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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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사람살이가, 사람들의 취향이 비슷비슷해지는 것 같다. 이것도 세계화 영향일까. 나라나 지역이나 문화를 막론하고 비슷한 문제가 생기고 비슷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 설마 내 공감 능력이 갑자기 확 늘어난 것은 아닐 테고.

 

편의점, 편리한 곳이다. 소설의 주인공처럼 편의점 내의 물건들로 24시간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인생이 가엽기도 하고 그렇게라도 살아가는 게 다행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 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물질적으로 발달하고 있다는 게 여러 모로 문제를 낳는다. 과연 관계의 단절은 편리한가, 불편한가.

 

단순하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돌봐 주는 것도 중요한데 그게 간섭이 되고 참견이 되면 불편해져서 벗어나고 싶어진다. 그 경계, 그 지점을 어떻게 맞추느냐 하는 것이 문제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온도가 다를 것이니, 나는 뜨거워서 싫다는데 상대는 차갑지 않은지 염려가 된다면서 부딪쳐 온다면, 아, 이건 좀 많이 거북해지는 상황이 되고 말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편의점 인간으로 살아도 괜찮다고 여긴다. 본인은 스스로 괜찮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전부 문제라고 말한다. 그들과 비슷하지 않다는 이유로. 그럴 수도 있다. 나와 아주 다른 사람이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 그가 대단해 보이는 것보다 내가 도리어 뭔가 아주 잘못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강요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맞다는 것을, 내가 바르다는 것을 굳이 상대가 납득하게 해서, 기어이 받아들이게 해서, 나를 인정받으려고 하는 마음 말이다.

 

e북으로 읽기에 많은 분량은 아니었다. 종이책 분량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할 만큼 짧은 시간에 읽었다. 편의점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좀 뜨악하게 만들어 버린 소설이지만 읽어야 할 때에 읽어야 할 소설이었다고 해야 할까. 앞으로 편의점에 들어가게 되면 거기 있는 사람들과 상품들을 한결 유심히 바라보게 될 것 같은 기묘하면서 흥미진진한 예감도 들고.

 

다만 걸리는 게 하나 있다. 일본의 편의점 체계와 우리 편의점 체계는 꽤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점. 우리와 비교했을 때 그래도 일본 편의점 직원의 대우가 훨씬 나아보이는데 그게 또 더 서글퍼진다. 우리나라 편의점 직원의 경우에는 최저생계비나 목숨 수당에까지 고민을 보태야 하는 처지일 테니. (y에서 옮김2016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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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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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글에 완전히 몰입하게 된 정도는 아니다. 최근에 계속 읽고 있고, 꽤 마음에 들고, 예전에는 왜 이만큼의 호감을 느끼지 못했던 것일까 추측해 보는 중이다. 재미있다고 느끼는 글을 계속 읽을 수 있다는 게 지금의 내게는 큰 보상이다. 

2014년에 출간했으니 소설들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이상이다. 모두 10편.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별로 바뀌지 않았거나 아주 더디게 흐르고 있거나 내가 10년 이상을 같은 기분으로 살고 있거나.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지금으로서는 어떤 대상을 향해서도 실망이나 원망이나 분노가 생기지 않으니. 그저 받아들이며 살아야 한다는 것으로 버텨야 할 뿐. 그러지 않은 때가 어디 있었겠는가마는.

소설 속 인물들이 가여우면 읽고 있는 나도 덩달아 가여워진다. 우리 모두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군요. 소설 속 배경이 한심하면 읽고 있는 내 처지도 한심해진다. 우리는 좀처럼 우리 주변을 바꾸지 못하고 마는군요. 글을 읽으며 느끼는 애틋한 동정이 나를 향한 것임을 금방 안다. 이 소설집은 내 안을 밝히는 데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어둡고 고요하며 감춰 두려고 했던 내 안의 쓸쓸한 무대를. 가난해서 무력해서 비굴해서 부끄러워서 못나서 자책했던 시절까지 담고 있던 내 지난 날의 시간과 공간을.

산뜻하지 않은데도 지루하지 않았다. 지긋지긋한 것은 아니었는데 고달팠다. 가끔은 맥이 빠지는 소설을 읽는데도 기분이 나아진다. 생은 묘하기 짝이 없다. (y에서 옮김2025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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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43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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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 본 적은 없지만 술 한 잔 마시고 세상 일을 잠깐 잊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시절이다. 내가 만들어낸 세상이든 나와 상관없이 굴러가는 세상이든. 어차피 살 맛 나는 세상이 아닐진대, 술 한 잔에 세상 시름을 덜 수 있다면, 이래서 그 오랜 세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술꾼들은 술을 불러 주었던 모양이다. 

특별히 눈이 머무는 에피소드는 없었다. 사계절은 흐르고 있고 소다츠는 철마다 맛있는 안주로 맛있게 술을 마시고 있다. 이것만큼 부러울 생이 없을 정도다. 돈을 벌 수 있는 직장에 다니고 있고, 일을 마치면 같이 술을 마실 벗과 가족들이 있고, 때로 혼자 찾아가는 단골가게의 주인은 반갑게 맞이해 주고, 하루는 비슷하게 흐르는 것 같은데 한 해는 또 금방 지나가고. 소다츠는 좀처럼 늙지 않고 있고 술맛은 영원한 듯하고. 

굴이 흔해지고 있다. 굴국밥도 좋지만 굴튀김이나 굴전을 더 좋아한다. 굴튀김 에피소드(제12화)를 보고 있자니 모처럼 해 먹어 보고 싶어진다. 튀김은 번거롭고 굴전으로 만족하자. 

정치를 몰라도 되는 시절이 태평시대라는데 우리에게 태평시대는 없을 모양이다. 술맛이 났다가 없어졌다가 한다. (y에서 옮김202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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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42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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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이 책 안에는 사계절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가을에서 시작한다. 괜히 여름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읽는다. 자꾸 읽다 보니 이런저런 유형이 생기기도 하는데 익숙한 맛이 그리운 맛이 되는 느낌이 든다. 

나온 순서대로 읽다가 잠깐 건너뛰었다. 소다츠의 시를 보여 주는 글자체가 바뀐 걸 보니 이즈음에 편집이 바뀌었나 보다. 에피소드 사이에 실린 글의 글자체도 읽기에 분명해진 느낌인데 굳이 변화를 찾아보고 싶지는 않다. 너무 더워서. 그러기보다는 차라리 그 시간에 생맥주를 한 잔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소다츠의 마음 언저리까지 가 보고. 

그렇지, 이렇게 날이 더울 때에는 시원한 방에서 시원한 생맥주를 마시며 만화책을 쌓아 놓고 보는 것도 훌륭한 피서가 되지 않을까? 해 본 적은 없지만. 게다가 술을 마시겠다고 소다츠처럼 안주를 만들 엄두는 도저히 안 나고 편의점에서 구해 오는 방도밖에 없겠다 싶은데. 먹는 데 게으르기만 한 내 취향으로서는 안주 없이 생맥주만 마셔도 충분하고.

이 만화를 볼 때마다 해 보는 예측이다. 좀더 시간이 흐른 후에, 나이에 지친 내가 기운을 잃은 후에, 이 만화를 쌓아 놓고 아무 권이나 골라 읽고 있는 모습. 흐뭇해진다. (y에서 옮김2024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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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갑니다, 편의점 - 어쩌다 편의점 인간이 된 남자의 생활 밀착 에세이
봉달호 지음 / 시공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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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주인이 들려주는 편의점 운영 이야기. 늘 들락거리는 편의점이라 잘 알 것 같은데도 소비자 입장이었지 주인 입장이 아니어서 몰랐던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사소하면서도 다정한 이야기가 나는 좋다. 저 멀리 특별한 곳에 살고 있는 이들의 유별난 이야기가 아니라서. 내가 늘 지나다니는 이웃의 이야기라서, 이 이웃이 퍽 열심히 살고 있는 이야기라서, 읽고만 있는데도 내 마음이 다 흐뭇해지고 든든해지는 이야기라서.

 

책은 계절별로 나뉘어져 있다. 겨울부터 가을까지. 이 책으로 편의점의 비밀에 대해 여러 가지를 알게 되었다. 여름이 한철이라는 것, 주인이라면 모름지기 진열된 상품을 모조리 외고 있어야 한다는 것, 음료수에 종류가 몇 백 가지나 된다는 것, 폐기 제품의 종말, 2+1 제품이나 1+1 제품에 담긴 비밀 같은 것들. 이 책을 읽고 난 뒤 아직 편의점에 간 적이 없는데 새삼스러울 것 같다. 이 편의점 주인은 이런이런 방식으로 진열을 했더란 말이지? 우리 동네 편의점에는 이런 상품들이 주요 품목이란 거지? 속으로 중얼거리게 될 듯하다.     

 

편의점을 운영하면서도 글을 쓰고 책으로 내기까지 작가가 지녔을 간절한 마음의 어떤 부분이 와 닿는다. 작가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리라. 어떤 글을 쓰고자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런저런 일에 시달리고 그만두면서도 끝까지 놓치지 않았을 꿈으로서의 글쓰기. 이 책이 이 작가의 시작으로 작가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을지 모르겠는데 두손 모아 응원을 드리고 싶다. 쓰고 싶었던 글을 꼭 쓸 수 있게 되기를. 

 

나는 계속 믿고 산다. 글을 쓰고 남에게 발표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남을 속이는 사람이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거짓된 글이나 과장된 글을 쓰는 사람도 스스로를 속이지는 못하리라는 것을. 더구나 요즘 시대처럼 글이 뚜렷한 증거가 되는 세상에서는 더더욱 그러해야 한다는 것을. 작가가 정직해질 수 있도록 독자 또한 더 부지런하고 똑똑해야 할 것임은 말할 것도 없고.  (y에서 옮김20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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