳤던 중국이나 일본의 대가들이 한국에서도 연
있었던가?
그는 단언했다. 한마디로 " 노우~" 라고.

박노자씨의 이 글을 읽어내려가면 그래도 도올의 뜻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아직 이해가 안 되지만 그럭저럭 당시 한국 지식인들이 주로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대충 파악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1920년대
사회주의가 유행하기 전에 한국사회에 유행했던 사회적 진화론의 담론이
형성 강화되고 있는 과정들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을 읽어보면 도올이 위대하게 생각했던 후쿠자와 유끼치나 량치차오 따위의
한말 지식인들에게 대단한 영향을 행사했던 사람들도 변변치 않은 인간들로
나오지만. 쭉 한번 읽어보면서 어떤 답답함을 느꼈다.
서구 세력의 동양침탈이란 현실적 위험에 직면한 당시 지식인들의 사고와 고민을
들어보면 일견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을 정확히 표현한 것일 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아주 국인이 되어버린 서재필이나 친일로 돌아선 윤치호
와 그 후계자 이광수 등에 대한 분노도 떨쳐 버림이 쉽지는 않았다. 아예 미국인이
된 서재필보다는 그래도 해방되고나서 자결을 택했던 윤치호에게 조금이라도
애정이 남기는 하지만. 더 무서웠던 것은 당시 지식인들이 생각보다 국제 정세에
매우 민감했었다는 것과 그것에 대해 역시 무서울 정도의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일관되었다는 것일 뿐이다. 책을 덮으면서 이와 같은 비정상적인 격동기의 괴물적
사상이 낳은 전투적 생활방식이  아직도 박정희 시대를 거쳐 우리일상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는데 아찔 함을 느낀다. 저자 박노자씨의 말대로 그러한 일상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호주나 뉴질랜드로의 이민이다. 정말 씁슬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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