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마리의 잠자리 연못 -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 으뜸책 선정 14마리 그림책 시리즈
이와무라 카즈오 지음, 박지석 옮김 / 진선아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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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를 싫어하게 되는 경위는 어떠할까? 나는 언제 어떻게 어떤 이유로 벌레를 싫어하게 되었을까? 어렸던 어느 한 때, 개미와도 놀고 잠자리와도 놀았던 아득한 시절이 있는데, 그때를 분명히 기억하는데. 지금 나는 다 싫다, 싫어한다, 그럴 수만 있다면 벌레를 안 보고 살고 싶다. 해충이든 익충이든. 


이런 내가 이 책을 잡다니. 이 책을 보겠다고 잡은 것 자체가 신기한 노릇이기는 했지만, 워낙 작가의 그림을 좋아했던 터라 단단히 각오를 했던 셈이다. 벌레가 막 나오더라도 보려고 해 봐야지, 그래야지. 


잠자리 연못에 생쥐들이 놀러 간다고? 위험할 텐데? 왜 하필 거기를? 아니다, 생쥐들에게 나쁜 일이 생길 일은 없잖아? 귀여운 생쥐들에게 위험한 일이 생기는 내용을 그려 놓았을 일은 당연히 없을 것이야. 아무렴, 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중얼거리면서 책장을 넘겼다. 연못은 내내 평화로웠다.


연못 그림이 참 시원하고 정겹다. 현실의 연못들은 우중충하고 어두컴컴해서 들여다보기 부담스러운데 이 책 속 연못들에는 손을 넣어 보고 싶어진다. 어린 아이들은 어떤 눈으로 어떤 마음으로 이 그림책을 볼까? 나처럼 벌레를 무작정 싫어하게 되는 어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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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런던 - <채링 크로스 84번지> 헬레인 한프의 런던 여행
헬레인 한프 지음, 심혜경 옮김 / 에이치비프레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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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앞서 낸 책 <채링 크로스 84번지>를 읽지는 않은 채 이 책을 읽었다. 책 제목에 있는 런던이라는 지명에 확 끌려서. 요즘 같은 시절에, 앞으로도 당분간은, 여권을 들고서 비행기를 타고 바다 건너 가 보고 싶은 곳이 딱히 없기는 한데, 런던은 그래도 내게 매력을 던지는 곳이다. 한번 더 와야 하지 않겠니? 하는 듯.


이 책은 앞의 책 덕분에 나온 책이라고 해야겠다. 뉴욕에서 낸 이 책이 잘 팔린 덕분에 이 책이 런던에서도 출간하게 되었고, 작가는 홍보를 위해 런던에 있는 출판사의 초청으로 런던에 가게 되었으며, 런던에서 보냈던 일정을 일기 형식으로 써서 묶어낸 책이니까.


6월 17일부터 7월 26일까지. 이런 방식의 여행, 우리 같은 평범한 이들로서는 얻을 기회가 아예 없는 그저 부러울 따름인 여행이다. 초청을 받고 체재비 지원도 받고 현지 사람들의 도움을 잇달아 받으며 런던의 이곳저곳을 다니기도 하고. 이게 다 작가로서의 능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그런가 보다 싶기는 하지만. 


그래서 그런가, 글에서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거리감이 느껴진다. 작가들 중 일부는 이런 형태로 여행을 하기도 하는구나, 잘 모르던 방식이라 신기하구나 하는 느낌보다 괜한 질투심이 더 크게 작용했던 탓이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작가의 글이었다면 이런 여행을 당연하게 여겼을지도 모르는데(이만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므로) 앞선 책을 읽지 않아서 작가에 대해 모르다 보니 작가가 받는 대우에 심술이 났던 셈이다. 독자로서의 내 그릇이 이것밖에 안 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채링 크로스 84번지>를 읽어야 하나 어쩌나 망설이고 있다.     


글보다 '은작가'라는 이가 그려 놓은 그림들이 훨씬 내 마음에 들었다고 적어 둔다. (y에서 옮김202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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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 1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아작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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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작가의 글은 점점 더 재미있어지고 있다. 시간 여행에 대한 나의 상상력이 이 작가의 글 덕분에 한결 높아지고 있는 듯하다.

 

이 책 역시 2060년 옥스포드 배경, 역사학자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과거로 간다는 설정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역사적인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전제로 과거의 풍속을 연구한다는 것. 중요한 사건 그 자체보다 그 사건이 일어나는 주변 상황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살핀다는 것. 작가가 소재를 선택하는 의도가 퍽 마음에 든다. 

 

이제까지 내가 읽은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하는 글들은 대체로 긴박한 분위기였다. 아슬아슬하고 위험하고 두렵기도 한 상황들이 등장했으니까(내가 싫어하는 쪽, 꼭 제 욕심 차리겠다고 나쁜 짓을 하는 인물도 나오고). 그런데 이 작가의 글이 내게 주는 긴장감은 앞서 읽었던 글들에서 느낀 것과는 좀 다르다. 조마조마하기는 한데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이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적어도 소설 속 인물들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당연히 나쁜 사람도 나오지 않고. 갈등은 오로지 시간 여행 자체에서 생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중에 오차라는 게 생겨서.  

 

이번 책에서 역사학자들은 1940년대의 영국으로 간다. 히틀러와의 전쟁이 있는 때다. 그 전쟁 상황에서 당시 영국의 평범한 사람들이 어떤 생활을 했는지를 탐구하는 목적을 갖고 과거로 가는데 준비하는 과정부터 대단히 흥미롭게 전개된다. 그래, 현재 과학이 아무리 발전했기로서니 무턱대고 과거로 가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 시대의 풍속에 어긋나는 점이 하나도 없도록, 옷이며 소지품이며 말씨까지 다 준비하고 갖추고 과거로 떠나는 자세, 글 속의 상황이지만 나는 퍽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준비한다고 했는데도 막상 닥치는 난감한 상황, 그때 어떤 처신을 하게 되는지 인물들을 따라 가는 마음이 아슬아슬하면서도 재미있다.  

 

1권이다. 마이클, 메로피, 폴리는 2차 세계대전이 있는 영국에 가 있다. 각자 제가 맡은 일을 하다가 언제든지 자신들의 현재인 2060년대로 올 수 있어야 하는데 전쟁 중이라 이게 쉽지 않을 모양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많이 궁금해진. (y에서 옮김202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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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결사 (완전판)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수경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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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시리즈 중에 처음으로 만나는 탐정들이 아닌가 한다. 토미와 터펜스. 둘은 친구 사이이며 가난한 젊은이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일자리가 없어서 곤란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의 처지를 보고 있자니, 그때나 지금이나 별다른 게 없는 시대인가 싶어 잠깐 아득했다. 


물려 받은 유산도 없고 마땅한 일자리도 없어 고민을 나누던 둘은 모험을 해 보자고 일을 시작한다. 다분히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맡은 일이 에상치도 못하게 큰 범위로 퍼져 나간다. 읽는 재미, 상상하는 재미도 그렇게 확대된다. 이 두 사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건지, 대처하는 순간마다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지 모르는 채로 글은 거의 끝 부분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범인을 잡는 일도.


나는 이번에도 작가가 의도한 대로 속았다는 생각이 든다. 딱 의심하도록 만들어 놓은 사람을 의심했다는 것, 주인공인 두 사람을 도와주는 아주 믿을 만한 사람이 범인이었다는 것. 숨긴 정보와 드러낸 정보 사이에서 범인을 파악해 내는 재주가 내게는 영 없는 것 같다. 늘 속고 있으니, 그럼에도 이게 또 재미있어서 나는 이 작가의 글을 계속 읽고 있는 것이겠지.


영화 같았다. 좀 오래된 배경이기는 하지만 남녀 주인공이 스파이로 등장하는 영화 같은. 그리고 이어지는 두 사람의 로맨스. 둘이 부부가 되어 활약하는 책도 나와 있다. 곧 읽을 예정이다. 연휴에는 역시 이런 오락 영화, 오락 소설이지. 아쉽지 않은 마무리다. (y에서 옮김2021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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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비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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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어떤 말로 해도 다 이해할 수 없을 삶의 면면들. 이제는 지긋지긋하다는 감정마저 돋지 않는다. 그저, 어쩌나, 이렇게 해서 계속 살 수 있으려나, 사는 게 이렇게도 막막할 수 있는 건가, 내 사정이 아니라는 것에만 우선 안도하면서 내가 느끼는 이 이기적인 거리감은 앞으로도 허용될 것인가, 조마조마해지려고 한다.

 

2012년부터 2016년에 걸쳐 발표된 작품을 모은 소설집이다. 작가의 등단작품도 있다. 한결같다. 앞서 읽은 장편 <딸에 대하여>에 대한 인상이 깊어 선택한 책인데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막 찾아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는 글은 아니다. 하지만 읽고 넘어서야 할 글이라는 생각은 분명하게 든다. 2010년대 우리 사회는 이렇게 아픈 아우성이 곳곳에서 넘치고 있다는 것이니까.  

 

작가의 문체가 살풋 잡힌다. 장편 한 권으로는 잘 모르겠더니 단편 한 권을 보태자 결을 알아볼 수 있을 듯하다. 담백하고 강건하고 분명하다. 표현은 전혀 구질구질하지 않은데 소설 속 상황은 더없이 구질구질하게 그려지는 게 좀 무섭기도 하다. 내가 좋아했던 취향이 아닌데, 요즘 이쪽으로 꽤 열리고 있다. 보기 싫다고 안 보는 게 더 무책임한 일이 되어 버린다는 것을 알고 난 후의 내 의지에 따른 결과다. 

 

소설은 어디까지 책임을 맡아 줄까. 작가는 어디까지 독자를 끌어들일까. 독자는 자신을 어디까지 데려가게 될까. 소설이라면 마땅히 우리 사회의 문제가 담겨 있을 것인데, 이 문제를 누가 어디서 먼저 끌어 당겨 풀어 나가 줄까. 작가는 문제를 끝도 없이 토해 내고 있는데 독자인 나는 읽는 일만으로도 힘겹다. 적어도 일하고 싶은 청춘들에게 일을 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하는 게 사회의 몫일 텐데 겹겹으로 쌓인 장애물을 벗길 방법을 못 찾겠다. 2020년이 코앞인데 2010년의 고통조차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한 권을 더 읽으면 다른 이의 글과 구별할 수 있게 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더 읽고 싶어 기다리게 될지도. (y에서 옮김2019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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