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미스의 검 와타세 경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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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스의 검>은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를 통해 등장했던 와타세반장의 젊은 시절을 거슬러 올라가 시간의 흐름 속에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변해가는 와타세 경부의 성장소설이자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쓰게 되는 원죄에 대한 문제를 다룬 사회파소설이기도 합니다. 책은 크게 연대순으로 4개의 챕터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사건의 발단이 된 쇼와 59년(1984) 그리고 재판이 벌어지는 쇼와 61년(1986), 와타세를 변하게 만든 계기가 된 1991년 마지막으로 모든 사건의 원인과 해결을 맞게 되는 헤이세이 24년(2012)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부동산업을 하는 부부의 강도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그들이 불법 고리대금업을 하는 것을 알게 된 와타세와 그의 파트너 나루미는 그들이 남긴 장부를 토대로 용의자를 압축하던 중 구스노키 아키히로라는 인물을 알게 되고 임의동행 형식으로 경찰서로 데려와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취조를 하기 시작합니다. 거기에 더불어 피 묻은 점퍼까지 나오게 되고 취조에 지친 아키히로는 범행했다는 자백을 하게 됩니다. 법정에서 강압적인 취조에 어쩔 수 없이 범행 인정을 했지만 자신은 아니라고 주장하던 아키히로는 결국 사형 판결을 받게 됩니다. 아키히로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구치소에서 자살하게 됩니다. 5년 후 예전 부동산 살인사건과 범행이 일치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을 체포하고 취조하던 중 5년 전 사건의 범행 역시 자백 받게 되면서 와타세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우리는 이런 소설을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합니다.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는 <개구리 남자>에서는 형법 39조의 문제점을 다루었다면 이 소설에서는 원죄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 작가의 작품을 지금까지 3권을 읽었는데 책에 대한 흥미로움이나 묵짐함들이 각각 다 틀리게 다가온다는 겁니다. <작가형사>는 가벼우면서도 유쾌한 작품이었고 <개구리남자>는 차갑고 어두웠다면 <테미스의 검>은 역사소설을 읽는듯하면서 무거운 무언가가 내 몸을 누르고 있는듯한 그런 감정을 느끼면서 읽었고 가장 분노를 느끼면서 읽었던 작품이었던 같습니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처음 단추만 잘 끼워 맞췄더라면 억울하게 죽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고 그와 주변 사람들까지 고통을 받지 않아도 되는데 단추 하나 잘못 끼는 바람에 너무나 많은 사람이 불행해지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는 것에 답답함과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거기에 자신들의 과오로 일어난 문제를 감추기에 급급한 경찰 조직들. 말로는 정의 실현을 얘기하지만 실상은 그들도 범죄자들과 별반 다름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게 됩니다.

이 수첩과 수갑, 권총은 전부 국가가 우리 경찰에게 부여한 힘입니다. 이 세 가지만 있으면 경찰은 어느 누구에게서든 진술을 받아 낼 수 있고, 어느 집에든 들어가고, 혐의가 있는 이들을 구속하고, 필요하면 발포할 수도 있죠. 평범한 이들에게는 절대 허용되지 않는 힘입니다. 하지만 전 어느 검사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정의가 없는 권력은 그저 폭력일 뿐이라고요. 집행한 권력이 정의롭지 않았다면 그것을 조사해서 밝혀내야 한다고요

자신으로 인해 죄 없는 사람이 억울하게 죽었다고 자책하는 와타세는 모든 사건을 바로잡으려고 하지만 조직에서는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 자신들의 밥줄이 끊기는 걸 원치 않는 조직 내의 사람들. 그들은 와타세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까지 막으려고 합니다. 그런 조직문제는 세월이 지난 2012년에 와서도 여전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와타세는 이 원죄 사건을 통해 제대로 된 올바른 경찰이 되고자 다짐하게 됩니다.

검은 힘을 뜻하고 천칭은 선악을 판단하는 정의를 뜻한다. 힘없는 정의는 무력하고,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라는 뜻일까. 그러나 테미스 상에는 검을 치켜든 것과 천칭을 치켜든 것 두 종류가 존재한다. 최고 재판소의 테미스 상이 오른손에 쥔 검을 높이 치켜든 것은 정의보다 힘을 과시하는 자세에 대한 통렬한 자기비판 아닐까

책 제목에서도 나와있듯 테미스는 오른손에는 검을, 왼손에는 천칭을 든 법의 여신입니다. 이 문장 하나만으로도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나타내고 있는듯합니다. 묵직한 주제와 내용 그리고 생각지 못했던 반전까지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읽다 보면 미스터리 소설이 아닌듯한 느낌으로 읽게 되는 작품이었으며 한 작가의 작품을 읽다 보면 분위기나 전개 방식이 매 작품마다 유사한 부분들이 있다거나 패턴들이 있는데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에서는 그런 부분이 별로 없는듯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읽을 때마다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됩니다. 

두 번 다시 틀리지 않겠다.
억측과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겠다.
깨달음이 부족하면 깨달음을 바로 흡수하겠다. 관찰력이 부족하면 관찰력을 반드시 얻어내겠다. 지식이 부족하면 지식을 끝까지 찾아내겠다. 타인이 이야기에 조금 더 귀 기울이고, 조금 더 책을 읽고, 조금 더 다양한 곳에 가서 세상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말겠다.
그렇다.
나는 부끄럽지 않은 형사가 될 것이다.

그 마음 변치 않는 와타세 경부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며 또 다른 나카야마 시치리의 다음 작품에 손을 대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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