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 괜찮으시다면 파랑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볼까 합니다.˝라는 첫문장도, 이를 받아 쓴 김연덕 시인의 추천사도 마음에 든다. 인상적인 첫문장. 아니다. 그것보다 더 앞선 문장이 있었다. ‘글쓰기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린 후, 그 문을 여는 것이다.‘ 보뱅 스타일. 연인이 수신자인 글 ‘푸른 수첩‘도 매우 빛났다. 나름의 빛으로 빛나는 이국적 감수성의 향연.
유투브에서 뜨면 책이 나온다는 공식이 적용된 책. 내용은 정말 기초 상식. 인터넷 검색 최초화면에 나오는 정도이다. 그래도 영상으로 주목받고 인쇄매체로 돌아오니 책의 미래는 어둡지 않은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웹툰작가의 수입이 의사 수입보다 많다는 사실 정도가 책 속에 수록된 놀라운 정보였다.
하이퍼리얼리즘 소설이지만 판타지로 읽힌다. 현재를 저당잡히고 미래를 위해 투자할 것인가, 현재를 위해 미래를 희생할 것인가. 서울 변두리 빌라 전세에서 거인의 어깨에 올라탄다는 그 대출을 끼고 경기도 신도시 아파트 매매로 이동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판타지가 되어버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