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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말고도 방법은 있습니다
강진아 지음 / 마음세상 / 2023년 3월
평점 :
어떤 경로로 이 책이 나오게 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읽게 된 책. 편집이나 구성 및 내용 측면에서 뭔가 허술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생각할 거리는 있었다.
검사 남편과 행정 고시 패스 고급 공무원 부부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5인 가정으로 남게 되었는지를 서술한 책.
아내의 입장에서 서술되어 있어 전직 검사 남편 분의 입장을 듣고 싶기도 했다.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검사라는 것만 보고 중매 결혼했는데 아이 셋 낳고 키우다 보니 검사 남편이 근무 15년만에 조기 은퇴를 했다니! 그야말로 청천벽력!
연애 결혼은 연애의 감정이 변해서 쉽게 이혼할 수 있지만 중매 결혼은 중매했을 때의 그 조건이 변하지 않기에 연애 결혼보다 더 굳건하다고들 하는데 중매 결혼의 그 하나만 봤던 조건이 무너졌으니 이것은 백퍼센트 이혼감인데. 조기 퇴직하고 매일 밤 술마시고 느지막히 일어나 아이들 하교 이후에 밥만 챙겨먹이는 남편(각종 쓸모없는? 자격증 따기는 논외로 한다고 해도.)과 어떻게 이혼하지 않고 사는지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라고나 할까. 에필로그는 ‘검사 남편이 백수가 되니, 더 나아졌습니다‘라는 자극적인 문구로 시작하지만 들여다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다만 저자가 연애 초(중매로 만나 2년간 연애를 한 듯하다.) 콩깍지가 씌워져 좋은 것만 보일 때처럼 다른 색깔 렌즈를 끼고 남편을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더 나아지게‘된 것이다. 검사 시절에는 세 아이 육아에 전혀 기여를 하지 않았지만 전업 주부 역할을 남편이 하게 되었으니 육아 측면에서는 더 나아졌다는 것.(같은 일도 바라보기 나름인 것이지.) 물론 양가 부모님의 적극적인 조력이 있어서 그 전에도 생활유지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이는데..처음에는 저자가 75년생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지방 출신이라 그런지 이것이 40대 후반 여성의 일반적인 삶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86세대 아니 그 이전에나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활상과 사고방식이 여기저기 엿보였지만 그의 남편이 70년생이라니 그런가 보다 해야 하나 하는 마음으로 계속 읽어내려갔다. 숨이 막혀 간간히 쉬어가면서 읽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간간히 나오는데 그 중 하나는 30,40,50,60,70대로 갈수록 남성들은 아내에게 잘 해주지 못한 것을 더 많이 후회하게 된다는데 여성들은 나이가 들수록 결혼 자체를 후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나이가 들면 남편에게 더 잘 해줄 걸 하는 후회를 남편이 죽고 나서야 하게 된다는 통계 자료였다. 이 사례만 봐도 결혼이 얼마나 남성 위주의 제도인지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비난, 경멸, 방어, 담쌓기‘가 존 가트맨 박사가 말하는 부정적인 관계의 방식, 결혼을 위협하는 4대 요소로 규정했다고 한다. 대부분 우리가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이라 섬찟했다.
‘남편과 함께 했던 즐거운 날은 ‘행복‘이라는 감정으로 새겨졌고, 힘들었던 날은 ‘경험‘이라는 무늬로만 남았다. 최악이라고 여길 만큼 고통스러운 날은 내게 ‘교훈‘을 남겼고, 완벽한 하루로 다가온 날은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했다.‘니. 아무래도 저자가 보살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도를 잘 닦은 느낌이다. 물론 큰 고통을 극복하고 마음을 닦은 결과이겠지.
으르렁대고 싸우고 갈등하고 이혼하고 해봤자 가정만 깨지고 나이는 먹고 좋을 것이 없으니 어차피 백년해로하기로 했으니 서로의 결점은 눈감아 주고 다른 렌즈를 끼고 배우자를 바라보며 서로 위해주며 함께 늙어가는 삶을 택한 것이다. 연금법 개정으로 15년간만 일해도 200만원의 연금을 남편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목으로 결혼생활을 유지한다고 했지만 그것은 정말 말그대로 명목이고, 결혼 생활 유지의 비결은 추해 보이는 남편의 모습-매일 술먹고 느지막히 일어나 밑반찬 몇 개로 아이들 밥을 챙겨주는 일 정도만 하는 것, 오만가지 책을 사들여 경제적 기여를 하지 못하는 자격증만 따기를 반복하는 것-을 눈감아주고 그래도 남편이 아이들을 챙겨 자신의 직장생활을 더 수월하게 해준다고 발상을 바꾼 덕에 있는 것 같다. 나이들면 남편에 대한 기대가 없어져 그저 옆에서 숨만 쉬어주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는 한 지인의 말이 떠오른다.
온갖 역경을 헤쳐나가며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저자를 응원한다. 역시 엄마는 위대한 것인가, 여성은 위대한 것인가. 아니 모든 인간은 살아남는 것 자체로도 위대한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