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가 웃는 순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치자화 일명 아화는 홍콩 문화대학 통계학과 1학년 신입생이다. 개학까지는 시간이 있지만 미리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기로 한다. 그가 속한 기숙사는 대학에서도 유명한 노퍽관. 이곳은 7대 불가사의라는 괴담이 떠도는 유명한 곳이다. 입소 첫날부터 실수를 하는 아화는 우연히 버스에서 즈메이라는 여학생을 도와주게 되고 미리 기숙사에 와있는 친구들 버스와 위키와 합류한다. 그날 저녁 버스로 인해 같은 기숙사를 사용하는 여학생(칼리, 아묘, 샤오완, 산산, 즈메이)들과 휴게실에서 합석하게 되고 그들은 기숙사에 떠도는 괴담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마침 같은 휴게실에 있던 아량 선배를 통해 예전 화재사건의 원인이었다는 악마 소환 의식이 벌어진 지하실이 아직도 있다는 말에 그들은 그곳에 가보기로 한다. 그곳에서 버스의 의견에 따라 초혼게임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화를 놀리기 위한 장난이었다. 장난이 끝난 후 여학생들은 방으로 돌아가고 남아있던 남자들은 휴게실에서 카드게임을 하기로 하는데 잠시 후 아묘가 내려와 칼리가 없어졌다고 말한다. 칼리를 찾기 시작한 일행들... 그들에게 서서히 7대 불가사의의 이야기가 하나둘씩 벌어지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호러소설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장르입니다. 아니 아예 읽어본 적이 없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 책을 읽게 되었을까? 그건 작가를 믿고 읽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근데 이 책을 읽고 났을 때 이걸 어느 한 장르로 정하는 게 모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호러소설의 외피를 가지면서도 풀어가는 과정은 추리소설 같았으며 마지막 후반부는 청춘물처럼 마무리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종합 엔터테인먼트 작품이라고 할까요. 작가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의 의도가 어떻든 저는 읽는 내내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이 작품의 재미는 지하실에서 나오면서부터 일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 이후로 주인공 아화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7대 불가사의와 엮이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책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이 책의 특이점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작가가 중국인이다 보니 중국 밀종과 관련된 술법에 관한 내용들이 종종 나옵니다. 귀신 퇴치나 악마 소환 의식의 표식을 밀종과 연관해서 풀어간다는 점은 특이하고 색다른 흥미요소였습니다. 소설의 중후반까지 독자들을 긴장감과 공포감으로 몰아갔다면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위키가 일련의 사건들을 마치 탐정처럼 추리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이 작가는 뼛속까지 추리 마니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런 점이 저를 그 작가의 팬으로 만든 건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후반 사건이 절정으로 치닫는 과정.. 이 부분이 좀 뭐랄까... 이 부분 때문에 이 작품의 평가가 호불호가 갈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팽팽했던 긴장감이 일순간에 늘어지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좀 맥이 빠지는 아쉬운 마무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스포일러라 말은 못 하겠네요..) 소설들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작품 내용이 느슨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소위 작가들이 집중력이 떨어지는 순간이 오는데 그런 순간에 글이 조금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하던데 대부분 중반 이후에 느슨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가장 중요한 결말 부분에서 느슨해지고 말아 이게 이 작품의 옥에 티가 된 것은 아닌가 합니다. 물론 이 부분만 가지고 전체 작품을 평가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만 말입니다. 이 책 카피 문구처럼 '뻔하지만 재미있는' 그런 소설인 것은 확실합니다. 호러 영화 몇 편을 보신 독자라면 읽는 동안 어떻게 펼쳐질지.. 그리고 이 일련의 사건들이 누구에 의해 벌어진 건지 대충 감이 잡힌 채로 읽을 정도입니다. 호러소설이라고 말하지만 솔직히 그렇게 무섭지도 않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뻔한 스토리입니다. 그런데 재미있습니다. 이건 작가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때문일 것입니다. 찬호께이의 작품을 한편이라도 읽게 된다면 그의 다른 작품을 찾게 만드는 그만의 능력이 여기서도 어김없이 벌어지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칼리! 너 어디 갔었어?"

야묘가 물었다. 그리고 벽에 달린 전등 스위치로 손을 올리며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 순간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야묘의 손목을 낚아챘다. 야묘가 뭐라고 투덜댔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는 넋이 나간 얼굴로 어둠 속의 흐릿한 형체만 멀거니 바라봤다. 저건 칼리가 아니다. 야묘가 알아챈 모양이었다. 나는 덜덜 떨었다. 단단히 붙든 야묘의 팔에도 내 떨림이 전해지고 있었다. 야묘와 나는 나란히 서서 어둠 속의 형체를 응시했다. 그건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여자의 뒷모습이었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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