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리스트 방의강 시리즈
방진호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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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2022년) 장혁 주연의 [더 킬러 - 죽어도 되는 아이]가 상영했었습니다. 은퇴한 전직 킬러가 와이프가 여행 간 사이 임시로 와이프 지인의 딸을 돌봐주기로 합니다. 그런데 그 여자아이가 납치가 되면서 그 아이를 되찾기 위한 일련의 사건을 다루고 있는 영화인데 언뜻 보면 [존윅]이나 [아저씨] 느낌이 나는 그런 영화로 생각했는데 전개도 사이다급 진행에 주인공 장혁이 전투력 만렙의 킬러라 재미있게 본 영화였습니다. 끝에 크레딧 올라갈 때 원작이 있다는 걸 보게 되었고 호기심에 그 원작 소설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저는 한 권만 있는 줄 알았는데 시리즈로 4권이나 나와있더군요. 그래서 좀 더 검색해 보니 읽어본 사람들은 재미있다는 칭찬 일색이었습니다. 그러니 더 궁금해지더군요. (저는 궁금하면 우선 사놓고 나중에 기억나면 읽는 이상한 성격이라..) 그래서 우선 첫 번째에 해당하는 [유령 리스트]를 구매했습니다. 작년 같은 경우 정말 책 한 권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요 이 책은 이틀 만에 다 읽었던 것 같습니다. (읽은 지 한참 지났는데 이제야 블로그에 올리는 부지런함(?)이란..)


소설의 주인공 방의강은 영화처럼 은퇴한 전직 킬러입니다. 결혼도 한 상태로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데요 어느 날 전에 자신이 몸담고 있던 청부회사 사장의 연락을 받게 됩니다. 그의 아들이자 회사의 이인자이던 정치상 실장이 살해되었고 며느리는 실종 상태라는 것입니다. 사장은 아들의 유골을 택배로 받았고 택배를 보낸 사람은 회사에서 운영하던 유령 리스트 속의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유령 리스트란 살인청부회사에서 관리하던 명단으로 이미 죽은 사람을 살아있는 것으로 꾸며 회사에서 운영하던 리스트였습니다. 방의강은 내키지 않았지만 10억이라는 금액에 이일을 맡기로 합니다. 다시 뒷세계로 돌아간 방의강은 정실장의 죽음, 며느리의 실종 이 모든 것에는 유령 리스트와 얽혀있음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목숨을 건 싸움을 계속하게 되며 그 모든 사건의 실체에 한 걸음씩 다가가게 됩니다.


제가 이틀 만에 다 읽게 만든 확실한 재미를 주는 오락 소설 있었습니다. 속도감과 몰입감은 웹 소설을 읽을 때와 같다고 할까요.. 보통 장르소설이 바닥을 다지면서 차곡차곡 이야기를 쌓아 마지막에 터트리는 전개로 어쩌면 자칫 늘어질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면 이 소설은 전혀 늘어지는 부분 없이 빠른 전개로 몰입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캐릭터 방의강같은 경우 영화의 장혁은 과묵하고 전투력 만렙의 킬러로 나오지만 소설 속 방의강은 허당끼도 있고 겁도 많은 인물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처럼 영화를 먼저 본 사람에게는 약간 괴리감을 느낄 수도 있는데 전 오히려 소설 속 주인공이 더 마음에 들었고 그런 허당미나 유머스러움이 더 몰입하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영화 같은 캐릭터였으면 먼가 심심했을 것 같더군요. 아무 생각 없이 주말에 가볍게 읽고 싶은 분들에게 적극 권장해 드립니다. 참고적으로 전 이 소설을 읽자마자 바로 나머지 시리즈를 다 구매했습니다.(아직 읽지 않은 건 뭐....)

놈이 다가올 때 난 벌떡 일어나 뒤로 물러났다.

놈이 의아한 표정으로 멈칫하다 내 손을 보고는 얼어붙었다.

놈은 내 손에 들려 있는 권총을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황당한 것은 놈뿐만이 아니었다.

내 주머니에 총이 들어 있었다는 걸 이제 깨달은 나도 황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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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아레나
후카미 레이이치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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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마리코의 별장에 모이는 친구들. 그들은 '미스터리 연구회'멤버들로 일 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있다. 별장 주인 마리코의 방을 찾은 사부로는 등에 칼이 꽂힌 채 죽어있는 마리코를 발견하게 되고 죽은 그녀가 남긴 S라는 글자를 보고 자신이 청혼한 사야카를 가리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황급히 지운다. 그리고 멤버들을 부른 사부로. 멤버들은 마리코의 시신에 적잖이 놀라게 되고 그 와중에 멤버 중 한 명인 마루모가 탐정 역할을 자청하며 나서게 된다. 그리고 사부로가 마리코의 방으로 가는 것을 본 멤버가 있었고 자신들을 부른 시간차가 나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마루모는 마리코를 살인한 범인으로 사부로를 의심하게 되고 그로 인해 마루모와 사부로가 서로 대립하게 된다. 폭우로 인해 별장과 마을로 통하는 다리도 끊기고 전화도 안 되는 상황에 그들은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 날이 밝기를 기다리게 된다. 다음날 마루모와 사부로마저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게 된다.


위에 내용은 <미스터리 아레나>라는 TV 쇼의 문제를 요약한 내용입니다. 일본에서<홍백가합전>이나 <가키노츠카이 절대로 웃으면 안 되는 시리즈>를 방영하면 올해도 다 가는구나 하고 일본 대중문화를 조금 아는 사람들이라면 아는 방송들입니다. 이 소설 시간적 배경은 이 <홍백가합전>이 없어지고 그 자리를 이 <미스터리 아레나>가 차지한지 10년이나 지난 미래가 배경입니다. 참가자들은 문제를 읽고 자신만의 추리를 말하고 제일 처음 정답을 맞힌 사람이 모든 상금을 가지는 그런 쇼 프로입니다. 10년 동안 정답을 맞힌 우승자가 안 나와 당첨금은 누적되어 어느새 20억 엔 우리나라 돈으로 200억이 넘는 상금이 모이게 되어있는 상황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소설은 문제 챕터와 정답을 유출하는 참가자 챕터로 번갈아가면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이 쇼 프로 자체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우선 이 쇼 프로의 사회자의 말속에서 이상함을 느끼게 합니다. 이 프로가 단순히 게임이 아닌 정답을 못 맞춘 참가자는 죽음을 당한다는 내용을 대놓고 사회자의 잦은 말실수 속에 표현함으로써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누구나 이상함을 느끼게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문제의 답을 추리하는 참가자의 설명이 끝나면 이어지는 문제에서는 참가자의 말을 반박하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입니다. 마치 창과 방패처럼 말이죠...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읽다가 이런 내용이 자주 나오다 보니 이건 마치 정답을 못 맞추게 일부러 조작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면서 읽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의심만이 커지면서 참가자의 추리가 중요하게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TV 쇼를 한다는 자체가 더 이상하게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로 이런 프로를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TV 쇼와는 반대로 이 방송 관계자들이 살인자 집단인 건지...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이런 생각들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순간 한순간에 모든 것이 풀리는 내용이 나오면서 방송의 성격이 여실히 드러나게 됩니다. 여기까지의 내용 전개로 본다면 흠을 잡을 수 없는 장르소설이었습니다.


영화로 따지면 후반 20분... 추리 문제의 해결과 실제쇼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 단계에서 소설은 제대로 된 수습을 못하고 어영부영 결말을 짓고 맙니다. 이런 소설 같은 경우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나는 반전이나 아니면 사이다같이 시원하게 모든 것을 해결하는 그런 것을 기대했건만 기대와는 다르게 어영부영 사건 해결.. 끝... 이런 식으로 끝이 납니다. 당연히 '뭐야..'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는 거죠. 작가가 벌여놓은 건 많은데 아이디어가 바닥나서 그냥 뻔하게 해결책을 낸 건지.. 마감시간에 쫓겨 급하게 마무리 지은 것인지는... 다른 독자리뷰를 봐도 저랑 비슷하게 생각한 분들이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의 고충도 이해가 되는 게 추리 문제 구상해야 하고 각각의 참가자들의 추리들도 구상해야 하고 정말 생각할게 너무 많다 보니 마무리까지 갈 여력이 없었나 보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지만 시간을 들여 4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는데 끝이 너무 어이없게 끝난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결말이 안 좋으면 그 작품의 가치는 떨어지게 됩니다. 저에게 있어 이 소설은 80%의 흥미와 20%의 어이없음과 실망으로 점철된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언제까지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나는 단단히 결심하고 행동에 나섰다.

만약 내가 무슨 행동에 나섰는지 들통나면 목숨마저 위험하겠지.

하지만 이미 각오했다.

그리고 이제 와서 무를 수도 없다.

신이여 부탁드립니다. 부디 일이 잘 풀리게 도와주소서. - P119

순문학과 비교하며 아직도 미스터리를 저급한 장르로 취급하는 자칭 ‘현학적‘인 놈들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지. 순문학은 가능성의 총체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작품이 성립해. 「덤불 속」은 물론 두말할 나위 없는 걸작이지만, 세상에는 그 작품을 모방한 셈인지 그다지 재미도 없는 가능성만 몇 가지 던져주고 나머지는 독자 여러분이 알아서 생각하라는 듯이 ‘도망‘치는 ‘순문학‘작품이 수두룩하게 많아. 오히려 마지막에 수습을 하지 않는 작품을 ‘열린 결말‘ 운운하며 높게 평가하여 현학 콤플렉스를 마구 드러내는 멍청이들도 있어.

하지만 미스터리는 거기에서 한 단계가 더 필요해. 가능성의 총체를 제시한다고 해서 미스터리 독자는 만족하지 않아. 그중에서 납득이 가면서도 의외성이 충분한 단 한 가지의 결말을 준비해야 하지. 한 가지 상황에는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는 가능성의 싹이 무수하게 돋아 있는데, 매번 눈물을 머금고 그중에서 단 하나만을 ‘진실‘로 제시해야 하는 거야. - P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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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인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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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나는 놀라운 초능력을 얻었다. 아주 짧은 상대방과의 접촉으로도 내가 상상하는 대로 상대를 살해할 수 있는 능력,,, 그래서 나는 킬러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사람들에게서 '풍선인간'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런 귀찮은 일>에서는 내가 살고 있는 집주변 부동산을 매입하려는 사업가를 없애는 일을 하였고 의도치 않게 옆집으로 이사 온 린카이원이라는 자와 얽히는 문제를 해결했다. <십면매복>에서는 경찰과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있는 브렌트스크기업의 CEO 프레이 스미스 박사를 제거했다. 거기서 거싱이 형사에게 잡힐뻔한 순간도 겪었지만.. <사랑에 목숨을 걸다>에서는 영화배우 출신의 딩제원으로부터 자신과 결혼한 궈칭옌이란 대부호의 딸 궈치란을 없애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나는 의뢰비로 딩제원의 몸을 요구한다. <마지막 파티>는 할아버지 집에 놀러 온 전전과 샤오바오는 우연한 기회에 옆집에 사는 사람이 킬러이고 어제 있었던 박물관 살해 사건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전전과 샤오바오는 그가 '풍선인간'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를 조사해보기 한다. 하지만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오히려 옆집 사람에게 들키고 만다.


작가들 중 단편은 잘 쓰는데 장편을 잘 못쓰는 작가와 장편은 잘 쓰는데 단편은 못쓰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물론 두 가지를 다 잘하는 작가들도 많은데 찬호께이 작가도 단편과 장편 모두 다 잘 쓰는 작가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 작가를 처음 알리게 된 <13.67> 역시 각각이 연결성이 있지만 단편들로 구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풍선인간>은 나라는 1인칭 시점으로 킬러 '풍선인간'을 주제로 4개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단편들을 영화 장르로 구분해 봤는데요..<이런 귀찮은 일>은 단순한 소품집.. 드라마로 보면 인물 소개 정도 되는 파일럿 프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고 <십면매복>은 액션 스릴러, <사랑에 목숨을 걸다>는 에로틱 스릴러, <마지막 파티>는 아동 모험 활극으로 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각각의 색채가 다양하지만 대중소설로서의 재미는 보장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 유머 코드까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킬러의 이미지와는 다른 초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남들 앞에서 보여주는 모습과는 다르게 굉장히 소심하고 어떻게 보면 나약하게 보이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평범한 소시민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소설을 읽고 있으면 일본의 <데스노트>를 떠오르게 합니다. 아무래도 생각만으로 사람을 해친다는 설정 때문인 것 같은데요 소프트한 <데스노트>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4편의 단편들이 모두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단편은 <십면매복>과 <마지막 파티>입니다. <십면매복>은 스피디한 전개로 마치 액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빠져읽었고 특히 마지막 유머 코드도 좋았던 단편이었습니다. <마지막 파티>는 마지막 반전이 기가 막히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반전을 읽다가 다시 되돌아가서 다시 읽게 되는..... 이런 설정을 만든 찬호께이에게 찬사를 보내는 단편이었습니다.


저는 작가 소개란에 있는 '찬호께이는 홍콩 중문대학 컴퓨터학과를 졸업한 뒤 재미 삼아 타이완 추리작가협회 공모전에 참가'했다고 하는 부분을 읽고 화가 났습니다. 누구는 마음잡고 단편 하나 쓰고 싶어도 써지질 않는데 누구는 재미 삼아 글을 써서 이제는 어디에 내놔도 인정받는 작가가 되다니... 신은 만인을 사랑한 게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찬호께이의 반의반만이라도 나에게 재능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그를 따라잡기 위해 그의 책들을 열심히 읽어보게 됩니다. 읽을 때마다 깊은 좌절만을 느끼지만 말입니다. (찬호께이작가는 제가 좋아하는 선망의 대상 중 한 명입니다. 오해없으시길...) 찬호께이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정말 장르소설이란 이렇게 써야 한다는 걸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 소설과는 뭔가 다른 좀 더 노골적인 엔터테인먼트 면이 더 강하다고 할까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재미있는 건 여타의 추리소설 작가들이 자신만의 페르소나처럼 대표하는 캐릭터 시리즈들이 있는데 찬호께이는 그런 캐릭터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찬호께이를 대표하는 캐릭터 소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도 합니다. '풍선인간'으로한 연작 시리즈물도 계속 나오면 좋을듯한데 말이죠.... 끝으로 지금처럼 꾸준히 계속해서 찬호께이의 작품들이 나왔으면 합니다... 나오는 데로 다 읽어줄 용의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저의 최근 작품은 실제 사회 이슈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사실 순수하게 오락을 목적으로 하는 이야기를 더 좋아합니다.

첫째, 살아 있는 생물이면 피부 접촉으로 명령어를 입력할 수 있다. 목표물의 신체 일부분 혹은 내장기관에 공기를 불어넣거나 팽창하게 하거나 비트는 것이 가능하다.



둘째, 명령 발동 시점을 늦추도록 지정할 수 있다.



셋째, 명령어를 입력한 뒤에는 목표 대상이 명령 발동 전에 사망하더라도 능력이 시체에서 똑같이 작용한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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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가 웃는 순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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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화 일명 아화는 홍콩 문화대학 통계학과 1학년 신입생이다. 개학까지는 시간이 있지만 미리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기로 한다. 그가 속한 기숙사는 대학에서도 유명한 노퍽관. 이곳은 7대 불가사의라는 괴담이 떠도는 유명한 곳이다. 입소 첫날부터 실수를 하는 아화는 우연히 버스에서 즈메이라는 여학생을 도와주게 되고 미리 기숙사에 와있는 친구들 버스와 위키와 합류한다. 그날 저녁 버스로 인해 같은 기숙사를 사용하는 여학생(칼리, 아묘, 샤오완, 산산, 즈메이)들과 휴게실에서 합석하게 되고 그들은 기숙사에 떠도는 괴담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마침 같은 휴게실에 있던 아량 선배를 통해 예전 화재사건의 원인이었다는 악마 소환 의식이 벌어진 지하실이 아직도 있다는 말에 그들은 그곳에 가보기로 한다. 그곳에서 버스의 의견에 따라 초혼게임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화를 놀리기 위한 장난이었다. 장난이 끝난 후 여학생들은 방으로 돌아가고 남아있던 남자들은 휴게실에서 카드게임을 하기로 하는데 잠시 후 아묘가 내려와 칼리가 없어졌다고 말한다. 칼리를 찾기 시작한 일행들... 그들에게 서서히 7대 불가사의의 이야기가 하나둘씩 벌어지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호러소설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장르입니다. 아니 아예 읽어본 적이 없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 책을 읽게 되었을까? 그건 작가를 믿고 읽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근데 이 책을 읽고 났을 때 이걸 어느 한 장르로 정하는 게 모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호러소설의 외피를 가지면서도 풀어가는 과정은 추리소설 같았으며 마지막 후반부는 청춘물처럼 마무리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종합 엔터테인먼트 작품이라고 할까요. 작가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의 의도가 어떻든 저는 읽는 내내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이 작품의 재미는 지하실에서 나오면서부터 일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 이후로 주인공 아화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7대 불가사의와 엮이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책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이 책의 특이점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작가가 중국인이다 보니 중국 밀종과 관련된 술법에 관한 내용들이 종종 나옵니다. 귀신 퇴치나 악마 소환 의식의 표식을 밀종과 연관해서 풀어간다는 점은 특이하고 색다른 흥미요소였습니다. 소설의 중후반까지 독자들을 긴장감과 공포감으로 몰아갔다면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위키가 일련의 사건들을 마치 탐정처럼 추리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이 작가는 뼛속까지 추리 마니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런 점이 저를 그 작가의 팬으로 만든 건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후반 사건이 절정으로 치닫는 과정.. 이 부분이 좀 뭐랄까... 이 부분 때문에 이 작품의 평가가 호불호가 갈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팽팽했던 긴장감이 일순간에 늘어지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좀 맥이 빠지는 아쉬운 마무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스포일러라 말은 못 하겠네요..) 소설들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작품 내용이 느슨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소위 작가들이 집중력이 떨어지는 순간이 오는데 그런 순간에 글이 조금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하던데 대부분 중반 이후에 느슨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가장 중요한 결말 부분에서 느슨해지고 말아 이게 이 작품의 옥에 티가 된 것은 아닌가 합니다. 물론 이 부분만 가지고 전체 작품을 평가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만 말입니다. 이 책 카피 문구처럼 '뻔하지만 재미있는' 그런 소설인 것은 확실합니다. 호러 영화 몇 편을 보신 독자라면 읽는 동안 어떻게 펼쳐질지.. 그리고 이 일련의 사건들이 누구에 의해 벌어진 건지 대충 감이 잡힌 채로 읽을 정도입니다. 호러소설이라고 말하지만 솔직히 그렇게 무섭지도 않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뻔한 스토리입니다. 그런데 재미있습니다. 이건 작가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때문일 것입니다. 찬호께이의 작품을 한편이라도 읽게 된다면 그의 다른 작품을 찾게 만드는 그만의 능력이 여기서도 어김없이 벌어지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칼리! 너 어디 갔었어?"

야묘가 물었다. 그리고 벽에 달린 전등 스위치로 손을 올리며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 순간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야묘의 손목을 낚아챘다. 야묘가 뭐라고 투덜댔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는 넋이 나간 얼굴로 어둠 속의 흐릿한 형체만 멀거니 바라봤다. 저건 칼리가 아니다. 야묘가 알아챈 모양이었다. 나는 덜덜 떨었다. 단단히 붙든 야묘의 팔에도 내 떨림이 전해지고 있었다. 야묘와 나는 나란히 서서 어둠 속의 형체를 응시했다. 그건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여자의 뒷모습이었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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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도르래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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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이 하지메의 의뢰로 이사와 우메코의 뒷조사를 하게 된다. 요즘 집안의 귀중품을 내다 팔고 있는 이유가 이상한 남자를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들의 의심에서 시작되었다. 우메코를 미행하던 중 옛 동창 아오누마 마쓰에와의 몸싸움에 엮이게 되고 부상을 입게 된다. 이 일로 하무라는 마쓰에와 우메코의 중재 역할을 맡게 된다. 마침 살던 집에서 이사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하무라에게 마쓰에가 자신의 빌라에 무상으로 입주하라는 조건을 제시한다. 단 집안일을 도와주고 하무라의 직업을 살려 죽은 자신의 아들이 남기고 간 서적과 유품 처분 정리를 해달라는 조건이 붙는다. 마쓰에는 손자 아오누마 히로토와 살고 있는데 몇 달 전 교통사고로 아들 아오누마 미스타카는 죽고 같이 있던 히로토 역시 큰 부상으로 여전히 다리가 불편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그들 세명은 가족 아닌 가족이 되었고 다소 평범한 일상을 보내게 된다. 물건 정리를 하기로 한 전날 의문의 화재사건이 나고 하무라는 간신히 목숨을 구했지만 그 화재로 인해 히로토는 사망하게 되고 마쓰에는 혼수상태에 빠졌다 결국 사망하고 만다. 그 화재는 단순 사고처리로 마무리되는듯했지만 그 화재사건과 더불어 히로토와 그의 아버지 미스타카 역시 마약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얘기를 경찰을 통해듣게 되고 하무라는 화재사건과 마약과의 연관성을 조사하기로 한다.


또다시 하무라 월드에 빠졌습니다. 전작 '조용한 무더위'를 읽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또 다른 신작이 나와 열심히 이어 읽을 수 있었습니다. 거의 한 달 동안 '조용한 무더위' 드라마 '하무라 아키라' 그리고 '녹슨 도르래'까지 하무라 월드에 빠져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저를 왜 그렇게 빠져들게 한 매력이 무엇이었을까요.... 아무래도 하드보일드 특유의 감성과 허무함 그리고 곳곳에 숨어있는 유머까지... 무엇보다도 하무라 아키라의 매력... 한번 읽기 시작하면 쉽게 끊을 수 없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전작 '조용한 무더위'가 단편집이었다면 이번 '녹슨 도르래'는 장편소설입니다. 과연 단편소설에서 보여줬던 강한 임팩트가 장편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궁금증이었습니다.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반반의 성과였다고 봅니다. 시작 부분부터 화재가 나기 전까지의 내용은 평범한 일상 그 자체였습니다. 하무라가 평소에 겪어보지 못한 따뜻한 일상처럼 묘사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도우미로 불여 먹는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됩니다.(제가 너무 세상의 때를 많이 묻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더불어 히로토와의 로맨스가 들어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 정도로 내용이 너무 평범했습니다. 심지어 이렇게 계속 간다면 끝까지 읽을 자신이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화재사건이 벌어지는 중반부터 기대에 부응하듯 하무라의 활약이 펼쳐지면서 점점 작품의 재미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사건의 연결성이나 해결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고 결말 역시 급 마무리하는듯한 인상이 드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지루해짐을 느낄만한 부분도 곳곳에 들어있는데 장편으로 하다 보니 굳이 안 넣어도 되는 내용들(예를 들어 하무라가 살던 맨션 사람들 이야기..)을 줄였더라면 좀 더 스피디한 전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가벼운 하드보일드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다시 한번 '하무라 아키라'의 매력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는 매일 선택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다시 선택한다. 선택한 끝에 일어난 일에 대해 혹자는 자신의 선택을 칭찬하고, 혹자는 후회한다. 그리고 다시 선택한다.

엘리베이터에 탔다. 무인 엘리베이터는 빠른 속도로 하강했다. 기압이 변해 귀 안쪽이 막혔다. 현실을 차단당한 듯한 기분이었다. 마쓰에나 히로토와 함께 보낸 며칠간은 마법 같은 시간이었다. 때로 인생에 찾아오는 멋진 순간....누군가와 무언가를 공유했다고 느껴지는 순간을 그들은 내게 주었다. 그것이야말로 현실이고, 현재의 내 쪽이 환상처럼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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