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눈내리는삼일포 김연수 신간. 최근 삼년 간 쓰인 단편을 모은 책. 작품들간의 연결고리가 있지 않을까 싶었으나 아니었다. 배경은 조선 시대부터 미래까지 다양하다. 현시대가 시대이니만큼 sf느낌의 소설도 있었으나 그는 과거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 더 특화되어 있는 듯하다. 공상과학소설로 나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 후반부로 갈수록 집중력이 흩어졌다. 이런 정통 (?) 한국 단편 소설을 얼마만에 읽어보는가 하는 감동으로 읽었다. 삶과 죽음, 시간과 공간, 정신과 육체, 존재하는 것과 사라지는 것 등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작품들이 아름답고 몽환적이었다. 오래오래 써주시길.
#신경숙 #요가다녀왔습니다드문드문 요가를 해오다가 매진할 일이 갑자기 사라진 뒤 본격적으로 요가를 해온지 이제 이년 반. 주 3회에서 주4회로 그러다 매일반으로 등록해 좀 진지한 요가 클래스를 수강하면서 드디어 외계어로 들리는 산스크리트어가 무슨 뜻일까가 궁금하게 되어(참 빠르기도 하지 ㅠㅠ) 요가 관련 책들을 뒤적이다 우연히 발견해서 재미있게 읽은 책. 신경숙 작가도 요가를 하는구나. 신경숙 작가 책은 정말 오랜만이다. 가독성은 여전했다. 작가는 요가에 대한 본격서라기 보다는 요가가 배경인 에세이라고 자평하지만 본격서란 무엇인가. ‘아무튼 요가’도 요가 책이지만 내용은 영어 공부 분투기 같았었다. 작가의 삶과 요가가 어우러져 잘 읽혔다. 해외 여러 이야기도 나오고 작가 동네도 나오고 친구도 나오고 지인도 나오고. 개 자세, 영웅 자세, 원숭이 자세, 태양경배자세, 머리서기 등등 아사나로 알려진 다양한 요가 자세 이야기도 있지만 거기에 인생이 있었다. 푸근한 인생이야기. +어느 평론가가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그걸 글로 쓰지 않으면 읽지 않은 것과 같다는 말을 했다는 작가의 인용이 나온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좀 극단적인 것 아닌가. 하긴 내가 그 무수한 책을 읽었어도 늘 제자리걸음인 이유가 쓰기에 있을 수도 있겠다. 내 리뷰는 내가 다시 읽어도 책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 ㅠㅠ 책 내용은 어디서나 찾을 수 있기에 굳이 내용을 요약하기 보다는 내 느낌 위주로 써서 그런 것 같다. 어느 정도 읽어야 하고 어느 정도로 써야할까. 읽기란 무엇인가 쓰기란 무엇인가. 창작자들이 부럽다. 각설 책 내용을 자신의 방식으로 다시 써보는 것은 좋은 활동이다. 내가 책 내용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그러나 재밌고 행복하기 위해서 읽는 책을 꼭 독후감 같은 것으로 제한해야하나 하는 생각도 있다. 애들이 책읽기 싫어하게 되는 이유와 같다. ㅋ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인간이 잘 때도 인공지능은 계속 일한다’는 발상으로 시작한 작품인 듯. 여기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수면을 없애고 무한노동을 하게 만들지만. 230쪽 분량으로 빠르게 읽을 수 있다. 결론이 예상되고 캐릭터가 단순한 점이 아쉽지만 시의적절한 주제인 듯.
#재이 #조남주‘82년생 김지영’이상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가독성과 주제의식은 보장이라 늘 믿고 보는 조남주 작가이지만 이번에는 기대 이상이었다. 주인공 재이는 계급 탈출에 성공한 사람이다. 기초수급자에서 한강뷰를 내려다보는 아파트에 살게 되기까지의 삶을 다뤘다. 돈이나 재테크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 아비투스를 다루었다. 계층 또는 계급에 대한 작가의 깊은 천착을 느낄 수 있었다. 중간중간 자주 등장하는 사회과학 서적들이 반갑고도 적절했다. 마지막에 인용되거나 참고한 문헌들을 정리한 부분이 있나 찾아보았지만 아쉽게도 없었다. 아무래도 소설이라 참고문헌을 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을까. 인용된 책들은 읽은 책, 들어본 책, 못 들어본 책 등 다양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참고문헌을 되짚어 하나하나 나도 다 따라 읽고 싶다. 소설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계층 이동을 이렇게 다룰 수도 있구나. 멋지다. 문화자본이라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인생의 단계마다 늘 조력자가 있어 점프를 할 수 있었던 재이. 재이를 부러워만 할 나이는 애저녁에 지난 것 같고, 우리는, 나는 누구에게 그런 존재일 수 있을까. 그런 존재였던 적이 있을까. 돌아봐야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우 의미심장한 작품. 조남주 작가가 또 큰 일을 해낸 것 같다.
#김새섬 #김진경 #난파선의 선장들알라딘 신간 안내를 훑어보는데 깜짝 놀랐다. 장강명의 아내, 그믐 대표 김새섬의 책이 나왔기 때문에. 교모세포종이라더니 책을? 깜짝 놀라 전자책을 구매했다. 종이책 배송을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얼른 보고 싶었다. 스위스에 머무는 저널리스트? 김진경이 김새섬을 인터뷰한 책이었다. 퇴근 직전에 구매해서 퇴근길에 급하게 들었다. 막연히 투병 중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는 역시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었다. 장강명의 신간 두 곳에서 팟캐스트 운영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은데 그들은 팟캐스트도 운영하고 세바시에도 나가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다. 듣고 읽어 보니 그들은 한국판 ‘바람이 숨결이 될 때(when breath becomes air-폴 칼라티니)‘를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실로 죽음의 집대성이라고나 할까. 죽음에 대한 책은 전부 언급되는 것 같았다. 죽음이 나에게 서서히 다가오지만 나는 내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다는 자세로. 예견된 죽음에 맞닥뜨렸다고 해서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던 김새섬이라는 사람에게 왜 하필 나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 같은 상황이 주어졌지만 그는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고 자신을 객관화한다. 메멘토 모리, 아모르파티..등 죽음에 대한, 삶에 대한 경구들은 많다. 하지만 우리들은 우리가 마치 불사신이 된 것처럼 아무 생각없이 우리는 죽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며 살고 있다. 김진경의 인용처럼 우리는 모두 난파선의 선장들이다. 우리 모두 배를 탔다. 언제 난파될지 모르는. 무신론자였던 장강명이 가톨릭 신자가 되어 아내를 위해 성당에 나간다고 한다. 뒤늦게 유튜브를 찾아보니 김새섬의 세바시에 그의 인생은 40배속이라는 말이 나왔다. 40배속 실감이 안 난다. 아마 그들도 그럴 것이다. 기록의 대유행 시대에 왜 그토록 기록에 집착해 의미를 찾으려고 할까 싶었는데 이렇게 기록의 쓸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니.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모두들 대단하다. + 실로 이 책에는 죽음에 대한 책들의 집대성이라고 할만큼 많은 죽음에 대한 책이 나온다. 내가 가장 감명깊에 읽었던 죽음에 대한 책은 ‘명랑한 은둔자(캐럴라인 냅)‘이다. 이 제목을 떠올리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역시 기록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