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 1
최인호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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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도 유아기로부터 시작하여 아동기 청소년기 성년의 성장기간을 가지는 것이 적용되는 것일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런 말에 동의할 수 없을 것 같다. 국가란 너무나 많을 연령층들을 모두 포함한 유기적 집합체이며 다소의 미숙한 면이 있다면 나름대로의 성수간 측면들이 반드시 있기에 그러한 식으로 한 문화를 가볍게 평가를 내리는 것은 왠지 서구식의 피상적인 오리엔탈리즘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 민족의 경우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실로 전통깊은 문화 민족이지 아니한가?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소설은 이런 유구한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을 한낱 어린아이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하고 그에 관한 한편의 성장의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있다. 첫 장면은 주인공 종세가 군화발에 치이며 어디론가 끌려가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것은 마치 해방이후 우리의 역사가 이렇게 정신차릴 여유조차 없이 허겁지겁 외세나 그밖에 군사집단의 총칼의 협박에 못이겨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하고 잠에 취한 상태에서 끌려다니고 있다는 하나의 암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아직 술이 덜 깼는지 잠에서 덜 깼는지 모를 이 대한민국이란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고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는지에 관해서 우리에게 그 진실을 들려줄 것이다. 3권 분량에 책에서 작가는 이 아이의 모든 행동들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 때로는 풍자와 조소를 우리들 앞에 마음껏 펼쳐 놓을 것이다. 그리고 나이가 왠 만큼 있는 사람이라면 아직 유년기에 있는 대한민국의 모습들과 과거의 추억들을 회상하며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주제는 결국 이러한 사회를 살아가는 두가지 대조적인 모습을 한 선인과 악인에 대한 대비라 할 수 있다. 이복동생 종세는 이러한 사회속에서 착실하게 한발짝씩 성실하게 자신의 생활을 지켜나간다. 이에 비해 종대의 경우는 좀 특별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어린시절에는 그저 재미로 동네 건달 생활을 해내는데 비해  출소한 이후의 그는 더이상 재미가 아닌 직업으로서 어린 아이와 마누라를 부양하기 위해 한탕을 해야 하는 신세가 된다. 여기에 종대는 당시로서는 아주 불온한 반 자본주의적 대사마저 거침없이 외치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범죄가 오로지 사회의 탓으로만 돌려질 수 있을까? 나 개인적으로 종대와 같은 인물보다는 성실한 종세와 같은 인물들을 더 많이 보아왔고 누구보다 도 그런 인물들을 존경하고 있기에 그의 변명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결국 베스트셀러 작가 최인호의 유일한 사회소설로 남게 되지 않을까한다. 작가가 이미 우리나라의 대표적 작가이지만 대체로 연애로맨스소설이나 역사소설을 써왔다는 것을 생각할 때 역시 작가의 작품세계와 다른 상대적으로 다른 작품에 비해 무거운 주제를 가진 어두운 소설이라 할 수 이지만 대체로 우리사회를 무난히 그려내고 있다.  "지구인"이란 답답한 제목같지만 작가의 다른 어떤 소설보다 읽는 재미도 충분한 소설이니 안심하고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재미와 주제의 무거움이 적당히 타협을 하는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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