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주 전집 세트 - 전30권
이병주 지음 / 한길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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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병주를 생각하면 꼭 아마추어란 단어가 떠오른다. 소설이나 문예창작을 전공한 것도 아니라 느즈막희 언론인에서 등단하였다는 사실이 그러하겠지만 소설을 읽다보면 어째 긴박감이 떨어지는 것이 영 프로 소설가와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그가 우리 사회에 제기하는 문제의식은 1급의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병주는 문학을 사랑하고 역사를 궁구하여 모순을 제기하는 한 아마추어 역사가이자 아마추어 소설가인 셈인 것이라는 나의 소견이다.

그래서 그의 조금 서툴고 다듬어지지 않은 표현에 한편으로 애처로움이나 심하면 비웃음같은 것이 솔직히 생기지만 문제의식만은 치열하니 끝까지 읽어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이병주 전집 30권 세트를 당당히 추천하고 싶은 것이다.

더구나, 본인 역시 역사를 사랑하고 문학을 즐기는 아마추어로서 그의 사상들에 대해 적지 않은 공감을 느끼는 바가 큰 것도 그렇다. 나는 그러한 그와 나 사이의 "공감"이 극명히 드러나는 소설이 단편 <변명>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를 전공하는 자는 본래 역사의 사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어떤 위인의 신비가 완전히 조작된 그러한 것이라는 그에 대한 비리의 자료를 입수하는 예가 근대에도 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위세가 아직 등등한 때라면 그 반증은 묻히기 일수이며 이것이 아직 변변한 한국현대사가 작성되지 않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다. 아마 이 소설에서 아마추어 역사가인 듯 마르크 부로크의 저서를 즐겨 인용하는 서술적 자아는, 자신이 소각한 자료에서 상해의 일본 밀정이라 알고 있었던 장병중이란 인물이 버젓이 애국자 행세를 하고 있어 어이없어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 사건의 기록을 없애버린 나자신을 뉘우쳤다. 그 기록만 있으면 그것을 복사해서 군내에 돌려 장의 갈기갈기 찢어놓을 수 있을 것인데"

역시 이런 말에 100퍼센트 공감한다. 현실의 장병중을 친일파로 기록하지 않고 애국자로 기록했을 역사책들을 다 불사르고 싶은 마음이 많다. 과연 이런 그릇된 역사들이 얼마나 바로 잡힐 것인지 조금 더 두고 보겠지만 저자와는 달리 본인은 역사에 대한 회의감을 버리지 못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을 기저에 두고 이병주의 역사 소설들을 한 번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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