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쩌다 마트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 일하는 나와 글 쓰는 나 사이 꼭꼭 숨은 내 자리 찾기
하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평점 :
하현은 띵 시리즈 아이스크림 편으로 알게 된 작가이다.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도 읽었던 것 같고. 그런데 이 책을 통해 그의 삶의 이면을 들여다본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그 이면은 비단 하현 작가의 이면만은 아니었을 것 같아 더 마음아팠다. 소위 작가로서의 삶은 상태에 가깝다는 언급에서 씁쓸함을 느꼈다. 예술인을 위한 최저 생계비가 지원되어야 하는 것인가. 그는 작가로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마트 일을 하면서 우리 나라와 같은 직업의 귀천이 명확한 나라에서 당신이 왜 여기에 있냐, 이런 일 하지 말고 얼른 다른 일을 알아보라는 사람들의 멸시를 받으며 꿋꿋이 작가로서의 삶을 지켜낸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 책을 마무리할 때 쯤에는 이제 마트 일을 드디어 그만두고 새출발을 해본다고 했는데 잘 되었을지.
중년여성들이 더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때 가는 곳이 마트라는 인식은 언제쯤 바뀌게 될까, 바뀌기는 할까 그런 생각들이 들었다. 직업관, 직업의 귀천, 작가로서의 삶, 여성노동자로서의 삶, 긱 이코노미 등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대리운전 일을 하며 책을 썼던 김민섭 작가가 떠올랐다. 그도 ‘나는 지방시다‘ 에서 대학 강사보다 맥도날드의 복지가 더 좋았다고 했고 하현 작가도 메이저 마트가 아니면 가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도 고학력자이면서 작가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대리운전을 한 경험을 토대로 한국 사회를 진단하는 책을 썼고, 하현 작가도 고학력자이면서 작가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마트에서 행사일을 한 경험을 토대로 마트일에 대한 중년 여성의 노동을 우리 사회에서 어느 정도 인정해주고 있는지에 대한 생생한 현장 경험을 알려준다.
다양한 고용 상태가 이루어지는 노동 환경에서 작가로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일의 일부를 또는 일의 여파를 집으로 가지고 오지 않아도 되는 삶이 필요해서 마트인으로서의 삶을 오래 살 수 밖에 없었던 작가. 쉽게 고용되고 쉽게 해고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는 점점 커지는 현재와 미래의 노동환경에서 상태로서의 작가의 삶은 과연 어디에서 ,무엇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인가. 착잡할 뿐이다.
하지만 그의 글은 착잡하지 않고 발랄하고 깊이가 있다. 역시 여러 형태의 생활과 직업을 경험한 작가의 두터운 경험 덕분일 것이다.
그의 건투를 빌고, 그의 글을 계속 읽고 싶다. 생생하게 살아 있는 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