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하면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 애보트만 떠올렸는데 주디 갈랜드가 있었다. 새벽에 잠이 깨어 다시 잠들지 못하고 그렇다고 뭔가 진취적인 일을 할 만한 에너지는 없어 그냥 노래가 나오니 볼 만 하겠지 하는 심정으로 새벽도 아니고 아침도 아니고 밤도 아닌 애매한 시간에 나 홀로 영화 한 편. 처음엔 그냥 오즈의 마법사 주디 갈랜드 정도로만 생각했다.
영화에서 르네 젤위거의 연기는 그렇게 인상적이진 않았다. 노래도 압도적이지 않았고. 다만 그녀가 영화 엔딩 직전 오버 더 레인보우를 부를 때는 눈물이 나고 말았다. 그녀의 절규가 느껴져서.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해서 그런 걸 수도.
예술가의 삶을 다룬 영화를 보면 그들의 재능이 과연 그들에게 축복이었는가 하는 회의감이 늘 든다. 그들에게 그것은 재앙처럼 보였으므로. 민감한 영혼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기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서.
주디 갈랜드의 삶에 관심이 생겨 구글링을 해보았더니 역시나 그녀의 삶은 처참했다.
그녀의 말들 중
We cast away priceless time in dreams, born of imagination, fed upon illusion, and put to death by reality. 결국 그녀도 약물과다복용으로 죽었다.
천상의 목소리를 타고났지만 그 때문에 두 살 때부터 무대에 서야했던 주디 갈랜드. 그녀의 삶을 보고 있자니 정말 인간은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를 평생 벗어던지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놀랍게도 Elvis King, Judy Queen 이라고도 하고..그녀가 게이 아이콘이기도 했단다. 나에겐 금시초문이고 이것저것 읽어보아도 왜 그런지 납득은 잘 되지 않았다.
암튼 분투하는 모든 인간은 가엾다. 그녀의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기에. 우리도 이 세상에 던져서 분투하고 있으니.
그녀는 그래서 무지개 너머의 땅에서 잘 살고 있는가, 파랑새가 되어 날고 있는가. 그녀의 꿈은 이루어졌는가. 내내 머리속에 맴도는 한밤의 오버 더 레인보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