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6
주세페 토마시 디 람페두사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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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묘한 소설이다. 밋밋한데 재미있다. 별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데 흥미진진하다. 특별히 싸우거나 갈등을 겪고 있지 않은데도 궁금하다. 다음에 어떤 상황으로 전개될 것인지. 이건 뭘까? 작가의 역량인가?


시칠리아 섬이 공간적 배경, 이탈리아가 가리발디 장군에 의해 통일이 되는 시기가 시간적 배경이다. 이탈리아의 역사를 알고 이 소설을 읽는다면 아주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 특히 시칠리아의 역사를 알고 있다면 더더욱 재미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나는 익히 들었어도 기억이 나지 않아 아쉬웠다. 곳곳에서 역사적 사실과 이어지는 장면이 등장할 때마다 에궁, 모르니 안타까운 일이군, 싶었으니까. 제 나라의 역사를 다 알고 있을 이탈리아 사람들이 이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소설의 제목이 표범인 것에도 신선한 인상을 받았다. 돈 파브리초 살리나 가문의 문장에 새겨진 동물이며 작가의 가문의 문장에도 새겨져 있다고 한다.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소설에 담긴 셈. 소설 제목이 표범이라고 해서 날카로운 동물과 같은 성정을 가진 인물의 이야기라고 짐작했는데 그저 문장의 상징이었을 뿐. 유럽의 귀족 가문이 가진 문장이 당시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했을지에 대해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는 터라 나는 나에게 섭섭하기만 하다. 아는 만큼 볼 수 있다는데 모르니 끝내 모르고 마는 노릇이다. 


등장하는 인물들 중 어느 누구도 튀지 않는다. 운명을 애써 거스르는 이도 보이지 않고 모두들 흘러가는 대로 각자의 생을 맡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싸우지 않는 점, 소설에서 쉽지 않은 구조인데 이렇게도 전개가 된다. 원망이나 저주나 반항이나 배신이 없는 이야기. 어쩌면 우리네 실제 삶이 이 정도로 밋밋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소설이 더 인상적인 것이었을까?  


오래 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하고 다시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고 하는데(이미 방영되었을까 모르겠다) 시각적인 부분이 꽤나 돋보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잘생긴 남자와 여자가 연애를 하는 장면도 보여줄 테니. 게다가 당시 귀족들이 입었을 아름다운 옷, 살았을 아름다운 집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을 것이고. 


시칠리아라는 공간에 대한 궁금증이 많이 생겼다. 그곳은 어떤 곳일까? 이런 아름다운 소설이 나온 곳이라니. 시칠리아 여행 책이라도 더 구해 봐야 하나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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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의 심장은 천천히 뛴다
곽재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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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소제목. 소설의 소제목이 특이해 보인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이런 표현이? 싶은데, 본문을 읽고 나면 정말 그럴 듯해진다. 제목조차 얼마나 공들여 궁리했을지,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겠다 싶어 또 킬킬거리게 되었다. 그리고 다 읽고 나면 소설의 제목이 무슨 뜻인지도 알게 된다. 서서히, 진하게 와 닿는 제목의 의미, 그래야지, 마땅히 그래야지, 그렇지 않고서야 현실이 너무 억울해지는 걸.  


여전히 재미있다. 읽는 내 호흡의 빠르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약하게나마 두근두근,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려고 하는 건가 궁금함에 조마조마하기까지. 스릴, 서스펜스 이런 건 아니다. 그냥 좀, 두근댄다는 것. 내 예상을 얼마나 어떻게 비껴 가서 반전을 가져올지, 독자의 기대를 어떻게 이기는 이야기를 엮을 것인지 궁금할 정도로. 다만 어떤 독자에게는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지겹게도 늘어 놓는구나 싶을 수도 있겠는데 이건 취향일 것이다, 나는 여기서 흥미진진한 기분을 갖는 쪽이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180도만큼 확 바꾸는 게 아니고, 5도 정도 약간, 아주 약간만 비틀어 볼 수 있으려면 어떤 능력이 있어야 할까.(바꾸는 게 아니라 살짝 비틀어 보는 것까지만. 무책임할 수도 있는 말이겠지만, 또 비겁해 보일 수도 있는 것이겠지만, 바꾸려면 바꿔 보는 모습이 어떠할지도 예상이 되어야 하니까 이 정도의 변명만으로 추측해 보자는 심정이라고 해야 할까.) 먼저 눈앞의 현실을 바로 보아야 할 것이고, 또 바뀌기를 기대하는 현실의 기준이 잡혀 있어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만큼 알아야 할 것인데, 화나 분노가 터지거나 해서는 안 될 것이고 포기도 해서는 안 될 것이고 가망 없는 희망을 꿈꾸어도 안 될 것이고 속수무책으로 절망만 해서도 안 될 것이고...... 아, 여기까지도 어렵구나...... 


작가가 보여 주는 약간은 신기한 세상, 그랬으면 싶다가도 그러면 안 되지 싶은 세상의 이야기.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을 정도로 엉망이니까 이런 상상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게 현실이 아닌 것을 또 잘 알고 있으니까 웃을 수도 있는 것이고. 웃게 되는 마음, 이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한다. (y에서 옮김201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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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판 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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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오래 전에 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옛적의 책을 이사하면서 처분한 줄 알고, 한번 더 찾아보지도 않고 새로 구입했다. 무엇보다 표지의 색이 마음에 들었다.


오래 전, 대학생이었을 때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이번에 읽으면서도 같은 마음이었다. 떠오르는 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리고는 마음을 붙잡는 구절들을 타이핑했다. 실려 있는 글들 전부가, 문장 전부가 다 내 마음을 건드리는 건 아니었으나, 어떤 대목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걸 싶었으나, 내가 알아차리는 문장들에서만큼은 반짝거렸다. 글도 내 눈도 내 심장까지도. 


산문은 소설과 달라서 작가를 온전히 내보이는 글이라는 걸 확실하게 알고 있어서 더 빠르게 와 닿았다. 알고는 있었지만 어떤 산문은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내내 곁에 머물 수도 있다는 걸 또 확인했다. 저마다 이런 책을 많이 갖고 있다면 가진 만큼 남은 생이 더욱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했다.


이번에는 특별히 거슬린 글이 있다. '고양이 물루' 편. 이렇게 끝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내가 다 용서를 빌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 책을 처음 읽을 그때는 몰랐을 감정이 이제는 생긴 셈이다. 


리뷰를 쓰기 전, 책을 책꽂이에 정리하려다가 옛 책을 발견했다. 이럴 수가, 나는 이 책을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새삼스러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겨 보았다. 누렇게 바랜 종이, 꽤 작은 인쇄체 글씨, 그리고 그 시절에 그어 둔 곳곳의 밑줄들. 이번에 그은 밑줄과 상당히 겹친다. 그런가, 나는, 내 생각은, 내 이상은, 내 열망은 그동안의 세월에도 바뀌지 않았던 것인가. 바뀔 이유도 명목도 없었던 것인가. 나는 어쩌면 여전히 그때 그대로의 나인가. 


삼십 년쯤 지나서, 그때도 내가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다시 이 책의 개정판이 나와서, 처음인 듯 읽어 볼 수 있다면 그때 긋는 나의 밑줄은 또 어떠할까. 이 책의 남은 시리즈들도 야금야금 구해 보아야겠다. 내게는 '어느 개의 죽음에 관하여'도 있단 말이지. (y에서 옮김20210211) 







얼마나 엄청난 공허인가! 바위들, 개펄, 물…… 날마다 모든 것이 전부 다시 따져 보아야 할 문제로 변하는 곳이니 참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 P25

상표가 서로 다른 두 자루의 펜을 놓고 선택을 해야만 한다는 것은 실로 참혹하다. 가장 좋은 것이 반드시 가장 비싼 것은 아닐 터이니 말이다. 가장 못한 것이 오직 다르다는 이유로 널리 쓰일 수도 있다. 가장 좋은 것도 없고 가장 못한 것도 없다. 이때에 좋은 것이 있고, 저 때에 좋은 것이 있다. 이 세상에는 완전한 것이란 없음을 나도 잘 알지만 이 세상에 일단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이 세상 속에 일단 얼굴을 내밀기로 작정만 하면, 우리는 더할 수 없을 만큼 기묘한 악마의 유혹을 받게 된다. 목숨이 붙어 있는데 왜 안 살아? 왜 제일 좋은 걸 안 골라? 하고 귀에다 속살거리는 그 악마 말이다. 이렇게 되면 곧 뜀박질을 하고 여행을 떠나고…… 그러나 ‘이제 막’ 욕망이 만족되려고 하는 순간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순간인가. - P28

달은 우리에게 늘 똑같은 한쪽만 보여 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 또한 그러하다. 그들의 삶의 가려진 쪽에 대해 우리는 추론을 통해서밖에 알지 못하는데 정작 단 하나 중요한 것은 그쪽이다. - P87

가장 달콤한 쾌락과 가장 생생한 기쁨을 맛보았던 시기라고 해서 가장 추억에 남거나 가장 감동적인 것은 아니다. 그 짧은 황홀과 정열의 순간들은 그것이 아무리 강렬한 것이라 할지라도 - 아니 바로 그 강렬함 때문에 - 인생 행로의 여기저기에 드문드문 찍힌 점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순간들은 너무나 드물고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것이어서 어떤 상태를 이루지 못한다. 내 마음속에 그리움을 자아내는 행복은 덧없는 순간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단순하며 항구적인 어떤 상태다. 그 상태는 그 자체로서는 강렬한 것이 전혀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매력이 점점 더 커져서 마침내는 그 속에서 극도의 희열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그런 상태인 것이다.(루소의 묘사) - P97

바다 위에 떠가는 꽃들아, 가장 예기치 않은 순간에 보이는 꽃들아, 해초들아, 시체들아, 잠든 갈매기들아, 배의 이물에 갈라지는 그대들아, 아, 내 행운의 섬들아! 아침의 예기치 않은 놀라움들아, 저녁의 희망들아 - 나는 또 그대들을 이따금씩 다시 보게 되려는가? 오직 그대들만이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해방시켜 준다. 그대들 속에서만 나는 나 자신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다. 티 없는 거울아, 빛 없는 하늘아, 대상 없는 사랑아…… - P103

무케르지는 말한다. "우리 예술은 본질적으로 상징적이다. 이것은 예술을 추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한 고의적인 노력을 드러내 보인다. 그래서 인도의 어디를 가건 상징에 의하여 모양이 일그러진 아름다움을 만나게 될 것이다. 아름다움으로 무엇이나 다 되는 것은 아니니까. 아름다움이란 너무나도 빈약한 음식이어서 그것만 먹고 살 수는 없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면 어디서나 성스러움의 벌겋게 달군 부젓가락으로 낙인을 찍어 그것을 파괴한다….. 예술의 절정은 예술을 무로 환원시키는 일이다." - P133

전혀 존중받지 못하는 인간. 이것이야말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닐까? 인간의 가장 훌륭한 몫은 바로 인간을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게 만드는 그것이니까…… 폭력에 의하여, 힘에 의하여, 계책에 의하여 터무니없는 제도에 의하여, 견딜 수 없는 속박에 의하여 인간으로부터 그의 신성이 분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 P152

최고의 사치란 무상으로 주어진 한 삶을 얻어서 그것을 준 이 못지않게 인심 좋게 사용하는 일이며 무한한 값을 지닌 것을 쪼잔한 이해관계의 대상으로 변질시키지 않는 일이다. - P162

여행을 해서 무엇 하겠는가? 산을 넘으면 또 산이요 들을 지나면 또 들이요 사막을 건너면 또 사막이다. 결국 절대로 끝이 없을 테고 나는 끝내 나의 둘시네아를 찾지 못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 말했듯이 이 짧은 공간 속에 긴 희망을 가두어 두자. 마조레 호반의 자갈밭과 난간을 따라가며 사는 것은 불가능하니 그저 그것의 영광스러운 대용품들이나 찾을밖에!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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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 2 옥스퍼드 시간 여행 시리즈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아작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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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 아무도 모른다면. 나는 그들 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은데 그들 속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없다면. 그들 또한 나를 받아들이려고 무진장 애를 쓸 것인데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낼 수 없다면.

 

시간 여행 이야기다. 앞서 1편을 읽었을 때와는 너무도 다른 긴박감을 느끼게 되는 내용이다. 2060년 옥스퍼드에서 1940년 2차대전 중의 런던과 근교로 간 역사학자 세 사람의 엇갈린 경로. 셋의 강하 지점은 쓸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고 셋은 어떻게 해서든 히틀러의 공습을 피해 살아남아서 2060년대로 돌아와야 한다. 그것도 역사를 바꾸는 어떠한 형태의 행동도 해서는 안 되는 채로. 

 

재미있다. 거창한 임무를 띤 게 아니라서 더 애틋하다. 전쟁 중에 보통의 시민들은, 보통의 군인들은 어떻게 제 몫을 다하는가를 알아보는 임무. 런던의 공습이 두려워 부모들이 어린 아이들을 런던에서 떨어진 곳으로 피난을 시켰더라는 내용은 퍽 인상적이다. 이 아이들을 돌보는 단체가 따로 있었다는 것도 신기하고. 이게 소설 속 이야기인지 실제로 그러했더라는 것인지 확인하는 건 내게 별로 의미가 없다. 그 시절을 살아내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니까.

 

셋은 이제 또다른 역사학자를 찾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내용은 다음 시리즈에서 다룰 모양이다. 이 책에서는 여전히 답답하고 막막한 채로 맺었으니까. 역사 속에 갇혀 있는 평범한 역사학자들에게 닥치는 시련이 나쁜 사람들의 음모나 모략이 아니라는 게 마음에 든다. 다들 착하고 성실하고 진실된 모습으로 나오고 있다. 언제 닥칠지 모를 죽음 앞에서도 서로서로를 챙겨줄 줄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 정말 그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믿고 싶은 내용으로 쓰인 이야기.  

 

아무리 그래도 소설이니까 모두들 무사히 2060년으로 돌아가겠지. 그 과정이 남은 두 권 분량만큼 길고 험할지라도. 지금부터 50년 후인 세상에 있을 역사학자가 우리 시대로 와서 코로나19 사태로 흔들리고 있는 세계의 모습을 보고 있다면 어떤 마음일까. 그들은 이 사태의 결과도 이미 알고 있을 텐데. 뭐, 이런 상상도 저절로 해 보게 된다. (y에서 옮김2020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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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 온우주 단편선 1
곽재식 지음 / 온우주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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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문학웹진 거울'을 알게 해 준 작가이다. 우리나라의 환상문학 단편을 전문으로 다루는 국내 유일의 사이트라고 하는데 이곳을 통해 작품을 발표하고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아직 이 분야에 대해 아는 건  아무 것도 없고, 그저 이 작품을 읽은 느낌과 생각만 적어 보려고 한다. 


참으로 즐거워하면서 읽었다. 읽는 기분도 그러했고, 읽고 난 마음도 그러했다. 이 작가를 위해서라면 굳이 책을 꼭 사서 읽음으로써, 이렇게 작가를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을 정도이다. 여기서 더 잘 쓰면 어떤 좋은 글을 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독자로서 이만한 글에도 충분히 만족하니 계속 써 달라고만 하고 싶다.(내 제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전혀 알 수 없고.) 나는 계속 읽고 싶으니까. 


유머가 확실하게 힘을 발휘한다. 현실이 힘들수록 유머를 갖기 어려운데, 어떤 상황에서도 이만큼의 여유는 갖고 있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본 듯하다. 그래야만, 이렇게라도 해야만 이토록 시끄럽고 지긋지긋한 생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말이다.   


이 작가의 글에서 내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꼭 꼬집어 정리하면


1.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긍정적이어서 좋다. 나쁜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인물 간 갈등 관계를 유지하면서 재미를 느끼게 하는 점이 신기할 정도이다.


2. 끝이 마음에 든다. 얼토당토않는 결말이나 맥빠지게 하는 결말이 아니다. 행여 그럴까, 실망하게 될까 읽는 내내 조마조마했는데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현실과 달리 소설의 결말은 이러해야 좀 위로가 된다.


3. 풍자 혹은 비판이 은근히 숨어 있는 문장들이 아주 재미있다. 시대든, 직업이든, 정치가든, 국제 관계든, 인간의 본성이든, 소설의 흐름 사이에 끼워 넣고 유쾌하게 비꼬면서 나무라고 있는 작가의 글솜씨가 한껏 응원하고 싶도록 해 준다. 


이러니 더 이상 무엇을 바라랴. 


책 제목에 해당하는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여정을 좇아가면서 내 마음이 얼마나 고단했던지, 아직도 숨가쁜 느낌이다. 더 읽어야 할 것 같다. (y에서 옮김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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