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空の城ラピュタ (Hardcover)
宮崎 駿 / 德間書店 / 198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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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성 라퓨타』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 작품의 주제곡이 흐르는 가운데
하늘에서 천천히 떨어져 내리는 소녀의 모습이다. 애틋할 정도로 신비롭달까. 물론 그 장면은 풋하고 웃음이 번지는 장면으로 곧 바뀌게 되지만 말이다. 이처럼 도입부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개봉 당시 라퓨타 신드롬이란 것을 낳았을 정도로 굉장히 아름다운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지브리의 애니메이션답게 푸흡하고 웃음이 터지게 만들기도 하고,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장 많이 남는 것은 가슴이 뭉클한 감동이다.

이 작품은 오래전 멸망한 라퓨타에 대한 전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늘의 성이라고 불리는 라퓨타에 살던 라퓨타인들은 가공할 만한 과학기술을 가지고 땅의 사람들을 공포로 지배했었지만 어떤 이유에서 그들은 멸망했고 몇몇 라퓨타인들만이 지상으로 내려와 숨어 살게 되었다. 그 후손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작품의 여자 주인공인 시타이다. 시타는 비행석 결정을 몸에 지니고 있는데 이를 노리는 건 해적을 비롯해 군대와 수수께끼의 사나이인 무스카이다. 해적은 라퓨타에 숨겨진 보물을, 군대는 보물과 라퓨타의 과학기술을 노린다. 그리고 무스카는 그와는 또다른 속셈이 있었다.

이렇듯 각각의 목적을 가지고 시타를 노리는 사람들에게서 시타를 지켜주는 게 바로 파스이다. 추적자들을 피해 라퓨타로 향하는 이들의 여정은 모험 이야기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모험 이야기 뒤에 숨겨진 더 큰 이야기가 존재한다. 라퓨타가 멸망해버린 이유, 그 이유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이란 것은 인류의 생존에 도움을 주었고, 인간의 생활에 편리를 가져다 주었지만 반대로 전쟁과 정복이라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오래전에 멸망한 라퓨타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고 느끼는 게 바로 그런 이유이다. 물론 이 작품에 등장하는 라퓨타의 과학기술은 현대 지구보다 훨씬 더 앞서 나가 있지만 지금의 과학기술 발전 속도로 볼 때, 또한 그 과학기술을 등에 업은 인간의 만행을 볼 때, 그저 상상이라 치부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라퓨타는 멸망했다. 하지만 멸망 후 인간이 모두 사라진 라퓨타는 오히려 더욱 이상향에 가까운 곳이 되어 있었다. 정말 아이러니컬하지 않은가. 아름다운 정원을 걸어가는 과학기술의 집적이라 할 수 있는 로봇(거인기병)의 어깨에 올라탄 동물과 그 곁을 날아가는 새의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감동을 준다. 인간의 과학기술은 지구를 보존하는 것보다 파괴하는 힘이 크다. 하지만 이 한 장면만으로도 서로 다른 존재들이 충분히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土にねをおろし、風とともに生きよう。たねとともにふゆをこえ、とりとともにはるをうたおう。
땅에 뿌리를 내리고, 바람과 함께 살아가자. 씨앗과 함께 겨울을 보내고, 새와 함께 봄을 노래하자.

곤도아의 노래 中 (95p)

멸망해버린 라퓨타를 부활시켜 지상을 지배할 욕심을 가진 무스카에게 시타는 곤도아의 노래를 통해 인간이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알려준다. 물고기는 물속에, 새는 하늘에, 그리고 인간은 땅위에. 각자 살아갈 영역이 따로 있다는 것이 이 노래 속에 담겨 있다. 그러나 라퓨타인들은 자신이 살아갈 곳을 땅이 아닌 하늘로 정하고, 과학기술의 힘을 빌어 땅위의 사람들을 공포로 지배했다. 그런 어리석음을 무스카는 그대로 답습하려했던 것이다. 어쩌면 여기에 등장하는 라퓨타인들은 바벨탑을 쌓아 신의 권위에 도전한 바빌로니아 사람들과 같은 어리석음을 저질렀을지도 모르겠다. 바빌로니아인들은 언어가 달라져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고 라퓨타인들은 소수의 사람들만 남기고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조나단 스위프트의『걸리버 여행기』중 제3부에 속하는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에 나오는 라퓨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하게 되었다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천공의 성 라퓨타는 하늘에 떠있는 도시란 설정 외에는 공통점이 거의 없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라퓨타는 엄청난 과학기술을 가진 사람들의 도시였다면, 조나단 스위프트의 라퓨타는 지식에 대한 지나친 탐구와 자신만을 향한 사색에 잠겨 '클라임놀'이란 시종이 없으면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또다른 공통점이 있다면 제대로 된 '인간다움'이란 것이 결여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비록 애니메이션만큼의 장대한 이야기와 감동, 그리고 웃음과 재미를 주기에 이 책은 내용이 너무 간결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가『천공의 성 라퓨타』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려한 메세지만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러하기에『천공의 성 라퓨타』는 아이들에겐 모험 이야기로, 어른들에게는 그 모험 이야기 뒤에 숨겨진 강렬한 메세지를 전해주는 이야기로, 어떻게 읽어도 매력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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