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 시절의 경험은 어른이 되어도 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다. 그것이 행복하고 좋은 기억이건, 슬프고 아픈 기억이건 간에. 소소한 부분이나 세세한 부분은 점점 잊혀져 희미해지기도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감당하기 힘들었던 기억은 일생을 지배하기도 한다. 물론 스스로 그걸 바로잡고자 노력을 한다해도 완전히 잊혀지지는 않는다. 그렇게 보자면 평생에 걸쳐 치유의 노력을 하면서 사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 아닐까. 이제 23살이 된 카스가 슈야는 어린시절 남자를 좋아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왔다. 애정보다는 학대에 가까운 취급을 받아온 슈야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어하지만 다른 사람을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을 모른다. 아니 사랑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자체가 서툴다. 고교에 진학하지도 않고 집을 나와 제대로 된 일자리도 구하지 못해 몸을 팔며 바닥인생을 살다 결국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사와라기 쿄스케란 전직 야쿠자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두사람의 인연은 이윽고 연인관계란 것으로 발전하게 된다. 사와라기와 함께 있으면서도 여전히 불안해하는 슈야는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 쌓아올려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툭하면 불안증이 신경질로 나타나는 건지도 모르지. 나이는 스물셋이지만 여전히 속은 아이같달까. 물론 세파에 찌들어 애어른같은 면이 있긴 하지만 그건 홀로 내쳐진 세상에서 견뎌오기 위한 방편이었을 뿐, 타인과 어울려 사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슈야를 다독이며 제대로 된 길로 이끌어 주는 것이 바로 사와라기인 것이다. 『꽃잎눈』은 사와라기와 함께 지내면서 제대로 된 사람으로서의 삶을 하나씩 배워가게 되는 슈야의 성장담이자 두 사람의 사랑이 공고해져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연애담이기도 하다. 나의 경우, 슈야가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무척이나 즐거웠는데 특히 자신이 어린 시절 살던 곳을 찾아가 과거를 말끔히 청산하는 부분이 참 좋았다. 물론 그곳에 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따로 있긴 해도 말이다. 사람은 과거를 완전히 지우고 살수는 없지만 과거의 상처와 잘못을 평생 등에 지고 살아가서는 안된다. 과거보다는 현재가 더 중요하기 떄문이다. 슈야는 어린 시절 살던 곳에서 자신의 상처를 내려놓고 왔다. 아마도 혼자였다면 그걸 마음속 깊은 곳에 꾹꾹 억누른채 살아왔겠지만, 사와라기와 함께였기에 조금은 덜 힘들게 내려놓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슈야가 이제껏 살아온 나날들이 지독한 인생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을 사랑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지금 이순간 그 사람이 곁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비록 많은 시련과 주위의 달갑지 않은 시선에 상처받고 상처입히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것은 수많은 인생의 굴곡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우리 인생은 늘 행복한 것만이 아니다. 행복과 불행이 교차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불행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불행하다 생각할 것이고, 행복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다 여길 것이다. 슈야는 이제껏 자신의 인생이 불행으로 점철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앞으로 어떤 일이 또 슈야를 힘들게 할지 모른다. 또다시 이번처럼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제 슈야는 자포자기 하지 않는다. 그것이 슈야의 앞으로의 인생을 잘 이끌어 주는 힘이 되겠지. 조금 덧붙이는 이야기> 전작인『고작 사랑이잖아』에서는 주인공으로『사랑하기에』에서는 조연으로 등장했던 이즈미와 타카츠도의 이야기는 스치듯 지나가 좀 아쉬운 점이 있지만, 그래도 잘 지내고 있다니 다행이다. 한편 또 한 분의 형님인 하스미가 다시 등장해줘서 고마웠다. 비록 그림에선 볼 수 없었지만. 역시 멋진 형님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