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넬리 신간 소식을 접하고 도서관에서 구할 수 있는 구간으로 관심을 돌려 그의 1996년작 ‘시인‘을 읽었다. 690쪽 책을 읽어본 지가 얼마만인지. 흥미진진한 소설이어도 분량이 워낙 많아 읽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등장인물이 정말 여러 명이지만 혼란스럽지는 않다. 첫 챕터가 ‘나는 죽음 담당이다‘는 구절로 시작해 마지막 챕터도 같은 문장으로 마무리된다. 모뎀을 연결한다느니, 컴퓨터끼리 연결되는 지지직 소리, 전화선을 연결한다느니 등의 표현을 보고 대체 이게 몇년 작품인가 찾아보게 되었었다. 96년작이니 그때는 최첨단이었겠지. 그 불편한 때에도 지능형 범죄가 일어났는데 대체 요즘에는 어떤 끔찍하고도 신박한 범죄가 횡행하는지 생각만 해도 무섭다. 적다보니 코넬리의 신작이 궁금하긴 하다. 또 어떤 최신 트렌드를 반영했으려나. 분량이 많은 것만 빼면 바쁜 일상에서 빠져나와 독서 휴가를 즐기기엔 안성맞춤인 책.
어린 왕자는 우리 자신이다. 어린 날의 나, 지금도무시로 튀어나오는 유년의 나, 사라졌지만 결코 사라진적 없는 내 안의 나, 갈 수 없는 그리운 나라. - P255
물리적 시간에 따라 꼬박꼬박 매겨지는 나이와 철모르는 자아 사이에서 인간은끝내 고투할 수밖에 없다. - P147
내가 좋아하는 시간의 흐름 끝말잇기 시리즈 10권. 드문드문 출간되기 때문에 출간 소식을 접하면 잽싸게 읽는다. 전반부가 더 좋았고 뒤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졌지만 역시나 좋았다. 이제니의 시집을 찾아 읽어볼까.
한 마리의 새, 한 그루의 나무, 한 사람의 인간 존재를안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불가능하다. 그것들은깊이를 측정할 수 없는 심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말이나 분류표로 세상을 덮지 않을 때 잃어버린감각이 삶에 돌아온다. 삶에 깊이가 돌아온다. 자기자신이라고 믿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 P27
그래, 삶이란 것은 이렇게 한순간에 끝날 수 있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구나. 그러니 그저 자기 자신으로 충만하게 살아가면 되는 거구나. - P92
티베트 사원에서는 새벽에 ‘죽음의 명상’ 수련을한다. 눈을 감은 채로 잠자리에 누워 이런 생각을하는 것이다. 나는 오늘 밤 죽을 것이다.남은 하루에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다이앤 애커먼, 『새벽의 인문학』, 반비 - P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