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랑의 멜로디
시마지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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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다는 건 편하다는 뜻이다. 편하다는 건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정을 지속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이든 좀더 성장한 후 만난 친구이든 그 우정이 지속되는 건 이런 이유에서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관계가 때로는 다른 것으로 바뀌기도 한다. 우정이 사랑이 바뀌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여기엔 큰 리스크가 존재한다. 우정이란 감정으로 만났을 땐 모든 것이 다 괜찮았는데, 그게 사랑이 되면서 보는 시각이 바뀌기 때문이다. 그건 남녀사이든, 남남사이든 비슷하지 않을까?

고교생인 에이지는 타츠미와 유치원때부터 만난 소꿉친구이자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사촌이다. 아직은 소년티가 풀풀 나는 에이지는 꼭 그 또래 아이처럼 보이지만 타츠미는 미묘하게 어른스럽다. 그런 타츠미는 에이지의 공부도 봐주는 등 늘 에이지를 챙긴다. 그렇다 보니 여학생들에게 호모 의혹까지 받지만 둘의 우정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던 어느날, 타츠미에게 관심을 가지는 여자애가 등장하고, 타츠미에게 어린 시절 결혼을 약속한 아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에이지는 마음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부터 쭉 같이 자라왔는데 타츠미에게만 비밀이 생겼다는 게 마음에 걸렸겠지. (물론 그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게다가 타츠미의 부모님의 이혼 소식까지 다른 데서 듣게 되자 불편한 심기가 폭발! 오토바이 사고까지 내버리고 마는 에이지였으니...

한동안 근신처분을 받고 집에서 몸조리(?)를 하는 에이지를 돌봐주는 건 역시 타츠미밖에 없다. 하지만 이래저래 신경쓰이던 일때문에 타츠미에게 미묘한 거리감을 두는 에이지였다. 사내녀석이 쪼잔하게 뭐 그런 거 가지고 그러냐? 라고 타박하고 싶은 맘도 굴뚝같지만, 에이지 입장이 아예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이제껏 자신들 사이에선 우정보다 소중한 건 없다고 생각해 왔을 테니 그렇겠지.

어쨌거나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타츠미의 과보호(?)를 받는 에이지. 그러다 묘한 일이 벌어지고 마는데... 우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는 그렇지 않다면? 참 복잡미묘해지지. 게다가 묘하게 자신의 마음마저 흔들리기 시작한다면? 이게 사랑인지 우정인지 헷갈리기 시작할테고, 편안하게 대해왔던 상대를 더이상 편안하게 바라볼 수 없게 된다. 에이지의 모습은 그런 마음을 잘 담아낸다. 타츠미는 워낙 어른스러워서 그런지 감정의 변화가 그리 많이 보이지는 않지만, 에이지는 설렜다가 걱정했다가 타츠미에게 확 넘어가고 싶다가 이러면 안된다고 생각했다가... 하여튼 귀여운 에이지였다. 딱 고교생답달까. 그렇다고 타츠미가 고교생답지 않단 건 아니지만...

에이지가 이제껏 봐왔던 모습과는 다른 타츠미의 모습은 에이지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지만, 그런 모습에 설렌다면, 말 다한 거지. 확 넘어가다가 밀어냈다가, 다시 후회했다가. 에이지나 타츠미 입장에선 그런 식의 흐름에 애가 탔겠지만 보는 나로서는... 즐거웠다. 귀여운 것들.

우정과 사랑의 경계선을 넘는 건 힘들다. 그리고 그 사랑이 흔들리면 우정까지 흔들려 버릴 수도 있다. 사랑과 우정사이란 꽤나 큰 리스크를 가지는 관계다. 하지만 역시 사랑은 하고 후회하는 게,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단 낫단 결론이다. 물론 이 두 녀석은 어찌 될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쭈욱 예쁜 사랑 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아차차, 깜빡할 뻔 했다. 에이지 X 타츠미 커플편에 등장하는 와키. 완전 괜찮은 캐릭터다. 둘 사이를 격력해주는 친구랄까. 꼭 그 또래 고교생의 모습과 묘한데서 어른스러운 매력을 가진 녀석이랄까.  

요렇듯 귀여운 고교생의 이야기 뒤엔 어른들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것은 바로『오늘 밤 Mr.에서』에 등장한 오너 유다이와 바텐더 모모의 첫만남에 관한 얘기다. 호오라, 이 둘은 이렇게 만나게 되었구나. 첫만남부터 이랬군. 이들은 사랑이 이루어져가는 과정이 유난히 힘들었던 커플인데, 첫만남도 그러셨군요.

시마지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대개 풋풋한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다. 여기에 등장한 고교생 커플도 그랬지만, 소꿉친구 설정도 많은 편이고. (개인적으로 소꿉친구 설정을 엄청 좋아한다) 그래서 더 풋풋하고 상콤하게 여겨지는데, 여기에 나오는 에이지와 타츠미도 딱 그렇다. 난 학원물에서 애들이 묘하게 어른 행세하는 건 싫어서, 딱 이정도가 좋다. 물론 어른들이 풋내나는 사랑을 하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일테지만, 시마지는 어른들의 사랑은 정열적으로, 소꿉친구들의 사랑은 정말 풋풋하게 그려내는 장점을 가진 작가다. 그래서 어느 쪽이든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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