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알파 9 - 신장판
아시나노 히토시 글.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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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란 절대적인 것이자 상대적인 것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에게 하루는 24시간, 1시간은 60분, 1분은 60초로 정해져 있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길게도 느껴지고 짧게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같은 경우 서른이 넘으면서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에 대해 무뎌져갔다. 늘 똑같은 일상이다 보니 바깥에 나갈때 정도, 굳이 나가지 않을 때에는 바깥 풍경의 변화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그럴 때 문득, 언제 시간이 이렇게나 흘러버렸지 하는 생각이 든다. 대개의 사람들은 거의 변함없는 일상을 살다보니 어쩌면 나처럼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사람과는 다른 존재인 알파는 어떨까. 알파는 나이를 먹지도 늙지도 않는 로봇이다. 인간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고, 인간의 삶과 닮아 있는 일상을 보내지만 인간의 삶은 아니다. 그런 알파가 보는 주변은 천천히, 그러나 착실하게 변해간다. 주유소 할아버지나 선생님의 경우 어느 정도 연세가 있으시기에 매년 변함없는 모습이지만 일을 하기 위해 마을을 떠난 타카히로나 꼬맹이였던 마키는 어느새 부쩍 자라있다. 게다가 점점 차올라오는 바닷물때문에 저지대의 마을은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사람들이 만들었던 길은 점점 그 흔적이 희미해진다.

매일 보는 사람들, 매일 보는 풍경은 그 변화의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그다지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지 않아도 시간은 착실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어느 샌가 문득 많이 변해버렸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알파가 마키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미사고를 볼 정도로 나이가 어렸던 마키는 이제 조금씩 숙녀가 되어간다. 자신의 시간과는 다른 시간을 사는 마키를 보면서 알파는 너무나도 빠르다고 느낀다. 게다가 주유소 할아버지가 언젠가의 미래에 주유소가 있던 자리로 옮겨 오란 말에 알파는 눈물을 흘려버린다.

주위는 변하지만 자신은 변하지 않는다. 알파는 그런 생각에 눈물이 솟구친 것이겠지. 하지만 그게 삶의 순환이다. 알파는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삶이 어떻게 순환하는지 어떻게 소멸되고 또다시 재생되는지를 조금씩 깨달아 가는 것이겠지.

큰 변화가 없는 알파의 일상은 어떻게 보면 심심해 보인다. 하지만 그 평범한 일상을 알파는 매일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간다. 우리는 맨날 똑같아, 삶이 그렇지뭐, 라고 말하지만 따지고 보면 똑같은 날은 절대 없다. 비슷한 날이 이어진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런 비슷비슷한 일상을 알파는 안일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언젠가 너무도 변해버릴 날들을 생각하면 지금 이 한 순간 한 순간이 소중하단 것을 잘 알기 때문이겠지.

카페 알파를 읽다 보면 시간의 흐름과 삶의 순환과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된다. 긴긴 시간을 살아가는 알파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의 흐름은 다를지 몰라도 알파는 그것이 똑같은 무게를 가지고 있다는 걸 우리에게 말해주기 때문이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특별한 것이 없어도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걸 말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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